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심사역의 업무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유지윤님의 기고입니다. Chat GPT가 등장한 지 4년가량 지났을 뿐이지만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 무엇이냐가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을 정도로 AI의 산업 잠식 속도와 파급력은 엄청납니다. 한국은행은 2023년 보고서에서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등 고소득·고학력 전문직이야말로 AI로 대체될 위험이 큰 직업군이라고 짚었습니다. 세부 직업별로 보면 일반 의사와 한의사가 AI 노출 지수 순위 최상위권(상위 1% 이내)에 올랐고, 전문의사(상위 7%), 회계사와 자산운용가(상위 19%), 변호사(상위 21%)도 상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순위가 1%에 가까울수록 AI로 대체될 위험이 크다는 뜻입니다. 올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도 비슷한 결론을 내놓습니다. 415개 직업의 AI 노출도를 분석한 결과 변호사가 1위, 법률 관련 사무원이 2위, 변리사·생명과학 시험원·회계사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고용보험 가입자 5명 중 1명이 AI 고노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직업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은 "텍스트 해석과 정량 데이터 분석을 핵심 과업으로 수행하는 지식집약적 업무"라는 점입니다. 반대로 OECD는 CEO, 판사, 의사(특히 안과, 산부인과, 정신과), 소방관, 경찰관처럼 비정형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업무를 하는 직업은 AI 대체 위험이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AI 대체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은 학력이나 소득 수준이 아니라, 업무가 얼마나 '정형화'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참조 - 'AI 시대' 사라질 직업과 살아남을 직업은?) VC 업계에도 불어온 AI 심사역 바람 그런데 최근 이 흐름이 벤처캐피털(VC) 업계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투자심사역이라는, 지극히 사람의 판단과 관계에 의존한다고 여겨지던 직업조차 예외가 아니라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초기 기업 전문 투자사 더벤처스입니다. 더벤처스는 AI 심사역을 도입해 투자 심사 기간을 기존 평균 30일에서 3일로, 무려 10분의 1로 단축했다고 밝혔습니다. 더벤처스의 AI 심사역 '비키'는 1년간 1000건 이상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했고, 더벤처스가 10여 년간 쌓은 투자 데이터와 사후관리 사례를 학습해 인간 심사역과의 최종 판단 일치율이 90%에 달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