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혁신이 이런 거구나!" "뭐 이런 것까지 필요해?"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호섭님의 기고입니다. 유리창, 자주 닦으시나요? 더러워진 자동차의 앞유리만 닦아도 속이 시원한데 정작 집의 유리창은 닦을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사실 안 한다기보다 엄두가 잘 나지 않는 일이죠.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온 지 벌써 3년하고도 절반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어딘가 아직도 낯설고 바깥 풍경도 어색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동네를 다닐 수 있게 됐고, 동네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아주 천천히 이뤄집니다. 그리고 그 속도에 맞춰 아주 천천히 창문에도 때가 묻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파트의 창문은 언제, 어떻게 닦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몇 번이고 반복했던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매달려서 더러운 창문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살았던 집에서는 2~3년에 한 번씩 외벽 청소 전문가들이 줄에 매달려 창문을 시원스럽게 닦아 주었습니다. 방학 숙제를 하다가 창밖에서 유리창을 닦으시는 분이 줄을 타고 스스륵 내려와 눈이 마주치면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집 창문은 누가 닦아주나 그런데 그 이후로 살았던 집에서는 이런 일이 따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손에 닿는 곳만 닦아내는 정도였는데, 커다란 유리는 아무리 길다란 브러시를 써도 다 닦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힘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한 뒤로는 유리창이 아니라 샤워부스의 유리를 닦는 용도로 바뀌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