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본질을 생각한다 ① 단 두 가지 빵만 만드는 ‘펠리칸’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금동우님의 기고입니다.


 

우리는 종종 일본을 이야기할 때

전통 있는’, ‘몇 대를 이어온등의

표현을 접하곤 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10대 도시 교토는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도시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이는 비교적 일본 대도시 중 상대적으로

지진 등 자연 재해의 위험이 적고

1천년간 일본의 옛 수도로써 번성하며

영화를 누렸던 것도 한 요인이죠.

 

이렇다 보니 교토에는 1천년 넘게

대를 이어온 가게가 5곳이 넘고,

200년 이상인 곳은 3100여곳이나 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오래된 가게가 많습니다.

 

(교토의 대표적 료칸 ‘히이라기야’, 출처=교토시)

 

30번의 손길로 만드는 부채마이센도(1200)’,

당일 30인분만 판매하는 고급두부오쿠단(370)’,

450종이 넘는 전문요리 칼아리츠쿠(460)’

최고의 쌀로 만드는 고등어초밥이요마타(400)’,

예술로 승화시킨 화과자토라야(800)’ .

 

많은 가게들이 한자리에서 전통을 이어오며

서로가 교토를 더욱 고풍스럽게 만들고

그래서 손님들이 더 자주, 오래 방문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교토의 이런 가게들은

어떻게 초고가의 상품을 만들면서도

수백 년간 꾸준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 올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이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장인정신

 고객제일주의

 사업 본질에 집중

 

(일본의 고객제일주의, 출처=imagenavi.jp)

 

여기서 필자가 특히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사업 본질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 외부 환경이나 경영 상황과 무관하게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눈 돌리지 않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죠.

 

이런 곳들은 비단,

교토와 같은 고()도시가 아니더라도

일본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요.

 

규모는 작아도 사업 본질에 집중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일본 기업 3곳을 살펴봄으로써

 

여러모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요즘,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빵집 펠리칸입니다.

 

펠리칸을 아시나요?

 

세계적인 선진 도시 중 한 곳인 동경의

아사쿠사 뒷길에는 이른 아침부터

줄이 늘어서는 허름하고 오래된

빵집이 있습니다.

 

이곳은 바로 1942년 문을 연 후

4대째 같은 빵만 같은 맛으로

고집스럽게 구워내는

펠리칸(Pelican)’인데요.

 

(참조 – https://www.bakerpelican.com/)

 

(출처=otoriyosetecho.jp)

 

사실 창업한 지 이미 78년이나 된 곳이라

아사쿠사 주변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동경을 자주 방문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펠리칸은

30분 정도 이른 시간부터 식빵을 찾는

고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는데,

 

아침식사 용으로 구매하려는 인근 주민들,

아침 메뉴 재료로 사러 온 동네 카페 주인,

유명한 식빵 맛을 보러 온 여행객 등

 

평일 아침에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빵집 앞은 줄 선 사람들로 생기가 돌죠.

 

그런데 이렇게 줄을 서서 들어가는 가게라고

화려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실망할 수도 있는데요.

 

펠리칸은 사이즈, 형태와

그에 따른 패키징만 다를 뿐

오직 식빵과 롤빵 두 가지만을

직접 구워 판매하고 있습니다.

 

(펠리칸의 식빵과 롤빵, 출처=펠리칸)

 

그나마도 예쁜 테이블 위에

먹음직스럽게 올려진 빵을 둘러보는

일반적인 빵집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쪽 벽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예약 고객을 기다리는 식빵과

갓 구워 나온 빵들이 놓인

커다란 건조대가 가게 안을 채우고 있는

 

한마디로 일반적인 빵 공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이 연출되는 곳이죠.

 

(가게 안쪽에서 본 모습, 출처=펠리칸)

 

일본 하면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식감의

빵들이 넘쳐 나는 빵의 천국이자

스윗(sweet)산업의 본고장이기에,

 

아침부터 줄을 서는 가게의

좁고 단조로운 이런 모습은

첫 방문객에게는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죠.

 

두 가지 빵에 인생을 걸다

 

그런데 사실 펠리칸도 창업 초기에는

80여종의 다양한 빵을 파는

그저 그런 평범한(?) 빵집이었습니다.

 

그러다 전후() 아사쿠사 지역에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만들어 팔 수 있는

빵집이 급증하게 되었고,

 

펠리칸의 2대 사장은

남들처럼 빵 종류로 경쟁하기보다는

가장 기본이 되는 식빵과 롤빵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가 되겠다고

굳게 결심하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죠.

 

(2대 사장 ‘와타나베 카즈오’씨, 출처=펠리칸)

 

밀가루의 종류와 제분 공정은

옛날 방식을 계속 고수하면서

소금, 버터, 설탕, 이스트와 물만 활용하되,

 

환경에 따라 섬세하게 변하는 식빵 맛을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배합을 달리하며

늘 동일하게 유지하는 데 주력했는데요.

 

이런 노력이 대를 이어오며

결국 기본이 되는 맛은 물론이고,

식빵 하면 펠리칸, 펠리칸 하면 식빵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출처=펠리칸)

 

이렇게 빵 맛을 인정받은 후

토스트, 샌드위치 등을 취급하는

다양한 카페들로 공급하게 되었고

자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죠.

 

많은 빵집들이 식문화 트렌드를 따라가며

새로운 빵을 개발하여 히트하는 듯 보여도

결국 트렌드는 계속 돌고 돌아 바뀌며

사람들의 입맛을 오래 잡아두기 힘든데요.

 

펠리칸은 상품의 종류보다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고객을 보유한

동네 빵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페로 이어진 인기

 

펠리칸 식빵의 인기는

가게의 테이크아웃 수요를 넘어,

펠리칸 카페(Pelican CAFE)’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참조 – https://pelicancafe.jp/)

 

(출처=hotpeppe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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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우

금동우

한화생명 동경주재사무소장. 한화 드림플러스에서 동경센터와 드림플러스63 핀테크센터 구축 및 운영을 통해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 발굴/투자/육성을 지원해왔고, 이를 통해 한화금융계열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