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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조선일보에서 국제경제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위클리비즈 산업팀장, 산업부 자동차산업 담당, 국제부 데스크 차장 등으로 일했습니다. 저서로는 ‘왜 다시 도요타인가’(2016년),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2018년), 번역서로는 ‘디트로이트의 종말’(2004년) 등이 있습니다.
찌르레기 떼, 자율주행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8월 19일 테슬라의 신기술 이벤트 'AI 데이(AI Day)'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성과가 공개됐습니다. 천재 과학자 안드레이 카파시 등이 나와 테슬라가 차량에 탑재한 8개 카메라의 수집 영상만으로 어떻게 자율주행AI를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한 정보를 전해 주었고요. 자사 슈퍼컴퓨터의 AI 학습용으로 쓸 독자개발 프로세서(D1)를 공개한 것도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행사 전체를 보고 나서 생각이 좀 복잡해지더군요.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따라서 실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최대 강점이라면, 다른 회사들보다 일반 운전자들이 타는 차량에서 자율주행에 근접한 운행 정보를 손쉽게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요. 이런 대량의 실전 데이터를 슈퍼컴퓨터에 넣어 AI를 학습시킴으로써, 완전한 자율주행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AI데이의 설명을 통해 테슬라에도 아직 미해결의 많은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수작업,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법론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말입니다. 업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고 여겨지는 테슬라의 방식, 즉 외부에서 제공하는 정밀지도, 차량 간 혹은 차량·인프라 간 통신을 사용하지 않고 차량 자체의 컴퓨터비전과 AI 알고리즘만으로 완전 자율주행에 도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찌르레기 떼의 비행 여기에 대해 하나의 의문점 또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기사가 있는데요. 최근 미국 전자산업 전문지 'EE타임스(Electronic Engineering Times)'에 실린 내용입니다. (참조 - 'Self-driving is hard'?! No Duh, Elon)
최원석
2일 전
엔진의 혼다, 엔진을 버리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일본 혼다자동차가 지난 4월 신임 사장 취임 회견에서 "2040년부터 세계에서 팔 모든 신차를 모두 탄소배출 제로 차량으로만 만들겠다"고 밝혀 일본 업계에 충격을 줬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순수전기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FCV)만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혼다라는 일본에서 가솔린 엔진을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일본 자동차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탈(脫)엔진 스케줄'을 공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자동차 업계의 '탄소 중립' 아시다시피 자동차 업계는 케이스(CASE), 즉 차량·인프라 혹은 차량 간 연결(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서비스(Shared & Service), 전기 구동(Electric Drive) 등의 거센 기술변화 흐름에 직면해 있지요. 또 각국마다 2050년(유럽·일본 등) 혹은 2060년(중국)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 즉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인데요. 특히 유럽연합(EU)의 EU집행위원회가 지난 7월탄소 배출 대폭 삭감안을 발표했는데, 하이브리드카(엔진과 모터를 모두 탑재한 차)를 포함한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2035년부터 사실상 금지한다는 초강경책을 내놔 자동차 업계를 경악케 만들었습니다. (참조 - EU,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이에 따르면 유럽시장에서 2035년 어떤 형태로든 엔진이 장착된 차를 팔 수 없게 됩니다. 앞으로 14년 뒤면 유럽에서 완벽한 탈엔진이 구현된다는 의미죠. 이 때문에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 중심의 판매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데요. 하지만 자사 차량을 100% 탄소배출제로 차량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등)으로 바꾸겠다, 즉 완전히 탈엔진하겠다고 선언한 회사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대중차 회사에선 미국의 GM이 2035년부터 100% 탄소배출 제로 차량, 즉 탈엔진을 하겠다고 밝힌 정도이고요.
최원석
15일 전
틱톡이 위기를 뚫고 세계 1위 앱이 된 이유 '수익 배분'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8월11일 미국 시장조사회사 '앱 애니(App Annie)'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동영상·SNS 앱 '틱톡(TikTok)'이 페이스북을 누르고 2020년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에 올랐습니다.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은 제외) 앱 애니에 따르면, 틱톡이 연간 다운로드 기준 1위에 오른 것은 작년이 처음입니다. 중국 앱이 1위에 오른 것도 처음이죠. (참조 -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은 틱톡) 위기를 뚫고 오른 1위 중국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운영하는 틱톡의 사용자는 전 세계에 10억명, 미국에만 1억명 이상입니다. 특히 10·20대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틱톡은 15초에서 3분짜리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앱입니다. (60초까지였는데 최근 3분으로 늘렸습니다.) 유튜브와 달리 촬영부터 편집·업로드까지 스마트폰만으로도 쉽게 할 수 있고요. 노래·춤부터 아이의 성장 기록 등 업로드 내용의 폭이 넓은 것이 특징입니다. 바이트댄스는 2012년 당시 20대였던 중국 청년 장이밍이 창업했습니다. 틱톡 서비스는 2017년 세계 시장에 진출했고요. 바이트댄스의 현재 기업가치는 한화로 200조원 내외로 추정됩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인 셈이죠. 엄청난 기세로 뻗어나가던 바이트댄스는 작년 8월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틱톡의 미국 내 신규 다운로드를 금지하겠다고 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틱톡이 미국 내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신규 다운로드뿐 아니라 미국 내 서비스 자체를 제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었지요. 하지만 지난 6월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은 틱톡과 중국 채팅 앱 '위챗'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내렸던 전송금지령을 철회했습니다. 물론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앱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 조사하도록 관련 당국에 명령하긴 했지만, 일단 미국 내 사업 중단 등의 큰 위기는 넘겼습니다.
최원석
29일 전
미디어텍은 어떻게 퀄컴을 이겼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대만의 미디어텍은 어떻게 전 세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미국 퀄컴을 제치고 1위가 됐을까요? 그리고 미디어텍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의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업체) 육성 전략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요? 우선 최신 뉴스부터 전해 드린 뒤, 이 두 가지 의문을 풀어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스마트폰·태블릿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선 미국 퀄컴이 확고한 1위였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대만 미디어텍이 퀄컴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라섰고, 올해 1분기(1~3월) 세계시장 점유율도 35%의 미디어텍이 29%인 퀄컴을 누르고 1위를 확고히 지켰지요. 대만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 분야의 절대강자라고 한다면, 미디어텍은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분야에서 퀄컴을 제치고 AP 분야 최강자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AP에서도 아직 퀄컴이 고성능·고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미디어텍은 중저가 볼륨 마켓 위주이긴 하지요. 그러나 미디어텍이 퀄컴의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는 중이고, 특히 스마트폰이 5G로 바뀌면서 미디어텍의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하고 있거든요. 최근 미디어텍의 매출·이익 성장은 놀랍습니다. 반도체 시장의 성장, 그리고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업체를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쫓아내려는 과정에서 대만 팹리스인 미디어텍이 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의 호실적입니다. 7월27일 미디어텍의 2분기(4~6월) 결산 발표에 따르면, 순이익은 275억 대만 달러(1조1300백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3.8배 증가했습니다. 매출도 86% 증가한 1256억 대만 달러(5조1700억원)로, 순이익·매출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습니다. 특히 지난 6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9% 증가한 477억 대만 달러(약 1조9600억원)로 월간 기록으로는 사상 최대였습니다. 미디어텍은 그 이유를 "5G를 포함한 스마트폰용 AP, 무선통신 신규격인 'WiFi6', 전원관리 IC(집적회로) 등의 출하가 크게 늘어난 반면, 코로나로 인한 생산 차질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미디어텍은 어떻게 전 세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퀄컴을 제치고 1위가 됐을까요? 어떻게 이런 놀라운 실적을 낼 수 있었을까요? 1위였던 퀄컴이 최근에 부진했던 것일까요? 그렇진 않아 보입니다.
최원석
2021-08-04
'도요타 하이브리드' 독보적인 기술의 함정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시장에서 이기려면 남보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야겠죠. 그리고 그 기술을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만 확실하다면, 성공이라는 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1997년 등장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도요타 프리우스가 그랬습니다. 지금도 도요타 하면 프리우스이고요. 하이브리드카 하면 도요타를 떠올리죠.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너무 복잡하고 정교해서,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도요타의 이미지를 격상시킨 기술, 도요타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지만, 성공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역설적으로 도요타의 혁신을 막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 엔진과 모터를 함께 구동해 연비는 2배로 개선하고 배출가스는 크게 줄이는 이상적인 기술이었죠. 하지만 엔진과 모터를 함께 움직인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구동계통을 한 차량에 동시에 넣는다는 것. 2개의 구동계통을 넣는다는 것은 그만큼 비싸고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카는 기본적으로 비싼 시스템입니다. 도요타도 처음엔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 개발한 것이고요. 2003년에 2세대 프리우스가 나오면서 겨우 손익을 맞출 수 있었고, 이후 2009년 3세대에 와서야 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2015년의 현행 4세대부터 수익 안정권에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지구상의 어떤 다른 자동차회사도 도요타와 같은 수준의 하이브리드카를 같은 원가로 내놓기가 어렵다는 얘기죠. 전 세계에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에 맞설 만한 수준의 제품을 비슷한 가격대로 내놓는 회사는 딱 두 군데 있습니다. 혼다와 현대기아차죠. 혼다는 기술적으로는 도요타에 맞설 수 있지만, 원가 면에서 열세입니다.
최원석
2021-07-19
테슬라는 어떻게 '제로백 2초'짜리 차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테슬라는 자사의 플래그십(旗艦) '모델 S'의 신모델인 '모델S 플래드(Plaid)'를 9년 만에 내놓고, 지난 6월10일 고객 인도식을 열었습니다. CEO 일론 머스크가 무대에 나와 여러 가지를 설명했는데요.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그중 '가속 성능'에 관한 것입니다. 머스크는 이날 "모델S 플래드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6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99초로, 양산차 최초로 2초의 벽을 깼다"고 밝혔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가속 성능의 지표 관련 얘기.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에선 '제로백' 즉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 미국에선 정지 상태에서 60마일까지 걸리는 시간을 사용합니다. 이 글에선 한국에서 익숙한 제로백으로 바꿔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로백으로 따지면 모델S플래드는 2초 약간 넘는 정도겠네요. 차에 관심이 많은 분이 아니라면, 제로백 2초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해 볼게요. 대개의 승용차는 제로백이 10초 내외입니다. 엔진 성능이 뛰어나지 않다면 10초 중반까지 올라갈 수도 있고요. 성능이 좋다면 9초, 8초까지 내려갈 수도 있겠지요. 그럼 차가 튀어나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제로백이 어느 정도일 때부터일까요?
최원석
2021-07-05
애플의 팟캐스트 유료화 전략이 의미하는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애플이 6월 15일 팟캐스트 유료 구독 서비스인 '애플 팟캐스트 서브스크립션 (Apple Podcasts Subscriptions)'을 출시했습니다. (참조 - Apple Podcasts Subscriptions 및 채널, 전 세계 출시) 2005년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한 것이죠. 애플 팟캐스트 앱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손쉽게 구독하고, 신규 콘텐츠를 미리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광고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iOS 14.6, 아이패드OS 14.6, 맥OS 11.4 이상 버전의 애플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고요. 워치OS 7.5 이상 버전의 애플워치와 tvOS 14.6 이상 버전의 애플TV, 홈팟, 홈팟 미니, 카플레이를 이용해 구독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습니다. 각 프로그램의 구독료는 월 0.49달러부터 시작하는데, 개별 구독료는 각각의 크리에이터들이 정하면 됩니다. 청취자들은 애플 ID 계정 설정에서 구독 옵션을 관리할 수 있고, 월간 청구에서 연간 청구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군요. 콘텐츠 소비시장의 변화 그렇다면 의문이 생깁니다. 애플은 왜 지금에서야 팟캐스트 유료구독 모델을 도입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팟캐스트 구독에 기꺼이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2019년부터 유료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팟캐스트 시장에서 급속히 세를 불리며 애플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였죠.
최원석
2021-06-21
만화왕국 일본이 한국 웹툰에 대적하기 어려운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식 웹툰이 주류가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작년 초 도쿄 도라노몬의 코미코 본사에서 만난 무샤 마사아키(武者正昭) 코미코 대표는 이렇게 단언했었습니다. 만화왕국 일본에서도 스마트폰 등에서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만화를 소비하는 한국식 웹툰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고, 시간이 걸릴 뿐 결국 이런 방식의 웹툰이 일본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무샤 대표는 1980년대부터 일본 대표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의 스타 만화편집자로 일해오다 2018년 NHN의 웹툰 플랫폼인 코미코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최근 일본에선 종이만화 편집자가 한국 웹툰회사로 이직하는 일이 늘고 있는데요. 만화잡지를 가진 출판사 중심으로 지난 수십년간 철옹성의 사업구조를 구축해 왔던 일본 만화 시스템, 그 시스템의 핵심인 만화 편집자들이 웹툰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이죠. 웹툰이 일본 시장을 장악하게 된 이유 작년초 무샤 대표가 단언할 때만 해도 정말일까 싶은 사람들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일본 만화 앱 매출 순위를 보면, 1·2위가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인 픽코마, 라인의 웹툰 플랫폼인 라인망가였습니다. 특히 픽코마가 줄곧 일본 만화 앱 매출 1위를 유지하며 경쟁 업체와 격차를 벌리고 있지요. (참조 - 네이버·카카오, 최대 만화 시장 일본에서 '왕좌 경쟁 격화') 웹툰 콘텐츠 부문에서는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6배 이상 늘었고요. 지난 5월엔 픽코마의 하루 거래액이 4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일본도 2017년 디지털만화(1711억엔)가 종이만화 매출(1666억엔)을 처음 넘어선 뒤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참조 - "만화왕국 일본서 한국식 웹툰 큰 인기… 디지털 만화, 이제 주류로 자리잡을 것") 하지만 디지털만화라고는 해도 원래 종이만화였던 것을 스마트폰·태블릿PC로 옮겨 보는 형태가 훨씬 많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한국식 웹툰 시장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거죠.
최원석
2021-06-08
'2차 모빌리티 혁명'이 1차보다 느린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모빌리티 혁명이 빨리 오기 어려운 이유는 혁명의 기반이 될 '디바이스'가 아직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혁명이란 말에 걸맞은 사회·산업적 변화가 오려면, 우선 디바이스의 양적인 보급이 선행돼야 하는 거죠. 1차 모빌리티 혁명 100여년 전 인간의 이동수단이 말과 마차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로 바뀌던 시절을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1900년과 1913년 뉴욕의 맨해튼 거리 풍경 사진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불과 10여년 만에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디바이스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당시에 가장 많이 생산된 차량인 포드 '모델T'의 보급 속도를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모델T는 1908년에 처음 생산됐는데요. 이듬해인 1909년 1만대 생산에 도달했는데, 불과 5년 뒤인 1914년엔 연간 생산량이 20배로 늘어 20만대가 됩니다. 그리고 1923년이 되면 모델T의 연간 생산량은 무려 200만대에 달하게 되죠. 모델T 단일 차종으로 말입니다. 현재 한국 차량 가운데 한 해에 가장 많이 생산되는 차량인 현대자동차 투싼이 연간 25만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숫자입니다. 보급이 많이 됐다는 것은 생산을 많이 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쉽게 살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모델T의 가격은 1910년 당시 기준 900달러에서 1916년 34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대량생산에 따라 품질은 더 좋아졌지만, 가격은 거의 3분의 1이 된 거죠. 이런 식으로 100년 전 내연기관 자동차의 보급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됐고, 그 결과 순식간에 자동차가 마차를 대신해 거리를 점령하게 됐습니다.
최원석
2021-05-25
소니 부활을 이끈 CEO의 한마디 "모르니까 가르쳐 주세요"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소니 전 CEO의 흥미로운 글이 최근 일본 잡지에 실렸더군요. 지난 4월30일자 비즈니스 격주간지 ‘프레지던트’에 그가 직접 쓴 것이었습니다. 메인 제목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배울수록 자신의 무지는 드러낼 수 있다 (学ぶほどに自分の無知はさらけ出せる)'였습니다. 이해가 될 듯 말 듯 하죠? 이렇게 이해해 보시면 어떨까요? ‘자신의 무지를 드러낼 자신이 없다면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입니다. 아무튼 잡지 편집자가 제목으로 뽑은 것을 보면, 히라이 전 CEO의 글 가운데 핵심 문구였나 봅니다. 소니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던 2012년에 CEO 겸 사장에 올라 구조조정와 사업재편을 성공시킨 그가 회사를 살려낸 비결이 이 한마디에 전부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직원 상당수가 “소니는 끝났다”고 자포자기하던 상황에서, CEO라고 강압적으로 지시한 게 아니라, 직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끔 그들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 오히려 배움을 구하고, 직원 전체가 ‘원 소니(One Sony)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 부활의 큰 요인이었다고 히라이 전 CEO는 말했습니다. 히라이 전 CEO는 1960년생으로 1984년 CBS소니(현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에 입사, 2006년 마흔여섯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사장이 됐고요. 2012년 소니 CEO 겸 사장이 돼 소니 부활 플랜을 주도했습니다. 2018년에 회장직으로 물러났고, 2019년부터는 소니 시니어어드바이저라는 직함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가 소니를 책임지게 됐던 2012년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주력이었던 전자제품의 매출·수익이 급감하면서 회사 전체가 위기에 휩싸였죠. 2012년부터 심각해진 적자 폭은 2013년에 연간 1000억엔(약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히라이 CEO는 게임·음악·영화 등 콘텐츠 쪽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하드웨어(전자제품·게임기)와 소프트웨어(게임·음악·영화)의 융합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나가게 됩니다.
최원석
2021-05-03
'린 경영의 대가'는 왜 자율주행에 실패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4월 2일 구글의 자율주행 전문회사 ‘웨이모(Waymo)’의 존 크래프칙(John Krafcik) CEO가 갑자기 물러났습니다. 어드바이저로 회사에 남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실적 부진에 따른 경질이었죠. 자율주행 선도업체였던 구글 웨이모의 얼굴이 전격 경질됨에 따라, 구글을 필두로 한 자율주행기술의 개발 자체가 뜻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웨이모는 전 세계 자율주행기술을 선도해 왔습니다. 자율주행업체들의 기술력 척도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공공도로 자율주행 테스트에서 작년 기준 주행거리가 101만2015km로, GM의 자율주행 전문회사인 크루즈(123만9271km)에 이어 2위였고요. 4만8191km 주행할 때마다 한 번 사람이 개입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간 운전자의 개입 빈도가 모든 업체 중 가장 적었습니다. 즉 자율주행기술의 신뢰도 면에서 전체 1위였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수치상의 실적과 달리, 크래프칙이 경질되기 이전부터 웨이모의 자율주행 사업이 난항에 빠졌다는 얘기가 업계에 계속 돌았죠. 원래는 2020년쯤이면 정해진 구간에서 돈을 받고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로보택시’가 상용화됐어야 하는데요. 아직까지도 시험주행만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크래프칙은 누구인가 이런 상황을 보면서 저는 크래프칙의 이력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미국 자동차업계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죠. 원래 미국 자동차산업의 유명한 연구자였습니다. 크래프칙은 1980년대 도요타·GM의 미국 합작공장(NUMMI) 엔지니어로 일하며 도요타의 강점을 체득했고요. 1980년대 말에는 MIT에서 자동차회사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연구하면서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서구 관점에서 개선·발전시킨 ‘린 씽킹(Lean Thinking)’이라는 개념을 내놓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크래프칙은 1990년부터 14년간 포드에서 제품 개발을 맡았었고요.
최원석
2021-04-19
'WFA 시대'로 가는 길에 수많은 부의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줌 붐'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의 매출 신장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줌의 지난 3월 1일 결산 발표에 따르면, 2020년 4분기(2020년 11월~2021년 1월)까지 3분기 연속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성장했습니다. 연간(2020년 2월~2021년 1월) 매출은 4배 이상 증가한 26억5000만달러(약 3조원)였습니다. 일시적 증가가 아니라 코로나 이후 꾸준하게 급성장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이런 비대면·온라인과 관련된 산업의 성장 즉 ‘줌 붐(Zoom Boom)'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줌 붐에서도 알 수 있듯, 코로나가 지속되든 끝나든 ‘WFA(Work From Anywhere)’ 트렌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잘 찾으면 더 많은 기회가 WFA 분야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 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가 작년 말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70% 이상이 재택근무 중이었으며, 절반 이상이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재택근무를 계속하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미 통계가 증명하고 있기도 하지만 WFA 트렌드가 코로나 종식 여부와 상관없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가 확산되기 1년도 더 이전인 2019년 9월 손태장 미슬토 회장을 싱가포르에서 인터뷰하며 얻은 인사이트 때문이기도 합니다. 손태장 회장이 사무실을 없앤 이유 재일 교포 3세인 손태장 회장은 일본 최고 부자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의 친동생으로 열다섯 살 터울입니다. 손태장 회장은 자수성가한 재외동포 사업가 가운데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최원석
2021-04-05
이 회사들이 직원에게 부업을 권하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조직에 속한 사람의 부업(副業) 문제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속한 기자 직군도 어느 정도 포함되겠지만, 많은 일들이 유무형의 무엇인가를 만들어 다른 이에게 알리고 전달하고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일이지요. 그럴 때 항상 논란이 되는 게 어떤 조직에 풀타임으로 소속돼 있을 경우의 부업 혹은 겸업입니다. 특히 최근처럼 코로나로 사회활동이 크게 줄어들고, 사람끼리의 대면 빈도도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또 직종에 따라서는 이미 1년 넘게 ‘회사로 출근’하는 일이 거의 사라진 경우도 있지요. 이전보다 급여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분도 있을 테고요. 또 비대면으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게임·IT·개발 등의 분야에서는 반대로 풀타임 인력을 구하지 못해 다른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부업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애타게 찾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을 개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업무 영역 혹은 소득을 넓히는 방법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만, 조직의 입장에서 볼 때도 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요. 직원이 조직에 속한 일 이외의 새로운 일을 함으로써 개인은 물론 조직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겁니다. '투잡' 권하는 샤넬 대표적인 예로 세계 최고의 패션회사 중 하나인 ‘샤넬’을 한번 얘기해 보죠. 샤넬의 창업자 코코 샤넬은 관습을 깨는 옷을 만들어 세계 여성을 사로잡았죠. 새로운 관점과 사고방식을 의상으로 구현해낸 크리에이터이자 장인이었습니다.
최원석
2021-03-22
공유경제와 소유경제, 극단만이 살아남는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무엇인가를 온전히 내 소유로 만드는 일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입니다만, 이런 추세에도 살아남는 ‘소유경제’는 존재합니다. 기존엔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분야까지 공유경제가 확대되는 한편, 없어질 것 같던 분야에서 오히려 소유경제가 부활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공유·구독과 소유경제 모두 극단으로 가면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그런 양극화 경향을 최근에 나온 두 가지 뉴스를 통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하나는 고급패션 의류에서도 구독경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작년 미국 음악시장에서 1986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엘피(LP·레코드판) 매출이 CD 매출을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고급패션 의류의 구독경제부터 말씀드릴게요. 원래 패션은 온라인 판매나 구독경제가 쉽지 않은 분야로 평가됐었지요. 최근 몇 년간 아마존과 SPA(패스트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지만, 여전히 옷은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이고요. 특히 고급패션은 온라인·구독경제가 장악하기 어려운 마지막 보루쯤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구독경제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3월2일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백화점 대기업인 J프런트리테일링이 이달 내로 고급 여성의류의 구독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월 1만1000엔(약 11만5000원)만 내면, 해외 명품브랜드 등의 고가 여성의류를 매달 3벌까지 빌려 입을 수 있습니다. 일본 유통 대기업에 의한 의류 구독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백화점 방문객이 줄어드는 가운데, 백화점 주력상품인 고급 여성의류 분야에서도 소유가 아닌 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죠. 이번 구독서비스는 J프런트 산하의 다이마루·마쓰자카야(大丸·松坂屋) 백화점이 담당합니다.
최원석
2021-03-10
스튜디오 지브리는 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는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거장인 동시에,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 기업가이기도 하죠. 1985년에 동료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高畑勲),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와 함께 지브리를 세웠습니다. 지브리는 대규모 인력을 정직원으로 고용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매출과 수익을 꾸준히 내야 했지요. 이를 위해 미야자키·다카하타 같은 스타 감독의 작품이 계속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게다가 미야자키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후계자 찾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미야자키 이후에도 스타급 감독이 계속 나와주지 않으면 지브리 같은 대형스튜디오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브리의 후계자 찾기, 미야자키 이후를 책임질 리더를 찾는 일은 실패했습니다. 지브리의 주력인 제작팀이 2014년 해체되고 말았으니까요. 그럼 지브리는 왜 후계자를 찾지 못했을까요? 여기에서 기업들이 깊이 생각해볼 문제가 나옵니다. 어떻게 최적의 후계자를 찾아 회사를 오래 지속시키고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일 테구요. 조직에 속한 직원, 혹은 크리에이터 입장이라면 조직 내 성장, 혹은 개인적 성취를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되겠네요. 이 주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바다가 들린다(海がきこえる)’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원석
2021-02-22
'전기차 시장의 넷플릭스'가 돼 가는 테슬라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넷플릭스’가 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겁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용자 경험’의 경쟁력입니다. 고객이 계속 그 서비스 플랫폼에 머물고 계속해서 만족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죠. 뛰어난 콘텐츠를 많이 구비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시작은 사용의 편리함이었을 겁니다. 고객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 고객을 괴롭히지 않는 것, 그들이 계속해서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기업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기업들이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그것 말입니다. 즉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고객이 전기차를 사용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테슬라가 경쟁사 전기차의 도전을 이겨낼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에 있습니다. 영어로는 심리스(seamless)하다고 표현하지요. 말 그대로 이음새·봉합선이 없거나 그것을 소비자가 잘 느끼지 못하도록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사용할 때 뭔가 돌출되는 불편함, 또는 서비스가 이어지다 중간에 탁 걸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넷플릭스로 돌아가 봅니다.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시청할 때 심리스한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강조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많은 콘텐츠·통신사·공중파 플랫폼들이 넷플릭스를 무너뜨리려 시도했는데도 여전히 그들이 굳건한 이유의 핵심이 여기에 있으니까요.
최원석
2021-02-10
'블레이드 러너'가 예측하지 못한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미래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SF영화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1982)는 내용뿐 아니라 시각적 완성도로도 유명합니다. 당대 최고 스타일리스트와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었고요.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묘사로 지금까지도 회자되지요. '블레이드 러너'가 예측하지 못한 것 그런데 이 영화를 살펴보면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설정이 눈에 띕니다. 하나는 너무 성급히 예측해 실현되지 않은 것, 다른 하나는 발전 속도를 과소평가해 설정이 어색해 보이는 것입니다. 너무 성급히 예측해 실현되지 않은 것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스피너(spinner)’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2019년 로스앤젤레스인데요. 영화에선 40년 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보급됐을 것으로 묘사되지만, 결과는 여러분이 보시는 대로입니다. 스피너 같은 탈 것은 없지요. 중국의 이항(Ehang) 같은 회사가 개인 비행체를 내놓고 있고, 현대·GM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도 비슷한 탈 것을 내놓겠다는 생각이지만, 아직까지는 시범사업 혹은 계획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미래에 어디까지 발전할지를 과소평가해 영화 속 설정이 어색해 보이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바로 디스플레이입니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브라운관을 사용합니다.
최원석
2021-01-25
일본 공중파 아나운서가 유튜브에 BTS 댄스 영상을 올린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일본의 한 아나운서가 BTS의 ‘다이너마이트’ 댄스를 커버한 유튜브 영상이 크게 히트했습니다. 민영 공중파 방송국인 후지TV의 나가시마 유미(永島優美) 아나운서가 2020년 12월 29일 후지TV의 아침 정보 프로그램인 ‘메자마시TV’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 댄스 커버 영상을 올린 것이었죠. 2021년 1월 12일 현재, 보름 만에 조회수가 360만회를 넘었습니다. 일반 아나운서 실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춤이 입소문을 탄 데다, 인터넷에 관련 기사까지 실리면서 조회수가 치솟았습니다. ‘메자마시TV’도 8개월쯤 전에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출연진이 총출동해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지요. 유튜브 진출하는 일본 방송국들 2020년부터 일본 공중파 방송국도 프로그램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게 붐입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TV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유튜브 등을 활용하는 것이지요. ‘메자마시 TV’ 유튜브 구독자는 현재 11만명으로 꽤 분전하고 있지만, 매주 올라오는 동영상의 편당 평균 조회수는 10만건을 넘지 못하는 형편이죠. 나가시마 아나운서가 올린 ‘다이너마이트’ 댄스 커버 영상의 조회수는 이 프로그램의 모든 유튜브 동영상 가운데 비교 불가 수준입니다. 나가시마 아나운서는 올해 30세로, 입사 4년 만인 2016년에 후지TV 간판 프로그램인 ‘메자마시TV’의 7대(代) 메인 캐스터에 올랐습니다. 2020년 말 일본 오리콘에서 조사한 ‘좋아하는 여성 아나운서’ 순위에서 9위에 랭크되는 등 후지TV의 얼굴 중 한 명이지요.
최원석
2021-01-12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잘한 것일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12월 11일 미국의 로봇개발 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지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0%를 갖고 있던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지분 80%를 8억8000만달러(약 97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출자 비율은 현대차가 30%, 현대차그룹 산하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가 20%, 산하 물류업체인 현대글로비스가 10%인데요. 흥미로운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 돈으로 20%를 출자했다는 겁니다. 로봇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려고 개인 출연을 결정했다는 게 현대차 설명입니다. 이 회사 인수는 올해 그룹 회장에 취임한 그의 첫 인수 안건이지요. 본업인 자동차뿐 아니라 첨단 분야에 도전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건 잘한 것일까요? 이 얘기에 앞서 우선 보스턴다이내믹스 이력을 얘기해 보죠. 1992년 MIT 대학벤처로 설립됐고, 미 국방성 지원을 받아 이족 보행 로봇 등을 개발해 왔습니다. 구글이 2013년에 인수했다가 2018년에 소프트뱅크에 팔았지요. 로봇 제어 부문 기술력이 높지만, 아직까지 연구개발 중심이어서 수익사업을 찾지 못했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구글에서도 수익사업 찾지 못했고, 소프트뱅크도 찾아보려 무던히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 2020년 말에 현대차로 다시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요 성과 중 하나를 꼽자면, 유튜브 동영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2족, 4족 로봇이 걷고 뛰고, 장애물을 넘고, 텀블링하고, 문을 여는 등 다양한 행동을 하는 영상이 인기입니다.
최원석
2020-12-28
테슬라, 생산량에서도 '퀀텀 점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9월 자사의 배터리 관련 신기술 발표 행사인 ‘배터리데이’에서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네, 200만대가 아니고, 2000만대입니다. 도요타나 폴크스바겐 같은 기존 업계의 최강자들도 각각 연간 1000만대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테슬라가 자율주행·모빌리티서비스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회사들의 주종목인 제조에서도 혁명적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자동차 업계 상식으로는 테슬라가 10년 뒤인 2030년에 연간 2000만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테슬라는 2019년에 고작 37만대를 만들었고요. 올해 예상 생산량은 50만대 정도입니다. 테슬라가 연간 2000만대를 만들려면 불과 10년 만에 생산량을 40배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증산(增産)하다’는 의미로 ‘램프 업(ramp up)’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요. 원래 ‘램프’라는 단어는 높이가 서로 다른 도로와 도로 사이를 이어주는 경사로를 의미하지요. 즉 빙빙 돌아 경사로 올라가듯 서서히 생산을 늘려나가는 느낌입니다. 즉 자동차 업계에서 증산은 점진적인 것이지, 갑자기 튀어오르는 법이 없습니다.
최원석
2020-12-14
아이폰12 부품 4분의1을 삼성이 만들었다는데..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삼성에게 애플이 스마트폰시장의 최대 경쟁자이자 최대 고객이란 것은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미묘한 관계가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지 십수년이 흐른 지금도 전혀 깨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팀 쿡은 애플 CEO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전문가입니다. SCM의 기본은 한 부품업체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삼성 부품 의존도가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랐습니다. 애플 최신 제품인 아이폰12를 뜯어보고 얻은 결과입니다. 11월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분해분석 전문업체인 포멀하우트 테크노솔루션즈 (Fomalhaut Techno Solutions)를 통해 아이폰12 테어다운(teardown)을 했습니다. 테어다운은 경쟁사에서 나온 신제품을 샅샅히 뜯어 성능과 가격 경쟁력 등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자동차나 전자 업계에서는 늘상 하는 일이지요. 이에 따르면, 아이폰 12의 부품 가운데 한국산 비중은 27.3%(가격 기준)였습니다. 아이폰11과 비교해 9% 포인트 상승해 일본과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삼성의 OLED 패널이 채용됐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포멀하우트 분석에 따르면, 아이폰12 기본형(64기가) 부품 원가는 373달러(약 41만원)입니다.
최원석
2020-11-30
'전자 → 콘텐츠 → 구독' 소니의 변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소니 주가가 11월 들어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1월 4일 소니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장중 2% 넘게 오르며 주가가 9010엔을 찍었습니다. 9000엔을 넘기며 200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요. 올해 저점(5297엔)보다 68%가량, 연초 대비로도 20%가량 높습니다. 물론 가정용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 출시를 앞두고 투자자의 매수세가 이어진 것이 큰 이유였는데요. 플레이스테이션 5 출시로 올해 소니의 게임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입니다. 2013년 선보인 플레이스테이션4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새로운 콘솔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컸지요. 소니의 실적 소니의 최근 매출·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전체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큽니다. 올 상반기(일본 기준 4~9월) 영업이익의 42%가 게임에서 나왔지요. 매출에서는 게임과 전자제품이 각각 24%로 가장 크고, 반도체(13%), 영화(12%), 음악(10%)이 뒤를 이었습니다. 게임 등 콘텐츠 부문의 실적이 오르면서, 소니의 전체 실적도 크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소니가 지난 10월 28일 발표한 2020 회계연도 실적에 따르면 (2020년4월~2021년3월, 소니는 3월 결산법인) 연결 순이익이 전년보다 37% 증가한 8000억엔(약 8조4600억원)이 될 전망입니다.
최원석
2020-11-16
전기차 시대, 독일차들의 독보적인 주행성능 우위가 사라지는 이유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배출가스 제로인 전기차의 보급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국 중심으로 자동차 환경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또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은 함께 가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이 역시 전기차의 미래를 밝게 해주죠. 그런데 전기차의 특징은 이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주행 특성이 다릅니다. 이런 전기차의 주행 특성이 앞으로의 자동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전망해 보겠습니다. 오로지 주행성능 관점에서만 풀어보려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승차감·주행감이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브레이크페달을 조작했을 때 운전자가 원하는 대도 차가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내가 의도한 대로 매끄럽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조금 어렵게 얘기하면 리니어(linear) 즉 선형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움직임이 불규칙하게 끊기거나 거칠어지는 일이 있으면 안 되지요. 또 고속주행 중 핸들을 급조작을 했을 때 차가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또 원상태로 빨리 회복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원석
2020-11-02
디지털카메라 시장으로 본 내연기관차의 5단계 종말 시나리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스마트폰에 밀려 축소되던 디지털카메라(디카) 시장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건 더 이상 뉴스도 아닙니다.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세계 디카 판매대수는 48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7% 수준에 그쳤습니다. 원래도 꾸준히 줄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외출 자제령이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죠. 작년엔 그래도 1522만대가 팔렸는데요. 이대로 가면 올해는 작년의 절반인 700만~800만대로 떨어져, 1999년 디카 태동기 이후 처음으로 연 1000만대가 무너질 게 확실합니다. 그런데 디카의 종말에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디카시장의 소멸 과정이 테슬라의 약진 이후 내연기관차가 겪을 미래에 상당한 시사점을 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2007년 12월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후 피처폰 시장은 급격히 무너집니다. 피처폰의 거인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가 공중분해되기까지 채 5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참조 - 기존 자동차업계가 테슬라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 '레거시 코스트') 잘 생각해보면 스마트폰과 피처폰은 동시에 가질 필요가 없는 완벽한 대체재입니다.
최원석
2020-10-19
손정의는 왜 ARM을 젠슨 황에게 내줘야 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는 것을 보고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孫正義· 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2016년 ARM을 무려 320억달러 (약 37조원)에 인수하면서 “바둑으로 치면 30수 앞을 내다본 것”이라며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었지요.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패권을 노리는 미국 엔비디아에 ARM을 팔아버린 것입니다. 물론 소프트뱅크로서는 최근의 자금난을 해결할 필요도 있었겠지요. 딜 자체도 나쁘진 않습니다. 소프트뱅크와 엔디비아가 합의한 ARM의 가치는 400억달러(47조원)로, 2016년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가격을 10조원이나 웃돕니다. 소프트뱅크로서도 크게 남는 장사이니 이런 딜을 외면하긴 어려웠겠죠. 하지만 저로선 손정의 회장이 이렇게 허무하게 ARM을 판 것에 대해 의문과 함께 어떤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 1년 뒤였던 2017년, 손 회장을 도쿄 시오도메(汐留)의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조 - "IQ 1만 컴퓨터' 시대 온다" 손정의의 200조원짜리 꿈) 손정의는 왜? 당시 그는 AI와 사물인터넷(IoT)에 투자하는 1000억달러짜리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운용하려던 참이었죠.
최원석
2020-10-05
일론 머스크와 헨리 포드의 공통점 '수직통합'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테슬라 제국’의 비밀 중 하나로 사업의 ‘수직통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수직통합이라는 말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신의 사업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다한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소비자에게 각종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서 전기차를 만들고 있지요. 물론 지구 환경을 위한다는 대의(大義)도 중요하지만, 사업적으로는 차량 판매 수익금보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한 수익에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테슬라는 소비자 → 운영체제 → 클라우드센터 → OTA(Over The Air·무선 업그레이드) → ECU(Electronic Control Unit·전자제어 유닛) → AI반도체 → 전기차 → 충전소 → 통신 등의 전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수직통합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애플이 자신들만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생태계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았듯이, 테슬라도 이런 폐쇄적 수직통합 구조를 통해 고객을 더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야만 모든 사용자 경험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어떨까요? ‘전기차’만을 만들 뿐입니다. 테슬라의 수직통합구조에서 본다면,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이 구조의 한 부분만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전기차에서조차도 테슬라처럼 높은 수준의 무선업그레이드와 중앙집중식 전자제어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 서둘러 설계를 바꿔 따라가는 중이고요.
최원석
2020-09-21
기존 자동차업계가 테슬라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 '레거시 코스트'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글에서 ‘테슬라의 전기차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업계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쪽으로 설명을 드렸지요. 그 이유는 자동차 업계의 전장(電裝·전자장비) 전문가들이 모여 테슬라 차량을 뜯어본 결과, 테슬라의 ‘통합 전자 플랫폼’이 얼마나 앞선 기술인지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2025년을 지향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자 플랫폼을, 테슬라는 이미 2019년에 나온 모델3 차량에서 구현하고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참조 - 테슬라의 진짜 경쟁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존 자동차업계도 테슬라처럼 전기차를 움직이는 고성능 컴퓨터처럼 만드는 것이 자동차의 미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테슬라를 잡기 위해서는 테슬라보다 더 뛰어난 전자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 자동차업체가 테슬라의 장점도 모두 파악했고,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적 방향도 다 알고 있지만, 테슬라를 추격하는 게 왜 어려운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마침 회사의 한 후배님도 제게 묻더군요. “선배, 테슬라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다른 회사는 그걸 못 하나요? 왜 못 따라가나요? 따라가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라고요. 제 대답은 “기존 업체가 테슬라를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였습니다.
최원석
2020-09-08
테슬라의 진짜 경쟁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테슬라의 진짜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전기차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테슬라 차량의 성능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전기차라는 ‘하드웨어’ 중에서도 눈에 보이는 부분만 따지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차체 설계와 조립·마감 능력은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더 뛰어날 테고요. 배터리와 모터 등은 어차피 외부에서 가져다 쓰면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전기차 하드웨어의 경쟁력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는 게 뭘 의미할까요. 그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분석한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 자동차전문지 ‘닛케이 오토모티브(Nikkei Automotive)’가 몇 달 전 테슬라 최초의 본격 양산차인 ‘모델3’를 뜯어 분석한 뒤 발간한 보고서 자료입니다. 닛케이 오토모티브의 차량 분석팀이 모델3를 분해해 보고 가장 놀란 것은 차량에 탑재된 ‘통합 전자제어 플랫폼’의 높은 완성도였습니다. 테슬라에서는 이 플랫폼을 ‘하드웨어 3.0’이라 부르는데요. 일본의 한 자동차회사 엔지니어는 하드웨어 3.0을 들여다본 뒤 “우리 회사는 이렇게 만들 수 없다. 우리보다 최소 6년 앞섰다”면서 백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최원석
2020-08-24
테슬라 모델3 시승기 : 26년간 몰아왔던 내연기관차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원석님의 기고입니다. 테슬라가 한국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내연기관(가솔린·디젤)차를 좋아하며, 지난 26년간 수많은 내연기관차를 몰아온 일간지 자동차기자 출신으로서 말입니다. 테슬라의 안쪽에 어떤 것들이 숨어 있는지, 한국 산업 전반에 주는 ‘테슬라 쇼크’가 왜 엄청난지, 그리고 왜 지금이라도 우리가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테슬라의 보급형 양산차 ‘모델3’의 시승기를 써보겠습니다. 최근에 사흘간 몰아보면서 여러 각도로 시험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모델3를 타본 느낌과 장단점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지난 26년간 아주 많은 내연기관차 즉 가솔린·디젤 엔진으로 구동되는 차를 타 보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차를 좋아했고, 또 꽤 오랫동안 자동차 취재를 했기 때문에 시승 기회도 많았습니다. 최고 출력이 400~500마력 정도 하는 고성능차도 숱하게 몰아보았지요. 그런데 모델3를 몰아보고, 그동안 제가 경험했던 수많은 내연기관차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슈퍼카급 가속력 몰아본 차는 모델3 퍼포먼스 모델이었습니다. 모델3는 국내에서 스탠다드, 롱레인지, 퍼포먼스 등 3종류로 판매되는데요. 퍼포먼스는 이 가운데 가속력이 가장 좋은 차입니다.
최원석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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