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완전 골수팬은 아니고요.

 

‘무모한도전’ 시절

연탄 나르고 목욕탕 물 뺄 때부터 봤고

토요일 저녁 별일 없으면

일단 무한도전을 트는 애청자입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최근 팀 전체가 7주간의 휴식기를 갖고 돌아왔죠.

 

‘국민의원’과 ‘2018 평창’을 연달아 보는데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싶어서 채널 돌렸습니다.

 

사실 무한도전이 원래

매회마다 퀄리티 등락이 있긴 합니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명 그대로

매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인데요.

 

김태호 PD가 과거 이런 말을 했었죠.

 

그림4

 

“무한도전은 3할 타자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타자이지만 10할 타자는 아니죠”

 

“실제로 성적은 한 달에 대박 1번,

중박 1번, 쪽박 2번 정도였다고 봅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실제 방송을 타기 전에는

대박이 날지 중박이 날지 쪽박이 날지

예상이 늘 맞는 것은 아니더군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한도전이 쪽박을 두려워 했다면

늘 중박 정도만 치는 타자였겠죠”

 

정말 명언이고

모든 콘텐츠 창작자가

새겨들어야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2~3년 전부터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감흥이 떨어졌고요.

 

최근 들어선 낙폭이 더욱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이러한 생각을 가진 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고 보는데요.

 

실제 매체력과 화제성 추이를 보니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4~5년 전에 제기됐던 위기론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것 같습니다.

 

시청률만 하더라도

2008년 이산특집 때 30%를 찍고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금은 8~10%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일각에선 ‘불후의명곡’에

밀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죠. 

 

무한도전,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가장 직접적으로 초창기 멤버 ‘유돈노’ 중

돈(정형돈), 노(노홍철)의 공백이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초창기 프로그램의 인기는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해주는 유재석과

밑도끝도 없이 파고드는 박명수의 케미(호흡)에 기인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노홍철과 정형돈이 각성하면서

방송분량을 안정적으로 뽑아낼 수 있게 됐는데요.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아마도 이때가 무한도전 전성기인 것 같습니다.

 

모 커뮤니티 이용자는 축구팀과 비유해

스트라이커 – 박명수, 게임메이커 – 유재석,

공격형 미드필더 – 노홍철, 사이드 미드필더 – 하하,

수비형 미드필더 – 정형돈, 수비수 – 길,

골키퍼 – 정준하로 표현하더라고요.

 

특히 돈, 노의 존재감이 대단했죠. 

 

노홍철의 경우 인기투표(선택 2014)

중간 지지율 1위를 달성했으며

정형돈의 경우 유재석이 만약 자신이 빠졌을 때

나 대신 1인자가 될 사람이라 추켜세운 바 있습니다.

 

그림7

(사진=MBC)

 

하지만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고

정형돈마저 공황장애로 떠나면서

그 공백이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고 있는데요. 

 

황광희와 양세형이 들어와 분전했으나

과거 퍼포먼스를 재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멤버를

공개채용하는 ‘식스맨’ 특집 때

장동민이 들어와야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죠. 

 

하지만! 장동민이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잘했을 거 같긴 합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잘했을 거 같긴 합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그 이유는 프로그램 특징에 있습니다.

 

여운혁 PD, 김성원 작가를 비롯해

업계 전문가 및 평론가가 이야기했듯이

 

무한도전이 예능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단순히 웃기는 것을 넘어서 다큐, 영화, 음악, 공연 등 

타 대중문화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기존에 없던 고퀄리티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심해지면

예능 본연의 역할인

‘웃음’을 잃어버릴 수 있는데요.

 

강명석 평론가는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가지 말라고 이야기했으며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정형돈 역시 장기 프로젝트 등으로

매회 의미부여를 하다보니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는

뉘앙스의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실제 시청자 사이에서도

이제 다큐 좀 그만 찍자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죠.

 

더구나 무한도전의 초기 인기요인은

B급 정서, 기상천외함, 단순무식함에 있었는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급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불편한 진실!

유재석의 부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런닝맨, 해피투게더, 무한도전 등

요즘 그가 하는 프로그램이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요.

 

런닝맨은 폐지 직전까지 갔고

 

(사진=네이버)

(사진=네이버)

 

해피투게더 또한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나아질 줄 모르고 있습니다.

 

(사진=네이버)

(사진=네이버)

 

왜 그럴까요?

 

워낙 대단한 사람이고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지만

방송인으로서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변화가 없습니다.

 

과거 이경규는 유재석을 가리켜

방송마다 하는 멘트, 하는 행동이 똑같은데 

똑같아 보이지 않게 포장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사진=MBC 놀러와)

(사진=MBC 놀러와)

 

당시 사람들은 경쟁자로서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지만

솔직히 저는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그 포장술이란 무엇일까.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프로그램(연출자)을 고르는 안목,

개성 강한 보조 출연자(박명수, 하하)와의 호흡,

안정적인 진행 및 순발력이겠죠. 

 

하지만 프로그램이 노후화되고

보조 출연자의 역량이 예전만 못하면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데요.

 

유재석 본인 또한 나이를 먹고 가정을 이루면서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놀고 사고하는지

감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고요.

 

바로 얼마 전에 게스트 모셔놓고

띄워주기, 삼행시, 댄스타임했잖아요.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와..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ㅠㅠ

피키캐스트나 딩고 같은 것도 좀 보셨으면..  

 

두 번째는 존재 그 자체가 성역이 됐습니다.

 

탁월한 자기관리와 평판관리는

분명 롱런할 수 있는 토대가 됐지만

‘유느님’이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는

양날의 검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재석이 요새 들어

직접 웃기지 않아서 그렇지,

충분히 혼자서도 방송분량을

뽑아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운신의 폭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있는데요.

 

과거 ‘토크박스’, ‘공포의 쿵쿵따’ 시절처럼

촐싹거리거나 얄미운 짓을 했던 모습을

이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주변 사람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것!

 

박명수, 정준하와 같은 연장자조차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편이죠.

 

결국 이 모든 것이

프로그램 ‘노잼’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김구라, 이경규, 신동엽 등

경쟁자들은 훨씬 자유로운 상황이고요.

 

마지막으로는 무한도전 팀 전체가

번아웃(녹초)됐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김태호 PD가 시즌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을 때 표면화 됐는데요.

 

(참조 – 김태호 PD “‘무한도전’, 시즌제 도입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한도전은

타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등

다른 예능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굉장합니다.

 

노홍철과 정형돈이 복귀를 거절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랄까, 독이 든 성배랄까.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직장인 관점으로 말해볼까요? 

 

어차피 평생 다닐 회사 아니라면

엄한 팀장 밑에서 야근하느니

떠오르는 신흥기업으로 이직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거죠.

 

게다가 오랜 기간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사람들의 기대감이 천정까지 올라갔는데요.

 

늘 새로운 모습, 늘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모두가 죽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멤버들의 평균연령은 42세,

신체적으로도 많이 버거울 때입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앞으로 무한도전의 침체는

장기화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차라리 트렌드에서 멀어졌거나

일시적인 흥행리스크에 흔들렸다면

연출진의 역량으로 어떻게든 대처가 가능할 텐데 

구조적인 문제에 가까워서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거론했던 문제점을 다시 정리하자면..

 

특유의 가족주의와 확고한 캐릭터

-> 새 멤버를 뽑고 적응시키는 데

굉장히 큰 허들(장애물)로 작용

 

유재석의 하드캐리(개인역량 및 리더십)

-> 유재석의 부진이 프로그램의 부진으로 이어짐

-> 너무 착한 이미지라 망가질 수가 없음

 

예능의 한계를 뛰어넘음

-> 예능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림

 

항상 새로운 모습, 최고의 모습

-> 출연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강요 

-> 기존 멤버들의 고령화로 소화하기 어려움

 

이에 애청자로서 감히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뉴페이스를 팍 늘리고

기존 멤버 또한 구조조정까진 아니더라도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뭐랄까, 고인 물 같습니다.

 

1박2일이 과감한 세대교체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잖아요.

 

(사진=KBS 1박2일)

(사진=KBS 1박2일)

 

분명 참조할 부분이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유재석의 경우 갑작스럽게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진 않더라도

본인이 나서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 합니다.

 

정말 트렌디한 방송을 한다거나 (ex. 마리텔, SNL)

메인MC가 아닌 보조 출연자로 활동하거나 말이죠. (ex. 이경규)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 봅니다.

 

프로그램 전반적으로도

장기 프로젝트를 좀 줄이고

어느 정도는 정례화, 패턴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야 출연자도 부담을 덜 갖게 되고요.  

흥행리스크 또한 줄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사진=MBC 무한도전)

(사진=MBC 무한도전)

 

시즌제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요.

 

좋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면

기다릴 용의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발 좀 웃겨주세요. ㅠㅠ

 

우울하고 암울한 현실의 반영은

뉴스만으로도 족합니다. ㅠㅠ

 

우리는 큰 거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정신줄 놓고 웃고 싶습니다. ㅠㅠ

 

무한도전 화이팅! ㅠㅠ

 

(참조 – 무한도전의 연간 매출은 얼마나 될까)

 

(참조 – 왜 박명수는 1인자가 되지 못했을까)

 

(참조 – 최고의 평판관리자 유재석을 배워라)

 

(참조 – ‘주연보다 화려한 조연’ 정형돈 이야기)

 

(참조 – ‘떠나는 인재, 떨어지는 영향력’..왜 지상파는 위기일까?)

 

본 포스팅은 애청자 입장에서 쓴,

지극히 주관적인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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