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도 '빈티지'가 있습니다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양동신님의 기고입니다. 잘 사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것 중 하나는 '취향'입니다. 취향을 영어로 하자면 preference라 할 수 있는데, 어떠한 객체에 대한 호오(好惡)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음을 말하죠. 취향과 잉여 이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는 '음식'입니다. 15년 전 필자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처음 갔을 때, 가장 신기하게 보였던 부분은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라는 존재였습니다. 사실 그는 영국 에식스 출신인데, 그의 방송과 책들은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 국가들 대부분에서 인기를 얻고 대중문화를 강타하고 있었죠. 물론 당시 제이미 올리버와 더불어 양대 스타 셰프라고 할 만한 고든 램지(Gordon James Rambsay Jr.)도 돋보였습니다. 이러한 스타 셰프들의 미디어 장악은 흥미롭게도 최근 한국의 형태와 비슷한데, 제이미 올리버는 백종원, 고든 램지는 이연복 셰프 정도로 비견될 수 있겠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등의 국가들은 여전히 음식에 있어 그 특성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와인의 예를 들더라고 구대륙 와인이라 하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의 산지는 전통적인 선진국이었고, 신대륙 와인이라 하는 미국, 호주, 칠레, 남아공 역시 새로운 선진국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칠레와 남아공이 좀 걸리긴 하지만, 그들도 각기 대륙에서는 최고 선진국이므로) 이처럼 취향이라 함은 한 사회가 잉여(Surplus)라는 것을 축적해 나갈 때 발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맛의 취향이라 함은 보릿고개를 면치 못하던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영역의 것들이죠. 과거 어르신들은 그저 손님이 오면 고봉밥과 같이 많이 주는 게 예의였지만, 현재 손님들에게 밥을 많이 퍼서 주면 요리는 먹지 말라는 것이냐는 눈치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1940년대 밥공기의 용량은 약 680ml였는데, 현대 밥공기의 용량은 약 190ml로, 약 1/4가량 밥을 섭취하는 양이 줄어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