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의 서비스 종료를 보며 들었던 단상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온당치 않을 수 있으나..

 

진심으로 잘 되기를 응원했던

서비스가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한때 IT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출처=네이버)

 

인공지능 기반의 콘텐츠 추천 앱,

‘디스코(DICSO)’였습니다.

 

(참조 – 최근 네이버가 내놓은 앱 중에서 제일 괜찮은 앱, 디스코)

 

그동안 가두리 양식장 형태의

콘텐츠 비즈니스만을 추구하던 네이버가

아웃링크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점도 조금은 신기했지만..

 

(참조 – ‘뉴스제국’ 네이버의 장삿속)

 

저 개인적으론 그보다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진르터우탸오 등

잘 나가는 해외 서비스들의 장점을 꽤나

잘 모아놓은 서비스였다는 점이

더 흥미로웠는데요.

 

더욱이 소셜 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 트렌드로 급부상한 이후,

 

국내에도 수많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제대로 안착한 서비스는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디스코는

나름대로는 ‘소셜함’을 잘 어필했던 서비스였습니다.

 

특히 신중호 대표 등 디스코를 만들고 운영하는

라인 및 네이버 직원들이 애정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점도

꽤나 이색적이었고요.

 

(참조 – 디스코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신중호 대표의 활동입니다)

 

이런 모습들 때문인지

저는 어리석게도…

 

디스코를 보면서

어쩌면 아웃링크를 허용하는

한국형 소셜 미디어가 진짜로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잘 아시듯..

 

그런 기대는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처럼 사라졌는데요.

 

디스코 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곧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고요.

 

(참조 – “SNS 어렵네”…네이버 ‘폴라’ 이어 ‘디스코’도 서비스 종료)

 

어쩌면 의미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오늘은 그동안 디스코를 보면서 들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한 번 풀어보고자 합니다.

 

디스코는

왜 이용자들의 어깨춤을

스스로 멈추게 만들었는가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성공한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욕망에 기초합니다.

 

(참조 – 제품의 가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

 

원하는 제품을 싸고

빠르게 얻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망은

커머스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고,

 

재미있고 유용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망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작동하게 만들고 있죠.

 

소셜 미디어 또한 

인간의 다양한 욕망 중에서,

 

(출처=기피)

 

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에 기초한

서비스라고도 볼 수가 있는데요.

 

그게 기존의 관계를

더 단단하게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든,

아니면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게 만들든 말이죠.

 

그래서 흔히 SNS라 불리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은..

 

이용자들의 관계의 양이나 질을

극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참조 – 광장의 시대는 저물고, 커뮤니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의 양과 질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핵심적인 요소가 

 

(출처=기피)

 

바로 ‘정보 또는 콘텐츠’인데요!

 

좋은 콘텐츠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거나

기존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참조 – 결국은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좋은 연결 관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좋은 콘텐츠는

그 콘텐츠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며,

 

동시에 소셜 미디어는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기도 하죠.

 

(참조 – 콘텐츠가 아니라, 소속감을 파세요!)

 

이처럼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는

‘관계’와 ‘정보’라는 2개의 날개를

동력으로 삼아 발전하고 성장하는데요.

 

그렇기에 대부분의 성공한 소셜 미디어들은

고유한 콘텐츠 스타일과 연결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스냇챗)

 

물론 사람마다 이 둘 중 어떤 것을

더 중요시 여기느냐는 다 다를 수 있는데요.

 

다만, 소셜 미디어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관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축적되지 않으면

그 소셜 미디어를 굳이 이용할 ‘의미’가 없으며,

 

해당 소셜 미디어에서 부유하는 콘텐츠들이

본인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걸 굳이 이용할 ‘재미’ 또한

느끼지 못한다고요.

 

그래서 다소는 성급한 의견일 수 있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의 소셜 미디어가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이 두 개의 날개가 잘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즉, 하나의 소셜 미디어가 자리 잡으려면

유용하거나 재미있는 정보들이 넘쳐나면서도

본인의 관계망이 계속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디스코를 처음 봤을 때

아웃링크에도 주목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심이 가졌던 이유는

나름대로는 이 2가지가 디스코 안에서

잘 작동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등 기존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정보와 관계가

디스코에 있었던 것이죠.

 

아마 IT 업계 사람들이 디스코를

초기 트위터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지점도

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이 두 가지 날개가 더 잘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것 같은데요.

 

게다가 디스코는 기본적으로 한글을

토대로 하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기존의 글로벌 소셜 미디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내 이용자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품고 있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처=기피)

 

문을 닫는 여러 서비스가 그러하듯..

 

디스코는 이러한 소비자의 욕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서비스를 변화시켰습니다.

 

아니, 돌이켜 보면 애초부터

디스코 팀이 바라본 서비스의 방향과

소비자가 디스코를 사용하는 이유 사이에는

다소 간에 간극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디스코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진르터르타오의 폭발적인 성장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서비스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디스코가 추구했던 방향은 사람이 아니라,

AI 기반의 콘텐츠 추천 서비스였던 것이죠.

 

이건 처음 런칭 때부터 그랬고,

 

서비스 구석구석에도

네이버 또는 라인의 미래 먹거리인 ‘클로바’를

고도화시키기 위한 포석들이 여럿 깔려 있었습니다.

 

(참조 – 네이버 클로바 얹은 ‘디스코’, 취향저격 콘텐츠 쏴준다)

 

(참조 – 디스코 팀 AiRS의 강상욱 개발자님 인터뷰)

 

좀 더 거칠게 말하면..

 

디스코는 마치 ‘클로바’라는

인공지능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 같다는 느낌도 간혹 받았고요.

 

저는 디스코가 아웃링크를 허용한 이유도

더 나은 추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기존에 네이버가 가진 DB 이외에도

더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했고,

 

이를 디스코를 통해서

테스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용자들은 클로바의 존재나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보다는..

 

디스코를 통해 만들어지는 관계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에

더 큰 관심을 가졌던 것 같은데요.

 

실제로 100일 기념 행사나 여러 자리에서

개발팀은 본인들이 의도치 않은 부분에서

사람들이 반응을 했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즉, 개발팀은 인공지능이 추천해주는 방식에

더 큰 방점을 두었지만..

 

이용자들은 소셜 미디어처럼 디스코를 인지했고,

페이스북 알고리듬처럼 기술이 겉으로 드러나기보다는

 

관계와 콘텐츠 속에서 이를 최적화하는

용도로서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던 것이죠.

 

그리고 이용자의 활동보다는

인공지능 추천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계속 개편되면서

 

이 간극은 좁혀지기보다는 점점 더 벌어졌는데요!

 

저도 이때부터 디스코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출처=플레이스토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비단 저만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그래도 저는

어리석게도 미련이 남아서

틈틈이 시간이 날 때 다시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변화의 여지가 조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 서비스가 접힐 것이라는

슬픈 예감만을 느꼈죠.

 

현실도 그런 수순으로 이어졌고요.

 

물론 제가 디스코를 추천하고 다닐 때..

 

사람들 중에는 디스코는

처음부터 망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한 이유는

‘아무리 신규 서비스라고 해도

네이버가 굳이 유사한 서비스를

밀어줄 이유가 없다’에서부터,

 

‘디스코가 잘 나가도

결국 페이스북의 아류 정도일 것,

 

‘진르터우타오는 바이트댄스가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인데,

 

그에 비하면 네이버의 기술력은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다’ 등등 다양했는데요.

 

어쩌면 그들의 말처럼 디스코는

처음부터 망할 수밖에 없었던

서비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초기 이용자로서 저는,

 

그보다는 디스코가 자발적으로 

열심히 활동하던 이용자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던 것이 파국을

열었던 출발점이라고 보는 편인데요.

 

(파국이다, 출처=드라마 ‘도깨비’)

 

잘 아시는 것처럼..

 

많은 초기 제품들은

어떤 초기 이용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좌우됩니다.

 

그리고 그 이용자들은 본인들이 계산하고

예측했던 대로 모일 수도 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용자들이

그 서비스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죠.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결단이 필요한데요.

 

처음 그린 그림대로 갈지,

아니면 새로운 그림을 다시 그릴지 말이죠.

 

물론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정해진 답은 없고,

 

이용자 또한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선택과 책임만이 남는데요.

 

디스코는 전자를 선택했던 것 같고,

이용자보다는 인공지능을 더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계속 개편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디스코를 ‘이용자’보다는

‘인공지능’을 더 중요시했던 서비스라고 보는데요.

 

그리고 비극은 이용자들이 추천했던 것보다

 

(출처=플레이스토어)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콘텐츠들의 퀄리티가

떨어지면서 완성이 되었죠.

 

그렇게 디스코는 그 존재의 의미를

서서히 잃어갔습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지점은..

 

진르터우타오나 넷플릭스 등

훌륭하다고 인정 받는 알고리듬 기반의

추천 시스템 대부분에는

 

생각보다 인간의 흔적들이

많이 담겨 있다는 점인데요.

 

(참조 –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의 비결 ‘태거(Tagger)’)

 

(참조 – 진르터우탸오는 어떻게 중국인의 76분을 훔쳤나?)

 

인간의 영역을 좀 더 확대하려는 경향도

조금씩은 나타나고 있고요.

 

(참조 – 인공지능? 인간 감성 빌어 콘텐츠 추천하는 넷플릭스)

 

실제로 좋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가진 회사들은 

훌륭한 기술력뿐 아니라,

 

열정적인 이용자 네트워크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 보면 그 이유는

굉장히 단순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이용자들이 실제 서비스를

애정을 가지고 이용하면서 만들어진

데이터들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는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뻔한 결론이지만..

 

결국은 좋은 기술 또한

이용자 우선주의에 탄생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계속된 업데이트에도

디스코의 인공지능 추천이 꾸준히 구렸던 이유도

 

그 안에 활동하던 초반의 열정적인 이용자들 없이

단순히 기술에만 의존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모든 건 하나의 선택에서 비롯된

예고된 비극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출처=앱스토어)

 

(참조 – 구글 플레이 디스코 평점 및 리뷰)

 

(참조 – 앱스토어 디스코 평점 및 리뷰)

 

 


*해당 기사는 유료 콘텐츠로서 무단캡쳐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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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장원준

    안녕하세요.
    디스코의 초반의 핫함과 쇠락을 같이 지켜봐온 입장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위와 같은 서비스 방향의 흐름이 AI를 강조하기 위한 방향보다는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베끼고 유사성이 높다는 스타트업의 공정위 제소가 큰 방점이 아니었나 합니다.
    http://www.etnews.com/20171020000148
    이 뉴스에 나온 것 같은 법적, 도의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사업방향이 바뀐게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떤 매력에서 소비자들이 디스코를 좋아하고 사용하는지를 충분히 네이버 내부에서도 알았지만 위와 같은 리스크를 우회하면서 기존의 서비스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목적을 가진 서비스로 바뀐게 아닐까요?

    ICT업계 유명 인사분들이 편리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던 모습을 볼 수 없게되어 아쉽습니다,.

    • 윤성원 기자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개발팀 입장에서 공정위 제소 이슈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은데요. 다만, 두 서비스 사이에는 차이점이 꽤 많았고, 저 개인적으로는 이용자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서비스라고 느꼈는데요. 특히 원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전문가들이 실명으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굉장히 이색적이었죠. 그리고 당시 담당자들도 의혹 제기에 억울함을 느꼈던 것으로 아는데요. 물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저는 그게 가장 큰 터닝포인트였다고까지는 보지 않은 편이고, 그보다는 내부적으로는 ‘인공지능 기반의 콘텐츠 추천 서비스’라는 본래의 취지(또는 본질)에 좀 더 무게를 실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좋은 의견 남겨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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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원 기자

윤성원 기자

훌륭한 독자분들 덕분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