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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이코노미'라는 환상에 대하여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아시나요? 책 제목이기도 하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진행한 심리학 실험이었습니다. 1960~70년대에 3~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마시멜로를 지금 당장 먹을지 혹은 10분간 그걸 먹지 않고 기다리면 보상으로 하나 더 받을지 선택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당연히 실험에 참여한 아이 중에서 참는 아이가 있었고요. 마시멜로를 바로 집어먹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시간이 흘러 이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니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기 위해 참았던 아이들은 커서 학교 성적도 좋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래의 보상을 얻고자 현재를 참는 의지를 강조했어요. 이 실험의 결론에 비약이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난 5월 25일에 발표된 심리학 논문에 따르면 보상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10년, 20년 뒤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하네요. 게다가 마시멜로를 바로 먹을지, 참을지 선택하는 데 아이 개인의 의지보다도 사회경제적 배경, 가정환경 등 다른 요인이 결정적일 수 있다는 반론이 드러났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 자명한 이야기죠. 세상은 요지경이니까) 단적으로 실험에 참여한 아이의 어머니가 대학 교육 이상을 받았을 경우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가 우수한 학생으로 자랄 확률이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와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월터 미셸의 고전적인 실험은 스탠퍼드대학교 교직원의 자녀를 대상으로 했고, 어차피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의 훗날을 추적한 사례도 50여 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잘못 도출된 결론이었죠. 어째서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아이들은 다른 선택을 했던 걸까요? 이 또한 다양한 요인이 있을 테니 속 시원하게 딱 하나로 판가름하긴 어려우리라 봅니다. 다만, '미래의 보상을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가 분명 아이의 행동을 크게 좌우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믿음은 논리적인 판단뿐 아니라 경험으로 체득됩니다.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온 아이는 본능적으로 알거든요. 지금 앞에 있는 보상을 안 먹으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자기만 바보 되는 일이라고 말이죠.
김지윤
스텔러스(Stellers) 창업자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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