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애플의 미래와 워렌 버핏의 투자

2016.05.17 21:57

오늘 아웃스탠딩이 SNS를 통해

‘Apple is the new IBM’이라는 기사를 언급하면서
애플의 변화에 대해 얘기를 했죠.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한 워렌 버핏.
그런데 이번에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애플의 주식을 1조 원 넘게 샀다는 건데요.

 

(워렌 버핏이 직접 투자한 건 아니고,

그가 고용한 펀드매니저 2명이 투자한 거라네요)

 

그가 예전에 직접 투자했던

테크회사는 IBM이었고,
워렌 버핏의 투자 실적 중에서

나빴던 경우에 해당한답니다.

 

Apple is the new IBM이라는

기사 제목도 그래서 나온 듯한데,
사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이전에도

애플의 변화 징후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죠.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스티브 잡스 이후 2011년 8월에

CEO로 취임한 팀 쿡.

 

팀 쿡은 2014년 10월에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죠.
그는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가까운 삶을

살아서 그런지 공감 능력도 뛰어나고,

 

상당히 부드러운 성격을 가졌다고 하네요.
포용·개방·협업의 리더십을 중시하는 편이고,
탈권위적이며 직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잘 맺는 걸로 알려져 있답니다.

 

 

지금은 2016년이고, 이런 수장이 취임 이후

애플의 시가총액을 2배로 끌어올렸죠.
스티브 잡스는 죽었고,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스티브 잡스와 애플 엔지니어들이

얽힌 이런 일화도 요즘엔 어울리지 않습니다.

 

“2007년 초 아이폰을 발표할 날짜가 임박했을 당시,
그때까지도 아이폰은 여전히

버그 투성이였고, 시스템다운이 아주 잦았다.
애플 스탭들은 언제 다운될지 모를 아이폰을 보면서
계속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로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때 스티브 잡스의 집요한 성격과

완벽을 요구하는 스타일은

주변의 많은 이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잡스는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담당직원을 노려보며 “당신이 회사를 망치고 있어.

이번에 실패하면 당신 때문이야”라는
심한 독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마침내 2007년 1월 9일 잡스의

아이폰 발표는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애플의 담당 엔지니어 6명은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거나

가정생활에 지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잡스의 아이폰 프리젠테이션 장면을 지켜보면서
자기가 맡은 분야의 설명이 무사히

끝나면 차례대로 독주를 마셨다.
아이폰 발표가 다 끝났을 무렵 이들은

술병을 다 비웠고, 그날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있었다.”

그만큼 사회도 바뀌었고, 애플이라는 회사도 바뀐 거겠죠.

 

현재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 때처럼

그렇게 철저한 비밀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도 않고,

팀쿡은 잡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중국이나 인도 시장 개척을 위해 애쓰고 있죠.
요즘은 애플이 만드는 제품들도

예전과는 여러모로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작년 3월에 나온 애플워치만 봐도 그렇죠.
애플답지 않게 옵션 자체가 무척 다양하고,
애플 특유의 통일성 있는 디자인 아이텐티티보다는

패션아이템으로서의 면모가 강하고요.

 

예전에는 다양한 사람이 똑같은

애플을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애플워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죠.

또 애플워치는 새로운 기술보다는

지극히 현재의 기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압권은, 작년 12월에 공식 출시된

아이폰 6S ‘순정’ 스마트 배터리 케이스죠.

누가 따로 말을 안 해주면, 애플이 만들었다고

금방 알아차리기 힘든 제품입니다.

 

출시 직후 전혀 애플답지 않은 ‘배불뚝이’

디자인에 사람들이 많이 놀랐죠.

별다른 혁신도 없고 재질도 실리콘인데,

오로지 가격만 정말 애플스러운 13만 9천원.

 

이 정도 제품까지 나왔으니,
앞으로 애플이 어떤 제품을 만들든

사람들은 그다지 크게 놀라지 않을 겁니다.

 

작년 초에 중국의 시장조사기관에서

부유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애플이 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브랜드를 다 제치고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 선물로 뽑혔다는데
아마 앞으로도 애플은 혁신과

IT명품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 하겠죠.

 

 

그래서 버크셔 해서웨이도 ‘IT명품을 생산하는’

애플에 거액을 투자한 것일 테구요.

팀쿡 역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을 사용하도록(얼마 전에 아이폰SE까지 내놨죠)
중국에 이어 인도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번에 인도를 직접 방문한답니다.

 

다만, 예전의 애플이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았을
애플 제품들 간의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좀 우려스럽긴 하네요.

 

어차피 애플의 생산제품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불가피한 일이긴 한데,
이 문제가 좀 더 심각해지면

‘천상계’에 있던 애플이 ‘인간계’로 내려오는 데에
훨씬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래도 애플은 인간계 1등일 테지만요.

 

천상계 플레이어 리오넬 메시도

나이를 먹으면 인간계로 내려올 겁니다.
Apple is the old Messi.

댓글 (14)
  • 명경석

    명경석

    2016년 5월 18일 오전 2시 12분

    #### 예전에 미래를 만든 긱스(Geeks) 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워즈니악과 잡스 일당들의 이야기 였는데요... SD카드 확장기능 같은 걸 무지하게 싫어하는 잡스의 기호와 감각, 그리고 밀어부치는 카리스마가 만들어내는... 다음 모델에 대한 기대가 느껴지는 게 잡스의 애플이였죠... 지금은 ( 기사원문 참조 : Now, Apple is joining the ranks of the high-quality, if somewhat sleepy, ...) 흔한 대기업이 되어 '참신'과는 거리가 멀어진... 뭘 만들어도 기대가 안되는 회사로 전락했다는 걸 안타까워 하는 마음에서 쓴 기사가 아닌가 합니다... 씁쓸하네요...-- )
    • 최준호 기자

      최준호 기자

      2016년 5월 18일 오전 9시 55분

      그러게요 ㅜㅜ 예전 아이패드2만큼 애플워치2가 기대되지 않는 것만 봐도;;;;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18일 오전 11시 04분

      그래도 한국에서 애플스토어가 문을 열면 구경하러 갈 겁니다 ^^;;;
  • 여신욱

    여신욱

    2016년 5월 18일 오전 8시 18분

    'IT 명품'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어쩌면 대중이 애플에게서 기대하는 것도 '혁신' 자체가 아니라 혁신과 디자인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애플이 마이너 감성이 충만했을 때도, 디자이너나 음악가 사진작가 등 예술가들의 IT 툴로서 지속적으로 브랜딩을 해 왔습니다. 이제는 소비하는 고객군이 너무 광범위해진 것에서 오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중의 맹목적 소비가 가능한 '브랜드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국 S&P500 기업들 평균 PER의 절반 수준으로 저평가 되었으니 가치주로서의 매력이 생긴게 아닐까 싶습니다.
    • 최준호 기자

      최준호 기자

      2016년 5월 18일 오전 9시 54분

      맹목적 소비가 가능한 브랜드파워 ㅜㅜ 정말 다른 회사들이 보면 부러운 요소일 듯';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18일 오전 11시 10분

      원래 어디서나 '사람이 많아지면' 변화는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그냥 인터넷게시판 하나만 봐도, 소수였던 방문자가 갑자기 많아지면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니까요.
      기존의 애플 시장과 고객, 새로운 애플의 시장과 고객이 애플을 바라보는 시각도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최준호 기자

    최준호 기자

    2016년 5월 18일 오전 9시 54분

    저도 IT 명품'이라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네요. 얼마 전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 분과 미팅을 가진적이 있었는데요(ㅎㅎ 곧 기사로 나옵니다) 인도에서는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는 건 '선불 요금을 안내도 되는 최상위 1%'를 뜻한다고 합니다. IT 기기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낸다는 거죠.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18일 오전 11시 14분

      애플은 2014년에 럭셔리 패션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의 CEO였던 사람을 리테일 수장으로 영입하기도 했죠.
      이때 팀쿡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직책에 전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책임자"
  • 최용식 기자

    최용식 기자

    2016년 5월 18일 오전 10시 25분

    워렌버핏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IT기업에 투자하길 꺼리고 특히 혁신기업에 투자하길 꺼립니다. 이보단 전통 제조기업, 시장지배적 기업에 투자하길 선호하죠. 왜냐면 대규모 자본을 굴리다보니 리스크 헷징이 중요하고요. 지주사 특성상 배당수익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애플이 이제 혁신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 물론 테크기업에 대한 자세전향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18일 오전 11시 24분

      워렌 버핏(이 할아버지는 컴퓨터 자체를 잘 모른답니다)이라기보다는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일하는 '그보다 젊은' 펀드매니저들이, 자신들이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 중 일부를 이제 IT명품을 만드는 애플에 투자했다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테크기업에 대한 자세전향이라기보다는, 그냥 시장지배적 기업에 투자한 거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애플이 이제 혁신성은 떨어졌지만, 향후 수익안정성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네요.
      • 최용식 기자

        최용식 기자

        2016년 5월 18일 오후 3시 28분

        아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ㅎㅎ
  • 장혜림

    장혜림

    2016년 5월 18일 오후 4시 39분

    감사합니다! 애플을 리더십 측면에서 분석해주신 것 같습니다. 저도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전체적으로 볼 때 개인에게 지나치게 큰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면 한 방향으로 치우쳐질 때가 많더라고요. 인터뷰 글 쓸 때의 제가 생각나는..ㅋㅋㅋ 어쨌든 매력적이고 특히 '비범하다' 혹은 (주로 우리나라에서) '비정상이다' 혹은 '긱하다', '너드같다' 등등 이야기를 듣던 사람이 권력있는 자리에 오르면 그 특징에서 회사의 특징을 뽑아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
  • 홍준

    홍준

    2016년 5월 22일 오전 6시 44분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IT 분야 특히,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하드웨어 측면에서 애플은 여전히 강력하고, 여전히 천상계 혹은 천상계에 가장 가까운 플레이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은 말씀하신 축구계 메시처럼.. 드리블, 패스, 프리킥 그리고 슛까지 대부분의 역할이 가능한데, 그 개별 능력도 월등한 베스트 플레이어라는 의미죠. 이게 워낙 대단하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해서.. 우린 [천상계]라는 별도의 레벨 칭호까지도 부여하구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1990년대 소니의 기세가 그랬습니다. 워크맨, 디스크맨, MD맨까지 넘사벽의 디자인과 기능성 그리고 초박형(무게) 혁신까지.. 저도 나올때마다 계속 제품들을 사대곤 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혜성같이 등장했던 iriver(아이리버)가 sorry, sony! 라는 슬로건과 함께 소니와 대등한 수준의 디자인 및 기술력이 반영된 제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죠, 대략 1/3 가격에 말이죠. 지금은 애플에 대해 그 역할을 HTC, 삼성, LG, Xiaomi, huawei 등의 차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구요. 요약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디자인, 기술력의 격차는 크지않고 신기루에 가깝다. (폭망하던 LG전자가 6-7개월 절치부심으로 G5와 같은 혁신적(판매량의 성공여부와 별개로..) 제품을 내놓는 걸 보면 더더욱) 따라서, 애플은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왔고, 구글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페이스북이 또 다른 차원의 정점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저도 글 하나 올리겠습니다.) 고로 버크셔의 투자는 큰 손실로 이어질 확율이 높다. 가 아닐까 싶습니다.
    • 최용식 기자

      최용식 기자

      2016년 5월 22일 오후 5시 37분

      말씀대로 2010~2012년의 애플은 넘사벽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의 애플은 그냥 좀 더 좋은 제품 만드는 생산자 같습니다. 확실히 전략자의 부재 탓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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