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이 벤처를 안 한다"는 말의 함정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유지윤님의 기고입니다. 어느덧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지난 3~4년 동안 벤처투자 시장은 그야말로 혹한기였지요. 2021년 단기간의 과열을 정점으로, 2022~2023년에는 글로벌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30~40% 가까이 줄어들며 2017년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고, 생존을 위해 다운라운드도 마다하지 못하는, 투자자 우위의 시장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4년 말~2025년에는 일부 구간에서 분기별 벤처투자 금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특히 반도체와 생성형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딥테크 섹터에서 "빙하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장도 새 정부 출범 후 정책적 지원 확대와 금리 정상화 기대를 바탕으로 2026년부터는 완만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자연스레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다시 스타트업에 유리한 투자 환경이 돌아올 것이다"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게 유리한 투자 환경이 과연 전체 벤처투자 시장 관점에서도 무조건 좋은 것일까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한 축인 '벤처투자', 그리고 이 벤처투자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누구이며, 각자가 어떤 유인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함께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벤처투자 생태계의 세 축 벤처투자 생태계는 크게 세 주체로 구성됩니다. - 투자자 (LP, Limited Partner) - 운용사 / VC (GP, General Partner) - 스타트업 (피투자기업) 표면적으로 보면 VC와 스타트업이 가장 자주 등장하기에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본의 근원은 LP입니다. 정책펀드,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패밀리오피스, 대·중견기업, 개인 자산가 등 LP들의 돈이 없으면 VC 펀드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간혹 VC들이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창업자분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