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어떻게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섬이 됐을까요?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양호근님의 기고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717km, 차로 약 7시간 30분을 가면 산악 지형으로 이뤄진 작은 마을 '레보 드 프로방스'가 나옵니다. '레보'는 '튀어나온 바위'라는 뜻인데요. 이름처럼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오래된 성벽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은 고작 349명. 산업화로 석재가 많이 필요했던 1800년대에는 이곳에서 석회암을 채굴했기 때문에 인구가 꽤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건축용 석재 수요가 급격히 줄었고, 결국 1935년에 채석장이 문을 닫습니다. 사람들이 떠나며 유령도시처럼 변했던 이곳은 현재, 매년 150만명이 찾는 관광지입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하고요. 전체 인구의 62%가 도소매, 운송, 숙박업 및 요식업에 종사한다고 하니, 관광 산업으로 마을이 되살아난 셈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2012년 3월, 잠들었던 채석장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길이 60m, 높이 14m에 달하는 채석장의 벽면과 천장 그리고 바닥이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의 작품으로 뒤덮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