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견

아래 사내호칭 문제 (최기자님)에 대한 경험담

2016.06.24 00:14

최용식 기자님의 호칭 문제 읽다가, 댓글로 달기에는
너무 긴 글이 될까봐 따로 뒷북으로 올립니다. 100% 경험담을 줄이긴 했는데..그래도 기네요.

 

1
입사해보니 모인 사람들 중 막내뻘이 됩니다.
자연스러 나이, 가정환경 조사 및 취미까지 공유하며
형, 동생하면서 지냅니다. 직급은 분명히 나누어져 있죠.
그런가보다 합니다. 신입이 뭘 알까요.
위, 아래 명확하면서도 술 마시고 대들고 혼납니다.
“너무한거 아니예요? 증말!! “ “ 이 자식 많이 컸네? 그게 말이냐? “
주고 받을지언정 서로 못하는 부분을 끌어주고 밀면서
화기애애하고 가족저럼 지냅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 상당히 장점 많습니다. 친해지기도 좋고 끈끈해지고
초기 단결력을 키우는데 좋은 모드입니다.

 

물론, 사업모델, 목표, 넉넉하지는 않지만 해볼만한 자금,
열정, 패기, 도전정신 등 성공에 필요한 정성적인 요소들을 포함한
일정 수준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희생정신도요.

 

다행히, 성공했습니다. 생각이상으로. (회사가 말이죠.. 저는 뭐…)

 

2
일본 현지인과 일해야 한답니다.
일본어는 존대어, 겸양어들이 확실히 있습니다만,
뭐..회사안에서까지 그런용어들을 쓰진 않더군요.
그래도 “어미”가 기본적으로 반말이 아니다 보니 (입니까? 습니다..뭐 이런)

저 역시 반말체 안쓰게 되고,
특히 나이나 개인적인 것들 물어보는 건 실례라고 하길래 (친해지면 합니다. 어느나라 건)
좀 지나면 어설프게 반말 존대어가 섞이면서 지냅니다.

다만, 기본 모드를 존대어로 하다보니
뭔가 실수할만한 말이나 실례를 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긴장감은 가지게 되었네요.
직급도 있었지만, 김 “상”, 이 “상” , 박 “상” 이렇게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좀 불명확하고 진전되기 어려운건 일어를 못해서 그런가보다라고
그냥 그랬습니다. 그래도 쉽고 명확히 전달해주면, 해결됩니다.
(생각보다 예의갖춘 말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본어가…그래서 금방 까먹었습니다.)

 

3
이젠 미국인, 구미권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나라에도 존대어, 겸양어 있다고 합니다만
거진 “Hey~~ what`s up~~?” 분위기 입니다. (실리콘 밸리 쪽이라 더 그런가..)

저는 영어 이름을 안지었습니다. 굳이 안만들고 이름 그대로 발음해라~ 라고 하니
대충 발음하더군요, 모두 영어이름을 지으면 나중에는 겹쳐서 다들 John과 Smith가
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들 이름도 나름 작명하고 유래가 있을텐데
대충 아무거나 짓고 싶지도 않았고.

 

여전히 직급 안붙입니다. Mr. ~ 라고까지도 안합니다. 그냥 이름 불러제낍니다.
대신 위 아래는 아예 없고 필요한 질문과 답변을 해야합니다. 격식도 없고요,
나이도 안따지고 직급은 있지만 그 직급이 처리해야하는 질문과 대답은 반드시 해야합니다.
그러나 보니 빙빙 안돌리고 평범하지만 직설적이기까지 느낍니다.

 

나름 괜찮습니다. 이게…뭔가 일을 열심히 하는 듯한 착각(?)도 듭니다. ㅎ.ㅎ.
대단히… 실용적입니다.
(다만, 이쪽도 몇 번 말 꼬고 비유쓰는데, 그거 이해하기 정말 어렵더군요. 그래서 또 까먹습니다.)

 

4
이젠 다시 한국사람들과 일합니다.
원래 옮긴 회사는 “님”으로 부르고 존대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나마
쉽게 적응한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 팀내 있었던 직급 없애버리고
다들 존대말 씁니다. (대단한 존대말도 아닙니다. 그래요? 그럽시다. 그렇겠네여….등)
중간 반말 약간 들어갑니다. 그래봤자 “그래요? 그건 그런가 아닌가요? 왜그래~~ㅎ,ㅎ,” 이런 식으로.

안이나 밖이나 나이, 성별 물어보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습니다.
굳이 형, 동생 부르거나 듣고 싶지 않고
하대하거나 하대 받고 싶지도 않고
실수하거나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고 혼선을 주고 싶지도 않고,,,
호칭과 말끝 어미를 평등하게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긴 했네요.

 

조금은 건조하고 거리감을 줄 수는 있겠습니다만
나이들면서 좀더 조심성이 늘었다고 해야하나.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높은 커뮤니케이션 성공률을 가진 시기는 1번 입니다.
그 조직과 호칭이 더 좋다가 아니라
절 그 분 들이 잘 이해해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봐준거라 생각합니다.
이것도 기본이었겠죠.

 

댓글 (2)
  • 명경석

    명경석

    2016년 6월 24일 오전 1시 09분

    #### 위 사례의 1번이 괜찮은(?) 팀베이스의 스타트업 모델이죠.. 역경도 극복할 수 있고 팀내 불화도 잘 해결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다만 작업량과 근무시간이 길어지고 내거 끝냈다고 퇴근해 버리기는 좀 그렇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2,3,4 이외에도 제대로 된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개인 각자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걸 주고 받고 하는 관계에서는 다양한 모델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어느게 딱히 좋다 아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뭐 한 부분이 있죠...
  • 최용식 대표

    최용식 대표

    2016년 6월 24일 오전 2시 45분

    엄청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모 기업 대표님도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그냥 난 형동생하면서 소주 먹고 으쌰으쌰 하는 게 제일 좋더라"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그 팀은 나중에 가서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페이팔 마피아와 같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발휘하고 있더라고요. 한편 또 다른 대표님은 그렇게 해서 잘되긴 했는데 나중에 수익분배 문제로 엄청 싸웠다고 합니다. 돈 앞에 형동생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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