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블록체인이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신뢰 포인트'

2018.04.04 18:17

최근 <협력의 진화>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기적인 개체들이 선의 없이도 시스템을 지탱할 수 있는지, 그렇게 되는 상호작용 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게임 이론 얘기가 나오네요ㅎㅎ 예전에 읽으려고 사뒀던 책을 갑자기 요즘 꺼내 읽는데요. 블록체인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0465005640_1.jpg

 

“중앙 권위체가 없는, 이기주의자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도대체 어떤 조건일 때 협력이란 행동이 나타날까? 이 문제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왔다. 사람들은 천사가 아니며 가능한 자기 이익부터 챙기는데도 인류 사회에 협력이라는 행위가 나타났다는 것, 이 협력을 바탕으로 문명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토마스 홉스는 국가가 존재하기 전까지 삶은 ‘외롭고, 누추하고, 역겹고, 거칠고, 궁핍하다’고 냉혹하게 표현했다. 자연 상태는 서로 경쟁하는 이기적인 개인들의 문제에 억눌려 있단 거다. 중앙권위체 없이 협력은 절대 나타날 수 없으며, 따라서 강력한 정부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관점이었다”

 

“이후로 공권력의 적정범위를 놓고 벌어진 논쟁은 특정한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을 때 과연 협력이 나타나길 기대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흔히 초점이 맞춰졌다. 협력이 창발되는 조건은 오늘날 여러 국가들의 국제 정치, 중앙 권위체가 없는 상황에서도 쟁점이 된다”

 

KakaoTalk_20170523_102010166.png

사실 암호화폐,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암호화폐에서는 단기적인 투자로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점이죠. ‘장기적인 활용’, 서로 모르는 투자자라 해도 암호화폐 가치를 함께 부양하자는 지적이 커뮤니티 안팎에서 나오는 맥락과 같습니다.

 

(참조 – 암호화폐 투자,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참조 – 카이버네트워크가 말하는 ‘암호화폐 대중화’)

 

암호화폐가 오가는 블록체인에서도 ‘자율적인 협력’은 중요합니다. 시스템을 지탱하는 검증인들이 이익을 얻으면서도 네트워크에 긍정적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해야 하거든요. 단순히 “우리 착하게 살자”고 다그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인간을 관찰하고, 개개인의 행동이 전체에도 이득이 되는 생태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참조 – 블록체인에 대해 알아보자 : 기술 입문)

 

이 부분에 대해 짤막하게 코멘트하고, 페이스북 지인들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레이첼 보츠먼이라는 학자가 말하는 ‘위 제너레이션’, 공유경제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 블록체인 생태계를 좀 더 흥미롭게 볼 수있다고 하더라고요. 궁금해져서 일단 TED 강연부터 찾아봤습니다. 

 

공유경제에서 중요한 ‘신뢰’ 문제를 언급하며 신뢰의 근거가 점차 바뀐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저같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소유권보다 접근권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자기가 지금 원하는 경험, 콘텐츠를 얻기 위해 이것저것 공유하는 경제가 형성됐고요. 피차 협력하는 경제가 잘 유지되려면 신뢰가 지켜지는 게 관건입니다. 얼마나 믿을만 한지, 명성(reputation)이 도드라지기도 합니다.

 

rachel.jpg

 

특히 2년 전 테드 강연에서 공유경제에서 중요한 3가지 신뢰 포인트를 언급했네요. 일단 ‘생판 모르는 사람과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아이디어를 믿어야 하고요. 나아가 이런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내 차를 남에게 빌려준 후 엉망인 채로 돌려받지 않으리라는, 그럴 경우 플랫폼에서 뭔가 액션을 취해준다는 ‘안심’의 영역입니다.

 

세번째는 이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다른 사용자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들도 나처럼 이 아이디어, 이 플랫폼을 믿고 이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신뢰 포인트가 성립할 때 공유경제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집니다. 처음 카 쉐어링 서비스를 쓸 때와 이미 이 서비스를 써본 후의 부모님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KakaoTalk_20170523_133756194.png

이 세 가지 신뢰 포인트는 블록체인 시스템에도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일단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에서 암호화폐라는 도구를 활용해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동의한 상태여야 하고요. 최소한 이 시스템이 홀랑 망해버리진 않는다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내가 정도껏 행동하는 것처럼 다른 사용자도 나를 배신하지 않고(?!) 이 생태계의 룰을 따르며 정도껏 행동하리라 짐작해야죠.

 

아직은 이런 세 가지 포인트가 완전히 들어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30일 코인원블록스가 열었던 밋업에서도 나온 얘기인데요. 카이버네트워크의 비즈니스 총괄인 티엔 리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지 못한 원인 중에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작년 하반기 투자 광풍, 거래소 해킹 사태, ICO 사기부터 단기차익만 노리는 사용자가 다수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참조 – 폰지 사기와 유사한 다단계코인들)

 

(참조 – 넴은 거래소 해킹에 어떻게 대응했나)

 

물론 블록체인은 이중 지불을 막고, 데이터를 중간에 바꿔치기 할 수 없기에 시스템 차원에서 신뢰를 구축했지만요. 딱 거기까지입니다. 블록체인에 기록됐다고 해서 ‘베짱이는 사실 개미’라는 데이터가 참이 되진 않습니다. 설령 이론적으로 설득력이 있더라도 좀 더 검증이 필요합니다. 시스템 차원에서 미리 마련할 수 있는 신뢰도가 있고, 결국 시간과 공을 들여 구축해야 하는 ‘신뢰’가 있습니다.

 

일단 오늘은 레이첼 보츠먼의 ‘협력적 소비, 공유경제 모델’과 결정적인 요건으로 떠오른 신뢰(trust)를 블록체인과 견줘봤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기사를 통해 쉽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뾰로롱

 

 

댓글 (1)
  • 보리소년 양병철

    보리소년 양병철

    2018년 4월 5일 오후 7시 44분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비용이 (일반 컴퓨팅 방식보다) 너무 비싸서 유일하게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경우는 '암호화폐 투기' 밖에 없을 것이다"고도 말했다.

    블록체인의 미래는 아니지만 현실이고, 베타 정도가 아닌 기초적인 수준이라 일반인이 체험할 수 있는 가치있는 서비스가 나오려면 바람보다는 훨씬 긴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탈린은 분명히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비춰 보면 현재 ICO성공한 사업 대부분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Powered by RainBoard

패스워드 확인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