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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삼프로TV'와 'MBC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기업과 경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독의 즐거움'을 썼습니다.
수익도 명분도 놓친 일론 머스크의 X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반토막이 났습니다. 반의 반토막도 났고요. 일론 머스크의 X(옛 트위터) 이야기입니다. (참조 - "머스크의 X, 올해 광고 수입 3조원대 추정…작년의 반토막") 반토막이 난 건 광고매출입니다. 지난해 광고매출은 약 25억달러(약 3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매출의 거의 전부가 광고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출이 1년 만에 반토막 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중소기업도 아닌 글로벌 IT기업이 어떠한 금융위기나 재난, 전염병 사태도 없는 와중에 영업이익도 아닌 매출이 반으로 준 거죠. (참조 - 피델리티, X 지분 평가액 5.7% 낮춰…머스크 인수 후 73% ↓) '반의 반토막'이 난 건 기업가치입니다. X의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지난달 자신들의 지분 가치가 인수가 대비 73%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머스크의 인수 당시 참여해 확보한 지분이 1년여 만에 27% 정도로 가치가 쪼그라들었다고 평가한 겁니다. 같은 기간 비관론을 뚫고 주가가 오른 메타, 스냅챗 등과 대비됩니다. 이뿐 아니라 X의 스톡옵션 지급에서 산정한 가치 등을 종합하면 X의 가치가 대폭 하락한 건 분명합니다. 기업 가치가 인수 전 트위터 시절보다 낮아졌습니다. 그나마 나은 건 일일활성사용자(DAU) 감소 규모입니다. 1년 사이에 18%, 인수 당시 기준으로 23% 줄었습니다. 매출, 기업 가치에 비하면 '선방'한 셈입니다. 만약 이 성적표에서 'X'라는 이름을 지우고 한 글로벌 IT 기업의 상황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경영 참사'로 회자될 겁니다. "그래도 X는 다르다" 하지만 X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매출만으로 X의 비전을 평가할 수 없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8일 전
카리나가 사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K팝의 덫'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케이팝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결국은 커다란 공장을 만든 게 아닌가?" "케이팝 아이돌 시스템은 아티스트를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BTS와 블랙핑크 이후 케이팝은 세계 팝시장에 확고하게 발을 디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케이팝의 '비인간성'에 대한 공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질문은 각각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CNN 앵커가, 그리고 BTS RM에게 스페인 매체가 던진 질문입니다. 케이팝에 대해 지겹게 따라다니는 질문이고 한편으로는 동아시아의 문화에 대한 서구권의 스테레오 타입이 깔려있는, 차별적 시선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팬들뿐 아니라 국내 여론도 여전히 주류의 시선에서 케이팝을 '이상한 존재'로 치부하는 이들의 시선에 불편한 반응이 많았고요. 이때마다 방 의장과 RM은 과거와는 달라진 케이팝 육성 시스템과 서구권 아티스트들이 겪는 심각한 정신, 약물 문제를 언급하며 케이팝의 특이성을 과장하는 시선에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 대표하는 케이팝에 대한 서구권의 편견은 단순히 '기분 나쁜'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이 장애물을 넘는 게 케이팝의 미래와도 관련 있기 때문이죠. 방시혁 의장은 지난해 관훈토론회에서 '케이팝 위기론'을 역설했습니다. 보통 대선주자급 명사가 주인공이 되는 자리에 기업인, 그것도 엔터 회사의 창업자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주목받았는데요. 이렇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자리에서 그동안 이룬 성과, 장밋빛 미래가 아닌 '위기론'을 띄운 겁니다. 이후에 tvn 유퀴즈에 출연해서도 비슷한 말을 했죠. 위기론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우선 케이팝은 여전히 주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의 화제성은 크지만 케이팝 주요기획사 매출을 다 합쳐도 세계 음악시장 점유율의 2% 남짓입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4-03-19
밀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독서계의 '헬스장'입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세상에 쉬운 비즈니스라는 건 없지만 특히 악명이 높은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활자 매체, 그중에서도 '책'입니다. 연간 수만 권의 책이 시장에 쏟아지지만 출판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출판사도, 서점도 작가까지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뿐이죠. 유튜브의 시대에 쪼그라들고 있는 이 시장에서도 특히 전자책은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몇몇 나라처럼 전자책이 보편화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시장에서 돈을 버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것도 매년 빠른 성장을 이어가며 무려 20% 수준의 영업이익률 기록하면서요. 바로 전자책 1위 업체 '밀리의 서재'입니다. 지난해 밀리는 매출 569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4.2%, 영업이익은 150%나 뛰었습니다. (참조 - 밀리의서재 역대 최대 매출… 통신 요금제 제휴·오리지널 IP 통했다)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성장세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영업이익률입니다. 18.4%로 20%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입니다. 2022년 흑자 전환한 이후 부침 없이 꾸준한 매출, 영업이익 성장을 이어오며 수익성까지 확보한 겁니다. 구독자 수나 MAU 같은 수치를 내세우며 적자와 부채투성이인 재무제표를 가리는 성장 기업이 흔한 분위기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성과죠. 이런 성과는 밀리를 자회사로 둔 지니뮤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영업이익 가운데 도서콘텐츠 사업의 비중(55%)이 음악사업의 비중을 뛰어넘었습니다. 유튜브뮤직, 애플뮤직 등 경쟁자에 밀려 허덕이던 지니뮤직에 자회사인 밀리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4-02-26
쿠팡이 언제까지 갑일까.. 플랫폼 규제와 '스냅샷의 함정'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이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2019년 납품 단가 협상이 결렬된 이후 중단됐던 LG생활건강의 쿠팡 납품이 이달부터 재개됩니다. 양측은 오랫동안 살벌한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2019년 당시 LG생활건강 측은 쿠팡이 지나친 가격 인하 등을 요구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쿠팡에 약 32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죠. 쿠팡과 제조업체의 갈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사한 갈등에 대해 쿠팡 측은 유한킴벌리, 한국P&G, 매일유업 등 8개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우월적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쿠팡이 이른바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항변이었죠.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정위가 볼 때는 쿠팡과 이들의 관계는 '갑-을 관계'라는 거죠. (참조 - 쿠팡은 이제 갑인가?) 코카콜라(한국 유통), 페리오 등 막강한 브랜드의 제품을 가진 대기업 제조사를 당국이 '을'로 보기 시작한 건 제조와 유통 기업 간의 역학관계가 바뀌었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전에 이뤄진 납품업체와 유통사 간 '갑질 문제'는 주로 마트 등 대기업 유통사와 중소 제조업체 간의 문제로 간주됐습니다. 대기업 제조업체는 '갑'으로 여겨졌죠.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4-01-23
플랫폼 기업의 트릴레마.. 카카오모빌리티가 보여주는 미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IT 플랫폼 기업의 생애는 대체로 2막으로 이뤄집니다. 1막은 창업 후 시장의 지배적 위치까지 오르는 과정입니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키는 사업인 플랫폼 사업은 필연적으로 독점을 지향합니다. 플랫폼 사업의 '네트워크 효과' 때문인데요. 소비자를 많이 모으면 생산자가 몰리고 다시 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 결국에는 가장 많은 소비자와 공급자를 모은 1등이 살아남는 거죠. 국민앱이 된 카카오톡도 초창기에는 마이피플, 네이트온 등 경쟁자가 있었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쓰면 편리한 메신저앱의 특성상 1등인 카카오톡의 승리와 시장 독점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많은 플랫폼 기업이 시장 1위를 약속하며 독점이 이뤄진 후 펼쳐질 막대한 이익을 제시하며 투자자의 돈을 끌어 모았고, 또 많은 기업이 주주들을 부자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플랫폼의 2막이 시작됩니다. 투자자의 자금력을 활용한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1등이 된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수익화에 나설 때, 정부와 여론이라는 변수가 등장합니다. 1등 혹은 독점의 지위에 오른 플랫폼에 대한 압박이 들어옵니다. 특히 한국처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강하고 자영업자 비중(19.9%)이 높은 환경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반감이 다른 나라보다도 더 강합니다. 플랫폼 기업은 다음의 조건 3가지 중 2가지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수익성 : 높은 가격(수수료)을 통한 높은 수익 (2) 독점력 : 해당 시장 내에서 압도적 경쟁력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12-28
알리익스프레스는 쿠팡의 성공 공식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써봤어요?" 최근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얘기입니다. 제가 모임에서 처음 이 질문을 받은 건 약 2달 전쯤이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입니다. 중국 소비자 대상인 타오바오를 해외 구매자 전용으로 운영하는 곳이죠. 모든 언어가 한국어로 돼있고 네이버페이 등 국내 결제 시스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받았을 당시 저는 알리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동석 배우의 강렬한 광고는 지하철에서 여러 번 봤지만, 해외직구를 하려다 복잡한 과정에 지쳐 포기한 적이 있던 터라 선뜻 알리를 사용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기업 관계자로부터 '간증'에 가까운 알리 사용 경험담을 듣고는 처음 앱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제 집 곳곳에는 알리에서 산 제품이 들어찼습니다. 요즘 시중에서 말하는 '알리 개미지옥'에 빠진 겁니다. 둘러보니 저만 겪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와 지인들의 입소문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기세는 숫자로 나타납니다. 지난달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613만명이었습니다. 쿠팡(2846만명), 11번가(816만명)에 이은 쇼핑앱 3위입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11-27
테슬라의 세 가지 무기가 모두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한 키티호크에 현명한 자본가가 있어서 그들의 비행기를 총으로 격추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자본가들이 큰 덕을 봤을 테니…" 인류의 뛰어난 발명품으로 손꼽히는 비행기의 날개를 뜨기도 전에 꺾어놨어야 한다는 푸념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문명의 발전에 반대하는 반문명주의자 혹은 종말을 바라는 염세주의자의 이야기일까요? 이 말을 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2007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한 말입니다. 코카콜라 한 캔을 마시며 사람 좋은 미소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던 백발의 신사가 말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말이죠.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최악의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지만 이익은 거의 나지 않는 기업입니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후 항공산업은 끝없이 자본을 요구했습니다. 주주들은 한공산업의 성장성에 매력을 느껴 밑 빠진 독에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이 성장성은 혐오해야 옳았습니다" 그가 라이트 형제의 시험 비행을 막았어야 했다고 반쯤 농담을 한 이유는 자본자, 즉 주주의 입장에서 한 말입니다. 비행기는 틀림없이 문명을 한 걸음 나아가게 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에겐 대체로 악몽을 선사했습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서 끊임없이 주주의 돈을 요구했고 전 세계의 쟁쟁한 기업이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했습니다. 수익이 좀 날 만하면 경쟁이 다시 격화되고 시장 변동성은 커서 위기에 빠지는 기업도 속출했죠. 버핏의 항공산업에 대한 평가를 인용한 건 전기차 시장, 특히 테슬라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고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테슬라의 스토리에 금이 가다 지난 18일 테슬라의 주가가 9.3% 하락했습니다. 시가총액이 하루 사이에 약 1200억 달러(약 162조원) 이상 증발했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11-01
오늘의집과 컬리가 가전제품을 팔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오늘의집에서 냉장고도 팔았어?" 지난달 말, 온라인 커뮤니티에 '핫딜'이 올라왔습니다. 오늘의집이 대규모로 진행한 할인행사에서 냉장고를 저렴하게 판매한 겁니다. 저렴한 가격을 반기는 반응 사이로 판매처를 주목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오늘의집을 여전히 예쁜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곳으로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분야의 '카테고리 킬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슈퍼앱'을 표방하며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버티컬 커머스에서 슈퍼앱으로 정체성을 바꾸려는 겁니다. 거래 규모가 큰 대형 가전을 공격적으로 판매해왔고 캠핑용품이나 생필품 등 인테리어의 영역을 뛰어넘는 제품도 확대했습니다. 커머스를 넘어 인테리어 시공 중개 등 서비스 영역도 힘을 주고 있고요. 실적으로 입증한 카테고리 확장 효과 특히 가전제품은 매출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습니다. 판매 베스트 제품에는 가격이 수백만원이 넘는 가전제품이 여럿 있습니다. 200만원이 넘는 세탁·건조기가 '역대 베스트' 3위에 올라 있을 정도죠.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10-04
'돈 먹는 하마' 쿠팡플레이는 어떻게 쿠팡의 무기가 됐는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쿠팡플레이의 약진 지난 7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19만명을 기록했습니다. 2위인 티빙(522만)과의 차이는 겨우 2만여명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도 안 된 신생 서비스가 콘텐츠 강자(지상파, CJ계열 방송사)를 등에 업은 경쟁자를 위협하는 겁니다. (참조 - 데이터로 보는 '쿠팡플레이' 급성장 히스토리) 물론 쿠팡플레이가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쿠팡플레이는 와우멤버십에 포함돼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데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쿠팡플레이는 재무적으로는 '돈 먹는 하마'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와우멤버십의 '락인 효과'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압도적 1위로 올라선 쿠팡 앞엔 중요한 문제가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공룡이 된 쿠팡 현재 유통시장에서 쿠팡의 존재감은 독보적입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4.5%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8-28
배민의 새로운 목표는 '1시간 쿠팡'입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을 최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조금 특별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핫딜' 게시물을 보고 구입했는데요. 판매처가 다른 온라인 쇼핑몰도 아닌 '배달의민족'이었습니다. "배민에서 이런 물건을 판다고?" 평소 치킨을 시켜 먹을 때만 켜던 앱으로 알고 있었는데 게임을 판다는 게 낯설었습니다. 더군다나 배송시간은 '22분 후 도착'으로 안내됐습니다. "이게 될까"하며 반신반의하며 주문했습니다. 안내대로 20여분 후 '젤다의 전설'은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침대에 누워 게임을 주문하고, 30분도 안 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수준의 서비스를 경험하고 놀라는, '와우 모먼트'(Wow moment)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경험했던 '와우 모먼트'가 있습니다. 바로 쿠팡의 로켓배송이죠. 2014년 도입된 로켓배송은 당시 의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택배를 주문하면 2~3일은 걸리는 게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로켓배송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은 '와우 모먼트'를 경험했습니다. "쿠팡에선 시키면 정말 하루 만에 온다"는 '간증'이 이어졌죠. 이런 고객 경험은 현재의 쿠팡 독주 체제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B마트 인기 제품에 음식이 아닌 '닌텐도 스위치'가 최상단에 오르는 일이 빈번합니다. 지금까지 B마트의 포지션은 '조금 더 빠른 식료품 배송'이었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7-31
애플과 메타의 가상현실 대전.. 10배의 기기 가격차이가 말해주는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혁신은 없었다" 이제는 연례행사나 마찬가지인 애플의 새 제품 발표에 나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이런 박한 평가의 주체가 언론이 아닌 메타(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였기 때문입니다. 비전 프로 발표 3일 만인 지난 9일 그는 임직원 회의에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애플이 무엇을 내놓을지 정말 궁금했다. 우리가 아직 탐구하지 못한 물리법칙을 해결하는 마법은 없었다. 이건 좋은 신호다" 메타가 비전 프로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운 건 현재 VR·AR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 갤럭시기어를 내놓으며 스마트워치를 선점한 삼성전자가 뒤늦게 애플워치를 내놓은 애플에게 완전히 시장을 뺏긴 사례가 있죠. 메타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테크 미디어가 두 회사의 가상현실 기기를 비교하고 있는데요. 주로 성능과 가격 등 두 기기의 성능을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가상현실 기기는 각 회사의 '철학' 차이를 드러냅니다. 두 기기의 성능 이면에 있는, 숨겨진 비즈니스 전략을 알아보겠습니다. 하드웨어 회사 vs 콘텐츠 회사 임직원 회의에서 저커버그는 두 회사의 철학 차이를 꼬집었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6-28
억만장자들이 미디어 경영에서 실패하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IT 억만장자의 늪, 미디어 일론 머스크가 힘겹게 트위터의 늪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는 직접 CEO를 맡았지만 두 달 만에 업무가 많다며 CEO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반년 가까이 지나서야 린카 야카리노를 새 CEO로 발표했습니다. 머스크가 당초 트위터를 매수하기로 했을 때의 포부는 야심 찼습니다. 머스크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 사이에 테슬라 주가는 약 30% 하락하고, 440억달러(약 58조원)를 주고 산 트위터의 주식 가치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참조 - 트위터, 머스크 인수 후 기업가치 절반 이상 '뚝') 유명인과 언론사가 속속 트위터를 떠났고 이용자도 줄었습니다. 성공한 IT 창업자가 '미디어 '혁신'에 도전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머스크 외에도 많습니다. 2013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는 라이벌이었던 뉴욕타임스와의 경쟁에서 뒤쳐졌습니다. (참조 - 잘나가는 NYT vs 부진한 WP...'저널리즘 집중'이 명운 갈랐다) 2012년 잡지 뉴 리퍼블릭을 인수한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스, SNS 제국을 일군 그가 98년 역사의 잡지를 되살릴까 기대했지만 4년 만에 경영을 포기하고 지분을 매각한다며 항복 선언을 했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6-01
크림은 솔드아웃을 넘어 무신사를 겨누고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너 갖고 싶어 했던 A 브랜드 재킷 보냈어. 내일 갈 거야" 몇 달 전 생일을 앞두고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하는 반가운 마음과 함께 "그 브랜드를 대체 어떻게 구했지?" 하는 의문이 들었죠. 제가 푹 빠졌던 A 브랜드는 오픈런하지 않고는 도저히 구할 길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받은 택배 상자에는 리셀플랫폼 '크림'(KREAM)의 로고가 박혀 있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어렵게 구한 건 고마운데, 중고를 선물로 받는 게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 보니 그 상품은 완전한 세 제품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A 브랜드가 크림에 입점했고, 여기서 한정 수량으로 제품을 판 것이었습니다. '리셀' 플랫폼인 줄만 알았던 크림의 다른 면모였습니다. 이 한 장면에 크림의 진짜 저력이 담겨있습니다. '솔드아웃 vs 크림'의 구도는 담지 못한, 크림이 무신사에 진짜 위협인 이유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5-02
SM 인수전, 엔딩요정은 하이브였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센터는 카카오, 엔딩 요정은? 아이돌 무대의 주인공은 '센터'입니다. 쟁쟁한 멤버들 한가운데를 지키며 원샷을 받는 멤버죠. 이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입니다. '엔딩 요정'은 이런 흐름에 균열을 냈습니다. 무대가 끝난 뒤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짤'이 되고, 주목받지 못하던 멤버가 '센터' 못지않은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K팝 업계의 최대 '빅 이벤트'였던 SM 인수전의 승자, 즉 '센터'는 카카오가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엔딩 요정은 어떨까요. 저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SM 팬과 아티스트 그리고 전 세계 K팝 팬을 향해 '위로'를 말한 유일한 플레이어였기 때문입니다. '싸움 구경'을 보러 몰렸던 언론과 금융권, 주주들이 발길을 돌린 지금, 방시혁 의장의 '위로'가 K팝 씬에 남긴 여운의 의미를 돌아봐야 합니다. 원래는 집안싸움이었던 SM 논란 SM을 둘러싼 갈등은 전·후반으로 나뉩니다. 분기점은 하이브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직함 생략)의 지분 매수입니다. 'SM 인수전'으로 불렸던 사건은 후반전을 말합니다. 전반전은 역사가 꽤 깁니다. 서막은 2019년 KB자산운용이 라이크기획 문제를 제기하면서 열렸고, 이수만이 지분 매각을 본격화하면서 불이 붙었습니다. 전반전에서 후반전으로 넘어가면서 많은 게 변했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4-04
AIaas의 시대..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찾아온 해일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왜 물가가 오르지 않을까?" 겨우 수년 전만 해도 전 세계의 고민은 저물가였습니다. 지금은 믿기지 않는 일이죠. 2000년 이후 미국에선 통화량(M2)이 4배나 늘었는데 왜 이렇게 물가는 별로 오르지 않을까 의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돈을 찍어내면서, 저물가까지 누린 행복한 고민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돈을 찍어낼 때도 논쟁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전망과 지금까지의 경험을 볼 때 오를 리 없다는 전망이 부딪혔죠. 팽팽하게 부딪혔던 논쟁의 결과를 지금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무서운 수치의 물가상승이 찾아왔죠. 인플레를 예언한 경제학자 대다수가 한 세대 이상 이어져온 저물가가 계속될 거라 생각했던 2020년, 고물가가 찾아올 것이고, 이게 뉴노멀이 될 거라고 전망한 학자가 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거시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입니다. 2020년 8월 출간된 그의 책 '인구대역전'에서 그는 인류가 오랫동안 누린 저물가의 이유를 90년대 이후 쏟아진 중국과 동구권의 노동력 공급에서 찾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3-08
미스터 비스트의 J커브 vs 삼프로TV의 수익성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J커브' 스타트업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입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루는 모델, 모든 스타트업의 꿈이죠. 주로 빠른 성장을 통한 시장 독점을 추구하는 플랫폼 기업이 꿈꾸는 모델입니다. 유튜버 중에도 이런 성장 공식에 올라탄 곳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세계 최고의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본명 지미 도널드슨)입니다. 구독자는 무려 1억3200만명인데요, 멕시코(1억2700만명) 인구보다 많습니다. 최근에는 실명 위기를 겪는 아동 1000여명을 무료로 치료해주겠다고 밝혀 찬사를 받았죠. 재작년에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그대로 재연한 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런 히트 영상을 잇따라 내놓은 그는 2021년 한 해 동안 5400만달러(약 676억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모든 수입을 투자한다" 24세에 불과한 이 미국인 청년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유튜버가 됐을까요? 얼마 전 그가 출연한 인터뷰에 그 힌트가 있습니다. "유튜브로 올린 수입을 모두 영상 제작에 투자합니다. 목표는 최고의 콘텐츠를 만드는 거니까요"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2-09
버핏과 머스크가 모든 전선에서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나는 워런 버핏이 아니다" 지난해 테슬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일론 머스크가 워런 버핏을 소환했습니다. 스페이스X, 트위터 등 여러 자회사를 모기업에 통합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답하면서였습니다.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금융부터 철도, 에너지, 식품 등 수많은 기업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자신의 여러 벤처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두어 달 전 이야기를 꺼낸 건, 머스크가 워런 버핏과 자신을 비교한 말 때문입니다. "나는 엔지니어이자 물건을 만들어내는(manufacturing) 사람이고 기술자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나는 투자자(Investor)가 아니다" (참조 - "I'm not Warren Buffett:" Elon Musk says there's one key difference between him and the investor — he actually makes stuff) 이 발언은 '기인' 혹은 '천재' 머스크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최근 테슬라의 부진과 트위터의 혼란을 두고 머스크를 향해 제기되는 비판은 'CEO답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장은 머스크가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즉 트위터를 줄이고), 테슬라 실적 개선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경영자답게요. 머스크의 선언 "나는 엔지니어다" 하지만 경영자가 아닌 엔지니어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요?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3-01-09
카카오 2막의 미션 '착한 독점'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남궁민님의 기고입니다. 때때로 중요한 사건은 정체성의 위기를 부릅니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되돌아보게 만들죠. 지난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터진 먹통 사태는 독점 플랫폼 카카오에 이런 위기를 안겼습니다. (참조 - 카카오톡 '먹통' 8시간반 넘겨…"12년 역사 최장 장애") 사건 다음 날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아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태 수습을 촉구한 게 상징적이죠. (참조 - 尹대통령 "전쟁 같은 비상상황에 카톡 먹통되면 어떡할 건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민간 자본으로 구성된 사기업이지만, 이 회사의 문제가 국가 안보 위기 사태로 다뤄진다는 의미니까요. 또 다른 장면도 카카오의 모호한 상황을 드러냅니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도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돈을 내는 고객(Customer)이 아닌 이용자(User)에 대한 의무까지 져야 한다는 상징적 조치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독점적 지위를 향해 달리던 시기가 끝나고, 독점 플랫폼이 된 카카오에 2막이 시작됐다는 신호입니다. 사기업이지만 공적 의무를 다해야 하는 착한 독점이라는 미션이 시작된 거죠. 1등만 살아남는 플랫폼의 공식과 역설 카카오의 예를 들었지만 독점적 지위에 오른 뒤 정치권과 사회의 강한 견제를 받는 건 모든 성공한 플랫폼 기업이 겪는 숙명입니다. 플랫폼 기업은 태생적으로 이 과정을 겪습니다.
남궁민
'오독의 즐거움' 저자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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