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점은 왜 일본 소설로 가득 찼을까?
*이 글은 외부 필자인 박상현님의 기고입니다. 저는 이번 여름에 런던에 머무르면서 시간 날 때마다 영국의 유명 서점을 들러봅니다. 그런데 유난히 일본 작가들의 소설이 눈에 많이 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오래전부터 영어권에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만 많은 게 아닙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 작은 카페와 서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기묘한 미스터리와 호러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만 눈치챈 게 아닙니다. 세마포어는 "최근 영국 40대 베스트셀러 소설 중 절반 가까이가 일본 작품일 정도로 일본 문학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022년 일본 소설은 영국에서 많이 팔린 번역소설 상위 40종의 25%를 차지했는데요, 2024년에는 그 비율이 43%까지 올라갔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번역소설이 한 나라에서 왔다는 건 분명 특이한 일입니다. 인기 있는 소재도 눈에 띕니다. 이른바 '코지(cozy)' 혹은 '힐링(healing)' 계열입니다. 카페, 서점, 도서관, 음식, 고양이처럼 작고 친숙한 소재가 등장하고, 외롭거나 삶에 지친 사람이 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조금씩 회복하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가와구치 도시카즈의 '커피가 식기 전에'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정반대 방향의 작품도 팔립니다. '우케츠(Uketsu)'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일본 작가는 흰 가면과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하는 유튜버로, '이상한 그림' 같은 작품에서는 이미지 속에 숨어 있는 이상한 점을 독자가 찾아내면서 사건의 진상을 알아갑니다. 소설과 만화, 인터넷 콘텐츠의 중간쯤에 있는 독특한 형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