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근무로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건 명백합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철용님의 기고입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이 글은 동네 노포집에서 술 취한 할아버지들이 할 만한 뻔한 꼰대 같은 소리입니다. 며칠 전 대기업 C사 부장에서 H사 이사로 스카우트된 K를 만났어요. 서초동 우면산 인근의 베이글 맛집에서 중년 아저씨 두 명이서 베이글을 뜯어먹으며 대화를 나눴죠. 직장을 옮긴 지는 3달째. K는 일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고 그랬어요. "전날 늦게까지 야근하고 집에 잠시 들러서 쪽잠 잔 뒤 새벽 2시에 다시 출근하는데, 회사에서 사옥에 불을 못 켜게 막아 놓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있는 스탠드를 가지고 가서 일을 했죠. 애 엄마가 제정신이냐고 걱정하더라니까요." 일하는 게 너무 좋아서 눈뜨자마자 출근하고 싶고, 밤에는 억지로 퇴근한다고 그랬어요. 믿기지가 않았죠. 일을 막 배우는 신입사원도 아니고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한 시니어가 일에서 저렇게 재미를 느끼다니. "일이야 이제껏 했던 거랑 비슷할 텐데, 새로운 재미 느낄 게 뭐가 있어?" "하고 싶은 걸 제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그렇게 한 일들이 또 즉각적으로 성과로 연결되니까 재미가 배가되고. 이런 기분을 얼마 만에 느끼지는 모르겠어요. 밤에 설레어서 잠이 안 올 정도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새벽 2시에 출근하는 건 좀 심한데. 잠은 언제 자는 거야? 힘들지 않아?" "이 앞번 회사 다닐 때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시키는 일만 해야 했고 지루하고 무료했죠. 지금은 일이 재미있어서 힘든 줄도 모르겠고 피곤하지도 않아요." K의 얘기를 듣다 보니 20년 전쯤 만났던 S형과의 일화가 떠올랐어요. 제 둘째 아들이 유치원에서 사귄 절친의 아빠였어요. (맞아요. 유치원생인 아들이 부모의 인연을 만들어주는 경우는 의외로 잦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