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생태계는 벨류체인(가치사슬)에 따라

영상송출, 영상제작, 외주지원, 

크게 세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림1

 

영상송출은 방송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SO, IPTV, 위성방송, DMB,

직접수신, 동영상 플랫폼)

 

영상제작은 기획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지상파, PP, 종편, 콘텐츠 스타트업)

 

외주지원은 그 앞단에서

영상제작에 관한 협업을 담당합니다.

 

(광고대행/기획사, 미디어랩사,

연예기획사, 프로덕선, 애드테크)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셋은 완전하게 분리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면 당시만 하더라도 직접수신이라고 해서

방송사가 전파를 쏘면

가정집 안테나가 이를 인식하는 식으로

방영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방송사가 영상송출과

영상제작을 함께 한 셈입니다.

 

아울러 산업 자체가 그렇게 고도화되지 않아

외부지원 영역 또한 영세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에 모든 권력이 집중됐는데요.

 

군사정부가 정권유지를 위해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두 개의 방송사만을 허가했으니

실질적으로 독점성까지 띄게 됐죠.

 

그러다 1980년대 경제성장 및 TV보급과 함께

방송시장은 일련의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림2

 

그 시작은 외주지원 영역의 확대. 

 

삼성을 비롯해 국내 주요 대기업은

내부 광고대행사를 설립,

이들에게 그룹의 물량을 몰아줬고요. 

 

정부는 방송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광고영업 대행사인 코바코를 설립했습니다.

 

1990년대

 

그림3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정부가 민간방송의 개국을 승인해줬습니다. 

 

민주화에 대한 대중들의 강한 열망과

권언유착에 대한 비난여론 때문입니다.

 

태영건설이 법 개정에 맞춰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서울방송(SBS)을 개국하죠.

 

이로써 지상파 방송사는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고

시장 내 긴장감 또한 높아졌습니다. 

 

두 번째, 유선방송이 등장했습니다. 

 

전파가 제대로 가지 않는

이른바 ‘난시청 지역’에 대응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대중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함인데요.

 

영상송출쪽에선 유선방송사업자(SO)라고 해서

전송망(케이블)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회사가,

영상제작쪽에선 채널사업자(PP)라고 해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생깁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지금까지 영상을 송출하고 제작하는 일은

지상파 방송국만의 권한이었지만

이제 누구나 일정 요건만 갖추면 가능해졌습니다.

 

권력의 토대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셈이죠. 

 

하지만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여전히 직접수신율은 높았고

지상파 3사는 초기 채널번호(0~13)을 부여받아

그럭저럭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죠. 

 

세 번째, 대형 연예기획사가 탄생했습니다. 

 

지금까지 연예기획사는 영세한 규모에 

전근대적인 경영행태가 횡행했는데요.

 

SM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 비즈니스와

해외진출에 힘입어 기업화에 성공했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방송 생태계는

(영상송출-영상제작-외주지원)

이때 비로소 완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그림4

 

변화는 더욱 빠르게 전개됐습니다.

 

영상송출쪽부터 볼까요?

 

유선방송에 이어 인터넷망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디지털방송(IPTV)이 등장했고요.

 

KT, SK텔레콤, LG U플러스 등

이른바 대형 통신사가 운영을 했죠. 

 

이들은 자본력과 결합상품을 무기로

빠르게 시청자를 잠식해갔습니다. 

 

지금은 SO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죠. 

 

여기에 추가로 휴대방송(DMB),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까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직접수신율은?

2000년대 말이 되면 1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지상파 권력을 지탱해온

양쪽 날개(영상송출, 영상제작) 중

한쪽 날개(영상송출)가 완전히 꺾인 셈이죠.

 

영상제작 분야도 아주 요동을 쳤습니다.

 

CJ가 대규모 투자를 결심했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대형 신문사가 방송시장 진출을 선언!

 

뉴스, 예능, 드라마, 다큐 등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 편성이 가능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죠.

 

외주지원 분야에서는 김종학프로덕션을 시작으로

방송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회사들이 생겼습니다.

 

생태계가 더욱 복잡화, 고도화된 것입니다.

 

2010년대

 

그림5

 

지금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했습니다.

 

기술의 진보로 ‘리셋’이라 할 만큼

어마어마한 변화가 나타났는데요.

 

PC에 이어 스마트폰 보급이 이뤄졌고

망기술이 대규모 동영상 트래픽을

소화할 만큼 충분히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영상송출쪽에선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짠~ 하고 나타나

강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습니다. 

 

둘은 각각 유료 동영상 시장과

무료 동영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요.

 

전세계적으로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1억명,

유튜브의 무료 가입자는 10억명에 이릅니다.

 

물론 아직까진 방송과 인터넷 동영상은

별개의 영역으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조화, 통합화되는 분위기인데요. 

 

사람들은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

TV보다는 PC, 모바일을 택하는 추세이며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이 분위기를 틈타 

전자제품 제조사와 손을 잡고

온라인방송(OTT) 형태로 거실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영상제작 분야에서는 인터넷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와 1인 크리에이터의 연합인 MCN,

모바일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스타트업이 나와

영상 하나에 수십만, 수백만뷰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상파가 규제 및 내부분쟁으로 주춤한 사이

CJ가 그 틈을 파고들어 광고매출 1위 방송사로 부상했고

jTBC 등 종편 또한 약진하고 있습니다.

 

외주지원 분야에서는

디지털 동영상광고가 활성화됨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광고 플랫폼 회사가

코바코, 제일기획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죠.

 

또 다른 변화로는

애드쿠아, 이노버즈, 포스트비주얼 등

디지털 광고 에이전시가 많이 성장했고요.

 

연예기획사에 이어 프로덕션도 규모화에 성공,

상장을 노려볼 만큼 덩치가 커졌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혼돈의 시대랄까요.

 

그렇다면 현재의 방송시장, 더 나아가

앞으로 방송시장의 모습은 어떨까요.

 

그림6

 

그야말로 콘텐츠업계 종사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라 할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민영화, 산업화, 기술발전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권력이 해체되고

그 대안이 속속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겠죠. 

 

먼저 영상송출쪽. 많은 전문가들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패권을 가져간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의 강점은 글로벌 단위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

어마어마한 현금창출력을 가졌다는 점,

1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세대들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인데요.

 

셋 모두 파워풀한 요소입니다.

 

물론 SO와 IPTV 사업자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덩치를 키우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일 텐데요.

 

실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LG유플러스는 딜라이브와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합니다. 

오프라인 세상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세상을 향해 공격하리라 봅니다. 

 

영상제작쪽은 한 마디로 말해 아사리판.

 

지상파, 종편, CJ와 같은 공룡급 PP,

여타 소규모 PP, 모바일 동영상 제작회사,

MCN 등이 머리 터지게 싸울 전망입니다. 

 

그리고 프로덕션, 연예기획사도

콘텐츠 만드는 거 별 거 아니네,

방송사 거치지 말고 그냥 직접하자는

움직임을 보일 것입니다.

 

속된 말로 ‘덩치’가 많이 커졌고

인터넷 사업자와 바로 손을 잡으면 되니까요.

 

어떻게 보면 외부지원에서

영상제작으로 이동하는 셈이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합집산 끝에

시장은 크게 두 개로 재편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유료 동영상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와 (프리미엄)

무료 동영상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 (스낵, UCC, 단편). 

 

물론 하이브리드도 나올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 모습은 한 마디로 답이 없습니다. 

 

영상송출쪽을 대응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제작쪽에 특화된 것도 아닙니다. 

 

전자부터 살펴보죠.

 

지상파 3사가 연합해 모바일 방송서비스인

푹TV를 만들어 가입자수 60만명을 확보했지만

체급을 고려하면 미미한 성과입니다. 

 

IPTV, SO 사업자는 무려

1500만명의 가입자수를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그 다음 후자를 살펴볼까요?

 

시청률 급하락과 동시에

외주제작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는데요. 

 

대체 뭐하는 곳인지 정체성마저 의심스럽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은 커더란 덩치와

채널 우선배정, 과거 생활패턴에 의한 익숙함 뿐. 

 

지금 상황에서 유튜브, 넷플릭스와

경쟁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버티컬 플랫폼으로 거듭나던지,

강력한 콘텐츠 제작사로 변모하던지,

빨리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외주지원쪽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광고 플랫폼 회사가 주도하고

데이터 기반의 애드테크 회사가 보조하는 형태로

재편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디지털 광고 생태계는

디스플레이 위주로 형성됐습니다만

곧 동영상쪽으로 많이 넘어오겠죠. 

 

먹을 게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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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웃스탠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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