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한 건 펀드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제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양경준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다음'이 어떻게 제주 창업생태계의 모태가 되었는지 설명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주도에 창업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제주 창업생태계의 중심에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었고, 다음 출신의 전정환 센터장이 리더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참조 - '다음의 실패'는 어떻게 제주 창업생태계의 모태가 되었나) 지역이라는 벽 2017년. 임기 3년 차를 맞이하는 전정환 센터장은 창업의 관점에서는 척박하기 그지없는 제주에 창업의 불을 지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제주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업무 공간과 주거를 제공함으로써 창업의 가능성이 있는 젊은 인재들을 제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과를 거두던 터였습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벽에 부딪혔습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창업가들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을 제주로 불러내렸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포함해 지역의 창업지원기관들이 많은 씨를 뿌리고 이들이 싹트게 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들 중 싹수가 보이는, 다시 말해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팀들을 선별해 육성하고 스케일업하는 역량은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떤 곳도 제주에 뿌리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역량 있는 투자자들은 굳이 지역에 내려가지 않습니다.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수익 비율)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