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몰락은 조용히 시작되고 빠르게 끝난다 (feat. 홈플러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봉달호님의 기고입니다. 물류와 유통의 차이 풍경 (1) 예전에 제가 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기쁜 마음에 인근 서점에 달려가 봤더니 책이 없는 겁니다. '대형서점에는 배본이 다 되었다던데 왜 여기에는 없을까?' 담당 편집자님에게 물으니 "그 서점은 저희가……" 하면서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 서점이 바로 '반디앤루니스'입니다. 반디앤루니스가 최종 부도 처리된 시점이 2021년 6월, 제가 책을 냈던 때가 2018년 가을이니 이미 3년 전부터 출판업계에서는 '반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납품을 주저하고 있었던 겁니다. 풍경 (2) 집 근처에 홈플러스 매장이 하나 있습니다. 먹거리나 간단한 생필품 살 때 종종 들르곤 하는데, 어느 날은 맥주를 사려고 갔더니 제가 찾는 맥주가 없는 겁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특정 브랜드 맥주로 진열대 전체를 채워놓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진열대를 가득 채우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맥주 번들 하나씩을 줄지어 진열해놨습니다. 둘러보니 거의 모든 제품이 그랬습니다. 지구 마지막 날 풍경처럼 기괴한 모습이었습니다. 홈플러스 중에서도 면적이 꽤 큰 매장이 그랬는데, 다른 곳의 사정은 어떨지 쉬이 짐작되었습니다. 십여 년 전 어느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 물류-유통시장 진출과 관련한 프로젝트였는데, 박사급 연구원 몇 명과 둘러앉아 가장 먼저 했던 토론이 "물류와 유통의 차이는 무엇인가?"였습니다. '그 단순한 걸 몰라?' 싶겠지만, 물류-유통업 종사자들에게도 막상 개념을 설명해보라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물류는 상품을 '옮기는' 것, ▲유통은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