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기사를 본 독자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버텨주세요!

2016.06.08 23:08

이건 토론거리는 아니고요.
그냥 개인적인 썰입니다. ^^;;

 

2010년, 기자 초년생 시절이었죠.

 

당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핫했던 아이템은 소셜커머스였는데요.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신생기업이 우후죽순 생겨
어느덧 1000개를 바라볼 정도였습니다.

 

그때 저는 회사선배로부터
전 직장(토마토TV) PD로 몸담고 있다가
신생 소셜커머스 회사로 이직한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창업자가 큰 음식점 여러 개를 하고 있다”,
“자산이 꽤 많은 터라 대규모 광고 때릴 거다”,
“이를 통해 선두주자로 치고 나갈 거다”,
“오랫동안 오프라인 사업을 해서
다른 플레이어보다 훨씬 실전에 강하다” 등등

 

이런저런 비전과 차별점을 설명하시더니
홍보기사를 부탁하더라고요.

 

뭐 나름 기사거리가 될 것 같아 기사화를 했는데요.

 

한달 후 근황을 물어보니 접었다는 겁니다. -_-;;

 

알고보니 창업자(전주)가
대형 소셜커머스 회사랑 몇 번 딜을 진행해보고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 직접 차렸는데
네이버 광고 몇 번 때려보고
사업이 안될 것 같자 발을 뺐다고 하네요.

 

그분이야 그냥 손절매하신 건데
문제는 순진하게 기사를 쓴 제가 완전 바보됐죠.

 

게다가..

 

“티몬을 엎는다 신개념 소셜커머스 등장”

 

이런 식으로 썼거든요. ㅜㅜ

 

정말 너무너무 창피했고
정말 마니마니 반성했습니다.

 

참고로 전직장 PD님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다른 곳으로 이직을 했다고 하네요.

 

이후에도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이제는 왠지 수상하다 싶으면 경계심이 생기는데요.

 

왜 이 말을 꺼내냐면
아무리 린스타트업이 유행이라 해도
서비스 몇달 해보고 접을 거라면
거창하게 언론노출을 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기사를 본 독자들이 피해를 봅니다.
“몇 달 해보고 접을 거다” 말을 해주시던가.. ㅜㅜ

 

홍보목적으로 기자를 만나는 거야 좋지만
가능하다면 평생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몇 년을 바라보고
진지하게 사업을 해주십사 부탁드리고

 

비록 고난이 오더라도
기사를 쓴 사람을 위해서라도,
아니 기사를 본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버티고 버티고 버텨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댓글 (9)
  • 명경석

    명경석

    2016년 6월 9일 오전 1시 52분

    #### 중앙뉴스 김종호 기자님이 저 취재 하신 다음 연락오셔서 스타트업 소개 부탁하셨는데.. 최용식 기자님과 같은 우려가 있어서 소개를 못드렸습니다..

    월간app 김관식 편집장님도 7minutes 동영상 인터뷰 하신 다음 연락 오셨는 데.. 그 때는 마침 제가 봐둔 업체가 있어서 소개를 시켜드렸죠.. (차별이 아니고.. 그래서 그런거니 혹여라도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어쩌다 보니, 모임 끝나고 나면 강사, 기타 여러 분야 멘토분들 추천해달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는 데요.. 일단 그분이 사업을 접으셨는 지, 접으시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말씀드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최용식 기자님의 말씀도 이해가 가면서..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그만큼 치혈한 전장에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함께 떠오르는 글이네요...


    P.S> 취재해 주셨던, 언급해 주시는 기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9일 오후 12시 13분

      옙. 물론 접는 분들도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요. ㅜㅜ
  • Junghyun

    Junghyun

    2016년 6월 9일 오후 1시 57분

    기사 제목이 너무 자극적 입니다 "엎는다" 라니요..... T.T

    올해 초에 너무 거창해보이는 기업 홍보기사가 있어
    해당 기업을 서칭해봤는데, 회사 블로그에 호텔에서
    사업발표회 하는 포스트도 있더군요.

    그런데 참석하신 분들의
    모습을 사진을 보니..... 전 무슨 회갑연이나 고희연 혹은
    중년 부부동반 살롱모임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템이... 콘텐츠 글로벌 유통, 저작권 보호였고 젊은 기업..
    뭐 이랬거든요. 해외지사도 있고 미국 투자자도 있다 하고..
    사단법인 미래학*** 회장도 고문으로 있다고 하고..
    기사 제목이 "Net****x를 뛰어넘는 글로벌 플랫폼..." 뭐 이랬었고.

    몇 년 째 사업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이분들도 진지하게 사업하고 계시겠죠. 근데 너무 기이했거든요.
    업체 실명은...적기 뭐해서..여튼 너무..좀.. ^^;
    일찍 접은게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두고두고 검색되느니.....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9일 오후 4시 19분

      죄송합니다. 그때는 어렸습니다. ㅠㅠ
  • 최준호

    최준호

    2016년 6월 9일 오후 6시 42분

    지금 연재중인 <스타트업100> 중에서도 벌써 문닫았다는 소식만 두 곳을 들었거든요..이 바닥이 정말 쉽지 않죠..벤처의 특성상 '초기 기업'의 비전을 응원해주고 싶은 생각에..그렇게 써주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ㅜㅜ 결국엔 기자들도 '꾼'과 '기업가'를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10일 오전 12시 04분

      정말 꾼을 조심해야 되요. ;;
    • 장혜림

      장혜림

      2016년 6월 10일 오후 4시 33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ㅠㅠ
  • 김하람

    김하람

    2016년 6월 9일 오후 7시 14분

    버티고 버티기에 돌입한 상태에서 이러한 기사를 보니
    심쿵심쿵 울컥울컥 합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멘토님의 적극적인 지지와 확인된 사업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준비하곤 여러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벌써 하나 하나 계획들이 쓰러져가네요.

    믿었던 지인의 영입 실패로 급해진 구인(영업팀을 구하는 것이라 쉽지 않네요.)
    믿었던 청년창업대출의 고갈 (올해 예산이 다 소진되었다고 합니다. )
    믿었던 구성원의 등돌림 ( 등돌림 보다는 보류? 라고 해야하나요.. )
    믿었던 나 자신의 밑바닥
    (사업전선에서 한 순간 한 순간 밑바닥에서 성장하여 버팁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계획만 방법이 아니라
    또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찾고 있고 찾아서 진행하고 있구요 ^^

    꼭 올해안에 아웃스탠딩에서 저희 기사로 만나뵙길 바랍니다.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10일 오전 12시 04분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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