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도 독이 된다.. 프로들이 루틴을 지키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곽한영님의 기고입니다. 스포츠 경기에 '흐름'이 있을까?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다 보 면 해설자가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중계에서 나오는 이런 표현들 말입니다. '이제 흐름이 롯데에게 완전히 넘어왔어요' '아, 이렇게 되면 LG쪽으로 흐름이 넘어가죠' 'KT선수들이 한번 흐름을 타면 걷잡을 수 없죠' 그런데 매번 이 표현을 들을 때마다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지곤 했습니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긴 하지만 정말로 야구 경기에 물이나 바람처럼 '흐름'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바둑이나 장기처럼 앞에 둔 수가 누적되어서 계속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이라면 '흐름'이라는 말이 성립되겠지만 야구는 한 타석, 한 타석이 따로따로 이루어지는, 통계 용어로 말하자면 앞의 행위가 뒤의 행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독립시행'이 기본인 스포츠잖아요. 마치 이번에 주사위를 굴렸는데 1이라는 낮은 숫자가 나왔다고 해도 다음 번 주사위를 굴리기의 결과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앞 타석 선수가 삼진을 당했다고 다음 타석 선수가 홈런을 치지 말라는 법도 없고 앞 이닝에서 호수비를 했다고 해서 다음 이닝 공격에서 더 유리해질 이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흐름이란 경기에 스토리를 부여해서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스토리텔링'이거나 그저 어느 팀이 현재 분위기가 좋다 혹은 나쁘다 정도의 '기세'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사건이 하나 생겼습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윔블던 테니스 대회의 한 경기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습니다. 남자 단식 1라운드 경기였던 라파엘 나달 선수와 아르헨티나의 세룬돌로 선수의 경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