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변곡점의 시대, 스타트업과 투자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원대로님의 기고입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들썩입니다. 국내외 각종 데모데이, 스타트업 서밋... 9월부터 11월까지는 그야말로 '행사의 계절'입니다. 창업자들은 비슷해 보이는 여러 행사에 참여해 피칭을 하느라 정신이 없죠. 제가 사는 싱가포르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의 다양한 기관과 액셀러레이터들이 저마다의 프로그램을 들고나와 현지 투자자들 앞에서 데모데이를 개최합니다. 이런 풍경이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조용합니다. 다음 행사 시즌까지. 이런 행사 무대 위에서 열정적인 발표를 마친 창업자는 손에 든 명함 더미를 뒤적이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누가 우리 제품을 살 건데?" 방금 전까지 "혁신적이다" "대단하다"며 박수를 보내던 투자자들은 이미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떴고, 명함을 교환했던 기업 담당자들은 "내부 검토 후 연락드리겠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지난 3개월, 아니 6개월을 이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피칭덱을 수십 번 고쳤고, 발표 연습을 밤새 했습니다. 멘토들의 조언을 받아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시장 규모를 계산하고, 경쟁사 분석을 했습니다. 이러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렸습니다. "우리 제품을 써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되지?" "다음 달 매출은 어떻게 만들지?" "팀원들 월급은 언제까지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