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이제 천장을 관찰할 때입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강병호님의 기고입니다. AI에서 시작된 패러다임 시프트는 반도체 산업에 거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생성형 AI 서비스의 부상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의 공급망과 기업의 자원 배분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며 2026년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강력한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시장을 견인하는 수요의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장을 분석할 때는 어떤 것이 유지되고 있고 무엇이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의 반도체 시장 특징을 되짚어보고, 현재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것이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파악해 보겠습니다. 2023년부터 반도체 시장을 견인해온 동력, 엔비디아 중심의 B2B 시장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엔비디아 GPU 중심의 B2B 시장이었습니다. LLM(대형 언어 모델)의 파라미터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이를 훈련시키기 위한 대규모 병렬 연산 인프라가 필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AI 생태계 지배력은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강력한 투자 흐름을 창출해 내었습니다. 엔비디아의 GPU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TSMC의 미세 공정과 정교한 첨단 패키징을 요구했으며, 동시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필수로 채택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파운드리 기업에는 초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고, 메모리 기업에는 HBM을 통한 고부가가치 시장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범용(conventional) 메모리, 즉 평범한 DRAM과 NAND 플래시의 가격 상승 시점입니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AI 붐에도 불구하고 범용 DRAM과 NAND의 가격은 2023년 내내 최저점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2024년 들어 소폭 반등했으나 2025년 말까지도 업황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유지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 시기 범용 메모리 가격이 소폭 반등할 수 있었던 원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강력한 감산 조치 때문이었고 수요 증가로 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