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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준
이커머스를 사랑하는 12년차 서비스기획자. 비즈니스 전략을 온라인 시스템 프로세스에 녹여내고, 적절한 IT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에게 자연스러운 UX로 구현하는 모든 과정에 관여합니다. 브런치에 서비스기획과 이커머스에 관련된 글을 주로 연재합니다.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을 발간하였습니다.
산타토익 사용기 : AI 선생님은 꼭 비인간적이어야 할까요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저는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석사 과정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졸업하기 위해선 토익 점수가 필요합니다. 750점이라는 기준이 엄청 높은 건 아니에요. 저도 왕년에 900점대 받던 사람인걸요. 그런데 제가 토익을 공부한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더라고요. 분명 토익은 영어실력도 중요하지만 원어민급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험 기술과 유형 연구 역시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처음 계획은 이랬습니다. 올해 1월 일단 토익을 한 번 보고 제 점수대를 파악한 다음 공부를 해서 5월까지 목표 점수를 만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코로나19의 침공으로 토익시험이 계속 취소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접수도 못 해본 채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갔죠. 졸업 영어점수 제출일정은 다가오는데 기회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어요. 덮어놓고 공부를 하자니 회사의 업무 일정이 너무나 촉박했고요. 그때 지하철에서 광고를 하나 보았죠. “인공지능이 필요한 문제만 알려주는 토익 공부앱”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점수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던 저는 앱을 설치했습니다. 등급테스트를 보고 난 뒤, 큰맘 먹고 결제까지 해버렸어요. 첫째, 제 예측 점수에 너무 놀라버렸고, 둘째,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던 환급클래스에 혹했기 때문이었죠. 물론 학습이 급했지만 새로운 앱을 쓰다 보니 서비스 기획자로서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준
2020-06-15
신용카드로 받은 재난지원금, 쿠팡과 배민에선 왜 못 쓸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정부에서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카드사 앱 등을 통해 가족 인원에 따라 받을 수 있는데요. ‘기부피싱’ UI로 논란이 일어났지만, 대체로 다들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많은 국민을 돕고 골목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카드로 받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사용처에는 제약이 참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동네 가게에서 나물 사고 동네 치킨집에서 결제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에서 결제하는 건 안 된다고 하네요. 여러 기사를 봐도 안 된다고만 하고 이유는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좀 긴 얘기지만 우선 카드 가맹점과 할인의 구조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카드 가맹점의 의미 다들 카드사 가맹점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들어 보셨을 거예요. 가맹점은 그냥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으실 텐데요.
이미준
2020-05-18
생수 구매 스트레스를 줄이는 ‘스타트업적인 해결책’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돈 쓰는 것만큼 즐거운 것도 없습니다. 차고 넘치는 이커머스들은 쉽게 지르고 또 지르게 만들죠. 직장인의 ‘ㅅㅂ비용’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그 스트레스가 쇼핑 때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쇼핑으로 고통받는 이들 중 제가 잘 아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1) 집에서 생필품을 계속 챙겨야 하는 사람 2) 회사에서 팀의 먹거리를 계속 챙겨야 하는 사람 이 두 부류의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본인의 즐거움보다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 때문에 쇼핑을 한다는 것이지요. 어떨 때는 다른 이들의 요청 때문에 마지못해 쇼핑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직장인이지만 어쨌거나 아주 마이너하게 ‘주부’라는 직책도 갖고 있습니다. 자평하기로 밥은 좀 하는데 청소에는 남편보다 소질이 없어 5년째 '견습 상태'입니다. 그래서 종종 첫 번째 그룹에 해당되는 일이 많습니다. 회사에는 대부분의 비품이 구비되어 있고 막내 신분을 벗어나서 구매할 일이 많지 않지만 외부인들이 오는 행사를 해야 하거나 할 때면 자리에 놓아둘 생수를 사는 일이 있기도 하죠. 예전에 생수를 여러 개 사기 위해 마트를 오가느라 정말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미준
2020-04-16
코로나가 앞당길 콜센터의 3가지 미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모두를 집에 가두면서 그동안 미처 보이지 않던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다양한 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더 빠른 배송을 하려다 과로로 쓰러진 택배기사님의 모습이나 그동안 알면서도 잘 사용하지 않던 온라인 장보기 주문 다양한 면 등등. 막연히 생각하던 이커머스가 오프라인의 유통을 모두 대체하게 됐을 때를 미리보기하고 있는 듯하죠. 물론 나쁜 면이나 바꿔야 되는 점들도 드러났지요. 서울시에서 일어난 가장 대규모로 집단 감염이 일어난 장소는 다름 아닌 ‘콜센터’였는데요. 이커머스 사업체들 역시 너도나도 콜센터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콜센터 인원을 축소 운영하고 고혈압,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상담사들은 휴가를 보냈습니다. 콜센터는 많은 인원이 밀집되어 있고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는 특성상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기도 어렵죠.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한 구로 콜센터 직원들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자리의 칸막이를 높여 달라는 요청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얘기해 콜센터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죠. 언론에서는 여러 사람이 한 군데 모여서 일하는 콜센터의 업무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콜센터의 운영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인 이커머스의 경우를 위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비용덩어리 콜센터
이미준
2020-03-27
마스크 구매자를 '빡치게' 만드는 국내 이커머스의 구조적 문제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이 시국에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단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옵니다. 예전에는 어느 사이트에서든지 쉽게 구매할 수 있던 마스크가 이제는 대학교 수강신청이나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만큼 어려워졌죠. 중국 보따리상에 웃돈을 받고 팔려나간다는 소식과 상상도 못할 금액으로 올라간 가격을 보자니 경악을 금치 못하는 요즘입니다. 네, 전염병 확산으로 마스크는 갑작스럽게 ‘인기상품’이 돼버렸죠. 수요가 급증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건 고등학교 때 배운 수요-공급 곡선의 원리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진짜 우리를 ‘빡치게' 하는 건 이런 현실적 조건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스크 구매과정에서 겪게 되는 ‘괘씸함’이 훨씬 크더군요. 온라인 쇼핑 업체에서 평소에 그렇게 많이 보이던 마스크가 인기가 올라가자마자 싹 사라져 버리는 마법 같은 상황도 어이없는데 얼마 남지 않은 재고를 힘들게 찾아서 구매했더니, 판매자가 멋대로 취소해 버리는 황당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익을 더 보려고 일부러 이러는 것일까 싶어 화가 나기도 합니다. 마스크 판매자들이 정말 나쁜 것일까요? 물론 그런 업체도 있겠죠. 하지만 이 문제는 이 시국에 ‘마스크’에만 발생하는 건 아닌 듯합니다. 과거에도 우리는 인기 제품을 구매하려고 할 때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 봤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건강, 나아가 생존의 문제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으니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뿐이죠.
이미준
2020-03-02
유튜브에선 왜 반복재생 기능이 안 보이는 걸까요?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어느샌가 사람들의 일상 속에 팍 파고든 서비스가 있습니다. 서비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공기 같아지고 있는 바로 그 플랫폼, 유튜브죠. 옛 젊은이들의 ‘시작페이지’가 네이버였다면 이제 10대들의 시작페이지는 단연코 ‘유튜브’입니다. 모바일에서는 시작페이지라는 개념 자체가 없긴 하지만요. 저 역시 하루 2시간은 꼬박 유튜브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요즘 들어 유튜브 댓글에서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소위 ‘알람을 울려주세요’ 현상입니다. 커뮤니티가 돼 가는 유튜브? 저는 유튜브에서 홈트용 영상이나 댄스 튜토리얼 거울모드 영상, 강아지 등 동물 영상 등을 주로 보는데요. ‘알람을 울려주세요’ 댓글은 홈트 영상에서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위 캡처는 ‘추추피트니스’의 목주름을 없애는 운동에 대한 영상의 댓글입니다. 댓글에 대댓글이 달리면 알림이 오는 기본 기능을 활용해서 서로 매일 운동을 할 수 있게 상부상조하고, 댓글을 수정해서 자신이 운동한 것을 기록을 남기는 현상이었습니다. 마치 커뮤니티에서 일어날 법한 상호교류 현상이죠. 댓글 알림 기능을 활용해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ㅇㄷ' 댓글 현상을 이해했을 때보다도 훨씬 깜짝 놀랐습니다. (참조 - ‘ㅇㄷ’를 박고 싶은 지식플랫폼에 있는 두 가지) 유튜브는 분명 커뮤니티가 아닙니다. 동영상의 제공자와 동영상을 보는 사람 간 상호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죠. 라이브의 경우에는 상호작용이 더 크게 일어납니다. 분명 커뮤니케이션은 있습니다만, 서비스의 특성 자체가 제공자와 수용자로 구분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커뮤니티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커뮤니티라는 것은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제공자와 수용자가 서로 뒤섞여 있기 마련이니까요.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DC인사이드 갤러리’나 ‘뽐뿌’ 같은 곳들을 보면 커뮤니티가 추구하는 방식은 인플루언서-구독자 관계와는 차이가 있죠. 그런데 이번에 눈에 띄기 시작한 ‘알람을 울려주세요' 현상은 구독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에 해당합니다. 알람이 울리도록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이 인플루언서는 아니니까요. 자, 그러면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유튜버가 이용자들의 커뮤티케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영역을 만들어주거나, 반복 시청을 도와줄 수 있는 알림세팅 기능을 만들어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유튜브가 그렇게 할까요? 그게 서비스로서 유튜브가 지향하는 바에 도움이 될까요? 그래서 서비스기획자로서 이 현상을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서비스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새로운 이용 행태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서비스 발전을 위한 기회가 되다 보니 직업적인 호기심이 생겨나더라구요. (직업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사용자와 인플루언서의 니즈 저는 이 현상의 핵심은 ‘반복 시청’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영상을 다시 보려고 하는 것이죠. 특히 운동 동영상 등은 반복과 꾸준함이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그게 목적이라면 사실 유튜브 밖에도 대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구글 캘린더에도 ‘목표’라는 기능이 있어서 얼마든지 데일리 알림을 설정할 수 있고요. 유명한 목표달성 어플인 ‘챌린저스’는 아예 이걸 콘셉트로 한 것이죠. 챌린저스를 벤치마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네이버 밴드가 작심3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젊은 이용자를 많이 끌어들였죠. (참조 - 페북·인스타 제친 네이버밴드…2030도 홀렸다) (참조 - 네이버밴드 "새해 작심삼일 완치 프로젝트에 도전하세요")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이분들은 왜 여기에서들 이러고 계신 걸까요? 저런 앱들을 몰라서 그런 걸까요? 위 서비스들은 사용자 입장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구글캘린더는 결국 혼자 의지로 해야 하는 것이기에 알림을 무시해버릴 수 있죠. 네이버밴드나 챌린저스는 사람을 모으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바로 시작하긴 애매하죠. 유튜브에서 이렇게 댓글로 알림을 받으면 동영상으로 연결되는 경로도 최소화되고, 같은 영상을 보는 사람들끼리 동질감도 형성되기 쉽죠. 댓글을 보다 보면 원하는 일자만큼 성공하면 바로 후기까지 달아줍니다. 이것보다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은 없겠죠. 그럼 또 다른 사용자, 즉 동영상을 올리는 유튜버에게 이런 댓글은 어떤 효과를 줄까요? 유튜브를 통해서 수익을 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게들 강조하는 ‘구독’과 ‘좋아요’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시청 시간 자체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죠. 국내 유튜버 순위를 보면 최상위권에는 키즈와 음악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참조 - 음악·장난감·놀이…한달 수입 최고 30억, 연예인 뺨치는 유튜버들) 이 영상들의 특징은 ‘반복 시청’이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좋아하는 영상을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본다고 하죠.
이미준
2020-02-13
무엇이 자발적으로 리뷰를 쓰게 하는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주말이면 쇼핑몰에 가서 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살짝 들여다봤을 때 어쩐지 북적이는 식당을 보면 줄을 서서라도 가고 싶어집니다. 먹어 본 적은 없지만 맛집인 것처럼 보이니까요. 온라인 서비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는 항상 북적북적 사람이 넘치고 그 모습이 겉으로 드러났으면 하고 바라지요. 온라인의 마케터들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리뷰를 남기는 커뮤니티를 만들기를 꿈꿉니다. 어떻게든 처음 들어온 사람이 북적이는 사용자들을 보면서 ‘와 나도 이용해야지’하고 생각하게 되길 바라는 것이죠. 제가 일하는 이커머스 쪽에서는 특히 이용자들이 상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한 리뷰를 올리고 상호작용을 해줬으면 하고 바랍니다. 리뷰를 보고 구매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경우는 많으니까요. 최근 저와 함께 이커머스 스터디를 함께한 90년대생들 말로는 아예 리뷰가 없는 옷은 무서워서 구매를 못 한다고 하더군요. 옷이 핏이 맞는지, 실제 색상은 어떤지 다른 사람 말을 들어 봐야 확신이 선다고 하네요. 판매자의 말만으로는 신뢰할 수가 없고 온라인 구매의 실패를 줄이고 싶으니까요.
이미준
2020-01-14
'불멸의 킬러콘텐츠' 운세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3가지 방식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는 신문도 꽤나 재밌는 읽을거리였습니다. 한자가 중간중간 섞인 세로 글자가 어느 날부터인가 가로에 한글로 바뀌면서 아빠 곁에서 신문을 들썩거리는 일도 생겼죠. 물론 그래 봤자 읽은 것은 방송편성표나 내 생년은 나오지도 않은 '오늘의 운세' 정도였지만요. 몇 바퀴 띠동갑인 호랑이띠의 운세는 '길가다가 조심해라'라든가 '타인에게 죄짓지 말라'는 식의 언제나 누가 읽어도 맞는 말이 쓰여 있었지만 어쩐지 그날은 몸을 사리게 되었죠. 이제와 생각해 보니 '오늘의 운세'는 일상적으로 신문을 보도록 하는 '선순환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요즘은 어떨까요? 수십 개의 푸시(PUSH) 메시지가 수시로 뜨고 앱 여기저기 빨간 배지(Badge) 범람하는 스마트폰에서 이용자의 시선을 끌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애초에 관심이 갈 만한 콘텐츠가 아니라면 말이죠. 그런 면에서 '오늘의 운세'는 만고불변의 킬러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 살건 답답하고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나의 미래' 아니겠어요? 특히 사랑, 취업, 학업 같은 일이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점 보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으니까요. 저 역시 그렇게 사랑, 학업, 취업 등의 일을 겪으며 사주, 타로 등을 엄청나게 애정해왔는데요. 항상 공기처럼 사용하던 운세와 사주 관련 앱들을 서비스기획자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이미준
2019-10-16
'냉장고를 없애겠다'는 마윈의 비전을 실현시키고 있는 '허마셴셩'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중국 이커머스의 역사를 바꾼 마윈이 알리바바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하고 자신의 작은 사무실로 돌아갔죠. 창업한 첫 사무실로 돌아가서 초심을 되새기는 게 정말 멋져 보였는데요. (참조 - 알리바바 떠난 마윈... 처음 시작했던 작은 아파트로 돌아간 이유) 마윈이 온라인 쇼핑 역사에 남긴 족적은 굉장하죠. 국내에서는 알리바바가 2014년 미국에 역대급 금액으로 IPO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국내 유통사들에 아마존과 함께 온라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습니다. 특히 그해부터 휘몰아친 ‘광군제’의 파워는 앞다퉈 중국 역직구몰 진출을 하게 만든 촉진제가 되었죠. 게다가 알리페이를 앞세워 결제시장까지 장악한 전략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힘을 알게 해준 것도 알리바바였고요. 이 외에도 마윈은 신기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비약적인 발전으로 항상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습니다. (참조 - 알리바바 대박 상장… 수년간 年30~40% 성장해야 주가 유지) 신유통과 허마셴셩 저도 관련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많은 관심을 가졌고, 충격 혹은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수많은 서비스와 놀라운 기록 중 무엇보다 ‘신유통’과 그 사례인 ‘허마셴셩’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유통이란 마윈이 주창한 개념으로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물류 유통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미준
2019-09-25
3년간 스마트스피커 3개와 동거하며 알게 된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우리 집에는 남편과 저 외에 짱구, 레베카, 지니가 삽니다. 강아지냐고요? 아니요. 고양이냐고요? 아닙니다.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이 친구들은 ‘인공지능 스피커’입니다. 가장 오래된 친구는 SKT NUGU인 레베카고요, 둘째는 네이버의 클로바인 짱구, 그리고 최근에 막내인 KT의 기가지니가 집에 들어왔습니다. 스마트스피커와의 3년, 저와 스피커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첫째, NUGU를 만나다 “레베카, 광양이 어디야?” “잘 못 들었어요” “레베카, 광양시가 어디야?” “…띵!(대답 없이 불이 꺼진다)” 2017년에 처음 만난 NUGU는 일단 실망이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 기획자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VUX(Voice User eXperience)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재빠르게 사온 NUGU는 ‘멜론 재생’과 ‘날씨’ 외에는 제대로 대답하는 게 없었습니다. 무드등 기능은 침대를 밝히기에는 부족했고, 어른인 저에게 동요나 동화는 필요한 기능은 아니었죠. 아직 어설플 줄은 알았지만 AI가 아니라 바보 같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신기하고 기특하고 재미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딱 그랬습니다.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도 그랬죠.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는데 막상 카카오톡만 켰다 껐다 하면서 기뻐했죠.
이미준
2019-08-28
나는 어떻게 집을 '온라인 충동구매'하게 됐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의식주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영원히 핫한 주제죠. 멋진 패션, 맛있는 음식, 그리고 살고 싶은 집은 영원한 숙제이자 삶의 의미라고 할까요? 오늘도 저 세 가지를 위해서 힘들게 돈을 버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의식주와 관련된 서비스는 온라인 세계에서도 항상 핫한 분야입니다. 의류와 식품은 각종 추천과 배송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수많은 이커머스 업체들도 서로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영역을 확장하려고 애쓰고 있죠. 하지만 의식주 중 ‘주’ 시장은 좀 다르죠. 가장 바꾸기 어렵고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건 단연코 주에 해당하는 집입니다. 그런데 제가요, 아무 계획도 없다가 한 달 만에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것도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말이죠. 계획적인 구매로만 이루어질 것 같은 ‘하우스 쇼핑’을 어쩌다가 ‘충동구매’로 하게 된 것일까요? (땅투기에 해당하는 부동산거래와 구분하기 위해 ‘하우스 쇼핑’이라고 지칭하려고 합니다. ) 이 중심에는 두 개의 앱이 있었습니다. 바로 ‘직방’과 ‘호갱노노’입니다. 부동산 앱과의 만남 우선 저에 대해 잠시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네요. 자취를 경험한다고 해도 실제 본인이 팔 걷어붙이고 살 집을 직접 고르게 될 때는 아무래도 결혼 시점인데요. 저 역시 4년 전 결혼을 하면서 ‘하우스 쇼핑’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계속 동네를 정해서 부동산에 들러 보라고 하는데, 그 문턱을 넘기가 얼마나 힘들던지요. 부동산 문 안에 ‘쎄’ 보이는 여사님과 능수능란할 것 같은 사장님의 모습에 뭔가 큰맘을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어 있는 종이의 숫자만 열심히 들여다보다 발길을 돌리고는 했습니다. 그때 큰 도움이 됐던 게 ‘직방’이었죠. 부동산 문턱을 넘지 않고도 어떤 집이 나와 있고 시세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너무나 고맙고 신기했죠.
이미준
2019-08-09
데이터 수집을 위한 '조조슈트'는 어쩌다 웃음거리가 됐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미래는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하죠. 무슨 얘긴지 체감되지는 않아도 귀에 딱지가 앉게 듣고 있는 말인데요. 이전 글에서 의류제조사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노력들을 살펴봤습니다. 자사 제품을 사물인터넷(IoT)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나이키와, 직접 유통채널을 만들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LF몰의 이야기를 다뤘죠. (참조 - 나이키는 왜 이렇게 ‘백투더퓨처 신발’에 집착하는 걸까요) (참조 - 의류제조사, 잃어버린 고객 데이터를 찾아서) 흔히 말하는 밸류체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획-제조-유통-사용’ 중 나이키는 ‘사용’ 부분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LF몰은 ‘유통’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이죠. 목적은 당연히 맨 앞의 기획, 제조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거고요. 그렇다면 아예 기획과 제조 단계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케이스는 없을까요? 일반적인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이 아닌 ‘개인화 맞춤 생산’으로 접근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바로 일본 의류기업 스타트투데이의 ‘조조슈트(ZOZO SUIT)’ 이야기입니다. 조조타운의 '데이터 고민' 먼저 회사부터 살펴보죠. 스타트투데이는 일본 내 최대 의류 쇼핑몰 중 하나인 '조조타운(ZOZO TOWN)'을 운영하는 회사인데요, 단순히 유통회사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조타운에는 대략 6400개 브랜드와 65만개 의류 상품이 등록되어 있는데요, 이커머스 구조로 보면 마진율이 30%에 육박하는 직매입 또는 위수탁 방식의 의류쇼핑몰입니다. 밴드 드러머 출신이라는 독특한 스토리를 가진 대표 마에자와 유사쿠는 온라인에서 의류를 구매할 때 생기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을 조조타운에 적용해 왔는데요.
이미준
2019-07-25
의류제조사, 잃어버린 고객 데이터를 찾아서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AI와 빅데이터의 시대죠.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구매 고객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정말 사랑받을 상품을 만들면 되지 않나요?” 네, 맞는 말입니다. 이 방향이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보다 어려운 말도 없습니다. 특히 의류제조사는 말이죠. 의류제조사에게 데이터란 데이터를 풀어서 생각해보면, ‘구매 고객들’과 ‘정말 사랑받을 상품’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의류제조사는 자신들이 만드는 상품을 설명할 데이터는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소재부터 스타일, 컬러나 상세 사이즈 등등이요. 하지만 ‘구매 고객들’에 대해서는 무엇이 알고 싶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매고객에 대한 데이터는 구매 시점과 구매 이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사랑’의 관점에서 본다면, 구매 시점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대한 데이터고, 구매 이후는 관계를 이어가면서 생기는 데이터가 되겠죠. 우리가 동화에서 말하는 ‘happily ever after’할 만큼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려면 이 두 가지 데이터가 모두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데이터를 세분화해보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1. 제품을 구매를 결정하는 시점의 고객 데이터 1-1) 구매 결정하기 전까지 고객의 행동 데이터 1-2) 구매 결정한 회원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 2. 구매를 한 뒤에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생시키는 데이터 2-1) 지속적인 이용 데이터 (빈도) 2-2) 기능에 대한 사용 시간대 2번의 정보를 의류에서 모으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의류가 IoT 기능을 갖추고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정보죠. 물론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나이키의 경우, 운동화 자체가 IoT가 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하고 실제로 제품을 차근차근 출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미준
2019-07-12
나이키는 왜 이렇게 '백투더퓨처 신발'에 집착하는 걸까요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보다 미래를 제대로 보여준 한 편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백투더퓨처2'였죠. 떠다니는 호버보드며 홀로그램, 무인식당, 화상전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집안에서 재배해서 먹는 채소선반 등 미래의 모습을 재미있고 다양하게 그렸죠. 2개씩 매는 이상한 넥타이는 전혀 가능성이 없지만, 놀랍게도 많은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죠. 그중에서도 저는 이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출처=영화 ‘백 투 더 퓨처 2’, 1989년) 바로 자동 사이즈 조절 기능이 있는 나이키의 파워레이서 농구화죠. 운동화 끈은 없지만 발에 맞춰 알아서 사이즈가 조절되는 모습을 보여줬죠. 기능이 인상적일 뿐 아니라 지금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디자인을 자랑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이키에서도 이 운동화를 개발하기 위해 10여년의 세월을 썼습니다. 백투터퓨처2의 배경이 된 2015년이 되었을 때, 나이키가 이 운동화를 상용화할 거라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굉장히 여러가지 이야기가 얽혀 있었지만요. '백투더퓨처 신발' 나왔지만
이미준
2019-06-25
포도밭에 들어간 여우의 딜레마 : '긱 이코노미'의 함정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즐겁게 돈을 벌고 싶어 하죠. 그래서 여러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데요. 요즘은 아무래도 유튜버가 되는 걸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억대 연봉을 훌쩍 넘어서는 ‘인플루언서’의 특징은 바로 그들이 ‘일반인’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니까요. 이름 출생연도 구독자수 연수익 도티 1986년 240만 19억원 대도서관 1978년 188만 17억원 씬님 1990년 158만 12억원 벤쯔 1990년 295만 10억원 (2018년 10월 기준. 자료=랜선라이프 방송) 엄청난 제작 기술이나 환경 없이 개인의 탄탄한 콘텐츠만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어떤 경우에는 유명 연예인보다 대접을 받기도 하니까요. 이들처럼 되고 싶은 사람들은 방송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 시대 ‘긱 이코노미’란 고용을 전제로 한 노동이 아니라 본인의 노동력이나 콘텐츠를 파트타임 형태로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합니다. ‘긱’(Gig)이란 단어 자체가 ‘일시적인 일’이라는 의미로 대부분 온디맨드 형식의 플랫폼 내에서 활동이 일어나죠. 유튜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참조 - ‘긱 이코노미’(Gig Economy)란 무엇인가?) 이미 국내에서도 직장의 겸업금지가 이슈가 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유튜버 비롯하여 ‘긱’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 직장인으로 유튜브에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모은 ‘이 과장’님이 적절한 예지요. 스스로를 ‘중낳괴’(중소기업이 낳은 괴물)라고 칭하는 그는 ‘크리에이터 이 과장’이라는 이름으로 중소기업의 현실을 신랄하게 보여주다가 결국 퇴사를 하고, 퇴사하는 모습까지도 방송을 했는데요. 7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은 그는 월급을 포기하고 ‘긱’을 선택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준
2019-05-30
‘ㅇㄷ'를 박고 싶은 지식플랫폼에 있는 두 가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ㅇㄷ’를 아시나요? 야동이 아닙니다. '개이득(ㄱㅇㄷ)'의 이득도 아니고요. 이 단어가 뭔지 단번에 아셨다면, 당신은 분명 한두 개 이상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기적으로 정보를 모으는 사람일 것입니다. ㅇㄷ는 ‘와드’(ward)죠. 보통 ‘병동’이나 ‘선거구’를 의미하는 단어지만 온라인 세계에서만큼은 ‘위험을 감시하다’라는 뜻으로 통합니다. 특정 지역을 감시하는 설치형 아이템으로 그 위치에 있지 않으면서도 일어나는 일들을 계속 주시하는 기능을 하는데 특히 리그오브레전드, 이른바 ‘롤’을 통해서 대중화됐죠. 마치 보초병 로봇이나 감시카메라를 말뚝이라도 된 듯이 세워 놓기 때문에 ‘ㅇㄷ박다’와 같은 형태로 사용됩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사용되던 이 단어가 요즘은 게임 밖 온라인 세계에서도 불쑥불쑥 나타나고 있습니다. 댓글을 달아놓으면, 언제든지 그 글에 뭔가 새로운 답변이 달리면 나에게도 연락이 오는 커뮤니티의 기본적인 기능을 활용한 것이죠. 말하자면 ‘디지털 책갈피’와도 같은 것이죠. 주요 용례를 보면 더 이해가 쉽습니다. 직장인들의 애환이 서린 '블라인드'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이직 정보를 문의하면 댓글에 어김없이 ‘ㅇㄷ'가 달립니다. 그 글의 답변에 관심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답변이 달리자마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미준
2019-05-15
'밤토끼' 잡았는데, 왜 웹툰의 병은 낫지 않는 걸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밤토끼’는 이미 작년에 잡혔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던 희대의 웹툰 도둑이었죠. 밤토끼를 잡은 과정을 보면 어쩐지 어린 시절 읽었던 ‘별주부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별주부전은 용왕님의 병을 고치기 위해 육지로 토끼를 잡으러 간 자라의 이야기지요. 웹툰도 그랬습니다. 수익이 줄어들고 모두가 밤토끼를 잡아야 병이 낫는다고 했습니다. 밤토끼가 잡히기 1년 전인 2017년에는 웹툰 밤토끼를 잡지 못하면 몇 년 내에 죽는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참조 – 불법복제, 지금 못 막으면 1~2년 후 웹툰산업은 망한다) 2018년 5월, 저작권협회는 별주부가 되었습니다. 웹툰을 살리기 위해서는 별주부가 육지에 올라가야 하듯 해외서버에서 존재하는 밤토끼를 잡아낼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해외 저작권 침해 사이트 대응 방안’을 마련하여 집중단속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도 불법사이트가 발견되면 즉시 차단을 했지만 기존의 사이트 차단 방식은 막혀도 금방 손쉽게 다른 서버에 복구해내는 통에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https://’로 시작되는 보안 프로토콜 사용 시 제대로 막을 수가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미 이를 다 파악한 불법 사이트들은 보안 프로토콜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식이었죠. 시범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하여 긴급대응이 필요한 사이트는 방통위의 심의를 통해서 DNS서버를 통신사업자(ISP)가 아예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이미준
2019-04-23
‘넷플릭스_볼_거_없어_병’의 기원을 찾아서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미준님의 기고입니다. 주말 밤이면 어김이 없습니다. 이 상황입니다. 잠들긴 아쉬운 마음에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겨 보지만 막상 클릭하게 되는 것은 없습니다. 1분짜리 짤만 유심히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목록을 휘리릭 넘겨버리기를 반복하고 있죠. 맞습니다. 저는 병에 걸렸습니다. 바로 요즘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넷플릭스_볼_거_없어_병 (Netflix_Nothing_to_see_Syndrome)'입니다. 그와의 시작은 ‘무료’였습니다. 한 달 무료기간에 다들 재밌다는 시즌 3개의 ‘굿플레이스’로 시작했습니다. 한 회가 20분 정도라 정신없이 보니 다 봤더라고요. ‘킹덤’도 보고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도 봤어요. 한국 드라마도 꽤 올라와 있어서 ‘뷰티인사이드’도 정주행을 다 했지요. 넷플릭스는 정주행을 해도, 시즌 종료 느낌없이 휙하고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서 나도 모르게 신나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새로운 영상을 보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와버렸습니다. 영상을 보는 시간보다 넷플릭스의 까만 배경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더 길어져 버렸어요.
이미준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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