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타트업인 엔씽은 원래

스마트 화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 제품이었던 ‘플랜티’는

센서와 펌프가 달린 화분이었습니다.

화분이 알아서 식물에 물을 주면서

온도, 조도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죠.

 

그다음에 나온 화분은 ‘플랜티 스퀘어’.

네모난 모듈에 인공 흙과 씨앗이 들었어요.

물만 주면 수경 재배 방식으로 자랍니다.

 

모듈 형식이라 원하는 만큼 화분을

이어붙이는 것도 특징이라고 하네요ㅎㅎ

 

물론 다른 소식도 들었고요!

 

(플랜티에 자라나라 나무나무. 사진출처=엔씽)

(플랜티 화분에서 자라나라 나무나무. 사진출처=엔씽)

 

엔씽에서는 컨테이너 모양의

스마트 농장도 개발했는데요.

 

일명 ‘플랜티 큐브’.

12m 높이의 컨테이너 안에

프랜티 스퀘어 여러 개가 든

수직 농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조 – 모든 가정에 스마트농장을 선사하고 싶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의 포쉬텔*이

플랜티 큐브를 구매해 흥미를 돋웠어요.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키운 채소를

샐러드로 만들어 투숙객에게 주는데요.

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직원은 따로 없고,

농장 작물이 시스템에 맞게 자랍니다.

 

저는 자연스레 엔씽이 사람 대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에 주력한다고 봤습니다.

 

*포쉬텔(Poshtel)

친환경 컨테이너형 호텔.

덴마크의 포쉬텔 팝업 인터내셔널이

체인 사업으로 운영하는 관광 상품이다.

 

(참조 – 이제 농업도 데이터와 디자인을 신경써야죠)

 

(컨테이너 내부에는 농작 시스템이 있다. 사진출처=엔씽)

(컨테이너 내부에는 농작 시스템이 있다. 사진출처=엔씽)

 

그런데 말입니다!

 

엔씽은 스마트팜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진 서비스,

연구도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지난 11월 13일에 엔씽이 주최한

‘제1회 NEXT 콘퍼런스’에 다녀왔는데요.

 

그 자리에서는 위와 같은

스마트팜 제품 외에도

 

농자재 제품 정보를 담은

온라인 플랫폼인 ‘농업의 신’이나

플랜티 개발 이전에 만든

재배일지 앱도 등장했습니다.

 

놀람

“칼륨이 적은 채소를 기르는 법…?”

 

작물 수요에 맞춰 재배를 진행하는

온디멘드(맞춤형) 플랫폼에 대한 구상,

재배 작물에 특정 성분을 더해주는

채소 재배기술 연구도 소개됐습니다.

 

또한 센서와 더불어 농사에 필요한

LED 제품도 직접 개발했다고 하니

 

와… 진짜 다양한 걸 하시는구나

이런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엔씽 김혜연 대표가

‘2013년 이후 지금의 엔씽이 있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말하니

 

좌절

2017년 지금까지 살아남은

5년 차 스타트업의 어떤…

고단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고단함이 뭔지, 초반보다

지금 훨씬 더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해내야 하는데.. 엔씽이

어떻게 그걸 감당해왔는지

 

기자는 그것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결국 엔씽에 직접 찾아가서 대표님께

‘시행착오’의 내용이 뭔지 물어봤죠!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인터뷰 순서 및 표현에 있어서는

약간의 편집을 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스타트업이 나이든다는 것

 

기본_수정

“안녕하세요. 아웃스탠딩 김지윤 기자입니다.

맨 처음에 뵀을 때는 주로 Io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을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가장 최근 행사에서는

농업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거셨어요.

재배부터 유통, 수요까지 아우른다고요”

 

“물론 다들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한다지만 엔씽은 그러기 위해 벌써

전혀 다른 서비스들을 병행하는 듯합니다”

 

(참조 – 플랫폼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엔씽 김혜연 대표

 

“겉보기에는 엔씽이 이것저것

다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요.

사실 이 제품과 서비스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업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이니까 처음에는

하나의 제품에서 시작했어요.

그게 플랜티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농업에서 플랫폼을 지향하는

다른 스타트업들도 있습니다”

 

“다만 농업 자체가 너무 큰 분야라서

각자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재배 기술, 재배 단위에서 먼저

채널을 만들어 확장하는 상황이랄까요”

 

(엔씽 n.thing CEO 김혜연)

 

궁금

“그렇군요! 이제 스마트팜에서 나아가

재배 데이터 플랫폼을 지향한다 하셨죠”

 

“엔씽이 이렇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대표님께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씀하시던 부분이 와닿았는데요ㅜㅜ

혹시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셨나요?”

 

엔씽 김혜연 대표

 

“물론 처음부터 모든 걸

머릿속에 생각해둔 창업자도 있겠지만

많은 창업자는 사업을 해나가면서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모든 대표가 대단한 인사이트로

미래를 내다보고 움직였던 것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거죠”

 

“제가 좋아하는

스티브 잡스의 인터뷰가 있는데

거기서 잡스는 그렇게 말해요”

 

‘5년 후 계획 같은 게 없다,

점쟁이도 아니고 그런 거 모른다,

다만 시장에 빠르게 적응해갈 뿐

 

“네이버 이해진 의장도

유연한 조직이 되기를 원한다

말한바 있고요ㅎㅎ”

 

(참조 – 2016년 네이버 이해진 의장의 주요 발언 정리)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시행착오라기보단 너무 갇히지 않고,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플랜티를 개발하기 전에도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식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봐야 해서

재배일지 앱부터 예쁘게 만들어 출시했고”

 

“농업의 신 같은 경우는

40일 만에 제작해 베타 서비스를 냈어요.

엔씽이 농업에 필요한 자재들을 전부 다

개발할 순 없으니 린하게* 시도해본 겁니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제조-측정-학습’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에 따라 제품을 개선하는 전략

 

(참조 – 초기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기본_수정

“흠. 그렇군요”

 

김혜연대표

 

여기가 맞는지, 안 맞는지

가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일단 새로이 가봐야죠”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조직들도 많아요.

엔씽도 분명 그런 시기가 있었고요

 

“새로운 걸 그냥 시도해볼 수 있는데

투자비가 얼마 들어간다거나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죠”

 

(참조 – “팀원들이 너무 미워보여요. 어떡하죠?”)

 

(참조 –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보수적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좌절

“조직이 보수적으로 변했던 셈이네요”

 

김혜연대표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뭐랄까…

‘우리도 이게 어떤 건지 아직 몰라’

그냥 해볼 수 있는 자유로운 개발 문화

이런 크리에이티브한 문화가 필요해요”

 

아이디어라는 녀석은 굉장히 약해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들 그러잖아요.

나중에 좋은 제품, 서비스가 될 수도 있는데

핀잔 한 마디에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기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는 것처럼

오히려 이 부분을 신중히 다뤄야 합니다”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때

‘하지 말자’와 ‘한 번 해보자’가 있다면

스타트업은 후자를 가져가야 한다고 봐요.

그 과정에서 잘 되는 데 집중하면 어떨까요”

 

(참조 – 리더가 자신의 권위를 갉아먹는 23가지 방법)

 

(참조 – 박찬호와 팀 쿡은 실패했을 때 왜 거울을 봤을까)

 

2.조직이 커지면 속력이 제각각

 

짜증

“흠. 헌데 엔씽의 경우

하드웨어 제품 개발도 중요하잖아요.

‘자유롭고, 린하게 움직인다’는 게

하드웨어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나요?

 

“소프트웨어와는 또 다를 것 같습니다.

무작정 린하게 움직일 수도 없는 거잖아요:(”

 

엔씽 김혜연 대표

 

“확실히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비즈니스 세일즈 등등 분야마다

운영방식이 다 달라지더라고요”

 

하드웨어는 숨이 길어요.

제품 개발 전부터 실험을 계속해야 해서

개발 자체가 오래 걸리고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품이 시장에 한 번 나올 때

최대한 문제가 없게 만드는 게 중요해요.

프로토타입으로 양산해버리면 바로 망하는 거고

제품 고쳐서 보내는 CS 대응에 비용이 잔뜩 듭니다”

 

황당

“읭. 하드웨어는 그럼

빠르게 실험할 수 없는 건가요ㅠㅠ”

 

엔씽 김혜연 대표

 

“대신에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은

린하게 실험할 수 있습니다.

엔씽에서 그렇게 해왔죠ㅎㅎ”

 

“2013년도에 프로토타입 만들 때는

한 디자인으로 제작하는 데 몇백만 원 들고

일주일 넘게 걸려서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이젠 3D프린터로 하루만 공들이면

프로토타입 형태로 테스트해볼 수 있어요

 

“반면 소프트웨어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거기서부터 시작이고요”

 

“예컨대 앱 개발하는 데

1년씩 써서 완벽하게 내는 게

도리어 안 맞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최소단위를 빠르게 장착한 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붙여 나가야죠”

 

괴로움

“어찌 보면 하드웨어 담당자와

소프트웨어 담당자가 정반대로

일해야 하는 셈이네요;;ㄷㄷ”

 

엔씽 김혜연 대표

 

“어찌보면 정반대죠.

충돌은 있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끈기 있게 계속 맞춰가는 중입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단위에서는

제품 출시부터 게임 시작이라면

하드웨어 단에서는 자기에게 생긴

그 틈을 다시 연구에 활용하는 식입니다”

 

“제품 A가 개발 단계에 들어가면

그걸 넘긴 뒷단에서 다른 제품을

자기주도적으로 고민하는 거죠”

 

“제품을 쭉 끌어가는 게

세일즈에서 해내야 하는 능력이라면

반대로 돈과 상관없이 새로운 실험을

다시 해보는 문화도 지켜져야 합니다”

 

“자유롭게 자기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해서 나오는 게 실제로 돈이 됐고,

개발하는 사람에게도 성취감을 줬어요”

 

‘이게 얼마나 돈이 되겠어’라는 말로

자르는 문화를 가지면 안 되겠더라고요.

밴드처럼 같이 좋은 음악을 하면서 꾸준히

앨범을 낸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조 – 회의하다가 기절할 것 같아요ㅠ.ㅠ)

 

(참조 – “조직 커뮤니케이션에도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사진출처=엔씽)

(사진출처=엔씽)

 

3.겪은 만큼 시야각을 키운다

 

일하는모습

“스타트업에서 대표로 일하시면서

많은 고민을 거치신 것 같네요ㅠㅠ

앞으로 엔씽은 어떻게 성장하고자 하나요?”

 

김혜연대표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저희는

농업을 IT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제가 중고등학교 때 저희 어머니께

컴퓨터 켜고 익스플로러로 여는 법을

어렵사리 가르쳐드렸었는데요”

 

“스마트폰이 나오고 나선 저보다

블로그 글도 잘 찾아보고 계세요ㅎㅎ”

 

“개발자들의 생산성도 좋아져서

더 다양한 개발 툴, 클라우드 서버,

앱스토어 등을 활용해서 더 간단하게

생산하고, 널리 유통할 수 있고요”

 

(참조 – ICT와 결합한 도시형 스마트팜에 주목하라)

 

지금의 농업은 농사를 짓는 분이

전부 신경 써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고민하기 어렵지만”

 

“만약 엔씽이 IT 생태계에서처럼

재배 도구, 재배 농법 등을 제공한다면

소비자들도 스마트폰 쓰듯 농사를 짓고”

 

“농업 생산자들도 더 나은 값을 받고

농산물을 신선한 상태로 판매하는

플랫폼이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휴식

“저번 콘퍼런스 때

수요에 맞게 계약 재배를 해주는

장기 계획까지 말씀하셨던 게

떠오르네요=)”

 

“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제품으로 판다는 컨셉이 인상 깊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허허ㅠㅠ”

 

김혜연대표

 

“인류가 농업 없이 살 수 없는 반면에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급격히 줄고

기후변화 같은 문제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없어요”

 

“엔씽이 농산물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농업 시스템을 파는 회사에 가까운 이유입니다”

 

(넥스트 콘퍼런스 현장. 사진=아웃스탠딩)

(넥스트 콘퍼런스 현장. 사진=아웃스탠딩)

 

“처음부터 플랫폼이 될 순 없겠죠.

현재로선 농사 설비, 가격 계산 등을

같이 해나갈 회사도 없는 환경이고요

 

“하지만 엔씽이 그걸 다 해내서라도

저희 기술과 농장을 통해

농업 생태계가 다르게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현금 창출을 해나가면서

엔씽의 가정(if)들을 밟아가려 합니다

 

(참조 –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5가지 포인트)

 

*정리하자면*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거치는

다양한 시행착오 중 이번에는

엔씽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농업(농사) + 플랫폼이라는

빅픽쳐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그 퍼즐을 맞추기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세일즈

연구, 개발, 관리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업무를 한데 일구고 있습니다.

 

좌절

일단 조직이 나이가 들어 커지면서

조금은 움츠러들지도 모르고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서

내부의 충돌이 불가피하겠지만요.

 

파이팅

자유로운 개발 문화가

매출로 이어졌다는 공동경험

엔씽에게 좋은 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은 솔로 가수가 아니라

밴드’라고 비유하는 대목에서

지난, 혹은 지금의 고민이 묻어납니다.

 

파이팅

농업이라는 주제가 분명

풀어내기 어려운 주제지만요.

 

엔씽이 앞으로 어떻게

가설을 검증하고, 실험할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_*

 

 

(참조 – 펀딩 규모 100억 향하는 에너지 플랫폼 이야기)

 

(참조 – 우울증 치료 위해 자택과 병원을 잇는 플랫폼)

 

(참조 – 스타트업 노사관계가 개판되기 쉬운 이유)

 

(참조 – 스타트업 회사들이 배워야 할 ‘난세 리더십’)

 

(참조 – 스타트업 경영의 영원한 난제, 성장 vs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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