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을 떠도는 '복잡계'라는 있어 보이는 말에 대해
*이 글은 외부 필자인 홍진채님의 기고입니다. 요즘 주식 시장을 다루면서 '복잡계'라는 표현이 많이 들립니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워낙에 다양하여, 한두 가지 지표만으로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복잡계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복잡계 이론에는 창발, 자기조직화, 상호작용, 적응, 비선형, 카오스 등등 세부적인 여러 개념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를 주식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로 주식시장을 설명하면 왠지 멋있어 보입니다. 뭐 좋습니다. 저도 가끔 그러긴 하니까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복잡계 이론이 주식 시장에 대해서 뚜렷한 예측 모델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두 가지 지표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서 특정 방법론을 기각할 수는 있습니다. 또한, 거시적으로 변동성의 분포 등을 제시하며 블랙 스완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거기까지입니다. "주식 시장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고, 과거에 일어난 적 없던 무서운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정도의 묘사를 그냥 좀 더 있어 보이게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같은 내용인데 그냥 좀 더 있어 보이기만 할 뿐인 표현 방식을 '지적 허세'라고 부릅니다. 이런 지적인 허세가 허세임을 알고, 흥미 차원에서, 혹은 함부로 미래를 예단하려 하지 말자는 겸손의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는 건 별로 해롭지 않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복잡계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므로 과거에 쉽게 통했던 방법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라고 한 단계 논리 점프를 할 때 발생합니다. 우리 사회가 생성하는 정보, 한 개인이 매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이른바 '초연결' 사회가 되면서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진다는 묘사는 그럴싸해 보입니다.