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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기권한 이세돌 "AI는 이제 적이 아닌 조력자"
이성봉 기자
2026-03-10
61수, 10분 만의 패배 선언이었다. 10년 전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인류 유일의 승리를 거뒀던 이세돌 9단이 다시 한번 AI 앞에서 돌을 거뒀다.

이번에 그에게 완패를 안긴 상대는 이 9단 자신이 음성 명령만으로 단 20분 만에 직접 만들어낸 맞춤형 AI였다. 인간과 AI의 관계가 ‘대결’을 넘어 완벽한 ‘협업’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석했다. 2016년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이 열렸던 바로 그 장소다. 이날 이 9단은 전문적인 코딩이나 디자인 지식 없이 "어린아이를 위한 바둑 교육용 앱을 기획해달라"는 말 한마디로 바둑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이는 인핸스의 'AI 운영체제(OS)'를 통해 이뤄졌다. 사용자의 지시를 받으면 여러 전문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스스로 웹을 검색하고 요구사항을 분석해 기획서와 시안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이 9단은 약 20분 만에 도출된 3가지 시안 중 ‘나노바나나2’ 모델이 적용된 버전을 선택해 앱 제작을 마쳤다.

자신이 만든 바둑 AI와 즉석 대국을 벌인 이 9단은 이내 패배를 인정하며 "사람이 이길 수준이 아니고 10년 전 알파고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0년 전의 위기감과는 달랐다. 그는 "과거에는 대결을 했지만, 이제는 문외한인 나조차 알파고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다"며 "AI는 승부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돕는 도구이자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튜터 역할을 해 바둑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협업의 가치를 기대하는 한편, "효율적으로만 두는 AI와 달리 인간의 바둑에는 대국 상대와의 기억 등 스토리가 있다"며 인간 고유의 영역을 역설했다.

인핸스 이승현 대표는 "과거 알파고 대국이 경쟁을 상징했다면, 이제 AI는 인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라며 에이전틱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용 AI OS 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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