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사내 호칭문제,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을까요?

2016.06.23 18:49

#예시1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를 보면
1999년 대한항공 비행기 추락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비행기가 괌으로 가는 도중
갑작스럽게 악천후 상황이 됐는데요.

 

기장은 상황을 오판하고 자꾸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합니다.

 

이에 부기장은 자기 역할대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지적해야 했지만
연공서열과 존칭 때문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형사고가 터졌죠.

 

대한항공은 사후분석을 하면서
연공서열과 존칭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영어로 의사소통하도록 규칙을 바꿨습니다.

 

#예시2

 

히딩크가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왔을 때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합니다.

 

이른바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이
수긍하기 힘든 이유로 선수를 추천하는 겁니다.

 

그리고 선수들 또한 훈련시간이 되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쭈뼛쭈뼛대는 겁니다.

 

관찰결과 한국 특유의 위계질서와
패거리 문화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독, 코치, 스탭, 선수 모두
훈련은 물론 평소 때도 반말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되기 모두가
말을 하지 않는 상황이 됐는데요.

 

갑자기 후배 김남일이 선배 홍명보에게
장난으로 “명보야, 밥먹자”라고 하니
다들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이야기는
호칭이 의사결정구조와 조직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과 의사결정이 나오기 위해선
비록 누군가는 최종판단을 내리더라도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돼야 하고

 

그럴려면 지금과 같이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수석, 이사, 전무, 상무, 부사장, 사장에 이르는
복잡한 직급-호칭체계가 없어져야 한다는 거죠.

 

이러한 점을 깨닫고
요즘 회사들도 변화에 나서고 있는데요.

 

현재 대안으로는 나오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하나의 포괄적인 직책명 사용.

 

예를 들면 제일기획에서는 ‘프로’,
SK텔레콤에서는 ‘매니저’,
스타벅스에서는 ‘파트너’라는 말을 쓰죠.

 

두 번째는 ‘님자’ 사용.

 

CJ와 다음이 대표적인데요.

 

한국적이면서도 수평적인 용어로
‘씨’보다 높은 ‘님’을 사용합니다.

 

세 번째는 영어명 사용.

 

몇 년전 카카오가 거의 처음으로 쓴 뒤
벤처업계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저스틴, 존슨, 토니, 카를로스 등
각자 예명을 만들고 사장이든, 사원이든
부를 때 예명으로 부르는 거죠.

 

네 번째는 혼용.

 

네이버가 그러한데요.

 

임원을 부르는 호칭은 이사,
나머지는 님 혹은 매니저로 씁니다.

 

아마도 어느 정도의
수직문화는 필요하다는 판단이겠죠.

 

여기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기존보다는 다 괜찮긴 한데
굳이 단점을 거론하자면… ㅎㅎ

 

1번 : 직책인식의 혼란이 느껴집니다.
2번 : 좀 옛날 느낌이 납니다.
3번 : 아직까진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4번 :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호칭 외에 직급정리와
조직 크기의 단순화도 같이 논의돼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1. 일단 무조건 상호평칭을 해야 하고요.
(모두 반말보다는 모두 존대말이 나은 듯)

 

2. 직급은 4~5개 정도로 최소화하고요.
(매니저-팀장/그룹장-C레벨)

 

3. 테크기업의 사람수가 너무 많은 것은
그닥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커머스, O2O, OEM 등 인력 위주의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면
과감히 슬림한 구조로 가고 넘치는 조직을 분사시켜야..

 

4.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관계도 중요하지만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수평관계도 중요.

 

5. 호칭은 님자 호칭이 제일 무난한 것 같습니다.

 

6. 대신 글로벌 단위 경영을 고려해
영어예명에 대한 부분허용이 있었으면 하고요.

 

7. 만약 해외인력 비중이 많고
창업자의 성향이 개방적이라면
아예 영어예명으로 통일하는 게 좋을 듯.

 

8. 같은 님자, 같은 영어이름이라고 해서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이 같아야 하나.

 

당연히 이건 아니죠.

 

때에 따라선 차등이 있어야 하고,
경영적 이슈는 경영진 내에서 논의되는 게 맞죠.

 

그런데 자칫 잘못하다간
과거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듯 싶습니다.

 

혹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댓글 (10)
  • 명경석

    명경석

    2016년 6월 23일 오후 8시 15분

    ####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대내, 대외적인 차이가 필요한 듯 합니다.
    사내의 경우에는 2번 호칭이 무난한 편이지만, 외부사람을 상대할때는 이쪽과 저쪽 어느레벨의 사람이 나오느냐에 따라 협상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해당사안의 결정권자가 참여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알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우리쪽 신입사원이 저쪽 최고책임자한테 ~~님 이라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는 무리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위에 올려주신 사례는.. 어떻게 보면 의사결정 권한을 어떻게 할당해 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합당한 사유가 있다면, 간단한 절차를 밟아 부기장이 독자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면 위와 같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줄어들겠죠.. 당장 호칭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질 건 별로 없을 듯 합니다..

    결국, 호칭도 호칭이지만 해당조직의 수장이 어떤 마인드로 어떤 조직을 만들어 가느냐가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그에 따라 구성원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달라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기업문화가 형성되어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23일 오후 8시 22분

      말씀하신대로 호칭은 직급 및 조직체계 문제와 같이 고민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 이진우

    이진우

    2016년 6월 23일 오후 9시 18분

    다음이 카카오로 바뀌면서 부르는 호칭 또한 **님에서 영어 애칭으로 변경 됐다고 하는데요.
    직원분이 말하길 처음에는 뭔 차이일까 싶었는데 의외로 서로를 대하는 게 조금 더 편해졌다고 하더군요.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23일 오후 9시 22분

      어떤 분도 보수적인 에이전시에 있다가 이직을 했는데 정말 이런 천국과 같은 회사가 있는 줄 몰랐다며 극찬을... ;
      • 이진우

        이진우

        2016년 6월 23일 오후 9시 57분

        호칭 얘기는 합병 초에 들은 얘기인데.. 요즘 나오는 서비스의 완성도를 보면 회사에 문제가 있나 싶더군요 🙁
  • 최지웅

    최지웅

    2016년 6월 24일 오전 11시 34분

    개인적으로 카카오에 일하고 있으면서 가장 좋은게 영어호칭입니다. 2000명이 넘어가는 회사에서 제일 상위권자와 불편감없이 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xx님도 모두가 수평적이긴하나,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존중하고 있다는 생각에 좀더 거리감이 느껴진다면, 영어호칭을 쓰니 회의시간에 지위를 넘어서 더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게 됩니다. 정말 압존법쓰고, 예의와 말투까지 신경써야하는것에 너무 지쳤거든요. 기존의 회사들에서..

    하지만 당연히 호칭이 중요한것보다 그 호칭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중요하고요.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24일 오후 12시 29분

      압존법... ㅜㅜ
  • JH

    JH

    2016년 6월 24일 오후 2시 14분

    저희 회사도 호칭 통일화를 고민하다가 사원부터 대표까지 '박사'로 통일하여 거의 1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박사학위가 없더라도 우리 사업 분야에 우리가 박사이다 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김이박씨는 흔하기에 예를 들어서 '김기석'이면 '석박사', '이봉조'이면 '봉박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24일 오후 2시 37분

      기술회사인가요? 재밌네요. ㅎㅎ
      • JH

        JH

        2016년 6월 24일 오후 4시 23분

        일손&일감 일감 찾아주는 O2O 서비스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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