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도리, 사장의 책임, 사장의 역할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교세라그룹을 창업한 지 3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입니다. 당시 회사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서서히 시장에 안착하는 단계였는데요. 평생에 걸쳐 잊지 못할 일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전년도 뽑은 고졸 직원 11명이 피로 손도장까지 찍은 요구서를 들고 단체교섭을 신청한 것입니다. 요구서에서는 정기승급과 상여금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죠. 직원들은 초기기업이라 안정성이 떨어지니 앞으로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모두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사회적으로 대두됐던 강성 노동운동도 한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제 막 초기단계였습니다. 정기승급과 상여금은 커녕 앞으로 생존을 보장하기도 어려웠죠. "지난해 여러분들을 채용할 때 이제 막 창업한 회사라 많은 게 부족하지만 함께 키워가자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열심히 업무에 매진해서 나중에 기쁨을 나눴으면 합니다" "경영자는 그런 식으로 노동자를 속이죠"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도저히 불안해서 회사를 다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