*해당 포스팅은 과거 기사로

2017년 10월 16일에 작성됐습니다.

 

퍼포먼스 예술

유명 강연

보안 컨설팅

신경과학 연구

 

전혀 상관없는 분야 같지만

이 모든 걸 소화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술사로 시작했고요.

이젠 원맨쇼부터 경찰 트레이닝,

인간의 인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논문 저자가 된 남자입니다.

 

(사진=Apollo Robbins)

(사진=Apollo Robbins)

 

아폴로 로빈스(Apollo Robbins).

마술사의 예명입니다.

그는 늘 깔끔한 정장을 입고

친절하게 손을 내미는데요.

 

어느새 상대방의 주머니를

무방비로 털어가는 소매치기입니다.

 

자신을 ‘신사 도둑’이라 부르죠.

도둑질당한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

다시 자기 물건을 모두 돌려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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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관심은 물과 같아요. 액체처럼 흐르죠.” 사진=New Yorker)

 

그의 특이한 행적과 굴곡은

자신을 사업 아이템으로 파는

흡사 사업가를 닮아있습니다.

 

어떤 도움도 없이, 심지어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도 없이

꾸준히 자신을 개발하고 홍보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죠.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아폴로 로빈스의 일생을 살피고

어떻게 범죄 기술을 마술, 예술이자

전술로 바꿨는지 소개하려 합니다.

 

1.낭떠러지는 끝이 없고

 

원래 그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목사와 재혼하게 됐는데요.

 

두 사람 사이에 생긴 태아는

자궁에 자리한 암 덩어리와

함께 자랄 운명에 놓입니다.

 

그를 낳다가 산모가 죽을 수 있고,

설령 아기를 낳더라도 뇌에 손상이 생겨

몸이 성치 못하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당시 의사는 부모에게 낙태를 권유했죠.

 

일하는모습

진단대로 그는 태어나자마자

다리에 보조기구를 차야 했습니다.

다리가 바깥쪽으로 살짝 접히고

발이 약간 꼬인 상태로 태어났거든요.

 

다행히 재활치료사의 도움으로

이 아이는 손발의 힘을 회복하며

5살 때 다리 보조기구에서 벗어납니다.

 

그의 가족이 찢어지는 가난 때문에

불우이웃으로 지역지에 오르내리는

형편이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죠.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이후로 아이는 닥치는 대로

몸을 쓰는 재주를 익힙니다.

 

무술도 배우고, 외발자전거도 타고

저글링 같은 기술도 스스로 연습하죠.

 

게다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두 형은

일찍이 소매치기로 활개치고 있었고(!)

아이는 두 형에게서 소매치기 기술을 배워

동네를 누비는 말썽꾸러기(?)가 됩니다.

 

절도와 가출을 일삼던 중학생은

15살 때부터 진지하게 마술을 익힙니다.

동네 레스토랑에서 마술 공연을 하면서

기술을 계속 연마하기도 시작했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만나던 애인이

아이를 가지면서 학교를 자퇴했고요.

잠시나마 만화가, 세일즈맨, 텔레마케터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돈을 벌러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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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가 이 직업, 저 직업으로

옮겨 다니니 변덕이 심하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제가 필요로 하는 일을 원했어요.

제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마술 퍼포먼스 예술가 아폴로 로빈스)

 

결국 22살에 가족을 데리고

라스베가스에 정착하게 됩니다.

오로지 마술사라는 꿈을 갖고요.

 

안타깝게도 불운의 연속이었습니다.

계속 일거리를 못 찾아서 집에 있는

마술 서적을 팔 정도로 궁핍해집니다.

 

결국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맙니다.

이 당시 충격으로 그는 말을 더듬고

인생이 끝났다는 좌절에 빠집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2.꾸준히, 재빨리 기회를 잡아라

 

폐인처럼 살던 그에게

마침 일거리가 들어옵니다.

 

여행객들이 쉬어가는 클럽에 있던

레스토랑 공연 무대에 서게 된 겁니다.

 

물론 2주 정도 빈자리를 채우는

임시직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그가 처음으로 그 무대에 서던 밤,

또 다른 불운에 휘말리고 맙니다.

 

화남

“반지. 내 반지가 없어졌어!

너지? 네가 슬쩍 한 거 아냐?!”

 

로빈스는 손기술을 이용한 마술로

자기 입지를 만들려 했는데요.

그날 공연을 보던 관객 중 하나가

자기 반지가 없어졌다고 난리가 납니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가 박힌 반지.

손님과 일행은 냉큼 저 풋내기 마술사가

자기 보석을 훔친 것이라 윽박지르면서

호텔 경비를 부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아폴로 로빈스는 뭐라고 답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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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이대로 가지 마세요. 왜냐면요.

만약에 제게 반지가 있다면 당신이

경비를 부르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걸 완전히 숨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분명 손님이 무슨 기분인지 잘 압니다.

손님 앞에서 제가 찾아보도록 허락해주세요.

제가 반지를 훔쳤다는 선택지를 지우면

혹시 다른 게 떠오르실 수도 있으테고요”

 

당시를 회상하며 로빈스는 이 멘트가

오래된 세일즈 기술이라고 설명합니다.

 

절대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대에게 동의하고 거기에 더해

무언가를 조언하는 태도로 상황을

개선하는 방식이었다고 덧붙였고요.

 

결국 로빈스가 조사받는 동안

손님은 자기 방에서 보석을 발견합니다.

억울한 누명에서 차분히 풀려난 셈입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이 일을 계기로 로빈스는

이 레스토랑이 폐업하는 2002년까지

정규직 마술사로 일하게 됩니다.

 

그에게는 마술 연마에 집중하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고요.

 

이 무대를 꾸준히 지키면서

각지에서 찾아온 다른 마술사,

실제 소매치기와도 교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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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매치기 기술을 익히는

대학, 대학원 같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마술 장치나 트릭 없이 오로지

도둑질만 연마하기로 다짐했던 곳이죠”

 

“게다가 남미에서 진짜 소매치기가

제 공연을 관람한 적도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그는 제게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당신은 내 형제 같아. 당신이 이 일을

좋은 방향으로 찾아간다니 뿌듯하군.’

곧이어 그는 제게 멋들어지게 

길거리의 기술도 보여줬어요”

 

3.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면

 

하지만 이 시기의 경험은 그가

자기 업에 대해 고뇌할 수밖에 없던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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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각지 마술사들이 제 공연을 보고

‘어떻게 하느냐’고 자주 물어봤는데요.

 

그들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는 게

고역이었어요. 제가 뭘 하는지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보통의 소매치기 범죄와 비교해

차이점이 뭔지도 말할 수 없었고요

 

2002년에 레스토랑이 폐업하자

로빈스는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소매치기가 돼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는 여러 기업 행사를 다니며

신용 사기, 속임수 게임을 연출하는

여러 퍼포먼스를 선보이게 됩니다.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강했죠.

 

(사진=NBC)

(사진=NBC)

 

서른 살이 될 때쯤 그의 본거지인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손기술로

알아주는 마술사로 성장합니다.

 

자신이 책을 통해 영감을 받았던

다른 마술사들 앞에서 실제로 자신의

마술을 선보이는 경지까지 오릅니다.

 

또한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좀 더 도발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놀람

실제 소매치기처럼 팀을 꾸리는 겁니다.

 

거리에서 범행 대상을 지목하고,

주의를 분산시킬 때 물건을 꺼낸 후

그걸 전달하는 분업이 일반적인데요.

 

그동안 아폴로 로빈스는

이 작업을 혼자 해내는 일명

꾼(‘cannon’)이었습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꾼을 더 모아서

소매치기로 대중 공연까지 해내는

어벤저스를 구상하게 됩니다.

 

(사진=영화'어벤저스')

(사진=영화’어벤저스’)

 

당시 감옥에 있던 꾼, 개리 스콧과

딜러처럼 손기술에 강한 친구들,

그런 소매치기들을 주로 전담했던

라스베이거스 경찰로 팀이 꾸려집니다.

 

‘대중을 상대로 소매치기의

메커니즘을 인식시키는 공연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 하나로

독특한 구성의 팀이 생겨났습니다.

 

아폴로 로빈스는 이들에게

무대에서 필요한 기술부터 태도,

퍼포먼스와 능변에 대해 가르치면서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했죠.

 

괴로움

물론 로빈스만큼 손이 빠른 스콧조차

검은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카지노 매니저, 보안 전문가, 경찰부터

경비원의 침묵에 얼어붙고 맙니다.

 

250명을 앞에 둔 첫 공연에서

이들은 퍼포먼스의 어려움에 부딪혔고

무대에서 소매치기를 감행하는 연습을

실전으로 보여주는 데 실패합니다.

 

결국 팀원 잠적, 구속 등의 과정을 거쳐

팀은 해체되고 맙니다. 로빈스는 당시

이 일로 인해 낙담했다고 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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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로의 두뇌를 자극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서

커리어를 이어갈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반대가 됐죠. 모두에게

일일이 서포트해야 하는 팀이었어요.

 

물론 나중에라도 전과자들과는

다시 일하고 싶습니다. 재범률은 높고,

그들의 기술은 (다르게) 쓰일 수 있으니까요”

 

4.대통령의 기밀을 훔친 남자

 

다행히 그는 대중적으로 이미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었습니다.

 

2001년 아폴로 로빈스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기밀을

훔친 에피소드로 이미 유명하죠.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이

저녁 식사를 하러 온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당연히 대통령 보좌진이나

레스토랑 매니저는 그가

어떤 돌발행동도 하지 않기를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는 보좌진들과 대화를 마친 후

그냥 발길을 돌리는 듯했습니다.

 

("저는 영화감독처럼 당신의 화면을 갖고 놉니다", 사진=New Yorker)

(“저는 영화감독처럼 당신의 화면을 갖고 놉니다.” 사진=New Yorker)

 

하지만 그의 손에는 어느새

대통령의 일정표가 들려있었습니다.

 

아폴로 로빈스가 저만치에서

일정표 사본을 휘휘 흔들어 보이자

보좌진은 순간 자기 주머니를 뒤지며

그야말로 혼미 백산이 됩니다.

 

물론 그것뿐만 아니라

보좌진의 배지, 손목시계, 심지어

자가용 열쇠까지 없어진 후였습니다.

손 안 댄 건 총뿐이었다고 하네요ㅎㅎ

 

게다가 이들은 그냥 보좌진도 아니었고

카터 전 대통령의 경호를 책임지는

비밀경호국 특무대였다고 합니다ㄷㄷ

 

 

당시 그는 징계를 받기보단

재능을 인정받게 됐고요.

안보보좌관으로 선임되는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됩니다.

 

소매치기, 인간의 행동과 인지, 속임수를

어떻게 군 업무에 적용하는지에 대해

국방부에 컨설팅하는 자리까지 갔고요.

 

CIA 요원, 정신의학 교수와 협업해서

감각인지 훈련, 컨설팅을 도맡았습니다.

이 유명세를 타서 TV쇼에도 나오고

영화배우를 훈련시키기도 했습니다.

 

인지과학 콘퍼런스에 참여해서

자신이 주로 하는 ‘어깨 위 동전’ 트릭을

거꾸로 설명하는 무대도 선보였습니다.

TED로도 화제였던 기술입니다@.@

 

 

이런 교류가 늘어가면서 그는 학자들로부터

인간을 속이는 법, 속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반대로 과학자들에게 새 주제를 제시해

논문의 공동저자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자신의 소매치기 기술을

부주의 맹시*, 착각 혼동* 등

과학적, 구체적 개념으로 설명하는

지식까지 겸비하게 된 셈입니다.

 

아폴로 로빈스는 자신의 재능이

어떤 인지적 토대를 갖는지 배웠고,

자신의 활동을 완전히 새롭게

설명하는 ‘프레임’을 얻었습니다.

 

*부주의 맹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현상

 

*착각 혼동

감각, 인지 등으로 생긴 착각으로

같은 대상도 다르게 혼동하는 현상.

예컨대 같은 사진을 보고도

토끼나 오리를 발견하는 식이다.

 

5.”인간에 대해 연구했을 뿐”

 

그가 보통 소매치기나 마술사가 아닌

쟁쟁한 사업가라고 느낀 데는 크게

두 가지 코멘트가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마술 속임수를 너무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거 아니냐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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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떻게 일하는지

사람들이 아는 건 중요치 않습니다.

심지어 제가 소매치기로 마술을

부린다는 걸 미리 아는 것조차도.

 

여전히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해요.

그들이 제 손놀림을 잡아내려 해도

저 또한 그들을 주시하고 있거든요”

 

즉, 처음의 다짐 그대로 그는 이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소매치기가 됐고

그래서 자신의 공연을 낱낱이 설명하고

그 원리를 연구하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단순히 퍼포먼스를 파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의 원리까지 상품으로 파악했고요.

 

그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보안, 트레이닝, 인지과학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까지 사업을 넓힙니다.

 

분명 탄탄한 기술과 그에 대한 이해 덕분에

그는 자신을 마술사로만 정의하지 않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 거침없이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왜 도둑질로 마술을 하는지,

이유를 묻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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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이 저에겐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갖고 노는 실험이에요.

 

되돌아보면 이 작은 실험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익혔어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확신에 차는지도 말입니다”

 

“왜 도둑질로 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저만의 방법이라 보시면 됩니다

 

아폴로 로빈스는 자신이 잘하고

가장 좋아하던 일에 천착했습니다.

 

그게 그저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자기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 될 정도로

속임수의 장인, 지치지 않고 끝없이

자기 업을 연마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성과뿐 아니라

업무의 처음부터 끝까지 파고들어

닿을 수 있는 모든 영역에 적용했고요.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그 업으로부터

장인정신, 자부심, 독창성, 생의 수단을

발견했죠. 그야말로 무서운 사업가입니다.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사람은

유연하고 지독하게 즐기는 자,

현실적인 돈키호테 아닐까요?

 

아폴로 로빈스의 생애를 둘러보며

자신을 상품으로 세상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는지,

‘비즈니스맨’의 본질을 떠올려 봅니다:)

 

(참조 – 한 소매치기 이야기 – 뉴욕커 인터뷰 기사)

 

(참조 – 현존하는 최고의 신사 도둑, 아폴로 로빈스)

 

(참조 – 소매치기는 어떻게 마음을 속이는가)

 

(참조 – 영화배우 윌 스미는 어떻게 소매치기 역을 익혔나)

 

(참조 – 카사노바에게 배우는 비즈니스 마인드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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