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블록체인은 문제투성이에요. 그래서 너무 재밌어요~!"

2018.09.07 17:07


(사진 출처=디사이퍼)

 

“제가 작년까지는 블록체인을 정말로 싫어했어요. 암호화폐도 뜬구름 잡는 얘기로 나오고, 스포츠토토가 블록체인 때문에 다 죽는다는 말도 들었어요. 굉장히 안 좋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제 거품이 많이 죽으니 오히려 기술이 드러나더라고요. 올해 상반기쯤부터? 그리고 이 기술이 굉장히 재밌는 ‘문제’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재밌더라고요. 블록체인은 특정 주체 혼자 다 할 수 없잖아요. 분산처리 시스템, 오~ 근데 이 시스템에 여러 주체가 연결되니까 마치 누구는 코끼리 코 만지고 다른 사람은 다리 만지는 그런 인상을 받았어요”

 

(카이스트 전산학부 류석영 교수)

 

지난 8월 서울대에서 열렸던 디퍼런스라는 행사에서 류 교수가 건넨 말을 듣고, 저야말로 이 말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거품이 죽어서 기술이 드러났다, 블록체인은 굉장히 재밌는 ‘문제’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요. 오늘(7일)은 여러 학계에서 온 사람들이 이 문제를 각자의 목소리로 공유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카이스트 전산학부에서 연 ‘블록체인 기술의 탐구’ 학술행사였습니다.

 


(KAIST에서 열린 ‘전산학에서 바라본 블록체인 기술의 탐구’ 행사 현장. 사진=아웃스탠딩)

 

대전에서 열린 행사인지라 서울에서 오는 일행들은 버스를 탔어요. 막힌 고속도로를 엉금엉금 기어갔죠. 그런데도 카이스트 학술문화관 강당은 가득 찼습니다. 학술행사답게 대부분 개발자였고, 개발자의 언어로 발표가 진행됐습니다.

 

(당연히 기자에겐 외계어를 가다듬어 해석해야 하는 고행의 시간..^____^)

 

물론 큰 줄기는 더 선명해졌습니다. ‘블록체인은 문제투성이다.’ 블록체인 밋업에 가면 늘 이미 존재하는 이 세상이 문제투성이고 블록체인이 그걸 혁신하는 탈출구처럼 거론됩니다. 마치 영화 <미션임파서블3>에 나오던 ‘토끼발(Rabbit Foot)’ 같이 전 세계를 위기에 빠트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다고 알려진 단서=블록체인이었어요.

 


(결국 영화 끝까지 세상을 폭파(?)할 수도 있는 토끼발이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죠 하하! 사진 출처=미션임파서블3)

 

<블록체인-IoT-딥러닝을 연결해서 생각해보자>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블록체인 자체에 어떤 한계가 있고, 어떤 곳에 적용해볼 수 있고, 어떻게 개선해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맨 처음 세션을 맡은 서강대 블록체인학회 박상현 회장은 딥러닝-엣지컴퓨팅-블록체인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설명했는데요. 일단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딥러닝은 인공신경망으로 연결된 인공지능을 의미하고, 이 인공지능은 여러 겹의 위상(phase)을 통해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찾아 학습해냅니다.

 

그리고 엣지컴퓨팅은 모바일 기기, 인공지능 스피커, 냉장고 등등 다양한 IoT 기기에서 일상적인 데이터를 처리한 후 그 결과만 클라우드라는 저장고(서버)에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러면 아무래도 클라우드 입장에선 데이터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양적 부담도 줄어들고, IoT 기기 단에서 익명처리가 돼서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전성되니까 프라이버시 보호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참조 –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가 말하는 2018년, 딥러닝 https://outstanding.kr/voyagerx20180208/)

 


아, 물론 제가 쓰면서도 참 이게 무슨 소린지 웅앵웅초키포키한 상황이긴 한데요.

 


조금 더 배에 힘을 주고! 찬찬히 설명해보겠습니다ㅎㅎ

 

IoT 환경이 마련되면 대개 우리 일상생활이 기기와 연결되고 그로부터 데이터가 탄생할 겁니다. 이걸 매번 클라우드라는 커다란 중앙 서버로 보내려면 이래저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엣지(edge), 우리 생활 단에 자리 잡고 있는 크고 작은 기기에서 우리 생활 데이터를 열심히 다루다가 중요한 결괏값을 클라우드로 보내는 겁니다. 그 데이터도 ‘누구누구의 생활 데이터다!!’ -> 이게 도드라지지 않게 익명처리를 해서 결과를 보내는 겁니다.(엣지컴퓨팅)

 

헌데 엣지컴퓨팅에 문제가 있다면.. 예컨대 매일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 내가 스마트폰을 들고 저만치 가버렸을 때 그 이동한 위치에서도 엣지컴퓨팅 층위와 맞닿아서 데이터를 다루는 원래 연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해요. 즉, 엣지 서버인 이 기기들이 항상 유효한 활동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또한 익명의 기기가 보내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고 해요.

 

그리고 이 지점에서 드.디.어! 블록체인이 등장합니다.

 


(딥러닝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엣지컴퓨팅으로 발표 중. 사진=아웃스탠딩)

 

블록체인은 여러 노드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있습니다.(특히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이걸 활용하는 구조에 대한 설명은 위 슬라이드를 참조해주시면 되는데요. 간단히 살펴보자면 엣지컴퓨팅에 참여하는 디바이스를 참여 노드들이 일단 블록체인상에 보증금을 걸어둡니다. 혹시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쿠션이에요. 클라우드 대신 연산을 맡을 엣지 서버가 결정되면 각 노드가 요청에 맞게 작업을 완료해서 데이터 결과를 반환합니다.

 

재빠르게, 하지만 정확하게.

 

결과를 내고서 완료했다는 시그널을 보내면 블록체인상에서 이 서버가 ‘완전한 수명 주기를 거치며 데이터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증했는지’ 입증합니다. (물론 그냥 뾰로롱 되는 건 아니고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기계적으로 검증해냅니다=Validation) 이때 가장 먼저 알맞은 결과물을 보낸 IoT 디바이스 서버에 보상(ex:비트코인)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면 각 엣지에서 빠르게, 그리고 알맞게 데이터를 처리하고자 열심히 ‘복무’한다는 게 전제입니다.

 


(역시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였다ㅠㅜ 사진출처=SNL)

 

<여러 기술이 서로를 보완한다면 어떨까>

 

호오..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면밀히 뜯어보자니 참 복잡복잡합니다. 그래도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IoT 디바이스와 같은 엣지를 통해 엣지컴퓨팅을 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애플리케이션을 구상/구현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새로운 시스템이 가능하다면 IoT 시스템이 우리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 데이터를 더 안전하게, 그러면서도 더 정확하게 내 일상과 연결할 수 있겠죠?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요.

 

“블록체인이 얼마나 느린데?! 그 위에서 데이터의 무결성을 검증할 수 있을까 빨리?”
“인공신경망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딥러닝 앱을 시스템이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나도 들었어. CNN 한 층을 수행하는 데 수십만 가스(블록체인 수수료)가 든다고”

 

여전히 특정 예시에서도 한계가 상당한 게 사실이고 블록체인도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딥러닝까지 분산시켜서 딥러닝 애플리케이션을 블록체인과 연계할 때 생기는 부담을 줄인다고 합니다. 일명 분산딥러닝네트워크(distributed deep neural network)! 딥러닝 네트워크를 한꺼번에 검증하는 게 아니라 파티션을 나눠서 데이터를 살피고 각각에 대해 보상을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그걸 무엇으로 해결할 것이며 그 안에 블록체인이 있는가. 사진 출처=마션)

 

한 가지 주제에 얽힌 문제점들만 들은 대로 나열했는데 아.. 엄청나게 구구절절했습니다. 사실 행사에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는데 다 아우를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에요ㅠ

 

요컨대 블록체인은 백서를 내고, 테스트넷을 거친 후 자체 메인넷을 동작하는 순서를 밟곤 하는데요. 심지어 메인넷이 론칭하고도 6개월쯤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니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기술적으로 평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P2P 네트워크가 원래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성도 있고, 현재까지 나온 블록체인들이 표준화한 개발 방향이 아니라 개발자 각자가 개발하는 형태라 일괄적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TPS 천만!!!’ 이런 기준을 제시했다고 해서 기술적으로 그 블록체인의 성능이 ‘좋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뜻입니다. 표준화한 개발, 일괄적인 평가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초당 트랜잭션 소화력’만으로 그 기술, 제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순 없는 거죠.

 

<문제투성이, 해결하는 자가 승자>

 

산업계에서는 벌써 세상을 뒤집어놓겠다는 아이디어가 자주 보이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이제 막 시작이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초창기라서 문제투성이ㅠㅜ 그러나 블록체인이라는 도메인을 파고들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여러 다른 기술과 연결해서 흥미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희망도 읽힙니다.

 

 

“한국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아닌 경우도 많아요. 문제는 우리가 이 기술에 대해 전혀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 허나 투자자 입장에선 기술 평가를 하지 않고 깜깜이 투자를 하곤 하죠. 그래서 심플한 아이디어 수준에서 투자를 받게 되고, 하지만 백서가 괜찮더라도 실제 구현 후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는 겁니다. 스탠포드 교수가 스텔라 프로토콜을 아름답게 설계했음에도 몇 년 후 그 네트워크가 취약해질 거란 발표를 들으면 알 수 있듯이요. 아마 진도가 안 나가는 과제들이 많아질 테니 투자도 함께 느려지며 ICO 시장은 깜깜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들고 있는 게 아이너리에요. 트릴레마가 끝나지 않으면 플랫폼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이 몇 개로 고정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적어도 4-5년은 걸릴 테고 안정화에 들어가면 그 후 4-5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시장은 답을 블록체인으로 놓고서 그 답에 맞게 문제를 막 찾는 거 같지만요.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찾고 그 답 안에 블록체인이 있어야겠죠”

 

“프로토콜과 스마트컨트랙트 플랫폼의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테고. 스마트컨트랙트에 대한 요구사항조차 정확하게 정립되지 않았고 취약점 연구는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 지금 오히려 너무 빨리 제품을 만들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기본에 더 충실해서 열심히 분산시스템을 공부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부 열심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보보호대학원 김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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