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아니 '아이디어'에 여러분은 얼마를 지불할 수 있나요?
*이 글은 외부 필자인 허유림님의 기고입니다. 2019년, 세계 3대 아트페어 '아트 바젤'에서 바나나 하나가 12만달러(1억5632만원)에 판매됐습니다. 금으로 만들었냐고요? 아닙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노란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였을 뿐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코미디언'입니다.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기 충분하지만, 페어 기간 중 한 행위예술가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바나나를 먹어버리고, 작품을 출품한 화랑 직원이 태연히 다른 바나나를 다시 벽에 부착해서 계속 화제였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술렁였고, 사람들은 비판과 조롱을 담아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습니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이 바나나 작품을 창작한 인물,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회고전이 무료로 열리고 있습니다(~7월 17일). 입장권이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등 2023년 연초에 가장 핫한 전시죠. 바나나 한 개가 약 1억5000만원에 판매될 때, 작품 구매자는 단지 바나나가 아니라 '이것'을 구매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이며, 1억5000만원이라는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텔란의 '바나나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이 작품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이렇게 전개됐습니다. 카텔란은 전시장 벽에 흔해 빠진 바나나를 은색 덕 테이프로 붙인 설치 작품 '코미디언'을 선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썩어갈 바나나에 빗대 사람들이 무엇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 되돌아보게 하겠다는 의도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