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북은 어떻게 폐쇄된 시장을 뚫어왔나?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온라인 플랫폼’이

진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조립 PC 판매 시장, 수산물 시장,

잡화 시장 등의 사례를 보면

‘투명한 가격 공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최근 웨딩 시장에서도 투명한 가격 공개가

이뤄지고 있는 플랫폼이 있는데요.

 

(사진=웨딩북)

 

하우투메리가 서비스하는 ‘웨딩북’입니다.

 

웨딩 시장은 아주 크지만

매우 폐쇄적입니다.

 

소비자도 대부분 일회성 고객이고

일생에 한 번 하는 건데 좀 비싸더라도

괜히 돈 아끼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성향이 강해서 지난 수십 년 간 시장이 고착돼 왔죠.

 

그러면서 ‘소비자’보다는 ‘판매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온 것이 사실입니다.

 

웨딩북은 이런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 회사인데요.

 

(사진=아웃스탠딩)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월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

누적 158억원의 투자를 받았죠.

 

웨딩북이 어떻게 이 폐쇄된 시장을 열고 있는지,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는지 천천히 알아보겠습니다.

 

 

10년을 버텨야 ‘기회’가 온다

 

웨딩북은 주상돈 대표의 두 번째 창업 도전이었습니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군대에서 만난 친구와

첫 번째 창업에 도전했는데요.

 

대학 시간표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에

도전했지만 3년여만에 적절한

수익 모델을 찾아내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서비스를 그만 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폰 시대가 열리더라고요”

 

“만약 아이폰 시대에 제가 해당 서비스를

시도했더라면 할 수 있는 시도가

아주 많았을 겁니다”

 

“사업은 적절한 ‘파도’가 오는 걸 기다려야 하는데

3년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죠.

적어도 10년은 기다리면서 ‘파도’를 기다릴 수 있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상돈 하우투메리 대표)

 

이후 그는 1년 간 직장 생활을 하다 다시

창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시장이지만 큰 문제가 있는 곳.

 

그의 눈에는 여행, 간편결제, 결혼 시장이 들어왔고

웨딩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아웃스탠딩)

 

여행은 이미 다른 스타트업들이 경쟁을 시작했고

간편 결제 사업은 자본이 없으면 힘든 분야였죠.

 

 

“2012년부터 웨딩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봤어요.

남자 혼자 평일에 드레스샵에 방문해서

‘웨딩 산업을 좀 배워보고 싶어서 왔습니다’라고요”

 

“잡상인 취급도 많이 받고, 쫓겨나기도 했죠”

 

“그러다 한 드레스샵에서 이 업계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설명을 듣다보니 모든 드레스샵들이

고객 관리를 아직도 ‘종이 장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주 대표는 이 ‘종이 장부’에서 이 시장에

접근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드레스샵을 위한 ERP(전사자원관리)

‘웨딩마루’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죠.

 

*ERP

영업, 재무, 회계 등 경영 활동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해 주는 시스템

 

지난 2014년초부터 1년여간 이 서비스를

청담동 웨딩샵에 보급했는데요.

 

현재 서울 지역 드레스샵의 85%,

예식장의 40%가  

이 서비스를 쓰고 있다고 하네요.

 

B2B에서 B2C로..웨딩 시장 변화의 시작

 

드레스샵에 ERP를 보급한 하우투메리는

이후 고객들에게 일정을 알려주는

문자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결혼 준비를 해보신 분이면 알겠지만

3~4군데 드레스샵 투어 일정을 고르고

 

드레스샵을 고른 후에도

웨딩 촬영용 드레스 고르기, 가봉하기,

본식 드레스 고르기 등등

이 일정 관리가 꽤나 까다롭습니다.

 

(사진=웨딩북)

 

ERP가 보급됐으니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일정 알림 서비스를 시작,

‘예비 신혼부부’와의 최초의 접점을 마련합니다.

 

이후 현재 주력 서비스인 ‘웨딩북’까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는데요.

 

웨딩 시장에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거죠.

 

 

“이전까지 이 시장은 완전 사업자 중심이었어요”

 

“많은 소비자들이 웨딩박람회에서

‘플래너’가 주는 정보나

주변 친구가 주는 정보에 의존하죠”

 

 

“네. 그러다가 웨딩북에 후기를 쌓을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고 드디어 소비자들의

생생한 후기가 모이는 서비스가 탄생한 겁니다”

 

(사진=웨딩북)

 

웨딩북 서비스 시작 후 빠르게 일일 사용자 수

2000명까지 올라갔는데요.

 

이는 수도권에서 결혼하는 사람의 10%가

이 서비스를 쓴다는 걸 뜻했습니다.

 

이후 서비스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여기서 잠시 웨딩 시장의 구조를

간단히 설명해볼까 하는데요.

 

웨딩 촬영 스튜디오, 드레스샵, 웨딩홀,

메이크업샵 등 관련 사업장이 있지만 이들이 직접

결혼 준비하는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웨딩 플래너’가 속한 컨설팅 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자신들의 상품을 공급하죠. 

 

 

그리고 이런 컨설팅 회사들은 웨딩 박람회를

수시로 열어 신규 고객을 유치합니다.

 

그러다보니 웨딩 사업체는 ‘고객’을 만나게 해주는

컨설팅 업체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게 되죠.

 

한쪽에만 매출을 의존하면 당연히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웨딩북’이라는 전에 없던

‘고객 접점’이 등장한 겁니다.

 

시장이 변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가 마련된 거죠.

 

온라인 웨딩 플랫폼은 어떻게 돈을 벌까?

 

웨딩북에 웨딩 업체 관련 후기가 쌓이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전에 없던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웨딩북 자체적으로는

큰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겁니다.

 

조직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고

투자 받은 돈은 금세 소진됐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정말 많은 시도를 했어요”

 

“관련 상품 판매하는 커머스 사업,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역경매 등을

시도해봤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사진=웨딩북)

 

“이후 후기를 보고 예물샵을 예약하고,

거래가 일어나면 수수료를 받는 모델을

채택해 봤는데 드디어 매출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월 1억 정도까지 매출이 나자

더 이상 성장하지 않더라고요”

 

“또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야 했어요”

 

사실 웨딩북은 처음부터 ‘웨딩 플래너’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업을 꿈꿨습니다.

 

(사진=웨딩북)

 

모든 결혼 과정을 함께하는 사업이며

추후 혼수, 한복, 여행까지 연계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딩 플래너가 속한

컨설팅 회사들은 일종의 ‘카르텔’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속한 업계 외부의 업체를 통해

스드메 업체가 고객을 유치하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았죠.

 

앞서 설명했듯이 ‘컨설팅 업체’는 웨딩 시장에서

유일하게 고객 접점을 가진 집단이라

시장 영향력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래도 웨딩북이 스드메를 연결해주는

플래너 사업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안 하면 죽는 상황이었죠”

 

“다행히 3년여 전부터 플래너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플래너가 다 따라다녔는데

비동행 서비스를 하는 컨설팅 회사가 생겨났고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갔습니다”

 

“이와 함께 시장에 처음으로 ‘저가 경쟁’이

시작됐는데요. 그러면서 컨설팅 회사들은

웨딩 업체에게 더욱 낮은 가격 요구 받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웨딩 업체들도 살아남아야 했고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튜디오에서

파는 ‘촬영 원본 CD’에요.

예전에는 이렇게 안 비쌌는데 갈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있죠”

 

“저도 최근에 38만원 주고 샀습니다 ㅜㅜ

내 돈 내고 사진 찍었는데 원본 파일도

따로 사야한다니…정말 어이가 없었죠”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 소속돼 있던 플래너들이

독립해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가격 경쟁이 심해지니까

플래너들도 회사에서 받는 마진을 줄어들고

오랜 기간 업계에서 활동한 분들이라면

독립적으로 활동할만한 인맥, 인프라도 있겠죠”

 

 

“그렇죠.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하자

드디어 웨딩북에도 웨딩 상품을 줄 수 있는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웨딩북 프로’라는 자회사를 설립,

과거 웨딩 플래너였던 분들을 ‘웨딩 프로’라고

명명하고 영입해 사업을 시작했어요”

 

“현재 이 사업을 시작한 지 약 8주가 됐는데요.

한 달에 100여건의 스드메 패키지가

웨딩북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웨딩 프로님들에게도 능력에 따른

더 많은 수익을 드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고,

비생산적인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서

일을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플래너’가 아닌 ‘프로’로서

고객과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분들이니까요”

 

웨딩북을 서비스하는 ‘하우투메리’가 설립된 지

올해가 8년째라고 하는데요.

 

주 대표가 이야기했던 10년의 기다림,

웨딩 시장에 변화가 오는 시점이

드디어 도래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기존 업체 대비) 마케팅 비용도 거의 안 들고

웨딩샵, 웨딩홀에 보급된 ERP와 웨딩북을 통해

많은 비효율적 요소를 걷어 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 가격은 낮아지겠죠”

 

“또 최근 시작한 스드메를 팔아서 큰 돈을 벌기보다는

결혼 전반에 대한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고 싶어요”

 

“스드메 이후 웨딩홀, 여행 예약, 가전 상품,

면세점 등 결혼 과정을 거치며 많이 찾고,

고민하게 되는 여러 부분을 저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런 비전과 성과를 바탕으로 웨딩북은 올해 초

1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리고 청담에 웨딩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웨딩북 첨담’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만드는 등

본격적인 오프라인 시장 진출도 시작했습니다.

 

(사진=웨딩북)

 

이 곳에는 50여벌의 웨딩 드레스, 스드메 화보 1000권,

웨딩홀 VR 등이 설치돼 있고 고객들은 이를 체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웨딩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결혼 준비 ‘튜토리얼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현재 250여평 공간에 예비 부부들이 결혼 준비에

도움을 받으실 수 있는데요.

이 곳에서 체험을 해보고 웨딩북 앱으로

관련 업체들을 골라 예약하면 됩니다”

 

“올해 연말에는 지방으로 진출할 예정인데요.

3000여평의 대규모 건물을 짓고

웨딩에 관련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베트남에는 ’웨딩홀’을 세울 예정입니다”

 

“‘웨딩홀’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사업 형태인데요. 동남아, 중국에서 현재

한국을 벤치마킹한 웨딩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국가들에서는 웨딩홀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접점이 돼 있는데요. 여기서부터 해당 국가들의

웨딩 시장을 혁신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지금까지 말씀 감사합니다”

 

아웃스탠딩이 본 웨딩북

 

웨딩북의 사업 스토리는 뭐랄까요……

 

경직되고 폐쇄적인 오프라인 시장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가져오는

‘정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웨딩북은 처음 ‘드레스샵’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ERP 사업을 시작, 사업자들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이후 이 사업자들을 바탕으로

온라인 고객을 유치하고

플래너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던 시장에

소비자 ‘후기’라는 새로운 정보를 공급했죠.

 

(사진=웨딩북)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성과를 증명할 때마다

시리즈A,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며 성장해왔습니다.

 

소비자들의 후기가 플랫폼에 누적됐고

이제 예비 신혼부부들은 웨딩 박람회를 찾기도 하지만

‘웨딩북’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하나가 아닌 둘이 된 거죠.

 

이처럼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서히 변화를 주도한 결과

이제는 웨딩 산업에 꼭대기에 있는

컨설팅(웨딩 플래너) 사업까지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학습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과 해외까지 진출하는 규모의 확장을 꽤 하고 있죠.

 

웨딩북의 추산으로는 서울의 웨딩 중개 산업만

연간 4000억원 규모라고 하는데요.

 

그간 이 산업은 혁신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 웨딩 산업도 변할 시점이 온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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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lisen

    정보비대칭이 심한 분야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반은 성공하는 옳은 수 같습니다. 인상 깊은 기사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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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최준호 기자

아웃스탠딩 최준호 기자입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