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승부수.. 두나무 편입이 네이버 투자 이력의 화룡점정인 이유
기보(棋譜)는 바둑에서 돌의 움직임을 순서대로 기록한 문서를 말하는데요. 유명 기사들이 치른 대국의 기보를 복기하는 건 바둑 실력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대국을 관전할 당시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 하고 넘어갔던 여러 행마(돌의 움직임)들에 담긴 숨은 목적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바둑판의 여러 공간들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혹은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돌들의 움직임이 한데 모여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이뤄냈는지, '그때 그가 이 수를 뒀던 이유는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죠. 전체적인 큰 그림 속에서 개별적인 행동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주죠. 아직 한창 대국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논의는 지난 수년여간 네이버가 바둑판 위에 놓아왔던 돌들의 목적과 쓰임새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대국 중간까지의 기보를 펼쳐놓고, 이해진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직 복귀 이후 네이버가 추진하고 있는 전사 차원의 대전략을 분석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봤습니다. 이해진 복귀 후 대형 딜이 잇달아 체결됐습니다 지난 3월 이해진 창업자가 7년만에 사내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후 네이버는 기존보다 더 활발하게 대형 인수·투자 딜들을 체결하고 있는데요. 지난 8월에는 스페인 최대 C2C(소비자간 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 (당시 환율 기준 6045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왈라팝을 네이버의 100% 자회사로 편입했죠. (참조 - 네이버는 왈라팝을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 (feat. 포시마크)) 지난 9월에는 컬리의 구주를 일부 인수했는데요.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컬리 지분의 약 5~6%를 500억~6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달에는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로부터 증권플러스비상장 지분 70%를 약 686억원에 인수했고요. 조금 앞선 6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탈인 네이버벤처스를 설립한 직후 AI 기업인 트웰브랩스에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벤처스 설립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에 참석해 행사를 직접 챙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