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세상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곽한영님의 기고입니다. 이미지와 스토리 제가 박사 학위 논문을 쓰던 시절 논문을 준비하던 다른 친구들과 자주 하던 잡담 주제 중에 '어떤 성이 가장 박사다운가?'라는 엉뚱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우리 논문이 통과되어 학위를 받으면 각자의 성을 붙여서 '김 박사, 이 박사'로 불릴 텐데 경우에 따라 이게 멋지게 혹은 어색하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연배가 오래된 사람들이라면 '김 박사'라고 하는 순간 태권브이를 떠올릴 것이고 '이 박사'는 나름 무난했는데 '이박사 디스코'가 나오면서 약간 재밌는 느낌으로 바뀐 듯하고 '안 박사'는 언제까지나 박사가 아닌 느낌이고 '박 박사'는 학위 후에 바닥을 박박 기면서 고생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저의 경우는 '곽 박사'인데 발음이 너무 세서 아무래도 별로인 쪽으로 분류되었고 만장일치로 가장 멋진 케이스는 '설 박사'로 모아졌습니다. 발음도 좋고 뭔가 깊이감도 느껴지구요. 우연인지 몰라도 실제 제 주변에 있던 설 박사는 동기들 중 가장 먼저 교수에 임용되기도 했습니다. 다 웃자고 하는 농담입니다만 이런 '이미지'가 사람을 판단하는데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습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이어령 교수님' 같은 경우는 이름만 들어도 지적인 향기가 막 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