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은 스스로 사업가 기질을

룰라 2집 타이틀곡을 선정했을 때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김건모 ‘잘못된 만남’, R.ef ‘이별공식’ 등

BPM(반주속도) 높은 댄스곡이 주류인 상황에서

레게힙합풍이었던 ‘날개 잃은 천사’를 밀었는데요.

 

댄스음악보다 힙합음악이 트렌드상 앞서 있고

혼성그룹 특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실제 2집은 1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

 

룰라가 1990년대 최고의 그룹으로

우뚝 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상민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사진=룰라)

(사진=룰라)

 

이후 룰라가 표절 및 멤버이탈 등

일련의 사태를 겪고 해체수순을 밟자

연예기획사 ‘상마인드’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음반제작자의 길을 걸었는데요.

 

그의 행보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승승장구’였습니다. 기획하는 것마다 대박을 쳤죠.  

 

1. 왠지 개그맨스러운 가수 두 명이 모여

코믹댄스를 한다면 대박을 낼 것 같다.

 

-> 컨추리꼬꼬

 

2. 해외에서 인디아풍 클럽음악이 떠오르니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황보를 주축으로 팀을 만들어보자.

 

-> 샤크라

 

(사진=상마인드)

(사진=상마인드)

 

3. 보이시한 매력의 채리나를 정점으로

걸스힙합을 구현해보자.

 

-> 디바

 

4. 지영아, 니 목소리는 애절한 게

왠지 라틴팝보다는 발라드에 더 어울려. 

 

-> 백지영

 

(사진=상마인드)

(사진=서울레코드)

 

이밖에도 샵, 클레오, 이브, 타샤니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이상민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당당하게 성공했습니다!

 

통장에는 48억원의 현금이 있었고

회사는 SM사옥 맞은편 건물 전체를 썼죠!

 

(사진=tvN 현장토크쇼 택시)

(사진=tvN 현장토크쇼 택시)

 

하지만 이상민은 감 좋은 기획자에 불과할 뿐

애송이 경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초반 성공에 도취됐고

지나치게 비즈니스를 크게 키웠죠. 

 

그리고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십명의 기획사 동료들이 참여하는 브로스와

미국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엑스라지가 대표적이었죠.

 

둘 다 십수억원이 드는 프로젝트였는데요.

과연 결과는? 그야말로 폭망이었습니다.

 

몇천장의 판만 나갔을 뿐이었죠.

 

7

 

“브로스의 구상계기는

현석이형이 힙합크루 YG패밀리를

내놓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서에요”

 

“제가 하면 더 잘할 줄 알았죠”

 

“엑스라지의 미국시장 진출은

저희 세대 우상이라 할 수 있는

MC해머의 제안 때문이었어요”

 

“쉽게 말해 둘 다 있어보여서 한 거죠”

 

7

 

“사실 그 시절 돌이켜보면

허세로 가득 찼던 거 같아요”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통합 제작시스템을 만든다며

작곡실, 녹음실, 의상실, 연습실, 사장실을

한 건물에 몰아넣었고

그냥 만나서 이야기 해도 되는데

굳이 화상채팅으로 회의하고 그랬습니다”

 

거듭된 실패에 위축된 이상민.

 

이번에는 기존 성공방정식에 맞춰

큐오큐를 내놓았지만 이 또한 망했습니다.

 

기존 성공방정식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됐기 때문이죠.

 

새 것을 하면 망하고

옛 것을 해도 안되는 상황.

 

정말 답답했을 이 시점에

동업 제안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바로 신개념 레스토랑 김미파이브입니다.

 

(사진=김미파이브)

(사진=김미파이브)

 

사실 김미파이브는 이상민이

처음 구상한 것은 아닙니다.

 

2003년 말 오형근이라는 사람이

라스베가스 클럽처럼

이종격투기, 트렌스젠더쇼, 가수공연 등

각종 행사를 관람할 수 있는 위락시설을 만들고자

외부자금 100억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2004년 초 경영권이 바뀌었는데요.

 

이상민이 전문경영인에 가까운 포지션으로 합류한 것이죠.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나서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매일 수백명에서 수천명이 방문했고

삼성동 명소로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운영방향을 두고

주주 간 의견충돌이 발생했습니다.

 

대주주는 성인오락기를 들여옴으로써

좀 더 매출확장을 꾀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사진=바다이야기)

(사진=바다이야기)

 

반면 이상민은 엔터테인먼트라는 요소가 희석되니

이도 저도 안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대주주를 설득하지 못하고

따로 2호점을 여는 것으로 합의를 봤는데요.

 

외부 투자자를 구하는 등

나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김미파이브 이종격투기 시합 중

선수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순식간에 브랜드 파워가 망가지면서

방문자가 끊겼고 2호점 개설 계획도 취소됐죠. 

 

시간이 조금 지나자 회사가 부도를 맞게 되는데요.

 

여기서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원래 사업을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지기 마련인데

왜 김미파이브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을까.

 

(사진=김미파이브)

(사진=김미파이브)

 

그 이유는 지금 당장 망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재무제표를 보겠습니다.

 

2003년 매출 6000만원 영업손실 9억원,

2004년 매출 45억원, 영업손실 32억원.

 

2004년 기준으로

 

구매 및 외부용역 지급비 20억원, 인건비 20억원,

임대료 9억원, 광고비 6억원, 기타 22억원 등

비용구조가 굉장히 무거웠고요.

 

게다가 외부자금 100억원도

대부분 자본 아닌 대출이었습니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초기 자본금은 다 까먹어서

이미 2003년부터 자본잠식 상태.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즉 선수사망은 곧 무너질 건물에

기둥 하나가 결정적으로 빠지는 사고였던 겁니다.

 

이로써 이상민은 순식간에

수십억원의 채무자 신세가 되는데요.

 

그저 김미파이브가 망했을 뿐인데

왜 이상민도 같이 망하게 됐을까.

 

대표이사로서 회사부실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두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회사가 현금이 마를 때마다

금융기관 및 개인투자자로부터 돈을 융통하잖아요.

 

통상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섭니다.

 

두 번째로 물건 및 서비스 용역을 미리 받고

대금을 나중에 지불할 때

당좌수표 혹은 지급어음을 발행하잖아요.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당좌수표

 

회사 은행예금을 담보로 대금지불을 약속한 증표.

 

*지급어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대금지불을 약속한 증표.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서는 이유는?

 

회사 내 가장 큰 의사결정권자이며

특히 중소기업에겐 회사 그 자체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사진=채널A)

(사진=채널A)

 

담보물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채권자, 투자자, 거래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단 대표이사를 묶고 보는 거죠.

 

보증을 서지 않아도 상황은 마찬가지.

 

돈 떼먹힌 사람들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발행인(대표이사)에게 회수하려고 합니다.

 

민형사 소송을 걸어 괴롭힌다든지

흥신소나 해결사를 불러 괴롭힌다든지

어떻게든 회수하려고 합니다.

 

(사진=사채꾼 우시지마)

(사진=사채꾼 우시지마)

 

이상민의 삶은 점점 망가져갔습니다. 

 

김미파이브의 실패는 다른 사업체에도 이어져 

이미 기획사 건물과 집이 날라갔고

모든 개인적 자산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매일매일 채권자를 찾아가

제발 시간 좀 달라고 애원해야 했고요. 

 

뭘 먹기만 하면 구토를 하니

3주일 넘게 이온음료만 먹던 적도 있었습니다. 

 

아프면 빌 수도 없으니까요.

 

일부는 “기다리겠다”는 호의적인 답변을 줬지만

일부는 “오징어도 짜면 물이 나온다”며 강하게 겁박했습니다.

 

(사진=롯데마트)

(사진=롯데마트)

 

어쩔 수 없이 급한 것은

지인돈으로 ‘돌려막기’를 했는데요. 

 

빚이 빚을 부르는 셈이었죠. 

 

이에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씩 곁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십수년간 인생의 동반자였던

부인(탤런트 이혜영)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몇 차례 도와줬습니다.

 

하지만 채무부담이 자신에게도 다가오자

법적소송을 불사하며 이혼을 요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상민의 심리상태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터라 

세련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으리라 예상됩니다. 

 

22

 

여기서 혹자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해안됨

“파산신청하면 부채가 면책되지 않아?

왜 굳이 갚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네”

 

흠.. 파산도 쉽지 않습니다.

 

충분히 변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거나

상식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저질렀을 때

법원이 기각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5년간 신청을 못합니다.

 

설사 선고가 떨어져도 문젭니다.

 

신용등급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 그 자체가 망가져

경제적으로 재기할 가능성이 사라지죠.

 

따라서 어떻게든 갚는 게 답인 겁니다.

 

이에 매형이 딱한 사정을 안타까워하며

꽤 큰 액수의 경제적 지원을 해줬습니다.

 

이상민도 미안한 마음에

이런저런 업무를 도와줬는데요.

 

오.. 맙소사.. 매형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을 줄이야..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이상민은 여기에 연루돼 재판을 받았고요.

 

2심에서 일부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보인다며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다른 것은 몰라도

사업과 보증만은 절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는데요.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상민이야 불굴의 의지와 천운으로

70억원의 빚을 계속 갚아나가는 중이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내는 일입니다.

 

한달 100만원씩 내도 수백년이 걸리는 일이죠.

 

따라서 창업 후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싶다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명심해야 합니다.

 

1. 대표이사는 위험한 자리입니다.

 

모든 행정문서에는

대표이사 사인이 필요하고요. 

 

만약 일이 잘못되거나 일그러졌을 때

고스란히 책임을 감당해야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거의 필연적으로 회사와 동일시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표이사 자리를 맡고 싶어합니다. 

순진하게 접근하지 마세요. 인생 망가집니다. 

 

그림22

 

얼마 전 포털에서 이상민 관련 기사를 봤는데요.

 

“미화하지 말자. 그저 이상민은

남의 돈 떼먹은 사람에 불과하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상민이 뭘 모르고 이상한 회사에 들어가

재임기간 부실을 독박 썼다는 점에서는 동정심이 듭니다. 

 

2. 경영자가 경영을 모른다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이것이 이상민의 가장 큰 잘못이죠.

 

만약 그가 재무적인 이해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빚덩어리 회사, 적자투성이 회사인

김미파이브 대표를 맡지 않았을 겁니다.

 

운영비가 지나치게 많은 탓에

아무리 장사가 잘되도 이익을 남길 수 없고

투자금 100억원은 모두 부채였습니다.

 

지분구조도 여럿이 과점하는 형태인 데다가

의사결정구조도 불명확했죠.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이상민이 지분정리한 이후인 것으로 추정됨. 사진=전자공시시스템)

 

무엇보다도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상민은 감 좋은 기획자에 불과할 뿐

애송이 경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3. 남의 돈이라는 게 정말 독한 존재입니다.

 

지분투자가 아닌 이상 말이죠.

 

누군가 내 돈을 가져가고 돌려주지 않았을 때

쿨하게 넘어갈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되돌려받으려고 하고

못받았을 때 어떻게든 괴롭히려고 하죠.

 

따라서 가급적 남의 돈은 안받는 게 맞고

받더라도 감당 가능할 때 받는 게 맞습니다.

 

4. 업을 모른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만약 이상민이 음반제작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어이없게 실패하진 않았을 겁니다.

 

최소한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스템은 아니까요.

 

하지만 외식업은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관련 경험과 네트워크 모두 부재했습니다.

 

(사진=김미파이브)

(사진=김미파이브)

 

더구나 김미파이브의 서비스 모델은

기존에 없었던 것입니다. 실패할 수 밖에요.

 

5. 동업을 하고 싶다면 안전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7

 

“저는 같이 사업을 했던 사람들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했는데

이들은 자기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저 한 명 죽는 것은 상관이 없었나봐요”

 

“어쩌면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싶었죠”

 

쉽게 말해 사업은 같이 했는데

실패책임은 자기만 졌다는 뜻이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또한 과실입니다. 

 

동업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향후 어떤 분쟁 가능성이 있을 것인지,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따지지 않았으니까요.

 

적어도 사전에 책임 및 권한을 명확히 하고

주주간 계약서를 써야 했습니다.

 

그리고 의심스럽다 판단하면

같이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너무도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죠. 

 

(사진=jTBC)

(사진=jTBC)

 

(참조 – 이상민 “이혜영, 걱정없이 살도록 빨리 해결”(기자회견 전문))

 

(참조 – 이상민 “한꺼번에 다섯개의 사업 시작…빚의 시초죠”)

 

(참조 – `룰라` 이상민 100억매출 CEO로)

 

(참조 – ‘룰라’ 이상민 고백 “평생 흘릴 눈물, 그때 다 흘렸다”)

 

(참조 – ‘날개를 달아야지’ 이상민)

 

(참조 – 텐아시아 이상민편)

 

(참조 – [ZOOM] 오형근 김미파이브 사장)

 

(참조 – 스타특강쇼)

 

(참조 – 현장토크쇼 택시)

 

(참조 – 백지연의 피플 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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