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동네만두집과 북촌손만두

2016.12.08 17:56

44.jpg

 

제가 평소 자주 가는
집앞 만두가게가 하나 있는데요.

 

단골이 된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동네에 만두집이 딱 하나이고
저렴한 가격이라(1500~2500원)서요. ㅎㅎ

 

아, 거의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다는 점도 있네요.

 

거기는 좋게 말하면 한결 같고
나쁘게 말하면 구태의연한 곳인데요. ;;;

 

사장님은 40대 아저씨에
메뉴가 고기/김치만두, 왕만두, 찐빵으로
정말 뻔하디 뻔한 구성과 맛이고요.

 

포스기가 없어 카드를 받지 않습니다.
무조건 현찰이어야 됩니다.

 

뭐랄까, 1980년대 1990년대
만두가게 모습이랄까.

 

장사가 안되긴 안되는데
그래도 동네에 만두가게가
하나 밖에 없어서
아예 안되진 않았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하루매상이
3~10만원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자제분들이 가게에 와서
학습지를 푸는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좀 짠하더라고요. ㅠ

 

그러던 어느날 맞은편 건물에 떡하니
프랜차이즈 북촌손만두가 들어섰습니다.

 

저는 동네 만두수요가
이렇게까지 많은 줄 몰랐습니다. ;;

 

김치/고기만두, 왕만두는 물론
튀김만두, 새우만두, 갈비만두,
국물만두, 굴림만두, 새끼만두 등
다채로운 메뉴는 굉장한 파괴력을 일으켰고요.

 

단골가게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
사람들이 아주 바글바글한 모습이 나타났죠.

 

반면 제 단골가게는 더욱 파리를 날리게 되고..

 

에휴, 자칫 이러다가
문닫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ㅠ

 

어떻게 보면 언론에서 흔히 말하는
‘유통회사의 골목상권 죽이기’가
제 눈앞에 나타난 셈인데요.

 

사장님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폭리를 취하는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영업이 뚝 끊기는 걸 눈앞에 보니까
좀 안타까웠습니다. 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1. 왜 그 많은 잠재수요를 잡지 못했나.

 

2. 선점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하고
후발주자에게 자리를 뺏겼나.

 

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가게평수는 큰 차이없고
비용구조는 오히려 더 유리했을 텐데..

 

맛 개선, 신메뉴 개발, 온라인 마케팅,
각종 프로모션 및 멤버십 서비스 등
할 수 있는 게 있었을 텐데..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에너지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조금만 써도 좋았을 텐데..

 

요즘 같은 시대,
포스기조차 놓지 않다니요. ㅜ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님이 말하길

 

“20~30년 된 허름한 중국집의 사장님”

 

“사람들은 단순히 그가
짜장면이나 만들어 파는 줄 알지만
알고보면 수없이 많은 위협 속에서
당당히 생존에 성공한 경영고수다”

 

결론적으로 동네 만두가게조차 평범하거나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네요.

 

 

댓글 (3)
  • Junghyun

    Junghyun

    2016년 12월 9일 오후 12시 31분

    그 만두 가게 아저씨는 자신의 만두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이나 애정이 있을까요?
    알고보니..만두피 부터 재료 하나하나까지 엄선된 엄청난 내공이 있을까요?.....
    혹시 "만두 안좋아하는데..그냥 동네에 없다보니 하게 됬소..." 이런건 아니겠죠. (Plz...)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38분

      맛은 '고향손만두'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ㅜㅜ
  • 명경석

    명경석

    2016년 12월 12일 오후 9시 35분

    #### 제가 '최인아책방'을 다녀오고 나서 느낀 부분인데요.. 같은 걸 하더라도
    뭘 어떻게, 기획해서 해 내느냐에 따라 결과치는 달라지는 듯 합니다.
    내실, 내공을 다질때는 다져야 하지만
    그걸 표출할 시기가 오면 타이밍 맞춰 제대로, 효과적으로 해내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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