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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김바비란 이름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지금은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골목의 전쟁]과 [멀티팩터]를 썼습니다.
항공산업은 어떻게 극한의 가격차별화에 성공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경영학에선 가격차별화를 이익 극대화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상품을 하나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 그 가격 이상의 지불의사를 가진 소비자들의 수요밖에 끌어오지 못하지만 차별화된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서로 다른 지불의사를 가진 사람들의 수요를 모두 끌어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소비자들은 동질적 재화를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것에 쉽게 분노하니까요. 지금은 비교적 안정되었지만 과거 CGV가 극장의 좌석에 따라 다른 가격을 부여한다고 했을 때 많은 소비자들이 분노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격 차별화의 정석을 충실히 시행하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항공여객 산업이죠. 모두가 잘 아시듯이 항공여객 산업은 가격차별화의 극한을 달립니다. 동일한 비행기를 타고 있더라도 같은 돈을 지불하고 탄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렵죠. 그렇다면 항공산업은 어떻게 이런 극한의 가격차별화를 가능하게 한 것일까요? 여행과 출장 1970년대 후반, 전 세계 항공산업을 옭아매고 있던 규제가 철폐되면서 진정한 경쟁의 시대가 열립니다. 그 이전까지는 항공사들이 노선을 두고 경쟁하는 것을 철저하게 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황금 노선을 가지고 적절한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기내 서비스와 요금 등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이뤄졌지만요. 하지만 항공산업 자유화와 함께 그 빗장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유화와 함께 티켓 가격 또한 고도화가 이뤄지죠. 자유화 이전엔 동일한 항공편의 비행기 티켓에서 가격 차이의 핵심은 서비스의 차이였습니다.
김영준
9일 전
초창기 이케아가 가구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비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이케아 매장을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야말로 마의 소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처음 매장에 들어서면 이케아가 꾸며놓은 쇼룸에 입장을 하죠. 이케아의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진 쇼룸을 구경하다 보면 누구나 혹하게 됩니다. 게다가 가격표를 보면 생각보다 저렴하니까요. 그렇게 쇼룸을 지나다 보면 중간중간 저렴한 소품들이 보입니다. 가벼운 가격에 이끌려 천천히 담고 가다 보면 이케아가 자랑하는 레스토랑이 나오죠. 미트볼과 연어 스테이크를 먹으며 커피 한잔을 마십니다. 그리고 드디어 창고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가구를 살 수 있는 곳이 나오죠. 여기서 앞서 쇼룸에서 본 제품번호를 기록해뒀다가 찾아서 카트에 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계산대에서 결제를 해보면 수십만원이 나옵니다. 분명 저렴한데 사다 보니 수십만원이 되는 거죠. 이케아의 성공요인에 대한 분석들은 여기에 초점을 두는 것들이 많습니다. 멋지게 꾸며 놓은 쇼룸과 레스토랑. 거기서 소비자가 얻게 되는 경험이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이케아의 조립방식과 원가 절감을 위해 등장했던 플랫팩 포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김영준
2023-02-13
모르는 사람 집에서 자게 만드는 신뢰의 비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하지 말라던 것들이 있었죠. 모르는 사람 차에 타지 말라고요. 90년대까지만 해도 인신매매에 관한 뉴스나 기사들이 종종 나오던 시절이라 걱정되어서 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모르는 사람의 차에 타는 것이 모빌리티의 혁신이라 불리고,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공유경제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모르는 사람과 소개팅을 하고 모르는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시대가 되었죠.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에게 관대해졌나요? 사실 관대해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타인에게 매우 배타적이죠. 우리나라 사람의 80%가 공동주택에 살지만 그 공동주택에서 같이 살아가는 이웃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 게 없습니다. 아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계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기도 하죠. 정말 극단적으로는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옆집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기피하고 경계하기도 합니다. 흔히 지방 소도시의 외부인에 대한 배타성을 많이 비판하지만 그 배타성은 거대 도시의 거주민에게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단지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잘 모르는 외부인을 배척하는 지방 소도시 마을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기에 그 안에서 공존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대도시 사람의 환경 차이일 뿐이죠. 그런데 이토록 배타적인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의 차와 집을 이용하고 만나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김영준
2023-01-25
혁신기에 잘나가는 기업, 성숙기에 잘나가는 기업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혁신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시대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지를 과시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일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혁신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듭니다. 반면 성숙기를 넘긴 구 산업은 비용절감과 같은 지루한 일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을 일도 없고 뻔한 일을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구 산업들은 한때는 첨단 혁신 산업이었습니다. 지금은 전기차에 점점 밀려나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들도 20세기 초엔 혁신 산업 그 자체였고 헨리 포드라는 혁신가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혁신이랄 게 없을 것 같은 식품 산업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산업보다 혁신적인 산업으로 가정의 찬장과 주방을 빠르게 바꿔나가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산업이죠. 그리고 항공 산업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철도가 이미 자리 잡힌 20세기 초반에 아직은 어설픈 기술과 운항능력으로 등장해 20세기 중반까지 혁신 산업으로 세계를 더욱더 좁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역시도 지금은 굉장히 지루한 산업 중 하나가 되긴 마찬가지죠. 이처럼 혁신 산업은 언젠가 모두 구 산업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혁신 산업에서 성숙기를 거쳐 구 산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선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혁신 기업은 성숙기에도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혁신 산업일 때와 성숙 산업일 때의 기업활동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러한 물음들에 답하기 위해선 팬암의 이야기를 살펴봐야 합니다. 혁신 기업, 팬암
김영준
2022-12-28
불황기에 드러나는 유능한 기업의 조건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여러분이 포커를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0번의 게임에서 8번을 이기는 플레이어가 유능할까요? 아니면 10번의 게임에서 2번을 이기는 플레이어가 유능할까요? 아마 10번 중에 8번을 이기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답할 겁니다. 승률이 80%와 20%의 비교인데 당연히 80%가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건 단순 승률의 비교일 뿐이죠. 게임마다 따는 금액과 잃는 금액이 동일하다면 승률 80%가 돈을 벌고 더 유능함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커는 매 게임마다 따고 잃는 금액이 동일하지 않죠. 승률 80%의 사람은 자주 이기지만 게임마다 따는 금액은 적고, 질 때는 크게 잃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승률 20%는 질 때는 적게 잃지만 이길 때는 크게 따는 사람이고요. 이 경우는 반대로 승률 20%가 더 유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커 게임의 핵심은 많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딴 금액과 잃은 금액을 합쳐서 얼마나 플러스로 만드냐에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승률에다 이익과 손실 관리의 개념을 더할 경우 유능의 기준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포커를 예로 들었지만 기업과 투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영준
2022-11-22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시장을 지배할까? 사실은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초코파이를 좋아하시나요? 초코파이는 오리온 초코파이와 롯데 초코파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오리온 초코파이를 더 선호한다고 답할 것입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좀 더 촉촉하고 맛이 좋다면서 말이죠. 이것은 아무래도 오리온 초코파이가 국내에서 먼저 등장한 원조제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리온 초코파이는 오리온의 오리지널이 아닌, 미국 남부지역의 간식인 문파이를 카피한 제품이죠. 아마 미국에서 문파이로 초코파이류를 처음 접해본 사람이라면 오리온과 롯데 중에서 롯데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는 롯데 초코파이가 미국의 문파이에 좀 더 가까운 질감과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이나 브랜드를 왜 선호하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맛이나 품질이 훌륭해서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 실제론 그렇지가 못합니다. 코카콜라? 펩시? 1975년부터 펩시는 펩시 챌린지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는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와 펩시를 제공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로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를 선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김영준
2022-10-31
포르투갈, 남양유업, LG생활건강의 선택이 말해주는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고대로부터 바다는 가까운 지역 간의 무역을 연결시켜주는 공간이었습니다. 말이나 낙타로 한 번에 물건을 들고 나르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죠. 단봉낙타는 보통 50kg을 지고 하루 10시간 동안 35-40km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만약 1톤 정도의 화물을 이동하려면 낙타 20마리가 필요한 거죠. 게다가 이 낙타들을 중간중간 계속 먹여야 합니다. 그걸로도 엄청난 비용이 들었죠. 화물운송에 장점을 가진 노새도 이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육상운송은 비용이 많이 들었던 거죠. 반면 배를 타고 운송을 한다면 작은 배라도 한 번에 톤 단위의 화물을 싣고 운송하는 게 가능합니다. 거기다 바람만 잘 맞으면 갔다가 돌아오는 게 가능하고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대로부터 바다를 중심으로 많은 교역이 이뤄졌죠. 하지만 바다와 바다는 어디까지나 구분된 공간이었습니다. 즉, 지중해에선 지중해끼리의 교역이, 북해와 발트해는 그 내에서의 교역이, 아라비아해에선 아라비아해에서 교역이 이뤄지는 식이었죠. 바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역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바다의 경계를 넘어 바다를 연결한 국가는 바로 포르투갈이었죠. 발견과 항해의 시대로 유명한 15세기와 16세기의 대항해시대를 연 국가로도 유명합니다.
김영준
2022-09-28
라면업계, 왜 농심만 적자를 기록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농심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분기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연결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상태표 기준으로 2분기의 영업이익은 42.5억원이지만 농심의 연결회사를 제외한 재무상태표 기준으로는 2분기 30억의 적자를 기록한 거죠. 물론 68억이 넘는 금융수익 덕분에 당기순이익은 흑자이긴 하나 본업에서 24년 만에 기록한 적자라는 사실은 상징적입니다. 농심은 국내 라면 업계를 지배한 1위이기 때문이죠. 많은 언론 기사들이 농심의 2분기 실적이 이토록 부진한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참조 - '인플레 덫' 빠진 농심, 24년만에 국내 적자)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 전쟁으로 인해 밀가루, 식용유의 국제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전쟁 발발 전까지 러시아는 전 세계 밀 수출 1위 국가였으며, 우크라이나는 다섯 번째였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유 수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해바라기씨유는 우리나라에선 잘 사용하지 않지만 동유럽과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 많이 쓰는 식용유입니다. 이 해바라기씨유의 공급이 막히면서 대두유, 카놀라유 등의 식용유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이 발생했고 이러한 영향이 야자유인 팜유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교롭게도 밀가루와 팜유는 라면산업의 핵심 원료에 해당하기도 하죠. 여기에 더해 다른 산업들이 그렇듯이 국내 물류비용의 상승의 영향도 받았고요. 이러다 보니 농심은 추석 이후에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김영준
2022-08-30
성전기사단과 글로벌 기업의 공통점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성전기사단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소재입니다. 중세 시대 성지와 교회를 지켰다는 역사와 멋진 이름 덕분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죠. 그리고 전 유럽에 퍼져 있던 조직망과 왕들과 귀족들과의 커넥션 덕분에 많은 창작물에서 음모론의 주체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같은 게임이 이를 대중적으로 잘 풀어낸 콘텐츠 중 하나기도 하고요. 일개 기사단에 불과한 이 조직이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거대조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사단이 가진 힘 덕분이었습니다. 바로 금권력이었죠. 12세기에 기사단이 조직된 이후 14세기에 몰락하기까지 성전기사단은 단순한 기사단이 아니라 전 유럽의 왕국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전기사단이 은행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1차 십자군 원정이 끝나고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예루살렘왕국을 비롯한 십자군 국가들이 탄생합니다. 이로 인해 당시 유럽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성지를 순례하고자 나섰죠. 지금이야 여행이 매우 손쉽고 편한 데다 비교적 안전하지만 불과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여행을 하려면 일단 돈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 비자나 마스터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니 현금을 그리 많이 들고 다니지 않지만 예전엔 전부 현금으로만 들고 다닐 수밖에 없었죠.
김영준
2022-08-03
인플레이션이 배송에 미칠 영향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20세기까지 우편이란 이름으로 시행되던 배송은 21세기 들어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변화를 맞았습니다. 이커머스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죠. 처음엔 보세의류나 사무비품, 집기 같은 저렴한 공산품에서 시작되어 이후 고가의 전자장비, 그리고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던 신선식품에 이르기까지... 이커머스는 우리의 삶에 얽힌 모든 분야를 배송해주게 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치밀하게 잘 조직된 택배 배송과 물류 네트워크라는 인프라가 잘 뒷받침된 덕분이기도 하죠. 이런 인프라가 없었더라면 이커머스의 핵심인 배송은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을 테니까요. 택배와 물류는 비용관리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류의 목표는 최적화입니다. 단순히 배송해야 할 물건을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가 보내는 것이 아니죠. 한정된 창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적재해야 하고 출고와 입고 관리에 철저해야 합니다. 어느 상품이 빠지고 어느 상품이 들어가는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 공간의 낭비로 이어져 그만큼의 비효율이 발생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지난 20년간 물류 시스템의 최적화와 비용 관리 기술이 어마어마하게 발전을 해왔습니다. 풀필먼트 센터의 등장과 함께 라스트마일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비용 관리와 최적화 때문이었죠. 소비자들에게 도착하는 지점을 가장 짧게 잡는 것이 투입되는 투자금액은 많이 들지만 결국 비용 측면에서의 절감과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니까요.
김영준
2022-07-05
비즈니스는 어떻게 안착하는가.. 테라로사와 모모스의 공통점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커피 좋아하시나요? 현대인에게 있어서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입니다. 강도 높은 정신노동을 하기 위해선 카페인을 통한 각성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커피를 카페인 섭취의 수단으로 본다면 커피는 비쌀 이유가 없습니다.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 등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얻어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던 게 다 이런 이유 때문이죠. 하지만 이 저렴한 커피의 반대편에는 이와 정반대의 시장이 존재합니다. 바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죠. 국내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역사는 짧지만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스페셜티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기업들도 존재하고요. 이번 글에서는 이런 스페셜티 커피업계의 기업들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시장에 진입하고 안착했는지를 알아볼까 합니다. 기업이 시장에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테라로사 먼저 국내 스페셜티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테라로사입니다.
김영준
2022-06-23
FIRE는 환상입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너도나도 많은 사람들이 투자로 크게 자산을 불려 조기 은퇴를 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 열풍이 바로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였죠. 자신이 조기은퇴에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 FIRE를 달성했다는 사람의 말에 주목했습니다. 여러 신문들의 경우는 아예 FIRE족 특집으로 지면을 채울 정도였죠. 저는 이러한 현상을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우선 2020년과 2021년이 국내 자산시장의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상승장이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대세 상승장에서 돈을 번 사람이 시장 상황이 달라졌을 때도 돈을 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산시장의 수익률은 샐러리맨의 월급이나 은행 이자와는 다릅니다. 연간 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면 매월 1%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어느 때는 겨우 본전을 기록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크게 잃기도 하고 그러다가 정말 짧은 시간 동안에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익을 거둬서 12%라는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변동성이 너무 커서 매월 필요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FIRE를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강연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은 자산은 충분히 벌었지만 취미 삼아 강연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로 경제적 독립을 달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본인이 강연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김영준
2022-06-08
명품 패션 플랫폼들은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최근 몇 달 전부터 어딜 가든 명품 패션 플랫폼들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집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김혜수씨가 나오는 발란 광고를 보게 되니까요. 발란뿐만 아니라 트렌비는 김희애씨를, 머스트잇은 주지훈씨를 모델로 기용하여 공격적인 광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미지에 잘 맞는 모델을 기용하고 엄청난 광고전을 펼친 만큼 효과는 굉장했죠. 발란의 경우 2021년 거래액은 3150억원이었는데 그중 2000억원이 김혜수씨를 전면으로 내세운 4분기에 발생했습니다. 월간 이용자수와 앱 다운로드수도 크게 증가했고요. 트렌비의 경우도 김희애씨를 내세운 광고를 통해 11-12월 거래액만 13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저 같은 명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인지했을 정도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다 보니 명품 패션 플랫폼들 또한 광고 집행에 더욱 적극적이 되었고 더 큰 성장을 거둘 것으로 기대와 예상을 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명품 패션 플랫폼들은 어떻게 될까요? 이들의 희망처럼 거래액을 늘리며 시장을 장악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이러한 명품 패션 플랫폼들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다뤄졌으니 저는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올해 투자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이죠. 지금은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인플레이션의 시대입니다.
김영준
2022-05-23
인플레이션 시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비즈니스 모델 '박리다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돌아왔습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에 4.1%로 1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를 돌파한 데 이어 4월에는 4.7%로 1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0%에 가까운 디스인플레이션을 걱정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나도 오랜만이어서 이러한 숫자들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죠. 변화는 통계 숫자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식료품과 식품 물가의 경우 정말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것이 장을 볼 때 체감이 될 정도죠. 과일, 채소, 고기 등 거의 모든 식료품 가격이 올랐으니까요. 밀가루나 식용유 같은 제품의 가격도 다 많이 뛰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를 이용해 완제품을 만드는 식품가공회사들의 제품 또한 가격이 많이 올랐죠. 과자부터 라면, 만두, 치킨 등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거나 이미 올렸죠.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수도 없이 많은 곳들이 이야기하니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11년 만에 돌아온 인플레이션은 직접적으론 우리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산업과 비즈니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비즈니스의 방식과 경쟁력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이 시대에 아마도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비즈니스들은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 경제적인 가격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던 저가 비즈니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영준
2022-05-10
본질과 초심이라는 그럴듯한 말에 대하여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나심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그 유명한 미국 채권 가격 변동과 사담 후세인 체표 뉴스에 대한 일화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후세인이 체포되었을 때 채권 가격이 상승하자 블룸버그에서는 '후세인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즘 진압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린 것이죠. 하지만 30분이 지나 채권 가격이 하락하자 다른 설명을 댈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후세인 체포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라는 헤드타이틀을 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원인과 결과라는 이야기 구조로 요약하길 좋아하고, 더 나아가 이런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탈레브는 이를 '내러티브 오류' 혹은 '이야기 짓기의 오류'라고 불렀죠. 내러티브 오류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어떠한 현상의 다면성과 복잡성을 이해하기보다는 단순명료한 이야기를 훨씬 더 선호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복잡한 사실보다 단순하며 말이 되는 이야기를 더 선호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물론 말이 되느냐와 사실의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어떠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들자면 바로 본질일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본질이란 단어를 종종 언급하곤 하죠.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성장이 정체되고 부진을 겪다가 주력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경우 CEO는 '본질에 충실하겠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기업이 보기 좋게 회생에 성공한 경우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김영준
2022-04-25
신세계의 성장 비결..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이용한 '아비트리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신세계 그룹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이마트, 스타벅스를 거느린 소비유통시장의 제왕? 다양한 연령층의 취향을 반영하여 연령 불문 이용하기 좋은 고급 백화점? 백화점 부분을 놓고 비교하자면 1위인 롯데백화점은 점포수 32개, 매출 2조8881억원(2021년 기준)으로 2위 신세계백화점의 점포수 13개, 매출 2조1365억원(2021년 기준, 신세계동대구, 광주신세계, 대전신세계 합산)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인지도나 고급스러움에 있어선 사실상 두 기업이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할인점과 유통부분은 어떨까요? 서로 영역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므로 완전히 직접 비교는 불가능합니다만 롯데의 경우 할인점이 5조7160억원, 슈퍼부문이 1조4523억원, 편의점 부문이 4조683억원으로 이마트의 매출만 15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살짝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조869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하이마트까지 포함해야 서로 엇비슷해지죠. 물론 이마트 쪽도 편의점, 스타필드, SSG 등을 포함하면 더 커지지만요. (참조 - 롯데百, 신세계百 넘고 '강남 1등' 목표 이룰 수 있을까) (참조 - 백화점 호조에도 마트·이커머스 부진…롯데쇼핑 영업익 38% 급감) 이렇게 현재의 위상을 놓고 보면 신세계 그룹은 롯데의 쇼핑/유통 부문과 대등 혹은 우위의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신세계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하던 1991년까지만 해도 롯데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으니까요.
김영준
2022-04-11
무모한 확장 전략.. 왜 써브웨이는 통하고 카페베네는 안 통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카페베네의 교훈 2010년대 중반, 카페베네의 몰락 이후로 카페베네는 마치 실패의 상징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2013년에 국내 커피프랜차이즈 중 최초로 1000호점을 돌파하고 2014년엔 1300호점 근처까지 도달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기에 이 몰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더불어 많은 교훈거리를 던져 주었죠. 카페베네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는 수없이 많으나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확장 자체에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확장을 했기 때문에 퀄리티 컨트롤이 깨지면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했고, 지나친 확장으로 인해 카페베네 점포끼리 서로 매출을 갉아먹으면서 점포당 매출 하락이 계속 발생해 가맹점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부가적으로 발생한 것이죠. 카페베네의 뼈저린 교훈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들도 지나친 확장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한 확장의 부작용이 발생하면 프랜차이즈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 발생하니까요. 하지만 전략에 만능은 없듯이 무조건 실패하는 전략도 없습니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전략이 있을 뿐이죠.
김영준
2022-03-29
명품산업의 궤적이 패스트패션과 나이키에 미친 영향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현대의 모든 소비재 기업들은 자신의 상품이 명품처럼 인식되길 원합니다. 소비자들이 끝없이 갈망하고 가격에 비탄력적인 명품의 특성은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수요가 무한한 것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모든 소비재 기업들이 원하는 이상향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현대 사회가 고성장을 마치고 중위층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고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과거 고성장을 이끈 대량생산 체제에서 생산된 상품과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요인도 큽니다. 대량생산 체제가 상품의 '완전 보급'을 달성하고 이로 인해 상품 자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인간은 결코 거기에 만족하지 않으니까요. 재미있는 점은 소비재 기업들이 바라는 명품화는 사실 명품기업들이 대중화를 추구했기에 발생한 결과물이란 사실입니다. 소수를 위한 명품의 시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겠지만 명품은 장인의 산물입니다. 대량생산의 등장 이전엔 모든 것이 자가 제조 아니면 장인의 손에서 이루어졌고 그러다 보니 모든 상품이 커스텀 메이드 제품이었습니다. 상품 자체가 매우 부족한 시기였기에 장인이 만든 제품들은 오로지 주문자만을 위한 상품으로 설계되고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중에서도 최상위급 장인은 왕과 귀족, 그리고 거대 부르주아들을 위한 상품을 만들어 냈고요. 이러한 경향이 1950년대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부유층들은 파리에 있는 유명 명품 매장을 직접 찾아가 가봉을 하고 맞춤으로 옷을 구매했죠.
김영준
2022-03-15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의사결정' 이야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월드컵 16강에서 우리나라가 브라질을 만났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보통 이런 대진이 뜨면 외국의 경우 베팅 기업에서 배당률을 발표합니다. 여기서 한 베팅기업이 두 팀의 경기에서 브라질의 승리에 1.25의 배당률을, 우리나라의 승리에 4의 배당률을 책정했다고 합시다. 이 배당률은 브라질에 1원을 걸고 이기면 1.25원(원금 1원 + 승리배당금 0.25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 1원을 걸고 이기면 4원(원금 1원 + 승리배당금 3원)을 받게 되죠. 그만큼 브라질이 이길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는 겁니다. 경기를 치렀는데 우리나라가 극적으로 브라질을 이겼다면 어떨까요? 아마 언론들은 이렇게 발표할 겁니다. "전문 도박사들의 예상이 틀렸다" 실제로 언론에서는 그런 식의 표현들을 많이 씁니다.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 때도 우리가 일본을 꺾자 언론들은 일본의 배당률을 낮게 책정한 도박사들이 틀렸다고 이야기했고 지난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한국-터키 전이 끝난 후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나오곤 했죠. (참조 - '터키가 이길확률 최대 10배' 도박사 제대로 물먹인 韓여자배구) 하지만 정말로 도박사들이 틀린 걸까요?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일단 이러한 스포츠 베팅 시스템을 설명하자면 심플합니다. 한쪽이 이기면 틀린 쪽의 베팅금액을 이긴 쪽에 주는 거죠.
김영준
2022-03-02
'RE100'이 한국에 의미하는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최근에 RE100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번 높아지고 있습니다. *RE100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 많은 사람들, 특히나 나이 드신 분들일수록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 전 세계 7위에 탄소 배출로도 7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이자 산업국가죠. (참조 - '탄소 불량국가' 한국의 '내일 없는 경제'?) 이 때문에 현재 글로벌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넷제로나 RE100에서 '우리는 논외'라고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넷제로, RE100의 이행이 우리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갖을까요? 단순하게는 전기생산 단가가 인상되는 것을 말하지만 더 넓게 보자면 총체적인 생산비의 상승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일까요? 국대 발전체계 3대 축의 형성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에너지 공급 측면에 있어 원재료가 매우 부족한 나라입니다. 산유국도 아닐뿐더러 석탄이 나긴 하지만 한반도의 자원 분포에 있어 주로 북한 지역에 몰려 있죠. 물론 강원도를 중심으로 무연탄이 매장되어 있긴 합니다만 연탄 등의 가정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될 뿐 화력발전용으로 쓰기엔 유연탄보다 효율이 낮고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해방 이후 남북이 분단되고 긴장상태가 지속되면서 주요 발전시설이 북측으로 넘어가 우리나라는 한동안 심각한 에너지 부족을 겪게 됩니다. 어르신들이 기억하는 제한송전의 경험은 이러한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내려야 했던 어쩔 수 없었던 결정이었죠. 50년대부터 국가 주도의 산업화와 공업 육성을 기획했던 차원에서 보자면 이러한 에너지 부족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현대국가에서 산업의 발전은 곧 에너지 수요와 동행하기 마련인데 이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면 공업육성과 산업발전은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목표가 되어버리니까요. 이 때문에 에너지원 확보가 산업화에 있어 최우선 전략이 됩니다.
김영준
2022-02-15
맘스터치의 자진 상폐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최근 맘스터치의 자진 상장폐지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상장기업이 자진해서 상폐하는 일이 별로 없기에 더욱 이슈가 된 거였죠. 이에 대해 맘스터치 측은 '상장기업이라 부정적인 보도가 나올 경우 가맹점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장 폐지를 진행했다'라고 밝힌 바가 있죠. (참조 - 6년 만에 '자진 상장폐지' 선언…맘스터치에 무슨 일이) 하지만 글쎄요. 상장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뉴스와 이슈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줄 텐데요. 다른 추측으로는 맘스터치가 유독 가맹점들과 분쟁이 많은 편이기에 상폐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지난해 회사 실적이 공개된 이후 이익이 크게 증가했는데도 사측이 원재료 가격을 올리려 한다며 가맹점주들이 반발했기 때문이죠. 사실 이것도 그리 깔끔한 설명은 아닙니다. 맘스터치는 가맹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에 공정위의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죠. 물론 분기 단위가 아니라 연 단위고 상장사의 공시만큼 타이트하진 않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어찌 되었건 이 맘스터치의 상폐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가맹점과의 분쟁입니다. 그렇다면 왜 맘스터치는 유독 가맹점과 분쟁이 잦은 것일까요? 시점을 과거로 돌려보겠습니다. 맘스터치는 TS대한제당이 파파이스의 저가형 모델로 탄생시킨 프랜차이즈였죠. 하지만 장사가 잘 안되어서 2004년에 정현식 대표가 인수하기로 하면서 독립시킨 브랜드였습니다.
김영준
2022-02-03
가끔씩 뭔가에 홀렸다고 할 정도로 이상한 결정을 하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작년엔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 한 운전자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범칙금 통고서를 받자 이를 거부하고 법원까지 가서 헌법소원을 냈기 때문이죠. 헌재의 판결 결과는 당연하게도 '합헌'이었습니다. (참조 -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합헌")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를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라는 거였죠.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조작하거나 통화할 경우 전방주시와 돌발상황 대처능력이 저하돼 교통사고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20대의 반사신경과 판단능력은 70대와 비교했을 때 매우 우수합니다. 하지만 운전 중 통화를 하거나 휴대전화를 만지면 70대의 수준으로 급감하죠. 만약 나이가 더 든 운전자가 이럴 경우엔 훨씬 더 심각해집니다. 즉,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만으로도 판단능력과 대응능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거죠. 가용인지자원이 줄어들 때 많은 사람들은 지능, 민첩성, 판단력 같은 능력을 일정한 수준으로 고정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게임에서의 숫자로 표현된 능력치처럼요. 하지만 실제로 인간의 능력은 고정된 수치 같은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동합니다. 마치 운전 중에 통화를 하는 운전자의 판단력처럼요.
김영준
2022-01-18
'오너경영 vs 전문경영' 논쟁이 무의미한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크게 둘로 나누자면 아마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의 대주주인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오너경영'과 기업이 (속칭 C level position에 해당하는) 전문경영인을 고용하고 그가 기업의 의사결정과 방향을 결정하는 '전문경영'으로 말입니다. 오너경영 vs 전문경영 이 두 가지 경영 방식은 서로 대비되는 것처럼 이야기됐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느 쪽이 더 우월한 방식인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 불붙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에 미국 기업이 침체에 빠져들고 일본 기업들이 세계를 점령해 나가자 일본식 경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드높았었죠. 그 일본식 경영의 한 카테고리에 '오너에 의한 경영'도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데 반해 일본은 오너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물론 일본 버블경제가 붕괴하고 잃어버린 30년에 접어들면서 이런 이야기는 쏙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비슷한 궤적으로 성장해가며 자신감을 쌓아가던 한국에서 이 이야기는 다시 논의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너경영의 우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기업의 오너들이 경영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며 산업을 이끌어 나갔고 이러한 오너들이 이끄는 기업들이 전 세계로 진출하게 되었으니까요.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졌지만 불과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해외에서 삼성이나 현대차의 로고를 보고 자랑스러움을 느끼던 사람들이 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론 오너경영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대두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노동 문제, 지배구조 문제, 더 나아가 오너경영 기업들의 주주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그 잔혹사까지.
김영준
2022-01-03
스위스는 어떻게 초콜릿의 나라가 되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지금은 고디바나 발로나가 고급 초콜릿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불과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초콜릿 하면 사람들이 스위스를 떠올릴 정도로 초콜릿은 스위스의 대표 상품으로 통했습니다. 지금이야 쉽게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선물용으로 사오던 토블론이 스위스의 유명 초콜릿 중 하나죠. 이 외에도 스위스 초콜릿 명성의 뿌리가 되는 네슬레나 린트, 슈프링리 등 수많은 초콜릿 메이커들이 존재하니까요.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일입니다. 스위스는 항구도시도 없는 유럽 내륙국이니까요. 그렇다면 스위스는 어떻게 초콜릿의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요? 유럽에 전파된 초콜릿 올멕과 마야, 그리고 아즈텍에 이르기까지 중부 아메리카에서 카카오는 매우 귀중한 대접을 받고 있었습니다. 마치 화폐처럼 쓰이고 많은 제사에서 카카오를 사용하고 전사들도 전쟁 전에 카카오로 만든 음료를 마셨으니까요. 이것을 콩키스타도르 (conquistador, 스페인 정복자)들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걸 마시자 기운이 나는 것도 경험했죠. 곧 이 카카오는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됩니다. 초기에는 아즈텍식 레시피대로 카카오를 고추와 옥수수를 섞어 일종의 자양강장제이자 약용으로 마셨지만 곧 구하기 쉽고 유럽인들에게 맞는 설탕과 바닐라, 시나몬 등과 먹기 시작했죠. 17, 18세기 카카오 음료는 유럽 지역을 강타했습니다.
김영준
2021-12-21
대량생산의 역사는 어떻게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19세기 말의 테일러주의, 그리고 20세기 초의 포드주의는 전 세계에 대량생산이라는 생산양식을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만들었습니다. (플랜테이션부터 포드주의까지 대량생산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전에 기고한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참조 - 대량생산이 진정으로 탄생시킨 것) 그 덕분에 테일러와 포드의 철학은 미국을 넘어 유럽, 그리고 더 나아가 소련에까지 전파되죠. 사실 소련이야말로 1920년대 이후 중공업 분야에서의 대량생산과 생산효율 향상을 가장 극적으로 체감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소련은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가 낳은 이란성 쌍둥이라고도 볼 수 있죠. 전쟁과 대량생산, 그리고 노조의 힘 이 대량생산체제가 가장 빛을 발했던 시점은 바로 2차 세계대전입니다. 미국과 소련은 둘 다 전시상황하에서 극한의 생산효율을 추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량생산을 통해 군수물자를 엄청나게 찍어댔습니다. 대표적인 게 항공모함이죠. 태평양전쟁 개전 초기에 태평양 전선에 투입한 미군의 항모는 단 3대뿐이었지만 이후 2차 대전 종료까지 미군이 건조한 항모 수는 총 151척입니다. 그중에서 정규 항공모함인 에식스급은 무려 24척에 달합니다. 전차의 경우, 미국 전역에 있는 17개의 전차 공장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 디트로이트 공장에서만 2만2234대를 생산하고요.
김영준
2021-12-07
디즈니+의 강력한 IP는 약점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디즈니+가 지난 11월 12일부터 국내에 정식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정식 출시는 그 자체로 굉장한 화제가 되었죠. 많은 사람들이 벌써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 마블이나 스타워즈 시리즈들을 보고 있으니까요. 현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1위는 넷플릭스입니다만 디즈니 플러스가 본격화하면서 OTT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넷플릭스가 차지한 왕좌를 빼앗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정교한 예측을 위해 이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강점 누가 뭐래도 디즈니 플러스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바로 디즈니가 소유하고 있는 IP(Intellectual Property)들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들과 픽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일 IP인 마블의 히어로물, 그리고 국내에선 다소 인기가 적으나 미국 본토에선 가장 영향력이 큰 스타워즈가 여기에 해당하죠. 그 누구도 이 점을 부정하진 못할 겁니다. 바로 이 부분이 디즈니 플러스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니까요. 당장 2019년과 2020년에 만달로리언 시즌 1, 2가 공개되었을 때, 미국 OTT 시장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콘텐츠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디즈니가 가진 IP들의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죠. 만달로리언뿐만 아니라 올해 공개된 완다비전, 로키 등의 마블 드라마들도 굉장히 잘 만든 콘텐츠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IP에서 훌륭한 작품들이 나와준다는 게 굉장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죠.
김영준
2021-11-22
배달앱이 성장할수록 커지는 리스크 '배달기사 구하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2010년대 배달앱의 등장은 주요 자영업종인 음식점업과 더불어 상업 부동산의 지형을 뒤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표현 그대로입니다. 배달앱이 배달이라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이죠. 정확한 데이터는 없으나 2011년엔 전체 배달시장이 약 6조원, 2015년엔 배달앱 시장은 약 1조원 규모, 배달 시장 전체는 약 10조원 규모로 추정되었습니다. 그것이 2020년 기준으로는 배달앱 시장 약 15조원(업계 추산), 배달 시장 전체는 약 23조원 규모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죠. (공정거래위원회 추산) (참조 - 잘나가는 음식배달 시장… '레드오션' 빠지나) 물론 코로나로 인해 배달시장이 작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덕이 있지만 정말 대단한 성과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 중에서 배달앱을 이용하는 곳은 19.9%입니다. (참조 - 2020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 이 말은 아직도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속화하는 배달기사 공급부족 현상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 배달앱 서비스는 심각한 취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라이더, 즉 배달기사의 부족 현상이죠. 배달앱 시장이 성장하면서 배달기사의 부족 현상 얘기가 나온 게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사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배달앱이 막 등장하던 2011년 당시 배달시장이 6조원이었고 2020년엔 23조원이니 배달시장은 3.83배 성장한 것이죠. 이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한다고 쳐도 배달기사가 이전보다 3.83배 증가하여야 배달물량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김영준
2021-11-08
구미는 '각하의 고향'이었기 때문에 산업의 중심지가 됐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구미는 산업화 시대를 이끌던 중심도시이자 내륙 공업도시로 이름 높았던 곳입니다. 1970년대에 구미 국가산업단지가 형성되며 섬유와 전자산업의 중심을 담당하고 수출을 이끌었던 곳이죠. 하지만 이런 구미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구미 공단의 형성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1960, 70년대 한국 경제를 이끌던 엘리트 관료 집단들이 철저한 준비와 조사를 통해 최적의 장소였던 구미를 중심지역으로 설정하고 산업단지로 키웠다는 설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이었던 구미를 집중적으로 밀어줬다는 설이죠. 보통 사람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후자를 얘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좀 더 복잡합니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당시 산업단지 유치는 지역경제의 운명을 뒤바꿀 정도의 국가사업이었단 겁니다. 당시 구미는 인구 2만명에 농업 위주의 말 그대로 시골이었죠. 통치자가 자신의 고향이란 이유로 구미를 전폭적으로 밀어준다면 다른 후보 지역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을 밀어주는 것에 대해 외부에서 말이 나올까봐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고요. (참조 - 낙동강변 가난의 '땅'에 주민 스스로 세운 '기적'…국내 최대 내륙공단 '탄생') 또한 구미가 산업단지 형성에 최적의 지역이기 때문에 공단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주장도 맞지 않습니다. 구미공단의 입지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낙동강을 접해 용수가 풍부하고 내륙에 있어 염분으로 인한 기계손상 우려가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영준
2021-10-27
대량생산이 진정으로 탄생시킨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대량생산은 현대 산업사회를 이끄는 가장 기초적인 생산양식입니다. 대량생산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입고 있는 옷과 먹는 음식, 잠자고 생활하는 주거지 등을 누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대량생산이 우리의 일자리를 만들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이 대량생산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요? 첫 대량생산, 플랜테이션 대량생산과 그 대량생산을 실현하는 공장의 탄생을 이야기할 때는 주로 산업혁명과 방적기/방직기의 발명을 들곤 하죠.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대량생산과 공장은 그보다 이미 수 세기 전에 등장한 개념입니다. 바로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말이죠. 오로지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플랜테이션 농업은 16세기 후반부터 전성기를 맞습니다. 여기엔 설탕이 매우 큰 역할을 했죠. 설탕은 고대부터 매우 인기 있는 감미료고 상품적 가치가 높았고 때문에 설탕을 대량 생산하는 공정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물론 이것은 설탕의 주원료인 사탕수수의 특이성 때문입니다. 사탕수수를 베면 그 단면에서 사탕수수 수액이 흘러나오는데 이게 바로 설탕의 원료가 되는 자당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베어낸 사탕수수를 오래 방치하면 수액이 계속 빠져나가므로 신속하게 압착기로 보내 끓이고 불순물을 걸러내고 당밀과 럼을 분리해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의 각 작업단위마다 노동자들의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져야 하며 시간이 생명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원시적인 공장과 대량생산이 바로 이 설탕을 만드는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라 할 수 있는 거죠. 구대륙의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설탕 수요는 플렌테이션의 규모 확대와 더불어 압착기의 처리 효율 증가를 불러왔습니다.
김영준
2021-10-13
5세대 150여년.. 가족기업의 정점을 찍은 '타바스코 소스 이야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피자를 주문하면 항상 딸려오는 핫소스. 그중에서도 타바스코 소스는 핫소스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어지간한 미국식 음식점을 방문하면 테이블 위에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타바스코 소스죠. 이런 타바스코 소스가 탄생한 게 1868년이니 올해로 무려 153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죠. 현재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매년 2억5000만달러(약 290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으니 그야말로 세계를 정복한 핫소스라고 할 만합니다. 전통의 가족기업 이 타바스코 핫소스를 만드는 기업은 매킬레니(McIlhenny. Co.)로 창업주인 에드먼드 매킬레니가 설립한 이후로 그의 후손들이 운영하는 전형적인 가족기업입니다. 규모가 커진 기업들이 흔히 하는 주식시장 상장 없이 철저히 가족기업으로 남았고, 지분 또한 에드먼드 매킬레니의 후손들이 전부 보유하고 있는 거죠. 심지어 이 기업은 90년대 중반에 P&G 출신의 빈스 피어스라는 사람을 CEO로 임명했던 것을 제외하면 기업의 경영 또한 가문 사람들에게만 맡겨온 특이한 이력을 자랑합니다. 이 때문에 매킬레니는 매우 이례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통하는 글로벌 상품을 보유하고도 비상장 기업에, 지분을 모두 가문이 보유하는 가족기업이며, 단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곤 경영 또한 가족들이 이끌어가는 기업이란 점에서 말이죠.
김영준
2021-09-27
비효율과 시간이 만든 경쟁력, 바나나맛 우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바나나맛 우유만큼 훌륭한 상품이 또 어디 있을까요? 3040 세대의 어린 시절 추억 속 상품이자 베스트셀러, 그리고 빙그레의 효자 상품이죠. 가공유 시장의 절대 지배자로 바나나우유 시장 점유율 80%가 넘습니다. 단일 상품으로 연매출 2000억원 이상을 기록했을뿐더러 현재도 빙그레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품입니다. 이 상품이 1974년에 처음 나와서 올해로 47년째를 기록 중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상품이죠. 그렇다면 이 상품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는 상품이 될 수 있었을까요? 빙그레의 시작 바나나맛 우유를 만든 빙그레는 베트남에서 미군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던 홍순지 씨로부터 시작됩니다. 미군 납품업자였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나름대로 연줄과 능력을 갖춘 사업가였죠. 이 홍순지씨가 아이스크림 납품을 위해 1967년 9월에 세운 회사가 바로 대일양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71년에 대일유업으로 상호를 변경하죠. 82년에 빙그레로 다시금 상호를 변경하면서 우리가 아는 바로 그 회사가 됩니다. 그는 미군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유업 산업을 키우던 정부의 요구에 발맞춰 유가공업에 뛰어들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백화점 거부 J. C. 페니가 설립한 아이스크림 기업, 퍼모스트와 기술제휴를 하고 공장을 세우죠.
김영준
2021-09-13
때로는 2등이 더 좋을 수도 있다 (feat.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경쟁의 세계에서 2등을 목표로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2등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이거나 목표를 향한 과정으로 존재할 뿐이죠. 이런 점은 스포츠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토너먼트 경기를 통해 1위에서 3위까지 메달을 주는 상황을 가정해 보죠. 1위를 차지하여 금메달을 딴 팀이나 선수는 당연히 매우 큰 기쁨과 만족을 얻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은메달과 동메달은 어떨까요? 은메달을 딴 선수는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만족할까요? 실은 그렇진 않습니다. 순위로 보자면 1위, 2위, 3위 순이지만 그 결과에 대한 만족으로 보자면 1위>3위>2위 순인 거죠. 결승에서 이겨 1위를 차지하고 우승을 한 쪽은 당연히 다른 누구보다 만족할 겁니다. 하지만 토너먼트 제도하에서 2위와 3위의 차이는 언제 패배를 하였느냐의 차이입니다. 3위는 4강에서 패배하고 3-4위전에서 승리를 거둔 쪽이죠. 결승에 가진 못했지만 마지막 경기는 이겼으므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음을 인정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위는 마지막 경기에서 진 쪽이죠.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좌절당한 것이기에 그 충격은 4강에서 진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즉, 2위란 원하는 것(우승, 1위)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란 거죠. (참조 - 정말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할까요? 인공지능으로 알아봤습니다)
김영준
2021-08-30
소비자들은 왜 맘스터치의 가격인상에 유독 분노하는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함에 있어 가격 책정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야 하기 나름이고 할 수 있는 한 잘하는 것이 당연한 데 비해,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고 소비자의 잠재수요와 시장에서의 위치가 결정되고 수익성이 판가름 나니까요. 이러한 가격 결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듯 '괜찮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것'이라고 말이죠. 물론 이 명제가 틀린 명제는 아닙니다. 괜찮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팔면 소비자들은 매우 좋아하고 판매자도 그 덕분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 명제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과연 그 가격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가'를 말이죠. 맘스터치에 분노하는 이유 대표적으로 치킨/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를 들 수가 있습니다.
김영준
2021-08-18
'규제가 낳은 혁신' 세계 최초의 지폐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규제로 인해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새 영역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성장한 유니콘일수록 규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에 그 적정함에 대한 말들이 많죠. 대체로 규제는 나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규제가 혁신을 방해하고 구태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 말이 완전히 틀린 서술은 아닙니다. 하지만 옳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론 규제의 존재가 혁신을 낳기도 하기 때문이죠. 최초의 지폐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발명이라면 아마 여러 사례를 들 수 있겠지만 저는 송나라 때 등장한 지폐를 꼽습니다. 북송 시대에 등장한 지폐인 '교자'는 귀금속 화폐에 비해 매우 혁신적이었고 서양의 경우 600년 후에나 사용이 시작될 만큼 시대를 앞선 것이었습니다. (참조 - 중국 송나라가 낳은 인류 최초의 화폐 경제) 보통 이 정도 시대를 앞서면 그저 '최초'이기만 할 뿐, 그 시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교자는 당시에도 활발하게 활용됐을 뿐 아니라 이후 북송과 남송이 모두 멸망한 이후 원나라에서도 사용되어 마르코 폴로의 기록에 남을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혁신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김영준
2021-08-03
불경기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라는 편의적 설명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만개가 넘는 편의점이 존재합니다. 이 중에서 업계 빅3인 CU, GS25, 세븐일레븐이 전체의 약 80%에 해당하는 4만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죠. 1989년에 세븐일레븐이 방이동 올림픽아파트촌에 처음 점포를 연 이후 31년 만에 일궈낸 엄청난 성적표입니다. 스타트업 같은 편의점의 성장 실제로 편의점의 양적 성장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요즘 시대의 스타트업이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1991년에 300개를 돌파했던 편의점 점포 수는 93년에 1천개 돌파, 8년 후인 2001년엔 3천개, 다시 6년 후엔 1만개, 9년 후인 16년엔 3만개를 돌파하여 현재 5만개에 이르고 있죠. 실제 내용을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80년대 후반 기준, 소매유통의 97%가 5인 미만의 종업원으로 운영되었고 81%가 매장 면적 10평 이하였습니다. (참조 - 1988. 8. 1., 매일경제, "유통산업 실상과 허상 <상> 영세성•저생산성") 속칭 '구멍가게'라고 부르던 아주 영세한 곳들이죠. 이런 곳에서 이뤄지는 소매유통은 경영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도 못했고요. 더군다나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가격표가 당시 소매점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김영준
2021-07-20
계속 거칠었기 때문에 추락한 남양유업 이야기 (1989-2021)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글에서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남양유업이 어떻게 선발주자인 서울우유를 추월하고 매일유업과 경쟁했는지를 설명드렸습니다. (참조 - 거칠었기 때문에 클 수 있었던 남양유업 이야기 1964-1988) 이번 글에서는 남양유업이 어떻게 정점을 맞았고 또 하락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그 시작은 유업계 공동의 적, 파스퇴르 유업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1986년에 최명재 대표가 설립한 파스퇴르유업은 저온살균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여 '저온살균한 고급 우유를 먹어야 한다'는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업체였습니다. 그런데 광고를 저런 내용으로만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기존의 유업계에서 장기보존을 위해 활용하는 고온살균법이 고온으로 우유를 태우기 때문에 구수한 맛은 있지만 영양소가 대거 파괴되고 '저운살균을 한 파스퇴르 우유가 진짜 우유'라는 광고를 했기 때문에 논란이 된 거죠. (참조 - 1987. 11. 1. 조선일보, "진짜우유 논쟁 일어") 이 광고 덕분에 파스퇴르우유는 일반 우유에 비해 2배 가격을 매길 수 있었지만 기존 업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공정위에서 허위과장광고로 판정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사과광고를 게재하라는 징계를 내렸지만 파스퇴르유업 측은 여기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냅니다. 그리고 이 이의신청마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요. 물론 이마저도 패소하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스퇴르유업은 허위과장비방광고의 강도를 더욱 강화해 나갔죠. 1989년에 파스퇴르유업은 이미 유업계 최대의 적으로 떠오른 상태였습니다. 새로운 적, 파스퇴르 소비자보호원이 '저온살균 우유와 고온살균 우유 간의 영양 차이가 없다'라는 내용을 발표하자 파스퇴르유업은 소비자보호원을 비방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었죠.
김영준
2021-07-06
거칠었기 때문에 클 수 있었던 남양유업 이야기 (1964-1988)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전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3100억원에 넘기면서 남양유업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분명 이 기업은 2013년의 대리점 갑질 논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가공 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죠. 사실 객관적으로 남양유업의 상품 품질은 괜찮은 편입니다. 소비자들이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벌인 이후로 개별 상품에 남양이란 이름을 지웠던 것은 바로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소비자들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소비한 상품들이 남양유업의 제품인 것을 알고 뒤늦게 불매를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럼 한앤컴퍼니는 과연 브랜드 가치가 망가진 남양유업을 정상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남양유업이 어떻게 성장을 해오고 경쟁을 해왔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후발주자 1954년, 평안북도 출신의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동생과 함께 남양상사라는 회사를 차려 비료 수입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비료사업은 산업이 농업뿐이던 상황에서 제법 유망한 사업이었죠. 이걸로 형제가 돈을 꽤 벌었습니다만 62년 화폐개혁으로 인해 계좌동결 조치가 취해지는데 이때 남양상사는 부도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쫄딱 망한 건 아니었습니다. 63년은 정부의 낙농진흥 5개년 계획이 발표되었던 시기고 홍 명예회장은 이때 덴마크와 미국, 일본을 시찰하면서 분유란 아이템을 발굴했거든요. 당시는 매우 제한된 목적으로만 여권이 발급되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사업을 접긴 했어도 해외를 사업차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자본과 인맥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64년에 남양유업을 설립하는데 당시 농림부의 외화배정추천에서 갓 설립된 남양유업이 시설투자 명목으로 15만달러를 배정받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김영준
2021-06-25
우지파동 때문? 80년대 '라면전쟁'에서 농심이 삼양을 이긴 진짜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라면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꾸준히 인기 있는 상품은 없습니다. 하지만 라면이라는 상품을 두고 국내 기업들이 벌인 치열한 경쟁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죠. 대표적인 것이 바로 80년대에 벌어진 삼양과 농심의 라면 전쟁일 것입니다. 라면시장을 개척한 삼양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흉작 등으로 인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사태를 겪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 장려운동이 추진되었지만 사람들의 거부감이 컸죠. 이때 삼양식품의 전중윤 회장은 라면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1950년대부터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자주 다니며 인스턴트 라면을 먹어본 경험이 있었던 터에 정부의 혼분식 장려운동이 라면 사업에 힘을 더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를 설득해 차관을 받은 후, 당시 일본 인스턴트라면 업계 2위였던 묘조식품으로부터 라면 제조기계를 들여오고 기술 무상이전을 받아 1963년 9월에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 탄생했으니 그게 바로 삼양라면이었습니다. 당시 돈으로 한 봉지 10원의 가격이었죠. 그런데 상품을 만들긴 했지만 라면이 뭔지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팔리긴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삼양식품 직원들이 당시 번화가와 회사, 공장 등지를 찾아다니며 무료시식회를 열어 소비자들에 게 라면이 어떤 상품인지를 알리는 행사를 정말 많이 진행했었죠. 라면을 시식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붐을 이룰 정도였습니다. 그 덕분에 삼양은 매년 세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큰 성공을 맛보게 되었고요
김영준
2021-06-07
1등이 되는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각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햄버거에서의 맥도날드, 커피에서의 스타벅스, 스포츠 어패럴에서의 나이키 등등.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국내 시장으로 한정해 보아도 해당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수없이 많죠. 라면에서의 농심, 만두에서의 비비고 등이 그러하죠. 이런 1등 브랜드들을 보면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1위가 된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브랜드들이 1등이 된 이유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하곤 합니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설명이고 실제로 사실이긴 합니다만 충분한 설명은 아닙니다. 최고의 상품이 시장에서 1위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87년에 탄생한 고향만두는 2013년에 비비고 만두가 등장할 때까지 26년간 1위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과연 그 26년 동안 고향만두에 비견할 만한 상품이 단 하나라도 없었을까요? 고향만두만큼 훌륭한 상품이 있다면 고향만두와 비슷한 점유율을 차지했어야죠. 또 익숙함은 어떨까요? 행동경제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익숙할수록 그 익숙한 대상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끼치죠. 바로 실제 상품의 질적 수준과는 관계없이 익숙하기만 하면 다른 것보다 더 높은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소비는 대부분 관성적입니다.
김영준
2021-05-24
'후발주자' 파리바게뜨는 어떻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영준님의 기고입니다. SPC는 베이커리 부문에서 현재 손꼽히는 식품그룹입니다. 호빵, 크림빵 등 양산빵으로 유명한 SPC삼립,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을 브랜드로 거느린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를 보유한 비알코리아를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죠. 이 중에서도 파리바게뜨가 SPC의 핵심입니다. 매출을 기준으로 봐도 전체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죠. 단순히 규모 정도가 아니라 파리바게뜨가 현재의 SPC를 만들었습니다. 후발주자 샤니 현 SPC그룹의 회장 허영인 회장이 아버지인 허창성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을 당시 샤니는 작은 기업이었습니다. 형인 허영선 전 회장이 물려받은 삼립의 1/10 사이즈에 불과했고 대표 브랜드나 상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허영인 회장은 빵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유학으로 빵을 배워온 유학파였고 시장을 파악하는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었죠. 1980년대는 이전까지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던, 공장에서 생산하는 양산빵에서 베이커리 빵으로 중심이 옮겨가던 시기였습니다. 사람들의 소득이 늘면서 좀 더 신선한 고급 빵을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허영인 회장은 베이커리 사업 진출을 추진했습니다.
김영준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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