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금지, 스타트업 투자에도 영향 있을까? “이미 많이 줄었다” vs “엄살 너무 심하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증시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의 발표를 앞두고 벤처투자업계의 분위기가 뒤숭숭한데요. 중복상장 금지 규제가 스타트업에게까지 기계적으로 일괄 적용되면 상장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엑싯 경로가 매우 좁아질뿐더러 신규로 투자를 유치할 기회 역시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가장 큰 엑싯 경로는 증시 상장(IPO)인데, 상장사가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이런 스타트업들의 상장을 가로막는다면 엑싯 기회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스타트업들이 새롭게 신규 투자금을 유치할 기회도 막힌다는 논리죠.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요. 이와 함께 중견 상장사가 스핀오프 방식으로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 뒤 외부 투자금을 유치해 회사를 키우는 일도 앞으로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기우라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요. 대기업 SI(전략적 투자자)가 상장 직전 단계까지 스타트업의 주요 주주로 남아있는 사례는 그다지 흔하지 않다는 게 그 근거죠. 대·중견기업 상장사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직접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보다는 벤처투자펀드에 LP(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복상장이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벤처투자업계와 스타트업씬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입니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중복상장 금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그동안 상장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지분을 넘기고 떠나는 수단으로만 생각해 왔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일부 존재하고요. 중복상장 금지 가이드라인은 현재 발표가 애초 예정보다는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일단 다음 달부터 적용될 계획인데요. <아웃스탠딩>에서는 이를 둘러싼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VC, PE(사모펀드 운용사)들의 대표와 심사역, 실제로 대기업 상장사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대표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최대한 생생히 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됩니다" 벤처캐피탈 경영진의 전반적인 목소리는 "중복상장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상장사가 투자한 스타트업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었는데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처럼 대기업 상장사가 유망한 신사업 부문을 물적분할로 독립시킨 뒤 증시에 상장시키는 일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막아야하지만 상장사가 투자한 외부 스타트업한테까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