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남긴 교훈.. 우리는 왜 모호한 말에 열광하는가?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유지윤님의 기고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기업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 (Meta)'로 바꾸며, 단순한 SNS 기업이 아니라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참조 - 페이스북, 사명 '메타'로 변경) 당시 메타는 VR 헤드셋(퀘스트 시리즈)과 가상공간 플랫폼(호라이즌 월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고, 연차보고서와 IR 자료의 핵심 키워드는 온통 메타버스였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들은 메타버스를 "포스트 인터넷",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IT 혁명"으로 받아들이며 기대감을 키워갔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인 2025년, 메타는 메타버스 부문의 인력과 투자를 줄이고, 다시 한 번 AI를 중심으로 기업의 방향성을 재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참조 -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꾼 뒤 4년…메타버스 구조조정 수순 들어간 메타) 한때 혁신의 상징처럼 보였던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이제 '망한 기술'을 비유하는 말로까지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단지 "한때 유행했던 산업의 쇠락" 정도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의미 있게 바라본다면 "인류가 새로운 기술·산업에 대한 서사를 어떻게 소비하고, 어디서부터 오해를 시작하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믿었던 메타버스의 정의 당시 산업계, 정책 문서, 컨설팅 리포트 등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던 메타버스에는 몇 가지 핵심 조건이 있었습니다. 첫째, 서버가 꺼지지 않고 상시 가동되는 지속형 (persistent) 가상 세계일 것. 둘째, 다수 사용자가 각자의 아바타로 동시에 접속해 상호작용하는 공유된 가상 공간일 것. 셋째, 그 안에서 디지털 재화가 생산·거래되는 자체 경제 시스템을 갖출 것. 넷째, VR·AR 등 실감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현실감과 몰입감을 제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