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맺어준 테슬라와 삼성전자의 소중한 인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AI6 칩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약 23조 원 규모의 칩을 납품받겠다고 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과연 삼성전자가 2나노 선단공정 파운드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3나노 공정의 수율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있던 고객조차 떠나갔는데 과연 반도체 설계 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AI6 칩을 두 회사는 잘 만들 수 있을까. 이번 테슬라와의 협업은 AI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동맹의 출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오랜 반도체 산업의 협력과 갈등, 그리고 동맹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1. TSMC를 키운 건 팔할이 애플 처음 아이폰을 만들던 시절 애플은 그리 대단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인텔과 IBM에게 완전히 밀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쫓겨났고, 아이팟으로 대박이 나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인 회사였지요.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었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외부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애플은 인텔이냐 삼성이냐를 고민하다가 삼성에게 모바일 AP를 맡겼고, 삼성은 세상에 처음 나온 스마트폰, 아이폰의 모바일 AP를 설계·제작했습니다. 애플이 TSMC에 노크하기 전까지만 해도 파운드리 산업 자체가 크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AP,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디스플레이까지 아이폰에 납품을 했습니다. 아이폰은 애플이 만들었지만 속은 다 삼성이죠. 하지만 삼성전자가 아이폰에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갤럭시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고,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소송을 걸었죠. 그렇게 애플은 삼성을 떠났습니다. 2014년 A8, A9 칩까지는 삼성전자와 TSMC 양쪽에 파운드리를 맡겼고 그 다음 세대인 칩인 A10부터는 TSMC가 단독 파운드리 공급사가 됐습니다. A10부터 TSMC의 InFO(팬아웃) 패키징이 적용됐고 두 회사가 구축한 설계–공정–패키징 동시 최적화(DTCO/STCO)는 산업 표준처럼 자리를 잡을 정도로 공고한 동맹을 맺게 됩니다. 반도체 제조(파운드리)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당연히 고객사인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입니다. 팹리스가 일을 맡겨줘야 일감이 생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