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유료화와 현지화

2016.05.21 21:06

전 세계에서 동영상 부문 애플리케이션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앱이 ‘넷플릭스(Netflix)’이고, 음악 부문 앱은 ‘스포티파이(Spotify)라고 하더군요.
넷플릭스는 지난 1월에 한국에도 공식 진출했고, 스포티파이는 아직 국내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정액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었죠.

건당 결제를 해야 했고, 결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광고를 억지로 봐야만 했습니다. 이건 마치 돈주고 음악을 듣는데, 음악 시작 전에 광고가 나오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개인화 영화추천 서비스로 유명한 왓챠는 ‘왓챠플레이’라는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했고 SK는 ‘옥수수’라는 서비스를 들고 나왔죠.

넷플릭스와 왓챠를 이용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렴하고 참 편리합니다. 당연히 광고도 없구요.

 

결국 넷플릭스 같은 정액제 서비스를 못해서 안 한 게 아니라, 그냥 건당 결제와 광고를 유료화 모델로 유지해오고 있었을 뿐이라는 얘기죠. 그러고 보면, 한국사람들은 참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제서야 정액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는지, 한국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도대체 이제까지 뭔짓을 해오고 있었다는 건지..

 

하지만 누가 헬조선 아니랄까봐, 얼마 전부터 넷플릭스의 ‘현지화(?)’에 대한 불만이 나오더군요.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190여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넷플릭스가 성인인증을 도입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심사’를 위해 여러 콘텐츠들이 서비스 중지되었다가 복원되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영등위의 등급분류를 위해 몇몇 컨텐츠의 장면들에 블러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분명히 돈을 냈고 성인인증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어이없게 블러 처리된 콘텐츠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보통 현지화라고 하면 현지 이용자들의 환영을 받는 일일 텐데, 한국에 맞게 현지화된 넷플릭스는 이렇게 망가지는 거군요.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며 이런 식으로 망가지는 걸 보니, 스포티파이가 한국에서 정식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는 지금이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2016년에 지구촌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영화는 넷플릭스로, 음악은 스포티파이로 가장 많이 감상하고 있는 셈인데 스포티파이도 괜히 한국 진출했다가 넷플릭스처럼 이상한 서비스로 변질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냥 현재 모습을 유지하며 외국 서비스로 남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말이죠.

 

요즘 저는 스포티파이 프리미엄을 이용하고 있는데, 참 편리하고 마음에 듭니다. 스포티파이 역시 정액제이고, 음질도 괜찮습니다. 스마트폰이든 데스크탑이든 태블릿이든 어디에서나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개인화 추천서비스도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만약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해서 넷플릭스처럼 ‘현지화’되면, 좀 이상하게 변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지금 스포티파이에는 한국 음악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서비스 자체가 망가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저는 한국인인데, 도대체 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오히려 정식 한국 서비스를 학수고대해야 정상인데, 넷플릭스를 보니 그 반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 답답하네요….

한국적으로 변질된 넷플릭스를 애도하며, 다행히(?) 아직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스포티파이로 음악이나 들어야 되겠습니다 ㅠㅜ

 

댓글 (11)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5월 21일 오후 11시 25분

    그 놈의 규제 때문이죠. ㅎㅎ 기자들이 문제성 기사를 써놓고 마지막에 "정부의 대책이 없다는 데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이런 식으로 덧붙이면 않았어도 더 좋은 환경이 됐을 텐데.. 저도 여러 차례 그랬다는 점에서 반성을 많이 합니다. ㅠㅠ 아 그리고 만약 신문체로 쓰신다면 문장 아닌 문단 단위로 줄바꿈을 하신다면 더 가독성상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23일 오후 3시 10분

      데스크탑에서 볼 때와 모바일에서 볼 때 좀 다른 듯한데, 문장 자체를 좀 짧게 하면서 문단 단위로 줄바꿈을 하는 게 보기에 편할 것 같네요.
  • 명경석

    명경석

    2016년 5월 23일 오전 2시 42분

    #### 정당한 내돈 내고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렵죠.. 네가티브 정책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딱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보시는 게 속 편하실 겁니다...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23일 오후 3시 05분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사안들이, 한국에서는 당연하지 않다는 게 문제겠죠. 그래서 쓸데없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 괜히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죠. 이것만 개선되어도, 한국에서 사는 게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최준호

    최준호

    2016년 5월 23일 오전 11시 53분

    물론 검열 부분은 저도 불만이지만..저는 약간 생각이 다른데요^^ 예를들어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훨씬 '폭력'에 깐깐한 심의때문에 한국에선 손쉽게 출시되는 게임이 출시 자체가 못되는 경유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로리' 캐릭터 잘 못썼다가는..바로 철컹철컹이구요. 그러다보니, 넷플릭스 샅은 회사가 마음먹고, 현지 배려(?)해주면서까지 들어올 정도로 우리 시장이 커졌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5월 23일 오후 12시 47분

      하기야 유튜브는 실명제 어택 맞자마자 바로 댓글서비스를 폐쇄했으니.. ;;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23일 오후 2시 58분

      최준호 기자님께서 약간 오해가 있으신 듯하네요. 이번에 넷플릭스의 블러 문제는 폭력이나 로리 같은 문제와는 좀 다르다고 봅니다. 그런 사회적인 문제(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 조금 다르게 생각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치고)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 지극히 '표현의 자유'에 가까운 문제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그저 딜도가 화면에 비춰진다는 점 때문에 블러 처리가 된 겁니다. 딜도가 화면에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는 사회적인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 장면의 맥락과는 무관하게 그냥 딜도가 화면에 보이니까 기계적으로 가린 걸로 보입니다. 돈을 지불했고 성인인증을 했는데, 딜도가 보이는 화면이 블러 처리가 된 겁니다. 인터넷쇼핑몰에서도 성인인증을 하면 딜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문화상품인 드라마에 등장하는 딜도가 블러 처리가 되다니요? 이건 독일이나 미국에서는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볼 권리 박탈일 테고, 폭력이나 로리와는 전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거죠.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을 (190여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넷플릭스가 한국을 배려해주는 거라고, 우리 시장이 커졌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최준호

        최준호

        2016년 5월 23일 오후 3시 33분

        앞서 말씀드렸듯 저도 성인물에 제제를 가하는 우리나라의 심의 제도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기도 아니고 딜도까지 블러처리한건 진짜 지나친 심의라고도 생각해요 ㅜㅜ 그리고 이거 지켜주는 넷플릭스도 한반도에 들어와서 참 고생많이 하고 있구요 ㅎㅎ 다만 폭력물과 딜도..가 어느 지점에서 '표현의 자유'에서 다른 급으로 취급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나친 폭력물의 게임 = 피 색깔을 바꾸거나 해당 장면을 삭제해서 출시, 딜도 = 성적 콘텐츠니까 블러 처리해서 출시..검열의 맥락은 비슷하지만, 그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23일 오후 5시 36분

        하긴 표현의 자유라는 이슈 자체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죠. 그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말씀도 맞구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EU가 스트리밍 사업자에게 콘텐츠의 최소 20%를 유럽 영화와 TV프로그램으로 채우기를 요구할 거라는 얘기도 들리네요 ㅎㅎ
  • 장혜림

    장혜림

    2016년 5월 23일 오후 3시 58분

    저도 동의합니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대로 입장이 애매할 텐데 어쨌든 세계 정복하고 그 나라 콘텐츠까지(특히 K 콘텐츠는 힘이 세니까요) 자기 서비스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런 과정을 거친 것 같아요. 스포티파이는, 서비스가 어떻게 변질될지는..뭐 음악도 우리나라에선 심의 개입 많아서 아쉬운 점 있지만 그보다 CEO가 앤드유저한테 서비스 제공할 때 디테일에 신경을 엄청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비스 딜레이되는 거 못참아서 그거 하나 고치는 데에 몇 주를 쏟는다고 하네요.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랑 비슷한데 이거 우리나라에선 해결되어서 무리 없이 들어오고 어디서 보든 딜레이 적게 볼 수 있는 거고요) // 서비스하는 입장에선 이런 게 선해결 돼야 하지 싶습니다! /// 콘텐츠 이야기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다른 이슈 불러와봤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려용 저도 관심있는 주제여서요~
    • 아서정

      아서정

      2016년 5월 23일 오후 6시 00분

      몇 개 시험삼아 검색해 보니, 스포티파이에도 한국음악이 전혀 없진 않네요. 특히 아이돌그룹 노래는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많지는 않지만, 한글로 '소녀시대' 검색하니 Girls' Generation 페이지가 뜨네요.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하면 많아지겠지만, 과연 어떤 식으로 현지화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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