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동산앱 운영업체 ‘큰손’의

디자인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소라라고 합니다”

 

고개숙임

“요즘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회사 대표님이 잡스병에 걸렸다는 겁니다”

 

“잡스병이 뭐냐고요?”

 

“언론과 대중문화에 묘사된 스티브잡스는

폐쇄적이고, 신경질적이고, 독선적이지만

경영 및 제품기획에 관한 천재성을 지녔고

매사 굉장한 추진력을 보였잖아요”

 

(사진=애플)

(사진=애플)

 

“이걸 어설프게 따라하고 있다는 거죠.

능력도 안되면서 말이죠”

 

화남

“업무지시와 관련해서는

배경과 당위성에 대한 설명없이

‘빨리 해라’, ‘일단 해라’ 독촉하기만 해요”

 

“제가 봤을 때 대표님은 말로만

‘이노베이션’, ‘크리에이티브’, ‘엣지’를 외치지,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거든요”

 

“전문가와 실무진을 존중하고 위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고개숙임

“이걸 왜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는 말을

조금 돌려서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이에 대한 답은?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그냥 하랍니다”

 

“자기가 디자인은 잘 몰라도

서비스 감과 고객니즈는 빠삭하니

시키는대로 하면 된대요”

 

(사진=아이폰)

(사진=애플)

 

고개숙임

“에고.. 방향 자체가 잘못됐는데.. 

사실 뭐 대표님이 바쁜 건 압니다”

 

“하지만 쓸데없이 회의하는 시간,

투자자와 언론 만날 시간을 조금만 빼도

좀 더 상황이 나아질 텐데 말이죠”

 

전화

“사실 저는 번듯한 대기업에 있다가

평소 하고 싶은 거 하려고 나온 거에요”

 

“하지만 서로 경쟁하고 헐뜯고 정치하는 것은

대기업과 다를 바가 없고요”

 

“면접에서도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주겠다,

이야기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아요”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슬픔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업무와 노동강도가 늘어나는 반면

연봉과 복리후생은 그대로인 점도 문제입니다”

 

“여기에 오고 나서 7시 이전에

퇴근을 해본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랄까”

 

“주말에 출근한 적이야 셀 수도 없죠. ㅠㅠ”

 

화남

“그렇다고 일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느냐,

항상 촉박하게 일정을 잡고,

항상 무리하게 업무를 진행하니 될 턱이 있나요”

 

“스톡옵션과 주식보상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 슬슬 꺼낼 만한데 그럴 조짐도 없고요”

 

“당장 확정할 순 없지만 나중에 가서

섭섭치 않게 챙겨주겠다 했는데

얼마 전 연봉협상할 때 완전 말이 다르더라고요”

 

(사진=아웃스탠딩)

(사진=아웃스탠딩)

 

고개숙임

“에휴”

 

“요새 들어 서비스 이용률이 떨어지는 추세고, 

여기서 추가 투자 못받으면 망할 것 같아서

경쟁사로 이직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방안에서

캔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럴거면 왜 전 회사를 떠났을까, 그냥 계속 다닐 걸”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저는 부동산앱 운영업체 ‘큰손’의

대표이사로 있는 오대수라고 합니다”

 

그림그리는

“어느덧 회사를 차린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세 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조성했고

어느덧 직원이 100명 가까이 도달했으니까요”

 

“돈을 잘 버는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타트업이란 생존 그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살펴봤을 때 나름 선방한 셈이죠”

 

슬픔

“하지만 요즘 하나 고민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드럽게 말을 안듣는다는 거에요”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이라고

빨리 의사결정을 내리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이래서 못한다, 저래서 못한다

핑계거리를 아주 입에 달고 살아요”

 

“홧김에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 이러면

마치 논갈이하는 일소 마냥 표정 팍 죽이고”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뒹굴

“현실적으로 제한사항이 많다는 것,

제가 그걸 모르나요? 다 감안하더라도

그나마 최선안이라 보니까 하자는 거지”

 

“초기에는 사람수도 적고 사무실도 작아

자주 만나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보니

벽이 점점 높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슬픔

“얼마 전에는 기업평가사이트,

캡틴플래닛에 들어가서 회사 평판을 봤는데

연봉은 적고 야근은 많다며 마치 저를

악덕 고용주를 취급하더라고요”

 

“야근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당장 생존위기에 몰려있고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경쟁해야 합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빨리 움직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기록화)

(사진=기록화)

 

“연봉문제는 뭐 많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동종업계 평균은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톡옵션을 좀 나눠주는 것은 어떠냐고요?

마음만은 지금 당장 하고 싶죠”

 

놀람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지분희석이 이뤄지기 때문에

나중에 경영권 방어가 부담이고

투자자들로부터 동의를 받기도 힘듭니다”

 

“대신 회사가 좋아지면

어떤 방식이든지 베풀 생각은 있습니다”

 

화남

“최근 일부 직원이 회사 핵심정보를 가지고

경쟁사로 대거 이직해서

소송을 걸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에요”

 

(사진=영화 '파앤드어웨이')

(사진=영화 ‘파앤드어웨이’)

 

“과거 선배 창업자들이

너무 사람을 믿지 말라고 한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이 말이 왜 자꾸 떠오르는지 모르겠네요”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언론과 대중문화에서는 스타트업 문화를

이상적으로 묘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젊다, 자유롭다, 평등하다, 투명하다,

상호보완적이다, 탈권위적이다, 유대감이 강하다,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준다,

단기간 내 능력과 커리어 모두 향상시킬 수 있다,

잘 됐을 때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 등등.

 

하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감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직원과 창업자 모두 상대방을 불신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진=미국 드라마 '실리콘밸리')

(사진=미국 드라마 ‘실리콘밸리’)

 

기본적으로 창업자와 직원 모두

스타트업 문화를 귀로 듣기만 했지

정작 체험하고 만들어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존에 목매고 경쟁에 쫓기는 상황은

자칫 격한 갈등과 이기주의를 촉발시키는데요.

 

만약 임직원의 도덕성이 떨어진다면

이 문제점은 더욱 불타오르기 마련이죠.

 

다행히 성장을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짧은 시간 덩치가 커진다는 점은

채용과정에 있어서 검증작업을 허술하게 만들고

건전한 조직문화 형성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대기업보다도 스타트업이 훨씬 더

보수적이고 후진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조직문화와 노사관계 모두!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보겠습니다.

 

1. 회사방향에 대해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조직문화의 뼈대인 셈이죠.

 

창업자 혹은 창업멤버가 왜 회사를 만들었고

어떻게 회사를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

합의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능한 구체적이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이 든다면 좋겠죠.

 

만약 이러한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사건건 분쟁과 대립이 나타날 것입니다.

 

2. 채용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을 최소화합니다. 

 

직원은 채용 전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회사 분위기와 창업자의 성향에 대해 알아봐야 하고요.

 

회사 또한 채용 전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직원의 직능과 성향에 대해 알아봐야 합니다.

 

서로 맞지 않는다면? 만나지 말아야죠.

 

맞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타날

분쟁거리에 대해 교통정리를 명확히 해야겠죠. 

 

3. 근로계약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열정페이 주고 야근과 과업을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반드시 많은 연봉을 보장하진 않더라도

급여체계와 업무환경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정해져야 하며

그렇게 할 자신이 없는 회사라면

애초에 고용을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4.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창업자는 성과압박과 불투명한 미래에 쫓기며

나가는 비용항목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입니다.

 

직원은 좀 더 여유있고 안정된 업무환경을 바랍니다. 

 

갈등이 생긴다면 한번쯤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고요.

 

뻔히 서로 사정을 아는데

도를 넘는 것을 요구하진 말아야겠죠.

 

5. 직원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일치시킵니다.

 

회사가 직원의 능력과 급여를 올려주고

직원이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높여줬을 때

둘은 오래 갈 수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직원이 회사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6. 업무는 위임과 성과주의에 근거합니다.

 

구글, 넷플릭스, 애플 등

혁신기업들의 조직운영 행태를 보면

적극적으로 관료제를 지양하는 분위기입니다.

 

괜히 멋있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높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하고,

분위기가 보수화되고,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직원 입장에서도

스스로 부품이라는 생각 탓에

동기의식과 책임감을 갖기 힘듭니다. 

 

특히 최근 시장 변화주기가 빨라지고

개인 간 능력차이가 벌어지면서

업무와 위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책임을 묻더라도

사사건건 참견하지 맙시다.

 

7. 명확한 의사결정구조를 갖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한 말이죠.

 

토론과 논의는 자유롭게 이뤄지더라도

판단을 내리고 결정할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조직원들은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여기에 따라야 배가 전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8. 투명한 정보공유구조를 갖습니다.

 

적어도 조직원들이 회사가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이 화두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방향을 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알려줘야겠죠.

 

TGIF(구글 전체회의), 해커톤,

개발자 컨퍼런스 등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9. 경영 및 인사전문가를 영입합니다. 

 

이미 거대조직을 운영해본 사람으로부터

그 노하우와 방법론을 배우는 것이죠.

 

스티브잡스가 존스컬리를 영입한 것처럼,

레리페이지가 에릭슈미트를 영입한 것처럼,

마크주커버그가 셰릴샌드버그를 영입한 것처럼!

 

물론 전부 해피엔딩으로 끝나진 않습니다만

지름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10. 너무 빠른 조직팽창을 경계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짧은 시간 내 덩치가 커진다는 점은

채용과정에 있어서 검증작업을 허술하게 만들고

건전한 조직문화 형성을 방해할 테니까요.

 

아무리 빨리 성장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템포조절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본 포스팅은 과거기사로서 

2016년 6월21일 발행됐습니다. 

 

*월 9900원 정기구독을 통해
아웃스탠딩과 함께 하세요!
 

결제하기 (클릭해주세요)

 
*혹시 아웃스탠딩 회원가입을 안하셨다면
회원가입 부탁드립니다. ^^
 

회원가입하기 (클릭해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