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에너지세븐을 접하게 된 것은

‘차세대 벤처연합’을 표방하는

오백볼트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입니다.

 

당시 김충범 대표는 그룹 안에서

가장 눈부신 사업성과를 내는 회사로

에너지세븐을 꼽았는데요.

 

(사진=500볼트)

(사진=500볼트)

 

(참조 – 500볼트 “우리의 비전은 패스트엑싯플랫폼”)

 

평소 어떤 회사인가 눈여겨보다가

신뢰를 거두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2015년 실적보고서를 보니

김 대표가 이야기한 것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오백볼트측이 말하는 예상매출은 1200억원

실제 실적보고서에 적힌 매출은 150억원.

 

두 번째는 영국 투자사인 아케론캐피탈로부터

35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뿌렸으나

나중에 딜이 안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참조 – ‘유류업계의 우버’ 500V 에너지세븐, 英서 3000만불 투자유치)

 

그래서 저는 공식발표한 내용이 잘못됐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정정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허위공시와 다를 게 뭐가 있냐,

 

보도자료 믿고 쓴 언론사 바보 만드는 거고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라는 뜻을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바 있는데요.

 

김재향 대표는 직접 제게 연락을 해

 

참5

 

“해당 딜은 거의 막판까지 갔다가 결렬됐으며

현재 다른 방식으로 자본조달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보도자료는

투자사 500볼트가 낸 것으로서

후속 입장표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 점은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업은 정말 탄탄한 만큼

아웃스탠딩에 소개하고 싶습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실적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매출 1200억원을 찍은 것을 보고

굉장히 큰 인상을 받았는데요.

 

(사진=에너지세븐)

(사진=에너지세븐)

 

창업 2년 만에 이러한 숫자를 만든 회사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극소수 모바일게임사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그래서 내심 미심쩍긴 했지만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는데요.

 

(사진=아웃스탠딩)

(사진=아웃스탠딩)

 

에너지세븐은 어떤 회사이며

창업자는 어떤 사람인지

하나하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재향 대표는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나온 수재였습니다.

 

첫 번째 커리어는 병역특례로 들어간 KT.

 

여기서 와이브로, IPTV, 번호이동 등

사업 및 기술전략을 연구했습니다. 

 

(사진=아웃스탠딩)

(사진=아웃스탠딩)

 

두 번째 커리어는 벨테크라는

프랑스계 컨설팅회사. 

 

각종 ICT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했죠.  

 

참5

 

“SK텔레콤이 클라이언트(고객사) 중 하나였어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지역별로 통신 데이터를 쌓고

이를 마케팅 및 매출향상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때가 2000년대 후반이었는데

O2O 비즈니스의 잠재력을

처음 느꼈던 계기였습니다”

 

이후 김 대표는 벨테크에서

충분히 일을 배웠다고 판단했는지

따로 컨설팅회사를 차렸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던 도중

한 지인으로부터 O2O 비즈니스를

함게 하자는 제안을 받았죠.

 

처음에는 약간 지분투자하고

일을 도와주는 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컨설턴트 경력을 살려

어떤 오프라인 영역을 공략할까

시장조사를 하던 도중

유류 유통쪽을 관심갖게 됐습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시장 규모와 거래액이 굉장히 큰 반면

유통과정은 굉장히 불투명했기 때문이죠.

 

그래! 바로 이거야!

 

김 대표는 사업기획안을 토대로 지인을 설득했고

본인이 대표이사로서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너지세븐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 것일까.

 

유류 유통과정을 살펴보면

정유회사로 시작해 1-2차 유류 공급자, 

배송기사, 주유소, 이용자로 이어집니다.

 

이중 김 대표가 주목한 곳은 주유소였는데요.

 

시장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급과 수요, 기름값의 변화가 심했거든요.

 

참5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어요”

 

“주유소와 유류 공급자/배송기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자. 마치 우버처럼!”

 

“기름이 필요할 때 적정 수량을

최저가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유류 공급자와 배송기사를

설득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웠고

주유소 반응도 시큰둥했습니다.

 

“그냥 하던대로 할래” 이런 거죠.

 

참5

 

“그래서 주유소가

공급과 수요의 최적화, 저가 유류공급 외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봤더니

영업용 기름을 구매하는 데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걸 캐치했어요”

 

“한번 살 때 최소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이 드는데요”

 

“현금이 없는 주유소의 경우

카드사 매출정산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자금회전이 안돼 구매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에 김 대표는 주유사들의

기름 구입을 대행해주기로 했습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흠.. 어떻게?

 

1. 일단 에너지세븐이 은행에 돈을 넣고

 

2. 이 돈으로 제휴를 맺은

주유소의 기름을 대신 사줍니다.

 

스스로 유류 공급자가 되는 것이죠.

 

(요걸로 합니다. 사진=에너지세븐)

(요걸로 합니다. 사진=에너지세븐)

 

3. 그렇다면 어떻게 구매비용을 받나.

 

주유소의 카드사 매출채권을

담보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4. 만약 주유소가 5000만원치 기름을 주문했을 때

에너지세븐이 카드사 매출채권 5000만원치를 가져가고

그 다음 매출부터 입금을 시켜주는 식이죠. 

 

5. 일종의 여신사업이랄까,

실질적으로 카드정산 기간을 앞당겨주는 것!

 

이 과정에서 금융 안전성 강화를 위해 

하나은행이 신탁업무를 맡습니다. 

 

6. 그러면 적어도 주유소가

기름을 주문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7. 에너지세븐의 매출은 어디서 나오나.

 

8. 유류유통 마진입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정유사로부터 받는 기름값과

주유소에게 파는 기름값 사이.

 

9. 현재 제휴를 맺은 주유소가 850개,

실제 거래를 하고 있는 주요소가 150개입니다.

 

10. 거래 주유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높은 협상력을 갖게 돼 기름값을 낮출 수 있죠.

 

지난해 에너지세븐의 실적은

매출 1240억원, 영업손실 3억원이었습니다.

 

유류 공급자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이라 하네요.

 

참5

 

“저희가 그리는 그림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에너지세븐 제휴 주유소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사진=에너지세븐)

(사진=에너지세븐)

 

“앱을 설치한 이용자에게

‘애드액션’이라는 광고플랫폼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죠”

 

“결제는 자체 솔루션,

‘페이익스프레스’로 처리하고요”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료 혹은 중개수수료가 될 수 있죠”

 

참5

 

“이미 개발작업을 끝내고

법인 위주로 영업에 들어갔어요”

 

“고객에게 기름을 최저가로 제공할 수 있으며

유입 및 결제과정이 전부 디지털로 처리돼 

법인차량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시장 진출과 함께

다른 O2O 분야로 확장을 모색할 것입니다”

 

웃음

“와.. 스케일 한번 크네요!”

 

다만 에너지세븐에게는

몇 가지 약점이 존재하는데요.

 

일단 지배구조.

 

실질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이끌었던

김 대표의 지분율이 고작 5%에 불과합니다.

 

취약해도 너무 취약하죠. 

 

(사진=에너지세븐)

(사진=에너지세븐)

 

게다가 대주주는 500볼트.

 

과거 공언했던 것보다

훨씬 못한 성과를 거둠에 따라

시장의 신뢰가 많이 낮아진 상태죠.

 

자칫 리스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그리고 비즈니스 특성상

대규모 자본금이 필요한데요.

 

에너지세븐은 지분투자를 받지 못하고

단기차입금으로 24억원을,

장기차입금으로 155억원을 빌렸습니다.

 

이게 다 유류 구매비용으로 쓰이고 있죠.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니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계획대로 잘 진척되면 좋겠지만

사고가 터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습니다.

 

(참조 – 이상민이 구체적으로 69억원 채무자가 된 사연)

 

(참조 – 16년간 400억원 빚을 꾸역꾸역 갚은 사나이)

 

게다가 대부분은 매출채권으로 묶여있어

회사현금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부디 좋은 투자자를 만나

안정적인 자본조달을 했으면 좋겠고요.

 

현재 대주주인 500볼트와 정길모씨가

전향적으로 김재향 대표의 지분율을

높여준다면 투자유치와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게 서로 윈윈일 수 있는 게

10억원짜리 회사의 지분 100% 갖고 있는 것보다

1000억원짜리 회사의 지분 10% 갖고 있는 게 낫습니다. 

 

인터뷰 도중 조심스럽게 지분율 낮은 게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에 그러한 이유로 할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무조건 되는 비즈니스라 생각해서

리스크를 짊어졌다고 답했습니다.

 

(사진=에너지세븐)

(사진=에너지세븐)

 

마지막으로 매출 1000억원이라는

비즈니스 규모에 비해

인적구성이 부족해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자금문제 때문인지

전체 인원이 10명에 불과하고

개발은 모두 외주를 준 상황입니다.

 

경영진 또한 김재향 대표이사와 정성호 CSO,

두 명이 고군분투를 하고 있죠.

 

뭔가 네트워크가 강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에너지세븐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는 내내 부담이 많았습니다.

 

일단 좋게 보는 것은 요즘 흔치 않은

‘벤처다운 벤처’라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시장 사이즈가 무진장 크고

불과 2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유류 공급 -> 주유소 -> 소비자 순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한다는 전략도 매력적이고요.

 

만약 일반 이용자 모객에 성공한다면

할 수 있는 부가 비즈니스도 많습니다.

 

구매, 수리, 부품판매, 업그레이드,

여행, 주차, 디지털 서비스, 세차, 요식업 등. 

 

(사진=테슬라)

(사진=테슬라)

 

실적과 스토리텔링만큼은

올해 들어 본 스타트업 중에서

정말 최고인 것 같습니다. 대단합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테슬라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말도 안되는데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만 ‘벤처다운 벤처’답게

한계와 리스크 역시 많습니다. 

 

일단 에너지세븐의 비즈니스는 일반적인 IT비즈니스와

동일선상에서 보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매출 1200억원 모두가 유류 거래액으로서

유통마진은 10%를 넘기 힘듭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참고로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류 공급자인

KH에너지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 조금 넘습니다.

 

매출 1조569억원, 영업이익 108억원. 

 

기본적으로 유류 구매비용이

90% 이상을 깔고 가기 때문이죠. 

 

따라서 현재 주 비즈니스인

유류 유통만 두고 봤을 때는

썩 높은 벨류에이션을 받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투자유치 추진 시 투자자쪽에서는

리스크 요인으로 지배구조나 인력구성을

문제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설득하고 조율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인터뷰 내내 느꼈던 것인데

사업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신사업 구상 또한 너무 컸습니다.

 

김재향 대표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웃으면서 “원래 벤처는 이런 것 아니냐” 답하더라고요.

 

(사업모델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김재향 대표, 사진=아웃스탠딩)

(사업모델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김재향 대표, 사진=아웃스탠딩)

 

음..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나중에 엄청 잘 될 것 같은 벤처회사고

꼭 주목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긴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리스크가 존재하니까요. 

 

다만 요즘 보기 드문 벤처다운 벤처고, 

한국에 이런 회사가 꼭 있어야 하고,

이런 회사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부디 몇 년 뒤 결과가

후자에 부합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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