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어도 일이 잘 돌아가게 만든 후, 당신은 그만두었으면 좋겠어요"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최철용님의 기고입니다. "사외 이사는 이제 그만해도 될 거 같아. 그동안 고마웠어." 제가 제 발등을 찍었어요. 내심 '그만둬서 다행이다' 싶었지만 어쨌든 자의는 아니었으니까요. 잘린 거죠. 그것도 제 스스로. 몇 달 전에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아는 형의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관련해서 조언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외 이사를 맡게 되었어요. 일 안 하고 등기만 필요한 사외 이사 자리 어디 없냐고 그 형에게 농담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었죠. 이 형이 신사업의 디지털 마케팅을 더 잘하고 싶다며 저에게 일하는 사외이사 역할을 제안했어요. 저는 제 비즈니스만으로도 충분히 바빠서 실무까지 챙길 엄두가 안 났지만, 처음 두세 달만 봐주면 그 뒤로는 신경 안 써도 될 거라는 말에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사외이사를 통해 배울 점도 많을 거 같았고요. 처음 두세 달은 실무자들과 미팅도 자주 가지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죠. 하지만 몇 달 지나다 보니 내부 마케팅팀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기더라고요. 말로 정답을 얘기해 주는 것과 실제 실무자가 그 문제를 직접 실행해서 푸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건 다들 잘 아시잖아요. 이 회사의 신사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었는데 내부 마케팅팀 역량으로는 풀기 어려워 보였어요. 이런 걸 잘 해결하는 마케팅 대행사 대표를 잘 알고 있어서 문제 해결을 부탁했죠. 실력 있는 친구라서 금방 그 문제를 해결하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외 이사를 그만하면 어떻겠냐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 대행사 대표를 통하면 저보다 더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