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다운라운드 투자유치,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유지윤님의 기고입니다. 최근 스타트업씬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슈를 꼽자면 발란의 다운 라운드 투자유치를 빼놓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때 기업가치 3000억원을 기록했던 발란이 실리콘투로부터 300억원에 못 미치는 기업가치로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사실 Seed 투자 이후 Pre-A, 시리즈A, 시리즈B, C를 지나 Pre-IPO투자까지, 후기 단계로 갈수록 기업가치가 우상향하는 것에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모두 동의해 주는 것은 벤처투자 시장의 암묵적인 룰이었습니다. 회사가 극단적으로 나빠진 상황이 아니라면, 전 라운드 투자자가 투입한 자금은 R&D자금, 인력 보강, 마케팅 비용 등 회사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였을 것이라 믿고 비록 회사가 여전히 매출이 없고 적자일지라도 직전 라운드보다는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하는 것이 전 라운드 투자자와 창업자에 대한 존중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하면 안 했지 전 라운드보다 밸류를 깎아야만 투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투자자들도 꺼렸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거래소의 상장 심사 요건 강화 등이 이어지자 벤처투자 시장의 겨울이 찾아왔고, 최근에는 꽤 많은 스타트업들이 직전 투자 라운드보다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유치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조 - 몸값 3000억 찍었던 클래스101, 10분의 1 가격에 자금 조달 추진… 계속되는 혹한기) (참조 - '상장 철회' 마키나락스, 몸값 절반 낮춰 투자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4년에 발표한 '벤처투자 현황 진단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24년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기업가치가 줄어든 피투자기업의 비중은 20.7%였다고 하니, 5군데 중 1곳은 다운 라운드를 경험했다는 이야기이고, 측정 시점보다 체감상 더 어렵게 느껴지는 24년 하반기 이후 상황을 반영하면 이제 다운 라운드 투자유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참조 - 5곳 중 1곳은 '몸값' 깎였다…벤처업계 '눈물의 세일') 다운라운드, 투자자와 창업자의 입장 이런 상황이 보도되면 많은 분들이 저에게 '그럼 이전 라운드에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한 VC들은 다 물린 것이냐'며 질문을 주시기도 하는데, 사실 VC들은 투자 계약을 체결할 때 다운 라운드를 방어하기 위한 리픽싱 조항을 필수적으로 삽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