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싫어하는 기자가 보는 '어린이 경제 교육'의 중요성 (feat. 세금내는 아이들)
나는 숫자가 정말 싫어! 제 학창 시절 12년은 '수학'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숫자도, 계산도 싫어하는 저는 수학도 싫어했죠. 아무리 노력해도 수학 성적은 쉽게 나오지 않았죠. 수학 공부를 할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말 그대로 수학은 제게 '가성비'가 떨어지는 과목 중 하나였습니다.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수학때문에 손해 본(?) 일들에 대해 열거하자면.. 초등학교 때는 여자아이들 중 유일하게 일명 '나머지 공부'반, 중학교 때는 반 10등 중 유일하게 수학 하(下) 반에 배정됐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그간 외면해 온 수학에게 된통 당했는데요. 수학 성적을 포함한 최종 내신이 1.8이었지만, 수학을 빼면 1.5로 올라갔죠. "이러니까 누가 '숫자'를 좋아하겠어요?" 자연히 숫자와 관련된 경제와 경영 이슈도 등한시했습니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더 이상 숫자를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죠. 그 흔한 경제학 복수 전공도 하지 않았습니다.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의 겁 없는 선택이었는데요.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나서야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열정 하나만으론 기자가 될 순 없었습니다. 기자는 열정으로 버티는 직업이 아니라 논리와 근거로 설득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이죠. 특히, 데이터(숫자) 다루기는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에서 열정만 넘칠 뿐 머리는 차갑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회계 스터디에 참여하는 등 공부를 하고 있지만 숫자와 떨어져 있던 시간들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숫자와 수학, 경제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내 삶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린이 경제 교육에 대한 아쉬움은 제게만 있었던 게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