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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 부자들은 어디로 대피할까
조금은 센치한 기분이었습니다.내일 지구가 망한다니까요. 초록빛 가로수, 파란 하늘도 못 보는 걸까요.새벽도 아닌데 그런 착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그것도 잠시 지배인님의 다그침만 가득했지만요. “지윤 씨. 문 닫아야지!” 정신 차려야지, 일하는 중이니까.아니, 내일 지구가 망한다니까요ㅠㅠ오히려 내일 지구가 망한다니까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문을 닫아야죠. 여기는 아웃스탠딩 호텔(가명). 저는 막내 지배인. 내일 지구가 망해도거뜬히 살아남을 이곳은 땅 아래 한참깊이 묻혀있는, 세상에 없던 초호화 벙커입니다. 문은 완전히 잠겼습니다. 이제 내일이 지나면이 문을 열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애초에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나갈 마음이 없겠죠.모두 거금을 들여 자기 가족까지 데리고 왔고, 내일 소행성이 지구에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데그걸 대비해서 미리 들어온 거니까요. 그들은내일이 지나지 않고선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겁니다. 철커덕. 그렇게 제 손으로 벙커의 문을 걸어 잠갔어요.최고 지배인님은 대망의 내일이 오기 전에마지막 점검을 하자고 또 다그쳤습니다.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춘 요새.재난을 피하려던 수십 년 전에는회색 콘크리트에서 날밤을 새웠겠지만 이젠 핵전쟁, 쓰나미도 거뜬합니다. 이 화려한 요새에선 바깥에서 지구가 멸망해도한가로이 수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김지윤
스텔러스(Stellers) 창업자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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