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스타트업과 주화입마

2016.09.22 01:25

몇달 전이었습니다.

 

나름 잘 나간다는 모 스타트업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초기멤버 중 한 명이 조직쇄신과
지금까지 성과기여를 명분삼아
과도한 요구를 했다는군요.

 

아마도 더 많은 의사결정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요구한 것이겠죠.

 

회사측은 좋게 좋게 해결하려고 했지만
그가 넘지 말아야할 선까지 넘으면서
결국 이사회 결의를 통해 퇴사조치했다고 합니다.

 

또 몇달 전이었습니다.

 

한 공개석상에서 어떤 분을 만났는데
“벤처업계는 이렇게 흘러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더라고요.

 

사실 뭐 비평과 발언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말투와 분위기가 험악했습니다.

 

아마 한번쯤 경험해보셨으리라 보는데요.

 

마치 극단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매체의 기사를 보는 듯한, 그 기분 말이죠.

 

누군가 싶어서 포털 검색을 해보니
과거 벤처 1세대로 이름을 날린 분이더라고요.

 

그러나 회사가 부도나면서
부와 명예를 모두 잃어버렸는데요.

 

아마도 이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트라우마로 남은 듯 했습니다.

 

왠지 안타까웠습니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사업가,
피터틸이 그랬나요?

 

위대한 창업자와 거리 미치광이는
어떻게 보면 종이 한장 차이와 같다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스티브 잡스, 레리 페이지, 마크 주커버그,
제프 베조스, 손정의, 마윈의 어록을 보세요.

 

그 포부와 목표가 감히
일반인이 내뱉을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이들은 어떤 의미로
또라이이자 아웃사이더이자 몽상가이며
기본적으로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을
기어코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울러 실천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과 고통,
사람에게 치여본 경험 탓에

교양, 온화함, 경청, 배려 등
고상한 가치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죠.

 

마치 주화입마에 빠진 것처럼 말이죠.

 

주화입마란 “지나친 수련과 몰입 탓에
심신이 망가져버린다”는 무협지 용어인데요.

 

모든 스타트업 종사자들, 특히 창업자들은
항상 주화입마 위기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분들을 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쯧쯧,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서야 되나”
“나는 절대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보다는

 

왠지 측은하고 왠지 도와주고 싶고
무엇보다도 묘한 동질감(?)과 함께
어쩌면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것.

 

스타트업을 선택한 순간,
잠재적 주화입마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치열함, 생존본능, 투쟁심,
철두철미함, 치열함이 없어선 안되겠습니다만..

 

그만큼 교양, 온화함, 경청, 배려 등
고상한 가치를 놓아서도 안되겠습니다.

 

댓글 (4)
  • 명경석

    명경석

    2016년 9월 22일 오후 1시 42분

    #### 전 약간 관점이 다른데요.. '멀쩡했던 사람이 주화입마에 빠져 뭐를 그르쳤다.' 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그릇의 크기에 따라 발생하는,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금전의 경우로 예를 들어보면..
    3억을 만지던 사람이 1억을 얻게 되면 별일(?)이 생기지는 않지만.. 30억을 손에 쥐게 되면 이사부터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 1위를 달리다가 주식상장으로 직원들이 주식대박을 맞은 모회사가 방만한 경영으로 신제품도 제대로 못내고 쫄딱 망해가다가.. 살짝 반등의 기미가 보이자 대기업에 인수당한 케이스도 있죠..

    지금 당장은 가진 게 없을지라도.. 평소에 그걸 얻게 됬을 경우.. 어떻게,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되어있다고하면.. 벼락부자의 야반도주 같은 일이 벌어지는 확률은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권력 #명예 #돈 #인성 #인품 #그릇의크기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9월 23일 오후 3시 52분

      사람이란 무릇 '타고난 그릇'이라는 게 있지만 또 살아오는 과정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그릇'을 펴기도 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둘 중 무엇이 더 큰지는 참 알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ㅎㅎ
  • Junghyun

    Junghyun

    2016년 9월 22일 오후 2시 58분

    일과 가정의 균형을 원하는 사람은 사업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가정하고 균형을 이룰정도면 회사에서도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균형을 이룬다면 사장의 덕목을 다 준수할 수 있을까?
    덕목을 준수할 만큼 내공도 강해서 풍지평파를 다 받아들이고
    흡성대법으로 강호를 평정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상반된 가치들을 때에 따라 모두 가져라..한가지만 넘치게 해도 시원찮다고도 하고.

    괴물을 만드는거 아닌가요. ^^: 그정도면 정말 외계인 같거든요.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9월 23일 오후 3시 50분

      맞는 말씀이십니다. ㅎㅎ 세상에 완벽이란 없으며 모든 가치는 양날의 칼과 같은 성격을 지니죠. ㅎㅎ 그래서 위대하고 존경받는 기업가, 전문가가 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노력은 해야겠죠. 스티브잡스가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 성격적 결함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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