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스타트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안희철님의 기고입니다. 그동안 회사에 여윳돈이 있으면 회사가 자기주식(자사주)을 매입해서 보유하고 있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나중에 임직원 보상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인수합병 시에 활용할 수도 있고, 대주주가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좋은 카드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2026년 3월 6일 시행된 3차 개정 상법은 이러한 오랜 관행에 분명한 제동을 걸었어요. 이제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해야 하고,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법이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해야 하고 또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갖춰야 해요. 이번 개정 상법은 상장회사뿐만 아니라 비상장회사까지 모두 적용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비상장회사인 스타트업이 자기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해야 하는 경우, 예컨대 투자자가 투자계약에 따라 회사에 대하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여 회사가 불가피하게 자기주식을 취득하게 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을 임직원 등을 위한 주식보상으로 사용하는 경우 (RSU 등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법리와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요. 이번 개정 상법을 단순히 "자사주를 매입하면 소각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 하나가 생긴 것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게 되어요. 예전에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활용하는 구조가 비교적 널리 허용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기주식은 일종의 회사 자산처럼 취급되었지요. 그러나 이번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을 일단 취득해 쌓아 두었다가 필요시에 꺼내 쓰는 자산이 아니라, 원칙적으로는 정리되어야 할 주식, 즉 발행되지 않은 주식으로 보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어요. 이번 상법 개정의 이유로서 주주 보호와 자본충실의 원칙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자기주식의 성격을 달리 해석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기주식을 둘러싼 오래된 이론적인 논쟁부터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자기주식은 아주 독특한 대상이에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다시 자기 돈으로 사들여 보유한다는 점에서는 자기주식은 분명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회사는 자기주식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자기 자신에게 배당을 할 수는 없어요.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자기주식이 자산인지, 아니면 미발행주식인지 논란이 되어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