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취재후기] 어쩌면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최악'이 돼버린 'TIPS 논란'

2016.05.17 12:27

안녕하세요. 아웃스탠딩 최준호입니다.

 

토론 게시판의 첫 글로 뭘 쓸까 고민하다..

최근 벤처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TIPS, 제도의 본질과 개선점은 무엇인가?]의

취재 후기를 공유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TIPS 논란, 제도의 본질과 개선점은 무엇일까?

 

사실 한 달여 전 TIPS논란이 불거진 이후,

아웃스탠딩에서 이 이야기를 빨리

다뤘으면 좋겠다는 여러 독자님들의 말씀이 계셨는데요.

 

개인적으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빨리 기사를 쓰고 싶은 생각이 컸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건 초기 다른 보도를 보면

더벤처스가 가해자,

지분을 많이 뺏긴..스타트업들이 피해자

(이후에 검찰은 피해자는 중소기업청이라고 확실하게 표현함)

로 나왔었는데요.

 

비록 더벤처스가 과거 한 대표파트너의 사건

[정부 지원금 남용 의혹 ‘레인디’, 3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나?]로

벤처업계에서 많은 신뢰를 잃었지만

 

취재 도중에 만난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더벤처스’는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사업을 도와줬다고

제게 설명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건’은 맞는데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모호한

이상한 상황이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의 더벤처스의 반론,

‘이면 계약’이라든지 의도적으로 중기청을

기망한 점이 없다는 주장이 ‘사실’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여부는 이제 법정에서 가려지겠죠.

그러면..

이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주요 당사자.

중기청과 검찰은 어떨까요?

 

제가 쓴 기사에 보면 분명 중기청이

지분 배분에 대한 원칙을 정하진 않은 부분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했는데요.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정책 취지는 공감되지만,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 집행되는

핵심 부분을 제대로 설정해놓지 않은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왠지 면피용으로 지분율 자체만

문제 삼는 듯한 ‘멘트’가 중기청 쪽에서

나오는 게 더 문제인 것 같기도 했구요.

 

그런데 이 부분을 쓰면서 과거 만났던

중기청 팁스 핵심 관계자(사무관)분과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지난해 초 저는 지분율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썼었고,

이후 만난 이 관계자분께에

‘엄청난 항의’를 받았는데요.

 

표현들이 너무 ‘가르치는 듯한’ 느낌에

이야기 당시에는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기사를 고치라고 좀 쎄게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더 고치기 싫어지긴 했습니다.

제가 팩트를 틀리게 쓴 것도 없고)

 

제도를 만든 진정성은 정말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은

‘영혼 없이 일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 분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잘못된 기사’에

정말 진심으로 항의를 하셨고,

이 제도를 통해 국내 벤처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런 공무원분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검찰 부분을 보면…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검찰쪽을

취재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ㅜ

 

그래서 관련 취재를 오래 해온

기자 선배께 검찰 측의 이야기를 여쭤봤는데요.

 

검찰 측은 협의 입증의 자신도 있고

(다른 알선 수재 사건과 비교해서),

결과적으로 갑(투자자)에게서

을(스타트업 대표)를 보호하는 방향이 될 건데,

 

왜 이부분에 대해 벤처업계에서

그렇게 반감을 나타내는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해서

기사를 써야 하는 저는,

어떤 식으로 기사를 써야 할지

오랜 시간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좀 이상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어쩌면 ‘정말 모든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생기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최악’으로 나타나는

아이러니한 일이 될수도 있다는 거죠.

 

중기청은 정말 좋은 제도를 고생해서 만들었고,

기술을 가진 창업자는 있는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원래 ‘세금 도둑놈’

잡는 게 주요 업무니,

당연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된 투자사가 팁스 투자사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가져간 것은 맞지만

두 회사를 카카오에 m&a 시켰고,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도움에 감사한다’고

이야기해 주신 것을 보면 ‘제대로 일을 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면 계약 등

범죄 사실이 없다면 말이죠.

 

결국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때는

팁스는 사업적인 부분이 좀 미진하더라도

기술 인력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든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없는데

제도의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이를 바로 잡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해당 기사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없을까,

꽤 오랜 시간 제도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만든 사회, 제도, 법,

질서는 결코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취재하면서

제가 느낀 부분이니, 이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저의 생각도 당연히 틀릴 수 있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문제’를 발견하고도 대충 뭉개고 가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관습에 있다고 본다면…

 

이번 TIPS 논란은 그저 한 회사,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계속해서 이 문제를 살펴봐야겠지만요!

댓글 (6)
  • 최용식 기자

    최용식 기자

    2016년 5월 17일 오후 4시 46분

    벤처지원은 참 복잡한 이슈입니다. 취지와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곤 하죠. 팁스도 마찬가지. 기술기업에 무상 현금지급을 하겠다는 뜻은 좋았는데 희한하게 서비스기업이 선정되고 벤처투자사가 지원금만큼 지분을 가져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
    • 명경석

      명경석

      2016년 5월 17일 오후 5시 26분

      #### (댓글이 TIPS관련 이야기라 무척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TIPS는 벤처를 도와주기 위한 투자 라는 훌륭한 취지가 존재하지만.. 투자사의 속성이 좋은 업체를 싼 가격으로 높은 이윤을 얻기 바라는 것이고, 벤처회사들은 자신의 기업을 높은 가치로 부여 받기를 원하는데.. 이 과정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본, 회계와 법률적 지식등으로 무장한 투사사가 승기(?)를 쥐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벤처의 성공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투자사들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인 TIPS. 지금의 현상은.. 대의명분과 투자사의 본질, 그리고 벤처기업과의 역학관계가 만들어낸 귀결이 아닌가 합니다...
      • 최준호 기자

        최준호 기자

        2016년 5월 17일 오후 7시 03분

        참 가슴이 와닿는 표현입니다. 사실 TIPS 자체가 벤처투자자들에게도 '쫄지말고 과감하게 투자하라!'이런 취지가 분명히 있거든요. 이번 일을 계기로 명확한 기준이 세워진다면 그 것으로도 값진 일인 것 같습니다!
      • 최용식 기자

        최용식 기자

        2016년 5월 17일 오후 7시 08분

        가장 큰 문제는 투자사가 지분을 가져간다는 내용입니다. 정부가 돈을 내는데 투자사가 지분을 가져간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알선수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죠. 정부 혹은 정부가 출자한 기관이 (의결권 없는) 주식을 가져가던가, 아님 아예 무상으로 자금을 주던가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 홍준

    홍준

    2016년 5월 22일 오전 6시 21분

    잘 읽었습니다. 저는 핵심은 자금은 정부가, 투자결정은 VC가 한다는 게 핵심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슈퍼 히어로 무비에서 이런 말이 나오죠. [거대한 능력에는 커다란 의무가 필수적이다] 같은 의미라고 봅니다. 권한과 의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하지 못한 정부 및 제도 관계자가 1차 책임이고, 그에 대한 귄한/의무의 오용 VC가 2차 책임이고, 벤처(스타트업)업계도 밖에서 보면 ~~마피아, ~~패밀리 처럼 보이도록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벤처관계자 모두에게 3차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 최준호 기자

      최준호 기자

      2016년 5월 23일 오후 7시 11분

      냉철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VC보고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라고 만든 제도이긴한데 ..너무 많은 권한을 준 것 같다는 부분은 정말 동의합니다. '이스라엘'에 이런 제도가 있다!라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시행하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도 분명히 생각할 필요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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