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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12년 동안 한국에서 신문 기자로 일했습니다. 책 '40세에 은퇴하다'와 '지속가능한 삶을 모색하는 사피엔스를 위한 가이드'를 썼고 이메일 구독 서비스 '노멀피플(blog.naver.com/wildwildthing)'을 운영합니다.
'데이터 덜링(data dulling)'.. 세상 사는 게 조금 재미없어진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1995년 8월이었어요. 캐나다 밴쿠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에서 친구들이 놀러 왔어요. 우리는 로키산맥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예약도 없이 즉흥적으로요. 그냥 아침에 일어나 아반떼만 한 차에 4명이 타고 떠났습니다. 그날 밤 로키산맥 속 재스퍼라는 곳에 도착해 숙소를 알아봤어요. 그런데 어디를 가도 빈방이 없다는 거예요. 잘 곳을 찾아 두세 시간 재스퍼를 헤맸지만 결국엔 찾지 못했습니다. 예약을 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하는 수 없이 캠핑장에 갔어요. 15달러를 내고 캠핑 공간에 차를 주차한 뒤 세단에서 4명이 잠을 청했습니다. 한 여름이었지만 산속이라 추워서 중간에 두어 번 일어나 시동을 켜고 히터를 틀어야 했어요. 좁아서 제대로 자지도 못했죠. 차박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기 전 차박을 했던 셈입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땐 뿔 달린 순록이 차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밤사이 불편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이었죠. 공용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갔습니다. 제가 다녀 본 여행 중에 가장 어처구니없고 불편했던 하룻밤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룻밤이기도 했어요. 이젠 아무도 이런 여행을 다니지 않습니다. 모든 걸 사전에 예약하고 계획을 세워서 효율적으로 여행을 다니죠. 관련된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있는 덕분이에요. 모두가 정보를 최대한 이용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갑작스런 돌발 상황과 그걸 풀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김선우
2022-08-18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NBA의 구글'이라고 하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2010년이었습니다. 벤처캐피털리스트 조 레이콥(Joe Lacob)은 미국 프로 농구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인수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었어요. 그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인수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세계 10대 부자 중 한 명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이 경쟁자였어요. 그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레이콥은 당시 워리어스의 소유주 크리스 코핸을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했어요. 수소문 끝에 볼티모어에서 아들의 라크로스 게임을 관람 중이던 코핸을 찾아냈죠. 레이콥은 코핸에게 말했습니다. "입찰을 통해선 래리 엘리슨을 이길 수 없습니다. 원하는 가격을 얘기해 보세요.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라면 그 금액을 다 드리겠습니다" 코핸은 4억5000만달러 (약 5800억원)를 불렀어요. 레이콥과 그의 공동 투자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었어요. 레이콥은 이렇게 워리어스의 구단주가 됐습니다. 코핸은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레이콥의 비전과 그가 보스턴 셀틱스 경영에 관여한 경력, 워리어스 시즌 티켓을 10년 동안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요. 하지만 인수 사실이 알려지자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당시로선 NBA 역사상 최고 금액이었거든요. 워리어스는 LA 레이커스나 보스턴 셀틱스와 같이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명문 구단이 아닙니다.
김선우
2022-06-24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일론 머스크를 이해하는 방법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하우스'라는 미드가 있었습니다. 주인공 그레고리 하우스는 천재적인 의사인데 성격이 매우 괴팍해요. 하지만 워낙 뛰어난 덕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아픈 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전전하다가도 하우스에게만 오면 정확한 진단을 받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천재적인 의사가 항상 밑에 팀을 두고 일한다는 점입니다. 팀은 환자의 집에 가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부터 시작해 각종 검사를 합니다. 하우스는 팀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갈구고 쪼면서 수시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들의 반발이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 나갑니다. 자신의 생각에 메아리를 쳐줄 일종의 공명판으로 이용하는 셈이에요. 팀원들을 괴롭히는 데서 에너지도 얻습니다. 하우스는 자신에 대한 평가나 남들의 의견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환자를 살리는 게 우선순위도 아니에요. 그저 병을 진단하고 고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일론 머스크를 보면 저는 하우스가 떠오릅니다. 하우스에게 팀이 있다면 머스크에겐 트위터가 있어요. 해서는 안될 말도 마구 트윗을 해대죠. 그리고 수많은 리트윗과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요. 그럴 만도 한 게 그는 트위터에서 6번째로 팔로워가 많습니다. 9100만 명이 넘어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정치인이 즐비한 트위터에서 가장 활발하게 트윗을 하는 경영자죠.
김선우
2022-05-25
제프 베조스의 마지막 주주서한과 앤디 제시의 첫 주주서한에 담긴 '아마존다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아마존 CEO는 매년 4월 중순이면 주주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주주서한을 써왔어요. 주주서한은 주주들에게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회사의 경영 상황을 알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는 편지예요. 사실 많은 기업들은 잘된 부분을 부각시키고 잘못된 부분은 잘 설명을 하지 않죠. 그래서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주주서한은 조금 다릅니다. 편지의 내용에 경영 상황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에 더해 뭔가 플러스 알파가 있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베조스가 써온 아마존의 주주서한을 보면 그의 영혼을 살짝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죠. 솔직하고 통찰력이 가득합니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고 책을 인용하기도 해요. 제프 베조스의 마지막 주주서한 지난해 4월에 쓴 2020년 주주서한을 한 번 볼까요? (참조 - 2020 Letter to Shareholders) 베조스는 이 주주서한의 도입부에 주주에게 받은 편지를 소개합니다. 이 편지를 보낸 가족은 1997년 아마존이 기업공개를 했을 때 아마존 주식 2주를 샀어요.
김선우
2022-04-27
어쩌다 영웅? 젤렌스키는 어떻게 지금의 리더가 된 걸까요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이제 우리가 직면한 질문은 죽느냐 사느냐에 관한 겁니다… (전쟁이 벌어진 지) 13일이 지났고, 이 질문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유효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꼭 살아야 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월 8일 영국 하원의원을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이 연설을 했을 때만 해도 저는 러시아와의 이 전쟁이 금방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암살당할지 모른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 이후 20일 더 지났고,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와 함께 여전히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어요. 러시아에 침공당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 구걸하듯이 도움을 요청하는 리더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암살의 표적인 걸 뻔히 알면서, 포탄이 날아들지도 모르는 대통령 집무실에 남아 '나 여기 있다'고 공표하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상상이 잘 안 됩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잘 해내고 있어요. 영국 의회 연설에서는 위와 같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인용했고 윈스턴 처칠처럼 연설했습니다. 미국 의회 화상 연설 때는 진주만 공습을 언급했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처럼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고 말했죠. 독일 연설 때는 홀로코스트를 언급했고 이스라엘 의회에서는 땅이 없어 정처 없이 헤매던 유대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는 우크라이나 내부적으로도 결속을 다지고 있습니다. 그가 러시아와 싸우다 부상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격려를 하는 동영상도 공개됐어요.
김선우
2022-03-28
수영장 라이프가드 의자가 치워지면서 깨달은 '변화의 어려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최근에 겪은 제 경험을 통해서요. 저는 미국 시골 수영장에서 일주일에 15시간씩 라이프가드로 일합니다. 라이프가드가 되기 위해서는 수영 시험과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심폐소생술과 인명 구조 훈련도 해야 합니다. 시험 한 번 통과했다고 끝나는 건 아니에요. 수영과 필기는 2년마다 재시험을 봐야 합니다. 심폐소생술은 1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요. 훈련은 매달 합니다.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고 훈련하는 걸 제외하면 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요. 높은 의자에 앉아서 수영장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없는지 관찰하는 게 일의 90%니까요. 나머지 10%는 수영장 청소하고 다친 사람 있으면 응급처치하고 수질 체크하며 회원들과 소통하는 겁니다. 제가 이 일을 하기 시작한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야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수영장 전체적으로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익사 사고는 드물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익사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닐 겁니다.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죠. 지난해 11월이었어요. 제가 일하는 수영장을 비롯한 이 지역 수영장 라이프가드 100명 정도가 모여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은 수영선수 출신으로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디즈니월드 수영장에서 라이프가드 훈련을 담당했던 수상 안전 전문가가 했습니다. 디즈니월드에서 일할 때는 매주 수백 명의 라이프가드를 훈련시켰대요. 지금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익사사고를 조사하는 컨설턴트입니다.
김선우
2022-02-24
호날두와 브래디 : 글레이저家의 노장 용병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톰 브래디 : 탬파베이 2020년 3월이었어요. 미국 프로 미식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쿼터백 중 한 명으로 불리는 톰 브래디는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전화를 건 쪽은 미식축구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단장과 감독이었어요. 탬파베이는 새 쿼터백을 찾고 있었거든요. * 쿼터백은 미식축구에서 공격 시 볼을 소유하고 전술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 브래디는 보스턴 지역을 연고로 하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팀에서 20년 동안 뛰면서 우승을 6번이나 했습니다. (최고의 선수지만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미식축구 선수로서보다는 슈퍼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그의 당시 나이는 43세. 30세만 되도 노장 취급을 받는 미국 미식축구 리그(NFL)에서는 환갑이 아니라 팔순 잔치를 해야 되는 나이에요. 모두 그가 뉴잉글랜드에서 은퇴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래디의 뉴잉글랜드와 계약 기간은 끝났고 뉴잉글랜드의 명장 감독 빌 벨리첵은 그를 잡을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브래디는 은퇴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탬파베이는 이런 브래디를 영입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어요. 브래디는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자기 관리가 철저해 성적이 전성기 때만은 못하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전화는 그 일환이었죠.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할 때여서 직접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탬파베이는 2002년 시즌에 우승을 한 이후 20년 가까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김선우
2021-10-28
실력과 진정성으로 쌓아 올린 브랜드 '로저 페더러'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가 미국 오리건주 비버튼에 있는 나이키 본사를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나이키가 그를 위해 만든 테니스화를 신어보기 위해서였죠. 신발 테스팅을 마친 페더러는 다음 일정을 위해 나이키 본사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건물을 나섰습니다. 길을 가던 페더러는 갑자기 멈춰서더니 "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시 나이키의 테니스 담당 이사였던 마이크 나카지마는 페더러가 뭘 두고 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페더러는 뭔가를 잃어버린 건 아니었어요. 잊어버린 거였죠. 자신을 위해 신발 개발을 한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걸 잊어버렸던 겁니다. 페더러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뒤 다시 건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직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고맙다는 말을 한 뒤에야 다음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나카지마는 페더러 같은 운동선수는 정말이지 처음 봤다고 말합니다. 페더러는 역사상 최고의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이죠. 1700번 이상의 투어 레벨 경기를 치러서 이 중 80%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2003년 21세 때 첫 윔블던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22세 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어요.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20번의 그랜드슬램 토너먼트에서 우승했고 마흔이 된 지금도 아직 정상급 선수로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니까요.
김선우
2021-10-05
메타버스보다 메타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걸 발견하는 능력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유명 강사이자 유튜버 김미경 씨는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엔 광고회사에 들어갔어요. 광고음악을 만드는 일을 했죠. 하지만 1년 정도 다니다가 그만뒀습니다. 광고음악은 학교에서 공부한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팝과 록 음악이 주류였거든요. 좌절감이 컸어요. 당시 김 씨의 전 재산은 피아노 한 대. 어렸을 때 사서 이사 다닐 때마다 가지고 다닌 피아노였어요. 그걸로 할 수 있는 건 피아노 레슨뿐이었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건 사실 크게 내키진 않았어요. 음대 재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레슨을 해본 뒤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거든요. 하지만 돈을 벌어야 했어요.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에게 담배 사줘 가면서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습니다. 다행히 피아노를 배우러 오는 아이들은 차츰 늘어났고 수입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소음 때문에 집에서 레슨을 못하게 됐어요. 할 수 없이 대출을 받아 피아노 학원을 차렸습니다. 이젠 월세를 벌지 못할까봐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학생 카드를 들여다보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그만두지 못하게 할지를 고민했어요.
김선우
2021-08-24
두 번째 상장..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걸어온 달콤하지만은 않았던 길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전설을 들어봤고 누구나 그걸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이 도넛의 왕국이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동네에 사는 사람" - 세스 고딘, '보랏빛 소가 온다'(2004년) 중 1937년 7월 13일이었어요. 22세의 버논 루돌프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윈스턴-세일럼에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라는 이름의 도넛 가게를 열었습니다. 도넛을 만들어 식료품점에 납품하는 게 주된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도넛 냄새가 너무 좋아서였어요. 심지어 도넛을 만드는 시간인 자정부터 새벽 4시 사이에 갓 나온 따끈따끈한 도넛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죠. B2B에서 B2C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었습니다. 루돌프는 가게 벽에 큰 구멍을 내 그 구멍을 통해 도넛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가 아니라 일종의 워크 스루(walk-through)였던 셈이에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무려 84년 전 얘기네요. 2004년에는 롯데가 국내에 들여왔죠.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30여개 국에서 모두 13억개의 도넛을 팔아 11억달러(약 1조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런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상장을 한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크리스피 크림 하면 달달한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도넛 맛만 떠올립니다.
김선우
2021-07-01
세계 최고 부자들의 자존심을 건 'Dream Wars'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2004년,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만났습니다. 지금이야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두 사람이지만 당시에는 그냥 성공한 기업가일 뿐이었어요. 베조스는 4년 전 우주 탐사업체 블루 오리진을, 머스크는 2년 전 스페이스X를 창업한 상황이었습니다. 베조스는 아마존 경영에 몰두하느라 블루 오리진에는 많은 시간을 쓰지 못했어요. 반면 머스크는 스페이스X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테슬라에 투자를 막 시작한 터라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바쁘지 않았거든요. 두 사람은 식사를 하면서 우주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만남에서 머스크는 베조스에게 훈수를 뒀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다 해봤는데 안 되더라.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해봐" 같은 류의 말이었어요. 하지만 베조스는 머스크의 조언을 무시했습니다. 머스크는 나중에 "나는 좋은 조언을 해주기 위해 무지 노력했는데 무시를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선우
2021-06-16
"왜 고통만 받고 선물은 받지 않죠?" 워싱턴포스트를 살린 파트너십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2013년 8월이었어요.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 마틴 '마티' 배런은 조금 일찍 사무실을 나와 길 건너편 매디슨 호텔의 바로 향했습니다. 자신의 상사이자 포스트의 발행인인 캐서린 웨이머스를 만나기로 돼 있었거든요. 영화 '더 포스트'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여장부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의 손녀죠. 이 자리에서 웨이머스는 엄청난 뉴스를 전합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개인 돈을 들여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어요. 배런이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이 된 지 8개월뿐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배런은 '잘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이 소식을 받아들였습니다. 갈수록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신문업계에는 외부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업계 내부에서는 아무런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고 있었어요. 배런이 누구입니까. 보스턴글로브에서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및 조직적 은폐를 파헤치는 보도를 이끌었던 편집국장입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배우 리에브 슈라이버가 배런의 역을 맡았었죠. 배런은 보스턴 글로브 전에는 마이애미 헤럴드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45년의 기자 생활 동안 무려 21년을 편집국장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가 이끈 뉴스룸은 모두 17개의 퓰리처상을 받았어요. 그중 워싱턴포스트를 이끌 때 받은 퓰리처상이 10개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배런은 미국에서 신문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기자 중의 기자라고 할 수 있어요.
김선우
2021-06-02
공부를 잘하면 일도 잘할 것이라는 착각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2003년 12월이었어요. 미국 프로농구 리그(NBA) 스타 선수 출신 아이제아 토마스가 뉴욕 닉스 구단의 사장이 됐습니다. 토마스는 곧바로 닉스의 리빌딩을 시작했어요. 그의 리빌딩에는 명확한 비전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득점을 많이 올리는 선수를 모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경기당 평균 득점이 높은 선수를 데려왔습니다. 토마스의 논리는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득점력이 좋은 선수만 모아 놓으면 경기를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농구 경기는 점수를 많이 내는 팀이 이기는 거니까요. 다행인지 (또는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전통 있는 구단 뉴욕 닉스는 그 비전을 감당할 자금이 있었습니다. 닉스는 NBA에서 경기당 평균 득점이 가장 높은 팀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이론과 달랐습니다. 닉스는 4년 연속 5할을 밑도는 성적을 냈어요. 66%의 게임을 패했죠.
김선우
2021-05-17
'쉬운 길은 피해가는' 스티븐 연의 여정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영화 ‘미나리’의 주연 배우 스티븐 연의 한국 이름은 연상엽입니다. 그는 어떻게 스티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요? 그의 아버지는 한국의 건축가였습니다. 한번은 미국 미네소타 주에 출장을 갔는데 너무도 넓은 땅을 보고 이민을 결정했다고 해요. 스티븐 연이 4살 때 일입니다. 그의 가족은 캐나다의 시골인 사스캐치원 주에 살다가 미국의 미시간 주에 정착했습니다. 그런 스티븐 연의 가족이 미국에서 처음 만난 의사의 이름이 스티븐이였여요. 스티븐 연의 부모님은 아직 미국 이름이 없던 상엽에게 스티븐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그만큼 그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는 얘기일 거예요. 하지만 스티븐 연은 의사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일단 생물학 과목을 들은 뒤 형편없는 성적을 부모님에게 보여줬죠. 대학에 들어가서는 즉흥 연극과 코미디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촌을 동원해 설득을 하려 했죠. 하루는 사촌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집안 어른들이 걱정이 많으셔. 나보고 너에게 전화해서 의사가 되라고 설득해 보래"
김선우
2021-04-27
리처드 용재 오닐이 선택한 '돌려주는 삶'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이마에는 주름이 있습니다. 소속사에서 보톡스를 맞아서 없애는 게 어떠냐는 제안까지 했을 정도로 눈에 띄는 주름이에요. 이 주름이 생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란 그는 어렸을 때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에 시달렸고 놀림을 받았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다 자신이 그들과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같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눈을 크게 뜨는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눈은 커지지 않았습니다. 주름이 생겼을 뿐이에요. 한국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그이지만 이 정도로 심한 인종 차별을 겪었다는 얘기는 잘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불쾌한 얘기니까요. 그가 최근 그래미상을 수상했습니다. 3번째로 후보에 오른 끝에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멘털 솔로' 부문을 수상했죠. 많은 이들이 BTS가 올해 상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저는 용재 오닐의 수상만으로도 무지 기뻤습니다. 그는 "비올라에 있어 위대한 날이다. 내 삶에 있어서 이런 영광을 얻게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특별한 연주자입니다. 하지만 연주자이기 이전에 인간미와 진정성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말로만 그러는 건 아니에요. 그는 항상 겸손하고 남을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선우
2021-03-29
'여행의 암흑기'에 싹트는 새로운 여행의 트렌드 5가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저는 시간제로 미국 워싱턴주 시골에 있는 수영장에서 라이프가드로 일합니다. 빨간 티셔츠 입고 높은 의자에 앉아서 모두 안전하게 수영하고 있는지 지켜보죠. 얼마 전 일하고 있을 때였어요. 수영장 안에서 걸어 다니며 운동하시던 한 백인 할머니가 제 쪽으로 오시더니 이러는 거에요. “내가 지난 주말에 모더나 백신 2번째 주사까지 다 맞았거든, 그래서 이번 주말에 덴버에 있는 손자 보러 갈 거야" "의사가 2번째 백신 맞은 후 2주 지나야 100% 안전하다고 했는데, 첫 번째 백신만으로도 85% 안전하다니 그냥 가려고" "내가 그 녀석 작년 초 1살 때 보고 못 봤는데, 1년이 넘게 못 봤다니 말이 돼?” 그러면서 제 앞에서 만세를 부르고 가셨어요. “야호, 손자 보러 간다!~” 약간 코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할머니는 정말 진지했어요. 저도 왠지 모를 감동에 살짝 엄숙해졌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잊힌 행위였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처럼 1년 내내 집에만 있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죠.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이 할머니와 같이 그동안 얼굴을 못 봤던 손자를 보러 가는 등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올해는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김선우
2021-03-16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는 제프 베조스가 하게 될 4가지 프로젝트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그래서 잘나가던 뉴욕의 헤지 펀드를 그만두고 미국의 반대편 시애틀에 와서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창업했습니다. 1994년의 일이었죠. 27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습니다. 주가에 따라 순위가 바뀔 때도 있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에 올랐어요. 그런 그가 올해 9월 아마존 CEO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베조스의 후임은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 ‘아마존 웹 서비스(AWS)’ CEO인 앤디 재시가 맡을 예정이에요. 아마존의 유통 부문은 배송을 책임졌던 데이브 클락이 이끌게 됩니다. 베조스는 왜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걸까요? 아마존의 주력 사업인 온라인 유통과 클라우드 컴퓨팅이 본 궤도에 올라섰다고 느낀 걸까요? (참조 - 제프 베조스 '프로 반대러', 아마존 CEO가 되다) (참조 - 1년에 35억개… 아마존의 배달을 책임지는 '물류창고의 저격수') 그는 1964년생으로 올해 57세. 아직 젊은 편입니다. 이번 이동이 은퇴는 아니라고 못을 박았어요. 다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아마존을 전반적으로 챙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너지와 관심을 새로운 제품과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들에 집중하겠다고 했어요. 다음은 그가 아마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단락입니다.
김선우
2021-02-19
1경원을 굴리는 블랙록 CEO가 기업들에 착해지라고 하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기업 CEO들은 편지를 쓰곤 합니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편지를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편지처럼 직원들에게 보내는 내부 결집용 편지가 있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기업의 전략이 녹아 있는 편지도 있습니다. 반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창업자이자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블랙록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 CEO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편지에는 일종의 경영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들어있어요. 기업 CEO들은 그의 조언을 새겨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작년 12월말 기준 블랙록이 굴리는 돈은 8조6800억달러에 이릅니다. 우리 돈으로 자그마치 9000조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잘 들어보지도 못하는 1경(京)원에 가까운 금액이죠. 이는 2020년 한국 GDP 1조5512억달러의 5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세계 주요 자산 운용사 중 가장 많죠. 심지어 블랙록은 삼성전자의 3대 주주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핑크는 CEO들의 CEO인 셈입니다. 개별 기업 CEO들은 블랙록이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에 핑크의 조언을 무시할 수가 없죠. 그가 보내는 편지는 그래서 기업들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핑크의 편지
김선우
2021-02-01
'첫 제품이 코로나 백신' 모더나 이야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2007년이었습니다. 일본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山中 伸弥)가 줄기세포 분야 연구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룹니다.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인체 모든 장기로 분화가 가능하게 만들어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었죠.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신약 개발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재생의학이나 난치병 치료에도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죠. 그는 이 연구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어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DNA 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었거든요.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암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야마나카 교수의 연구를 주의 깊게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같은 분야인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데릭 로시(Derrick Rossi) 하버드대 교수였어요. 그는 줄기세포 대신 당시로서는 새로운 분야였던 메신저 RNA(mRNA)를 사용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를 창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DNA에는 손을 대지 않고 대신 mRNA를 이용하면 DNA 변이를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아이디어가 로시 교수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관련 연구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어요. 진전이 더딜 뿐이었죠.) DNA가 우리의 유전 정보를 담은 ‘매뉴얼’이라면 RNA는 그 매뉴얼에 따라 일을 하는 ‘현장 작업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mRNA는 메신저라는 이름에 걸맞게 DNA의 유전 정보를 해독하고 세포에 전달해 단백질 합성을 돕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인간의 생명현상을 조절하죠. 그래서 mRNA는 ‘생명체의 소프트웨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몸 안의 단백질이 망가지거나 결핍됐을 때 세포에 정상 단백질을 코딩하는 mRNA를 주입하면 단백질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김선우
2020-12-21
고객과 직원의 행복을 함께 추구했던 '토니 셰이'를 기억하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11월 18일 새벽 3시 반이었어요.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 뉴런던이라는 도시의 바닷가에 있는 집에서 불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출동해 집 안에 있던 한 남성을 구조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뒤 병원으로 옮겼어요. 하지만 구조된 40대의 남성은 이미 심한 화상을 입었고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신 생태였습니다. 이 남성은 9일 뒤인 27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47세 생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세상을 떠난 이 남성은 온라인으로 신발을 파는 자포스(Zappos)의 전 CEO 토니 셰이(Tony Hsieh)입니다. 자포스는 배송과 반품이 모두 공짜고 여러 치수의 신발을 보내주는 걸로 유명하죠. 2009년 약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아마존에 인수됐어요. 창업 초창기 자포스에 투자자로 참여했던 셰이는 CEO가 됐고 아마존 인수 후에도 독자적으로 자포스를 경영하며 올해 8월까지 CEO로 남아있었습니다. 자포스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신발 판매 사이트였습니다. 하지만 사실 실적이나 제품보다는 셰이의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운영 방식 때문에 더 유명해졌죠. 그런 자포스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낸 셰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효율적인' 우등생 셰이는 1973년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대만 출신인 셰이의 부모는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만났다고 해요.
김선우
2020-12-02
맞춤양복의 메카 영국 '새빌 로'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방식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일본어로 신사복은 ‘세비로(せびろ)’입니다. 이 말은 영국 런던의 고급 맞춤 양복점들이 있는 거리 새빌 로(Savile Row)에서 유래했습니다. 양복을 파는 서양의 한 거리 이름이 동양 한 나라 언어의 ‘양복’이라는 단어가 된 셈이죠. 그 거리가 얼마나 맞춤형 양복의 대명사와 같은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새빌 로는 그만큼 서양 남성 정장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곳입니다. 턱시도와 보울러 햇(bowler hat, 중산모)이 만들어진 곳도 새빌 로입니다. 영화 ‘킹스맨’에서 본부로 가는 비밀 통로의 역할을 하는 곳은 헌츠맨이라는 양복점이에요. 헌츠맨은 바로 새빌 로에 있는 유명한 가게죠. 새빌 로는 그야말로 서양식 남성 정장에 관련해서는 어마어마한 전통과 자부심이 녹아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빌 로는 1731년 런던의 도심을 재개발한 벌링턴 백작 3세의 아내 ‘도로시 새빌’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처음에는 주거지였지만 재단사들이 모여들면서 남성 양복 패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1780년부터는 영국 왕실의 관복이나 군복을 주로 제작하면서 이름이 났고 이후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이 됩니다. 보 브루멜이라는 테일러(재단사)는 실크 대신 울로 남성복을 만들고 처음으로 상하의 원단을 통일해 맞춤 정장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고,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드레스를 직접 만들었던 하디 아미스는 기사 작위까지 받았어요. (참조 - [만파식적] 새빌 로) 전통은 현재에도 이어집니다. 새빌 로의 손님은 영국 왕실 사람들에서부터 런던 금융권에서 일하는 부자들, 갱스터까지 다양합니다. 저 유명한 비틀즈의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의 앨범 사진에 나오는 비틀즈 맴버 4명 중 3명이 새빌 로에서 만든 옷을 입고 있죠.
김선우
2020-11-24
'긱 이코노미' 다음 ‘열정경제’의 시대가 온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지난해 10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회사 안데르센 호로위츠의 웹사이트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당시 이 회사의 파트너였던 리진(Li Jin)이 쓴 글의 제목은 ‘열정경제와 일의 미래(The Passion Economy and the Future of Work)’였어요. 글의 내용은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과거의 노동 플랫폼에서는 개인의 특성이 발휘될 여지가 없었던 반면 이제는 개인들이 자신만의 능력과 개성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였어요. (참조 - The Passion Economy and the Future of Work) 긱 이코노미의 명암 지난 10여년 동안 공유경제와 긱(gig) 이코노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XX업계의 우버’를 지향하며 창업을 했죠. 그렇게 태스크래빗(일자리중개 업계의 우버)과 리프트, 도어대쉬(배달 업계의 우버) 등이 생겨났습니다. 이 플랫폼들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줬고 가격결정까지 자동화했어요.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직장인들은 퇴근한 뒤에 또는 시간이 날 때 손쉽게 투잡을 뛸 수 있게 됐어요.
김선우
2020-10-27
'규칙 없음' 문화를 만든 직원까지 내보낸 넷플릭스의 '규칙'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규칙 없음’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이자 현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인시아드 비즈니스스쿨 에린 마이어 교수가 함께 쓴 책이죠. 현재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기업 넷플릭스가 어떻게 최고의 인재를 뽑아서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칙을 없애고 재량권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어 제목은 ‘No Rules Rules’인데 무규칙이 최고의 규칙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에는 휴가 규정, 비용 규정, 의사 결정 승인, 출장 규정, 성과급 제도 등 보통 기업에서는 당연히 존재하는 규정과 절차들이 없습니다. 직원들은 휴가도 법인 카드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요. 물론 회사에 가장 득이 되는 선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넷플릭스가 하루 아침에 사내 규정들을 없애지는 않았을 겁니다. 창업할 때부터 규칙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걸까요. 이 글에서는 넷플릭스가 어떻게 이런 기업 문화를 가지게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솔직한 헤이스팅스, 부드러운 맥코드 규칙 없음이 규칙이 된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두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김선우
2020-09-28
뉴욕타임스의 첫 외부영입 CEO 마크 톰슨 이야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영국의 공영 방송 BBC의 사장으로 있던 마크 톰슨에게 전화가 왔어요. 전화를 한 건 미국의 뉴욕타임스였습니다. “저희가 새 CEO를 뽑고 있습니다. 혹시 후보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톰슨의 답이 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니오.” 톰슨은 신문사에서는 일해본 경험이 없었거든요. 미국에서 일한 적도 없었고요. 그는 방송국에서 잔뼈가 굵은 방송 저널리스트 출신의 방송사 경영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뉴욕타임스의 애독자였습니다. 항상 뉴욕타임스가 최고의 뉴스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음을 바꿔 이사회와 뉴욕타임스를 소유한 설즈버거 가문 사람들을 만나봤죠. 그들은 말했습니다.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저희는 급진적인 변화를 최대한 지원할 겁니다” 톰슨은 그들에게 믿음이 갔어요. 그리고 그렇게 뉴욕타임스의 CEO가 되기로 합니다.
김선우
2020-09-16
"인수할 수 없다면 베껴라".. 페이스북 모방의 역사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제가 기자로 일하던 시절 얘기로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아침에 데스크에게서 전화가 와요. “OO일보에 난 기사 봤어?” 같은 출입처의 OO일보 기자가 무슨 단독 기사를 쓴 모양입니다. 업계 용어로 ‘물을 먹었다’고 표현하죠. 데스크의 저 짧은 말 속에는 ‘사실이냐’, ‘왜 물이나 먹고 다니냐’ ‘우리도 쓸 가치가 있냐’ ‘안 써도 되면 그 이유는 뭐냐’의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어요. 기사의 중요도는 경찰서 관할의 사건, 사고부터 삼성전자의 전략적 움직임 관련 정보, 중요한 검찰 수사 관련 사실, 청와대 인사까지 다양합니다. 사건, 사고는 물 먹어도 크게 지장이 없지만 검찰 수사나 청와대 인사 물 먹으면 담당기자는 아침부터 기분이 더럽죠. 담당 부장은 물론 편집국장도 난리가 납니다. 하지만 그런 빼도 박도 못하는 물을 먹지 않는 한 대부분의 기자들은 강변합니다. “별거 아니에요”라고. 남이 쓴 기사 받아서 쓰려면 자존심 상하니까요. 하지만 사실이고 중요한 얘기는 늦게라도 다뤄야 합니다. 그게 독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서비스니까요. 뒤늦게 쫓아가는 기사를 쓸 때는 업계 용어로 ‘기사를 받는다’고 하는데, 기사를 받으면서 좀 더 충실하게 쓰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추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옛날 기자 시절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요즘 페이스북이 새롭게 내놓은 인스타그램 ‘릴스’가 틱톡과 너무 비슷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데
김선우
2020-08-18
테슬라 주가를 바라보는 3가지 시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최근 최고 억만장자들의 순위에 약간의 변동이 있었습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재산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면서 순위가 떨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버핏을 제치고 세계 7위의 거부로 올라선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입니다. (참조 - Elon Musk just became richer than Warren Buffett) 머스크 재산이 어떻게 불었냐고요? 테슬라 주가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아주 미쳤거든요. 올해 1월 초 400달러대였던 테슬라 주식은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7월 말 현재 1500달러(약 180만원)를 넘나듭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자동차 업계가 전반적으로 죽을 쑤고 있는 이 상황에서 3배가 넘게 오른 셈이죠.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의 20.8%를 소유하고 있는 데다가 테슬라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을 받게 돼 있어요. 2년 전만 해도 천막에서 차를 만들고 있던 그였습니다. ‘모델3’의 생산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자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공장 안에 초대형 천막을 치고 이미 생산이 시작된 모델3의 생산 공정을 바꾸면서 새로운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모험을 감행했죠.
김선우
2020-08-03
'큰 거 한 방'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끝나갑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2018년 6월 이었어요. 워너미디어의 대표 존 스탠키가 뉴욕에 있는 HBO의 본사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HBO의 리처드 플레플러 CEO와 직원들을 만나기 위해서 였습니다. 워너미디어는 AT&T가 영화사 워너 브러더스와 케이블 채널 HBO 등을 거느린 타임 워너를 인수하면서 붙인 이름이에요. HBO는 ‘왕좌의 게임’, ‘더 소프라노스’, ‘더 와이어’와 같은 TV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드라마를 방송한 최고의 채널이고요. (“뭐? ‘왕좌의 게임’이 최고의 드라마라고?”라고 반문하고 있는 독자들도 있겠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마지막 시즌 전까지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각종 시청률 기록을 깬 건 마지막 시즌이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이 자리는 플레플러 HBO CEO가 자신의 새로운 상사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HBO는 수는 적지만 최고의 시리즈를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보통은 꿀릴 게 없습니다. 하지만 스탠키 대표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힘든 한 해가 될 겁니다. HBO는 이제 모바일 디바이스와 경쟁을 해야 하니까요” AT&T는 HBO가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시청자들을 오래 붙잡아 주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야 시청 관련 데이터 모을 수 있고, 수익성 높은 광고 모델이나 구독 모델을 개발할 수 있으니까요.
김선우
2020-07-20
실리콘밸리를 씹어먹고 있는 매체 ‘디인포메이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한동안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사실 뭐 여전히 그렇다고 해도 반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주 천천히 유료 콘텐츠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죠. (참조 - 무료 콘텐츠 전성시대는 끝났다)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아웃스탠딩은 프리미엄 연 구독료가 8만2800원입니다. 지식플랫폼을 지향하는 폴인은 15만3600원입니다. 디지털 구독에 성공한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는 초반 할인을 제외하면 1년에 약 200달러(약 24만원)에 구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1년에 399달러(약 48만원)를 내야 구독을 할 수 있는 매체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프리미엄도 1년에 17만4000원이면 볼 수 있는데 48만원이라뇨. 오늘 소개를 하려는 바로 그 매체는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라는 테크 기업을 다루는 매체입니다. 기자와 에디터는 모두 합쳐 24명(2020년 2월 현재)뿐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을 위주로 취재하지만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 뉴욕, 워싱턴DC, 홍콩에도 사무실이 있죠. 도대체 누가 48만원씩이나 내고 볼까 했는데… 구독자가 2만 명이 넘습니다. 제프 베조스도 구독을 하고 있고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도,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이자 월간지 ‘디 애틀란틱’을 소유하고 있는 로렌 파월 잡스도 구독합니다.
김선우
2020-07-06
구독으로 실내 자전거의 개념을 바꾼 '펠로톤' 이야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뒤 더 잘 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음식 사재기를 하는 바람에 식품업체 크레프트 하인즈나 켈로그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죠. 커피 사 마시기가 어려워져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잘 팔리고 있고, 로지텍의 웹캠은 올해 1분기에 판매가 34% 늘었습니다. 게임 중에서는 ‘집콕’하면서 편안하게 즐기는 닌텐도의 ‘애니멀 크로싱: 뉴 호라이즌’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가장 큰 이익은 소위 ‘언택트’ 소비 관련 기업이 챙기고 있습니다. 화상 회의 플랫폼 줌과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예죠. (참조 - Our Habits Have Changed. These Gadgets Are Proof) (참조 - Peloton Rides a Coronavirus Surge in Home Workouts) 코로나 수혜주 펠로톤 여기에 선전하고 있는 기업 한 곳을 더하자면 펠로톤(Peloton)을 꼽을 수 있습니다. 펠로톤은 실내 자전거에 태블릿을 연결해 집에서도 스피닝 강사의 수업을 보고 들으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업이죠. 홈 워크아웃(home workout) 또는 커넥티드 피트니스(connected fitness) 업체라고 불립니다. 엑서사이즈(exercise)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쳐 ‘엑서테인먼트’라 하기도 하죠. 어쨌거나 요지는 헬스클럽에 가서 해야 했던 운동을 이제는 집에서 혼자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펠로톤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22인치 고화질 태블릿이 달린 고가의 실내 자전거 (2245달러, 약 270만원)와 각종 운동복을 판매합니다. (실내 자전거 외에 4295달러(약 520만원)짜리 트레드밀(러닝머신)도 판매했는데 코로나 이후 판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주된 수입원은 이런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인 유료 구독입니다. 월 39달러(약 4만7000원)를 내면 최고의 인기 강사들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은 물론 지금까지 방송된 모든 수업 콘텐츠까지 접근이 가능합니다. 너무 비싸다 싶으면 월 12.99달러(약 1만6000원)만 내고 앱을 내려받아 아무 실내 자전거로나 운동 관련 콘텐츠를 이용할 수도 있죠. 이런 펠로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늘어난 5억2460만달러(약 6354억원)였습니다. 유료 구독자 수는 88만6100명이 돼 1분기에만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김선우
2020-06-22
트위터 vs. 페이스북… 트럼프를 대하는 상반된 전략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갈 때였어요. 북한이 미사일을 쐈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윗을 날렸죠. 그런데 매일 같이 트윗을 쏟아내는 트럼프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내 핵단추는 김정은의 핵단추보다 더 크고 강하며 작동도 한다”며 북한에 핵무기를 발사할 수도 있다는 식의 위험한 트윗이었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정치인의 무서운 협박이었습니다. (참조 - 트럼프 트위터) 역시 같은 2018년 여름이었어요. 백악관의 유일한 흑인 여성 참모였던 오마로사 매니콜트 뉴먼이 일을 그만둔 뒤 트럼프를 비판하는 책을 출판하려고 했죠. 트럼프는 트위터에 뉴먼을 향해 ‘개(dog)’, ‘미친 울보 저질 쓰레기 인간’ 같은 언사를 퍼부었습니다. 이 2번의 트윗 이후 트위터 내부에서는 “이런 식의 선동적이고 막 나가는 포스팅을 그냥 둘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그때까지는 가만히 보고 있었지만 이젠 뭔가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죠. 물론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계속 그냥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괜히 트럼프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는 얘기죠. 외부에서도 트위터를 공격했어요. 특히 트럼프를 싫어하는 미국 민주당 진영에서는 타인에 대한 모욕과 허위를 일삼는 트럼프의 트윗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별것 아닌 일반인의 트윗은 규제하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눈치를 본다고 트위터를 비난했죠. 하지만 트위터는 트럼프와 같은 세계 각국 지도자의 트윗은 뉴스 가치가 높기 때문에 조금은 봐줘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어요. 트위터의 CEO 잭 도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문제가 되는 트윗을 그냥 두는 것도 아니고 삭제하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서 해결책을 찾기로 합니다.
김선우
2020-06-05
'더 라스트 댄스' 리더는 될 수 없었던 농구황제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퀴즈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다음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1)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성과가 좋다. 2)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CEO는 좋은 실적을 낸다. 3) 개방형 사무실이 직원 간 소통을 돕는다. 4) 학점이 높은 사람이 사회에 나와 성공한다. 5) 지루할 틈이 없는 삶이 생산성이 높다. 6) 선택의 폭은 넓으면 넓을수록 더 좋다. 7) 남들에게 받은 것보다 많이 주는 사람은 실패한다. 얼핏 보면 모두 진실일 것 같은 위의 7가지 명제는 연구를 해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적이 있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1)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성과가 좋다. 물론 일을 많이 하는 사람 중에 성과가 좋은 사람이 있지요.
김선우
2020-05-25
처음엔 환영받지 못한 아이디어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2005년 여름이었습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The Great Influenza’라는 스페인 독감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고는 결심했죠. 팬데믹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국가적인 전략을 세워야겠다고. 안 그래도 2001년 911테러 이후 화학 테러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고 아시아에서는 조류 독감이 유행하고 있었죠. 탄저균이 든 우편물이 백악관에 배달되기도 했습니다. 팬데믹은 산불과 같아서 초기에 잡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냥 놔두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다는 게 부시 전 대통령의 생각이었습니다. 그해 미국 정부는 리처드 해챗(Richard Hatchett)과 카터 메셔(Carter Mecher) 2명의 박사에게 큰 전염병이 돌거나 화학전이 일어나면 국가적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 개발을 맡깁니다. 두 박사는 한 여고생의 소셜 네트워크 관련 프로젝트와 1918년 일어난 스페인 독감 방역 역사를 참조한 뒤 엄청난 비웃음을 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아이디어를 내죠. 네, 비웃음 맞습니다. 전염병이 도니까 학교와 기업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중세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옛날 고리짝 방식을 21세기 미국에서 국가적인 전략이라고 제시했으니까요. 해챗과 메셔 박사가 2006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얘기를 처음 꺼냈을 때 미 정부 관료들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게 무슨 전략이냐는 얘기가 나왔죠.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육두문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초기엔 불필요하고 비실용적이며 정치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선우
2020-05-11
코로나가 깨우쳐준 글로벌 공급망의 의미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제가 사는 미국 워싱턴주에는 ‘자택 대기 명령’이 내려져 있습니다. 한 마디로 ‘집콕’하고 있으라는 얘기죠. 그런데 얼마 전 답답한 마음에 집 앞에 나갔다가 우연히 옆집 아저씨랑 마주쳤어요. 옆집 아저씨는 비행기 제조업체 보잉 공장에서 일하는 50대의 백인입니다. 그동안 집에만 있느라 얼굴 본 지가 꽤 됐어요. 반가운 마음에 대화를 나눴지요. 물론 한 2미터 정도 떨어져서요. 나 : 어찌 지내시는지요? 이웃집 아저씨(이하 아저씨) : 나 laid off(일시 해고) 됐잖아. 보잉 공장도 다 닫은 거 소식 들었지? 나 : 그럼 힘드시겠어요. 아저씨 : 뭐 힘들긴 해. 근데 10년마다 이런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 괜찮아. 준비를 좀 해놨거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정말 힘들었어. 나 : 그랬군요. 보잉은 좀 괜찮대요? 아저씨 : 그게 말이야, 우리는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 (미국 전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와 사망자 수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워싱턴주는 상대적으로 약간 소강상태입니다.) 다른 데가 문제여서 다시 공장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해. 나 : 네? 왜요? 아저씨 :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받는 작은 부품이 있어. 근데 이탈리아 얘기 알지?
김선우
2020-04-27
페이스북과 왓츠앱 창업자들의 '인연 혹은 악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2월말 페이스북에 관한 책이 나왔습니다. ‘Facebook The Inside Story’라는 제목인데 아직 국내에는 번역이 안 된 듯합니다. 뉴스위크의 기자였고 지금은 와이어드의 편집자로 있는 스티븐 레비가 썼습니다. 2006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저커버그는 물론 페이스북 안팎의 주요 인물들을 수차례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듣고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목도 ‘인사이드 스토리’죠. 지금까지 나온 페이스북에 관한 책 중 가장 방대하고 자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창업자의 승인을 받고 기업을 제집 드나들 듯이 취재해서 쓴 책들은 보통 기업을 독하게 비판하기 어려워집니다. 편의를 봐줬는데 뒤통수를 때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문제 많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부분은 조금 미흡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도 저커버그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 부분이 많이 보이더군요. 길기는 엄청 깁니다. 600페이지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들춰볼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런데 워낙 집에만 있다 보니 (제가 사는 미국 워싱턴주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습니다.) 심심함에 못 이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정말 재미있더군요. 지금까지 알려진 얘기에 더해 알려지지 않은 얘기까지 페이스북의 내부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니까요. 저커버그가 매일 입고 다니는 회색 티셔츠가 유명 디자이너 부루넬로 쿠치넬리에게 주문한 325달러(약 40만원)짜리라는 사실을 포함해 말이죠.
김선우
2020-03-30
'콜라 전쟁'에서 지고도 코카콜라를 이긴 펩시 이야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사는 케일럽 브래덤 (Caleb Bradham)이라는 이름의 약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청량음료를 만드는 실험을 했죠. 그러다가 탄산수와 설탕, 바닐라, 기름, 콜라 너트 등을 섞은 검정색 음료를 만들었고 거기에 자기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름하여 ‘브래드의 드링크(Brad’s Drink)’. 이 음료는 얼마 안 돼 펩시콜라로 이름이 바뀝니다. 지금 펩시코로 불리는 기업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1898년의 일입니다. 하지만 펩시콜라는 만년 2등이었죠. 12년 먼저 1886년에 창업한 코카콜라라는 음료 때문입니다. 펩시콜라가 제대로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04년에 코카콜라는 이미 1년에 100만 갤런(약 379만 리터)을 팔고 있었거든요. 펩시콜라는 코카콜라를 한 번 이겨보려고 별의별 수를 다 써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참조 - COKE VS. PEPSI: The Amazing Story Behind The Cola Wars) 그렇지만 언제나 2등인 업체는 운신의 폭이 넓은 법입니다. 무슨 수를 써도 1등을 꺾을 수가 없게 되면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영어로 흔히 ‘Think outside the box’라고 하죠. 창조적 혁신이 중요시되는 요즘의 기업 환경에선 매우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떻게 펩시콜라가 콜라 전쟁에서 지고도 궁극적으로 코카콜라를 이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선우
2020-03-18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락이 보여주는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로이 레이몬드는 아내에게 속옷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쇼핑몰의 여성 속옷 가게를 찾았죠. 하지만 마음은 무지 불편했습니다. 남자가 여성 속옷 가게에서 얼쩡거리는 것 자체가 약간은 ‘쪽 팔린’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레이몬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여성 속옷 가게를 창업합니다. 이름은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이었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우아함과 세련됨을 속옷에서 재현하겠다는 의지였죠. 1977년의 일이었습니다. 장사는 그리 잘 되지 않았습니다. 1982년쯤 되자 파산 일보직전까지 갑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레슬리 웩스너(Leslie Wexner)였습니다. 그는 100만달러를 주고 망해가는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 6개와 카탈로그를 인수합니다. 2년 만에 매출은 5억달러가 됐고, 1990년대 초가 되자 매장은 350개로, 연매출은 10억달러로 늘어납니다. 이후 빅토리아 시크릿은 란제리의 대명사가 됩니다. 여성 속옷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현대 여성의 섹시함을 정의하는 기업이라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그랬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사모펀드에 매각된다는 소식입니다.
김선우
2020-03-03
아쉬울 게 없던 스탠퍼드대 교수가 '임파서블 푸즈'를 창업한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2009년이었습니다.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패트릭 O. 브라운(Patrick O. Brown) 교수는 안식년을 맞았습니다. 당시 55세였던 브라운 교수는 앞으로 도전해 볼 만한 프로젝트가 뭐가 있을지 찾아보기로 합니다.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미 많은 업적을 이룬 과학자였으니까요. 창업의 이유 고민 끝에 그는 진짜 고기 같은 맛이 나는 식물성 고기를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일명 가짜 고기(fake meat)라고 하기도 하죠. 채식주의자가 적지 않은 미국에서는 식물성 고기로 만든 햄버거 패티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는 있습니다. 보통 ‘베지 버거’라고 하죠. 하지만 맛은 정말이지 별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그냥 야채를 먹으면 먹었지 식물성 고기는 못 먹겠더라구요.) 가능성을 발견한 브라운 교수는 2011년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를 창업합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임파서블 푸즈를 창업했다고 말합니다. 소 한 마리는 5톤의 사료를 먹고 3000갤런(약 1만1350리터)의 물을 소비합니다. 소고기에서 100g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선 15kg의 온실가스가 생겨납니다.
김선우
2020-02-20
인스타그램 새 CEO가 '좋아요'를 없애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중 ‘Nosedive(추락)’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일종의 소셜 미디어로 연결된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1부터 5 사이의 별점을 매기는 가까운 미래가 배경입니다. 커피숍의 바리스타는 물론 엘리베이터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전 직장 동료까지 별점을 주는 세상이죠. 문제는 이 별점이 쌓여 일종의 사회적인 계급을 형성한다는 데 있습니다. 별점이 낮은 사람은 회사에 출근도 못하게 되기 때문에 높은 별점을 받으려 굽실거려야 합니다. 별점이 높은 사람은 신용 점수가 높아 집을 살 때 할인까지 받습니다. 그야말로 삶이 얼마나 가식적이 될 수 있는지 그 극치를 보여줍니다. 인스타그램 아담 모세리(Adam Mosseri) 대표는 블랙미러의 이 에피소드를 자주 생각합니다. 그가 유토피아의 반대인 디스토피아(dystopia)적인 이런 세상을 자꾸 떠올리는 이유는 인스타그램이 바로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겁니다. '프로젝트 데이지' 블랙미러의 이 에피소드만큼은 아니지만 ‘좋아요’는 이제 소셜 미디어 세상의 화폐나 다름이 없습니다. 인플루언서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된 동시에 저 같은 일반적인 이용자에겐 가끔씩 삶의 활력을 주기도 하죠. 물론 때로는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참조 – This Is the Guy Who’s Taking Away the Likes) 모세리 대표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좋아요를 없애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김선우
2020-02-07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클라우드 대전' : 아마존 vs. MS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과장을 조금 많이 보태면 미국 사람들 중에는 시애틀이 캐나다 땅인 줄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북서쪽의 변방이라는 얘기겠죠. 하지만 바로 이 시애틀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 글로벌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보잉이 있습니다. 요즘 737-맥스 기종의 결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 최고의 항공기 제조업체죠. 보잉의 본사는 시카고로 이사 갔지만 원래 본사는 시애틀이었고 지금도 보잉의 제일 큰 공장은 시애틀 북쪽의 에버렛이라는 도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인 만큼 일자리가 많아서 사실상 시애틀의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애틀 동쪽 근교 레드몬드에 본사가 있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벅스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기업인 아마존도 시애틀에 기반을 두고 있죠. 이 밖에도 유통업체 코스트코와 미국 3위의 이동통신사 T모바일, 온라인 여행기업 익스피디아도 시애틀 쪽에 본사가 있습니다. 미국 북서쪽 구석의 한가로운 도시 치고는 글로벌 기업의 밀도가 아주 높다고 할 수 있죠. 제조와 IT, 유통까지 산업 분야도 다양합니다. 이렇게 유명 기업이 많지만 그동안 시애틀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 중 대놓고 경쟁을 벌인 기업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말이죠. 그런데 요즘 MS와 아마존이 그야말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PC 운영체계 윈도로 유명한 MS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왜 경쟁을 할까요. 둘 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조차 낯설던 2006년 시작돼 지금은 아마존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내는 부문으로 성장했습니다. MS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 CEO가 취임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극적으로 밀기 시작했죠.
김선우
2020-01-21
1년에 35억개… 아마존의 배달을 책임지는 '물류창고의 저격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아마존이 요즘 가장 관심이 있는 부문은 배달입니다. 대표적인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서비스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기업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겁니다. 고객과의 접점인 ‘라스트 마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통기업들은 배송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아마존은 2019년 3분기에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수익이 줄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었죠. (다시 회복하긴 했지만) 주가도 6% 이상 떨어졌습니다. 수익이 줄어든 이유는 바로 미국 전역에 신속 배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가 예상보다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존은 1년에 가입비 명목으로 120달러를 내는 ‘프라임’ 고객에게는 이틀 안에 무료 배송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이젠 일부 품목은 하루 만에 배달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월마트와 타겟 등 거대 유통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뭐 당일도 아니고 이틀이나 걸린다고?” 할 사람 많을 듯합니다. 한국에서 살면 빠른 배달을 당연하게 여기죠. 배달에 며칠이 걸리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될 겁니다. 로켓배송, 총알배송 등 이름도 여러 가지가 있죠. 하지만 미국은 워낙 땅이 넓다 보니 아마존은 프라임 고객에게만 이틀 또는 하루 무료 배송을 해줍니다.
김선우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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